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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악화 위기 직면한 中 태양광 기업들 공급이 수요 웃돌며 수익성 악화해 "이 정도면 오래 버텼다" 시장, 생산 효율성에 주목

지난해 주요 중국 태양광 패널 업체들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급 과잉으로 인해 태양광 패널 가격이 급락하며 전반적인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中 태양광 업계의 위기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주요 태양광 패널 업체 7곳은 270억 위안(약 5조2,000억원) 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업체가 적자를 낸 것은 비교할 수 있는 통계가 있는 2017년 이후 처음이다. 7개 기업 중 세계 점유율 2위인 론지솔라를 비롯한 5개 기업이 손실을 기록했으며, 시장 선두 주자인 진코솔라는 흑자를 유지했으나 수익이 98% 급감했다.
중국 태양광 패널 업체들의 실적이 악화한 원인으로는 공급 과잉이 지목됐다. 글로벌 태양광 패널 수요는 2022년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급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태양광 패널 신규 도입량은 242GW(기가와트. 1GW=10억W)로 전년도보다 40%나 늘었다. 그리고 2023년에는 456GW, 2024년에는 602GW로 늘었다.
하지만 태양광 패널 시장 전반을 점유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생산 능력을 대폭 증강하며 상황이 뒤집혔다. 공급이 수요를 대폭 웃도는 가운데, 중국이 자국에서 소화하지 못한 물량을 해외로 헐값에 밀어내며 제품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2024년 말 기준 태양광 패널 가격은 1W(와트)당 9센트에 그쳤다. 이는 2022년 초 대비 70%가량 낮은 수준이다.
생산 효율 어떻게 확보했나
시장은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이제야' 첫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공급 과잉으로 인한 실적 악화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며 "중요한 것은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2023년까지는 적자를 내지 않고 버텼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압도적인 생산 효율이 실적 악화를 막는 '방패'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중국 태양광 기업들은 공급망 전반을 수직계열화하고, 넓은 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생산 효율을 최적화해 왔다. 태양광 모듈은 원자재인 폴리실리콘을 시작으로 잉곳-웨이퍼-셀-모듈 단계로 생산되는데, 잉곳, 웨이퍼, 셀 등을 생산할 때 특히 전기가 많이 투입된다. 전기요금이 전체 생산비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다.
이에 중국 기업들은 신장웨이우얼(위구르)나 내몽고, 운남성 등 전기 요금이 저렴한 지역에 제조 공장을 배치해 비용을 절감했다. 신장웨이우얼이나 내몽고는 조광이 좋고 바람이 잘 부는 넓은 사막 지역으로, 대규모 태양광·풍력 발전을 통해 싼값에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 장강 상류에 있는 운남성도 수력 발전이 보편화돼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전기를 확보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로 시장 돌파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 역시 원가를 낮추는 핵심 요인이다. 태양광 모듈은 생산 규모 증가에 따라 평균 단가가 쉽게 변하는 업종인데, 중국에는 연 50GW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춘 업체만 7개가 있다. 연 10GW 이상의 패널을 생산하는 업체는 15~20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미국, 유럽 업체들의 평균적인 생산 능력이 10GW 전후라는 것을 고려하면 큰 격차다.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도 규모의 경제에 의지하고 있다. 한 국내 중소기업 관계자는 “한국 중소기업의 부품 제조 규모가 연 매출액 50억원 수준이라면, 같은 부품을 만드는 중국 중소기업은 연 300억원 수준이라 평균 단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더해 중국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월급이 월 120만원 수준으로 매우 싸다”고 전했다. 이어 "가격은 중국 쪽이 확실히 저렴하지만, 기술 수준에는 사실상 별다른 차이가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중국과 한국의 태양광 모듈 효율(태양전지에 빛 에너지를 쐬었을 때 전력으로 변환되는 비율)은 25~3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경쟁력을 갖춘 중국 기업들도 시장의 침체 흐름을 이겨내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패널 시장에서는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웃돌고 있다"며 "재고 자산을 처분하기 위한 가격 덤핑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태양광 기업들은 지금껏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무기 삼아 흑자를 유지해 왔지만, 공급 과잉으로 인한 출혈 경쟁이 지속되는 이상 이전의 영광을 되찾기는 힘들 것"이라며 "이에 더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극단적인 관세 정책도 무시할 수 없는 악재"라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은 중국의 우회 수출로인 캄보디아(3,521%), 말레이시아(34.4%), 태국(375.2%), 베트남(395.9%) 등에서 생산된 태양광 패널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