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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예산 삭감 유탄 날아온다, 이공계 대학원 연구비 대폭 감소 대학원생 임금 삭감 릴레이, 처우 악화에 인재 이탈 우려 심화 성과 위주 장학금으로 공백 메꾸는 정부, 체질 개선 가능할까
국내 이공계 대학원이 올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의 '직격탄'을 맞았다. 프로젝트 연구비 등이 대폭 줄어들며 대학원생들의 임금이 줄줄이 삭감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충원으로 몸살을 앓던 국내 학계 전반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학계는 처우 악화 및 의대 정원 확대 등으로 인한 이공계 우수 인재 이탈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처우 최악까지 치달아, 인재 이탈 우려 심화
12일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에 따르면 각 대학별 올해 R&D 예산은 △서울대 315억원 △KAIST 349억원 △포스텍(포항공대) 57억원 △연세대 90억원 △고려대 105억원 △성균관대 159억원 △한양대 121억원 등 대폭 감소했다. 정부가 2024년도 R&D 예산을 전년 대비 4조6,000억원 삭감한 영향이다. 이준영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은 “대학원생의 임금은 국가 R&D 과제와 사기업 과제에 대부분을 의존하기 때문에 R&D 예산 삭감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며 차후 이어질 임금 하락 기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현장에서는 석·박사 과정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예산 축소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호소가 흘러나온다. 신규 과제가 줄어든 것은 물론, 기존에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 연구비까지 대폭 감소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열악한 국내 대학원생의 처우가 이번 예산 삭감으로 인해 최악까지 치달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차후 국내 이공계 인재가 의료계·해외 등으로 대거 이탈, 관련 분야 학계 전반에 인력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대다수의 국내 대학원은 미충원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학령 인구가 감소하고, 국내 대학원 진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심화하며 학생 모집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특히 이공계의 경우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해외로의 인재 유출 등으로 인해 이미 침체의 늪에 빠진 상태다. 올해 정부의 R&D 예산 삭감은 국내 이공계 대학원 전반의 침체를 가속하는 '결정타'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정부는 '대통령 과학장학금' 범위 확대
이런 가운데 정부는 R&D 예산 삭감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장학금 제도를 확충하고 나섰다. 정부는 올해 봄학기부터 ‘대통령과학장학금’ 지원 대상을 기존 학부생에서 대학원생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박사과정생 70명과 석사과정생 50명 등 총 120명 내외로 장학생을 선발해 박사과정생에는 월 200만원, 석사과정생은 월 150만원을 각각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학원 대통령과학장학금은 2022년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2022년 미래과학자와의 대화'의 후속 조치로, 성장 잠재력을 갖춘 우수 이공계 대학원생을 발굴해 대통령 명의의 국가장학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통령과학장학금 수혜자는 여타 장학금·R&D 과제 참여 인건비 지원 등을 함께 받을 수 있다. 기존 R&D 과제 참여 인건비 중심이었던 이공계 대학원생 정부 지원 방식을 개인 역량 기반으로 전환하고, 우수 인재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방침으로 풀이된다.
장학생 선발 분야는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본부 학문단별 분류체계에 따라 총 17개다. 지원자는 현재 재학 과정에 따른 졸업 성적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심사 시 과학기술 분야 연구 역량 및 성장 가능성, 연구자로서의 윤리·책임 의식 등을 평가받게 된다. 연구 실적 및 역량이 우수한 학생들을 위주로 두터운 정부 지원을 실시, 고급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과연 정부의 해당 장학금 제도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움직이던 이공계 대학원의 '체질'을 개선, 보다 나은 연구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