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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한국 시장 공략 본격화, 이커머스 넘어 B2B까지 사업 영역 확대
11억 달러 투자 계획 내놓기도, K-브랜드 파워 활용한 신사업 전략 일환
산하 타오바오·티몰도 한국행, 압도적 규모로 국내 역직구 물량 흡수할 듯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이커머스 영역을 넘어 기업 간 거래(B2B)와 패션, 엔터 부문에까지 손을 뻗치면서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알리바바가 한국 진출에 속도를 내는 건 중국 내 소비 둔화 및 초저가 경쟁에 따른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중장기적인 전략 구상도 내포돼 있다. 물류센터 건립과 산하 기업의 한국 진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알리바바의 공세가 거세지자 국내 유통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알리바바가 압도적인 시장 규모를 내세워 시장 잠식을 이어간다면 향후 국내 시장 전반을 C커머스가 장악하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사업 영역 넓히는 알리바바, 패션·엔터·관광시장에도 진입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리바바닷컴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해외 B2B 바이어 수요에 부응해 연내 한국 기업 전용 웹사이트를 오픈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상품에 관심을 갖는 해외 B2B 바이어들이 필요한 상품을 쉽게 찾고 소싱할 수 있도록 한국 셀러 상품 단독 노출 사이트를 개설하겠단 것이다. 이커머스 통합 솔루션 제공 파트너와 한국 기업 전용 웹사이트를 연동해 상품 등록 및 관리를 편리하게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이커머스를 기반으로 쌓아온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사업 저변을 B2B까지 확장하겠단 취지로 풀이된다.
이처럼 알리바바의 사업 영역은 점차 넓어지는 모양새다. 한국 패션·엔터·관광시장도 알리바바의 사업 진출 대상이다. 앞서 알리바바는 국내 1위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와 접촉해 1,000억원 규모의 투자 의사를 밝혔다. 국내 대형 엔터사인 JYP, 큐브엔터와 접촉했단 소식도 알려졌다. 지난달 말엔 알리바바의 여행 플랫폼 플리기(Fliggy)가 올마이투어닷컴과 한국 인바운드 관광 시장 진출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바도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셈이다.
알리바바가 한국 시장 진출에 사력을 다하는 건 내수시장에서 부진했던 실적을 만회하기 위함이다. 현재 알리바바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제대로 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의 소비 심리 부진과 더불어 핀둬둬(테무), 징동닷컴, 쉬인 등 초저가 판매 전략을 펼치는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실제 알리바바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219억 위안(약 4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33억 위안(약 6,250억원)으로 86%나 급감했다.
매력 높은 한국 시장, 물류센터 건립 등 투자 규모 확대
알리바바에 있어 한국 시장은 상당히 매력도가 높은 사업지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전국적인 유통망이 이미 마련된 상태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알리바바가 한국을 교두보 삼아 K-브랜드를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중국 제품 만으론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한계가 명확한 만큼 향후 알리바바 차원에서 K-브랜드 파워에 기반한 새로운 사업 전략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단 주장이다. 한 국내 이커머스 관계자는 "알리바바의 한국 진출은 한국 상품을 다른 나라에 팔기 위함이 더 크다고 본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K-뷰티 제품을 사기 위해 올리브영에 방문하는 상황인데 한국에 오지 않더라도 K-화장품을 살 수 있게 한다면 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리바바가 한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할 동기가 충분히 있단 것이다.
이렇다 보니 알리바바 측의 투자 규모도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3월 "앞으로 3년간 11억 달러(약 1조4,47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알리바바가 정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우선 2억 달러(약 2,640억원)를 투자해 올해 안으로 국내에 18만㎡(약 5만4,450평) 규모의 통합물류센터(풀필먼트)를 구축한다. 이는 축구장 25개와 맞먹는 면적으로, 단일 시설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규모다. 국내 물류센터가 확보되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 중인 상품의 배송 기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플랫폼 경쟁력이 그만큼 강화된단 의미다.
나머지 재원은 한국 셀러의 글로벌 판매 지원, 소비자 보호 및 고객서비스센터 개설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그간 알리바바의 최대 약점으로 꼽혀 온 고객 만족 등 문제를 해결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단 취지다. 알리바바의 '아킬레스건'인 가품 차단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플랫폼 내 가품 의심 상품을 걸러내고 한국 브랜드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데 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관련 조치도 시행 중이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가품 의심 상품을 취급한 5,000개의 셀러를 퇴출하고 182만4,810여 개의 위조 의심 상품을 삭제 조치했다. 단순 자금 투자를 넘어 브랜드 가치 제고 작업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산하 기업도 韓 진출, 유통업계 "한국 시장 완전히 장악할 수도"
알리바바 산하 기업의 한국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지난 1월 알리바바의 내수용 이커머스 사업 부문인 타오바오와 티몰 통합법인을 한국에 등록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구매(직구) 사업을 영위한다면, 타오바오와 티몰은 중국 내 소비자들을 직접 겨냥하는 쇼핑몰이다. 특히 티몰은 중국 소비자에게 외국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향후 타오바오와 티몰을 중심으로 국내 판매자가 직접 물건을 팔면 중국 소비자가 해당 물건들을 자유롭게 구매하는 '역직구'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유통업계에선 타오바오와 티몰의 한국 진출에 일장일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한국의 개인판매자와 중소기업들을 위한 중국 판로가 확장될 수 있단 점은 긍정적이다. 외신에 따르면 양 플랫폼 이용자의 합은 9억 명에 달하며, 연간 거래액(GMV) 역시 900조원을 넘는다. 중국 내 거래액 기준 순위도 타오바오가 1위, 티몰이 2위다. 이들의 기업의 압도적인 시장 규모를 양분 삼아 한국 기업이 성장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단 게 업계의 시선이다.
다만 타오바오와 티몰까지 동원해 공격적인 한국 진출을 시도 중인 알리바바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이 팽배하다. 알리바바가 한국 제조업체들의 중국 진출까지 중개하기 시작하면 C커머스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셀러의 중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역직구 서비스는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도 이미 영위 중인 사업이다. 이런 가운데 압도적인 규모를 내세운 타오바오와 티몰이 국내 시장을 평정할 경우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갖고 있던 역직구 물량마저 알리바바가 모두 흡수할 수 있다. 사실상 알리바바가 국내 시장 전반을 장악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