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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한파에 중소형 VC 직격탄, 잇단 '자본잠식' 경고장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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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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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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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중소형 VC들, 꽉 막힌 돈줄에 생존기로
작년 8곳 중 1곳 '투자 0', 자본잠식도 잇따라
중대형 VC는 역대 실적·기록 경신, '양극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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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시장 위축으로 벤처펀드 결성이 어려워지면서 재무건정성에 빨간불이 켜진 벤처캐피탈(VC) 늘고 있다. VC 여덟 곳 중 한 곳은 지난해 펀드 결성 및 투자 실적이 전무하고, 유동성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자금 확보에 실패해 폐업하는 VC도 부쩍 늘었다. 일부는 자본잠식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라이선스를 반납할 위기에 처해 있다. 유동성이 풍부하던 시절 세운 목표와는 달리 투자 혹한기를 정면에서 맞고 있는 가운데, 올해부터 VC들의 줄폐업 및 매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기부 경고장 받은 VC, 올해 벌써 5곳

9일 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시스템(DIVA)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자본잠식으로 중소벤처기업부의 경영개선 요구를 받은 VC는 네오인사이트벤처스, 엔피엑스벤처스, 오라클벤처투자, 더시드인베스트먼트, 도원인베스트먼트 등 총 5곳에 달한다. 이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자본잠식에 빠진 VC 수(8개사)를 넘어설 공산이 크다. 자본잠식에 빠진 VC 수는 △2020년 2개 △2021년 4개 △2022년 6개 △2023년 8개로 매년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아예 문을 닫는 VC도 속출하고 있다. 루트벤처스, IDG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이랜드벤처스, 예원파트너스 등이 올해 상반기 중 폐업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신생 업체라는 점이다. 통상 신생 VC들은 기관투자자(LP)를 모으지 못해 펀드 결성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펀드 관리·성과 보수를 벌지 못한 채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고, 결국 자본잠식에 빠지거나 폐업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VC는 설립 근거법인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촉진법)’에 의거해 자본잠식률 50% 미만을 유지해야 한다. 기준을 미충족할 시 중기부가 자본금 증액, 이익 배당 제한 등 경영 개선 조치를 부과하게 된다. 이후 9개월이 지나도록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VC 등록 면허가 말소된다.

VC들의 자본잠식 및 줄폐업은 벤처 투자 호황기였던 2020~2022년과는 상반된다. 당시 2년간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한 VC는 총 104곳으로, 현재 영업 중인 VC(총 249개)의 41.7%에 달하는 규모다. 올해 들어 자본잠식으로 경고장을 받거나 라이선스를 반납한 VC 가운데 90%가량도 2021~2022년 당시 창업투자회사(창투사) 라이선스를 취득한 것으로 파악됐다. 호황 순풍을 타고 앞다퉈 VC를 설립했지만, 시장이 혹한기에 들어서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폐업이나 자본잠식까지는 안 갔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연명 중인 VC도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작년 말 기준으로 블라인드펀드가 한 개도 없으면서 1년간 투자 이력도 전무한 VC는 총 45개에 달했다. 이런 VC는 △2020년 19개 △2021년 30개 △2022년 36개 △2023년 45개로 매년 급증하고 있으며 올해도 1분기 말 기준으로 이 같은 VC가 29개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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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 투자로 연명하는 VC도 증가

이렇듯 신생 VC들은 그야말로 눈물겨운 생존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라이선스를 지키기 위해 자기자본만으로 겨우 투자하며 잠행에 들어간 운용사들도 다수다. 투자 실적이 전무하면 중기부의 제재를 거쳐 라이선스를 말소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소액의 투자금으로 트랙레코드(투자 집행 실적)만 쌓는 요식 행위가 빈번하게 발견되기도 한다. 일례로 A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100만원 규모의 투자 1건만 집행했다. 문제는 벤처펀드를 통한 투자가 아닌 고유계정(자기자본) 투자라는 점이다. 고유계정 투자는 LP의 자금이 아닌 VC의 자기자본으로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VC는 펀드를 통해 투자를 집행한다. 고유계정으로 투자하더라도 GP커밋(운용사 출자금)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 고유계정 투자와 펀드 투자의 포트폴리오가 다르면 LP들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올해 A인베스트먼트처럼 고유계정으로만 투자를 집행한 VC는 10곳에 달한다. A인베스트먼트의 뒤를 이은 VC는 B인베스트먼트로 625만5,000원을 고유계정으로 투자했다. 이런 VC들은 △2019년 2개 △2020년 5개 △2021년 7개 △2022년 9개 △2023년 11곳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중기부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현행 벤처투자촉진법 제49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등록 3년이 지나기 전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이상 투자가 없으면 제재를 받는다. 중기부의 1차 시정명령 기한을 지키지 못할 경우 최대 6개월의 2차 시정명령을 받으며, LP의 자금을 유치하는 데도 페널티를 받게 된다. 만일 이 기간에도 경영 건전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청문회를 개최해 창투사 등록 말소 여부를 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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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돈 벌거나 보릿고개 넘거나, VC '빈익빈 부익부' 심화

전문가들은 벤처 투자 업계에 불어닥친 혹한기의 원인으로 고금리를 지목한다.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LP들이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자금을 줄이면서 VC들도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 상반기 벤처펀드 결성규모는 4조5,917억원을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7%나 줄었다. 2021년(7조6,803억원) 이후 3년 연속 감소세다. 특히 큰손으로 통하는 연금·공제회의 벤처펀드 출자액은 전년보다 77.6% 감소한 1,076억원에 그쳤다. 아울러 지난해 새롭게 결성된 펀드 수도 290개로 전년(380개)보다 2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자금줄이 마르면서 VC 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 네트워크가 잘 형성된 대형 VC나 트렉레코드가 좋은 일부 VC에만 자금이 쏠릴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자본잠식에 빠지는 하우스들은 대부분 중소형 VC로, 업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여실히 방증한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최근 VC 혹한기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중대형 VC들은 역대급 실적을 올리는 모습이다. 지난해 상장 VC 20개사의 매출 합계는 역대 최초로 1조원을 넘겼으며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8,600억원 규모의 ‘에이티넘 성장투자조합 2023’을 결성하는 등 신기록을 경신했다. IMM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처음으로 AUM(운용자산) 7조원의 벽을 깨며 주목받았고, SBVA(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 KB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프리미어파트너스 등 AUM 2조원 이상 하우스도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신생업체를 비롯한 중소형 VC들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며 생사기로에 놓여있다. 전반적으로 위축된 시장 분위기에서 LP들의 자금이 안정적인 트랙레코드를 갖춘 대형 VC들에 몰려들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인수합병(M&A) 시장에 VC가 매물로 나오는 등 옥석가리기가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형 VC가 중소형 VC를 품을 경우 더욱 내실이 탄탄한 VC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막대한 자본을 보유한 금융지주사들이 VC를 인수하는 사례가 더욱 증가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최근 금융지주들이 앞다퉈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강화를 천명한 가운데 건전성 악화에 허덕이는 중소형 VC는 매력적인 인수 매물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 헐값에 매각되거나, 매각이 어렵다면 회사 자체를 청산하는 사례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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