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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백기사 자처한 MBK,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경영권 박탈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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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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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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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개입한 MBK, 영풍 손잡고 공개매수 나선다
MBK-영풍, 고려아연 측에 '자기주식 취득 불가' 가처분 신청 내기도
공개매수에 적극적인 MBK, 시장서 "PEF 도입 취지와 정반대 행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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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영풍의 지원군으로 등판했다. 이들은 고려아연 지분 52%를 매수해 의결권을 확보한 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 측이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없도록 가처분 신청도 낸 상태다. 자본시장법을 활용해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책을 무력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풍 손잡은 MBK, 내달 4일까지 고려아연 공개매수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장형진 영풍 고문과 함께 내달 4일까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다. 공개매수 단가는 전날 종가 55만6,000원에 18.7%의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66만원이다. MBK파트너스는 전체 영풍 발행 주식 중 7.0~14.6%가량을 공개매수할 계획이며, 이에 따른 투입 자금은 총 9,537억원~1조9,964억원이 될 전망이다.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MBK와 장씨 일가의 지분율은 기존 33.13%에서 최소 40.13%, 최대 47.73%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자사주 등 의결권이 없는 지분을 제외하면 지분율은 최대 52%까지 확대될 수 있다. 과반을 확보해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MBK가 영풍 및 오너 일가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갖고 있는 만큼, 이후 고려아연의 경영권은 MBK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예기치 못한 상황을 대비한 차선책도 마련했다. MBK는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기간 영풍정밀 주식도 주당 2만원에 최대 684만801주(43.43%)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영풍정밀이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 회사 경영권을 장악할 시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그만큼 더 확보할 수 있단 계산이다. 이를 통해 MBK는 정씨 일가 보유 지분(21.25%)과 합산해 총 64.68%의 지분율을 확보할 수 있다.

'한 지붕 두 가족' 고려아연-영풍, 2022년 기점으로 각자 노선 심화

당초 영풍과 고려아연은 지난 70년간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한 지붕 두 가족' 경영을 이어왔다. 장씨 일가가 지배회사인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를,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맡는 방식으로 분업화를 이뤄 상호 협력 관계를 유지한 것이다.

동맹이 무너지기 시작한 건 지난 2022년의 일이다. 그해 7월 강성두 영풍 부사장은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을 3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익금불산입률 상향 정책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세법은 이중과세를 조정하기 위해 기업이 자회사로부터 배당금을 받으면 일정 비율을 익금불산입하도록 한다. 회사는 수익을 익금으로 산입하지 않는 만큼 납세액을 줄일 수 있다. 당시 기재부안에 따르면 자회사 지분율이 30% 미만일 경우 익금불산입률이 30%인데, 30% 이상~50% 미만이 되면 익금불산입률이 80%까지 높아졌다. 2021년 말 기준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율이 29.35%(자사주 제외)가량이었던 만큼 무난한 지분 확대가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풍의 주식 매입 계획은 진행되지 않았다. 고려아연이 한화 및 현대차를 상대로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영풍의 지분율을 떨어뜨린 탓이다. 고려아연은 2022년 8월 한화의 해외법인을 대상으로 보통주 99만3,158주를 발행했고, 지난해 현대차 해외법인에 104만5,430주를 발행했다. 전체 주식 수가 늘면서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6.11%까지 하락했다. 물밑에서 양사 간 기싸움이 벌어진 셈이다.

이후 이들의 '각자 노선'은 점차 심화했다. 고려아연은 그간 영풍과 함께 진행했던 원료 공동구매 및 영업활동, 황산 취급 대행 계약 등을 끊으며 영풍과의 '거리 두기'에 나섰다. 지난 3월엔 함께 근무했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에서 나와 본사를 서울 종로 그랑서울빌딩으로 이전했고, 그룹의 비철제품 수출 및 원재료 구매를 담당 계열사인 서린상사 이사회에 내부 인원들을 배치해 경영권을 가져오려는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 지분 관리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022년 자사주를 LG화학·한화와 맞교환함으로써 우호 지분 3.17%를 확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자사주 4.35%를 트라피구라·한국투자증권·모건스탠리에 처분하기도 했다. 이들에게 매각된 자사주는 모두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이어 지난해 9월엔 현대차그룹도 우호 주주로 확보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 투자해 설립한 HMG글로벌이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5%를 인수한 것이다. 사실상 최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백기사로 끌어들였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다만 앞으로는 최 회장도 적극적인 경영권 방어에 나서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MBK가 고려아연의 법적 리스크를 확대하는 묘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MBK와 영풍은 13일 공문을 내고 "공개매수 기간 영풍의 특별관계자인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자본시장법 제140조 별도매수금지의무를 위반할 뿐만 아니라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주식시세 조종 행위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고려아연은 장 고문을 총수로 하는 대기업 집단에 속해 있다. 자본시장법 제140조에 따르면 공개매수자 및 그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주식을 매수할 수 없다. MBK의 공개매수 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고려아연은 지분을 매입할 수 없단 의미다. 자본시장법을 앞세워 고려아연의 손발을 묶음으로써 승률을 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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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행보에 일각선 비판 여론, "행동주의 포문 열었나"

MBK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시장에선 "지배구조 개선을 명목으로 대기업을 향한 행동주의 포문을 연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지배구조 개선이 목적이라기엔 지나치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MBK가 경영권 분쟁에 개입한 게 처음이 아니기도 하다. MBK는 지난해 12월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손잡고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에 나선 바 있다. 발행 주식(9,493만5,240주) 중 최소 20.35%(1,931만5,214주) 에서 최대 27.32%(2,593만4,385주)를 매입하겠단 계획이었다. 최종적으로 목표치 달성에 실패하긴 했으나, 매수 목표 수량을 채우는 데 성공했을 경우 MBK가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었을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공개매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공개매수를 통해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 커넥트웨이브의 지분 86%를 확보한 게 대표적이다. MBK는 커넥트웨이브 지분 확보 이후 상법상 지배주주의 매도청구권과 주식의 포괄적 교환, 합병 등을 통해 상장폐지에 나설 것이라고 공시했다. 주식의 포괄적 교환은 완전자회사가 되는 회사의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완전모회사에 이전하고 그 대가로 모회사의 주식이나 현금을 받는 것을 뜻한다.

이렇다 보니 시장 일각에선 MBK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BK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가치 극대화'를 기조로 내걸었지만 실제론 기업 간 갈등의 틈새를 파고들어 단기 차익을 좇는 '머니 게임'을 하고 있다"며 "장기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실물경제 성장을 지원한다는 PEF 도입 취지와는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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