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여기가 예·적금 금리 제일 높네" 상호금융권으로 몰리는 뭉칫돈

"여기가 예·적금 금리 제일 높네" 상호금융권으로 몰리는 뭉칫돈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상호금융권 수신 잔액, 1개월 만에 8조7,695억원 증가
고금리 상품으로 소비자 수요 끌어모아, 지방 노령층 '정조준'
잇따르는 상호금융권 내 금융 사고, 원인은 어디에
Mutual-Banking_20240524

농·수·신협 등 상호금융권에 '뭉칫돈'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 시장 금리 상승세가 꺾이며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보다 높은 금리를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상호금융으로 이동한 결과다. 상호금융권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격적으로 오프라인 점포를 확대, 소비자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양상이다.

상호금융권 수신 잔액 급증

2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농·수·신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조합의 수신 잔액은 631조4,947억원으로 전월 대비 8조7,695억원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3년 10월 이후 역대 세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국내·외 중앙은행이 줄줄이 금리 하락 검토에 나서면서 고금리 예금 상품이 급감한 가운데, 상호금융권의 상품이 '대체재'로 떠오르며 잔액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금융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좋은 국내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우대금리 포함 연 3.50% 수준에 불과하다. 시중은행을 대체할 '고금리 예금처'로 꼽히던 저축은행 역시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올 초 연 3.96%에서 지난 23일 기준 3.69%까지 미끄러졌다.

반면 상호금융권은 여전히 고금리 특판 상품을 내놓으며 금융 소비자의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이달 전주 A 신협에서 출시된 1년 만기 연 4.01% 예금은 출시 하루 만에 완판됐다. 같은 달 제주 지역 B 수협에서 나온 1년 만기 연 4.1% 비대면 예금 역시 현재는 마감된 상태다. 이달 광주의 한 농협에서 선보인 연 4%대 금리 1년 만기 적금 상품은 하루 만에 50억원 한도에 도달하기도 했다.

Mutual-Banking_20240524-1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점포 늘리는 상호금융권

상호금융권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오프라인 점포 수를 늘리며 접근성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상호금융권의 전체 영업점 수는 1만298개로, 2021년(9,384개) 대비 914개 증가한 수준이다. 농협의 영업점이 4,847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새마을금고(3,259개), 신협(1,688개), 수협(504개) 순이었다. 상호금융권은 올 들어서도 영업점을 10여 곳 늘렸다.

이는 디지털 금융을 강화하며 대면 점포를 축소하고 있는 은행권 전반의 흐름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국내 은행 영업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5,800개로 전년 대비 294개 줄었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13.5%(909개) 감소했다. 지난달에는 은행 영업점 폐쇄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이 대체 점포를 마련하지 않으면 기존 점포의 문을 폐쇄하지 못하도록 관련 절차를 강화하기도 했다.

상호금융권이 영업점을 늘리는 것은 조합원 대다수가 노년층이기 때문이다. 상호금융은 지역 조합원의 자금을 모아 다른 조합원에게 융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대다수 지역 조합은 고령 고객이 많은 시골에 기반을 두고 있다. 사실상 모바일 뱅킹 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상호금융권의 '주요 고객'이라는 의미다. 상호금융권은 오프라인 점포 확대를 통해 영업점 폐쇄로 이탈한 은행의 노년층 고객을 흡수하고, 보험 상품 판매 등 부대사업을 확대하며 수익성을 제고하고 있다.

금전 사고로 인한 신뢰 훼손은 변수

다만 상호금융권 앞에 무작정 '꽃길'이 펼쳐진 것은 아니다. 잇따르는 금전 사고가 소비자 신뢰를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금감원과 각 상호금융중앙회(새마을금고 포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약 5년간 상호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 등 금전 사고 규모는 511억4,300만원에 달한다.

해당 기간 사고 규모가 가장 컸던 것은 새마을금고였다. 지난 5년간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금전 사고 건수는 43건, 사고 액수는 255억4,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상호금융권 전체 금전 사고액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이어 농협(49건, 188억7,800만원), 수협(14건, 33억7,400억원), 신협(38건, 33억4,900만원) 순으로 사고 발생 규모가 컸다.

업계에서는 상호금융권 내에서 사고가 잇따르는 원인으로 허술한 감독 체계, 후진적인 지배 구조 등을 지목한다. 각 상호금융중앙회가 일선 조합의 비위를 단속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전국의 개별 조합을 하나하나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지역 밀착'을 앞세우는 상호금융권 특유의 사업 구조가 금전 사고를 야기하고 있다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임직원 이동이 적고 감시가 느슨한 상호금융권의 업무 환경이 각종 비리 문제의 시발점이 됐다는 시각이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韓 근로자 임금 OECD 평균 91.6%, 대·중소기업 모두 日보다 높아

韓 근로자 임금 OECD 평균 91.6%, 대·중소기업 모두 日보다 높아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수정

2022년 평균 4만8,922달러, OECD 회원국 중 19위
20년 새 대기업 임금 158%, 중소기업 111% 올라
日 같은 기간 대기업 임금 감소, 중소기업 7% 인상
money_20240523

한국 근로자의 평균임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9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OECD 회원국 중 19위로 25위를 기록한 일본을 앞질렀다. 10년 전 한국이 일본을 추월한 이후 양국의 임금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대기업의 임금이 크게 올라 중소기업과의 격차가 두 배 이상으로 벌어진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국 근로자 평균임금, 일본의 1.2배 수준

23일 OECD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한국 근로자 평균임금은 4만8,922달러(약 6,700만원)를 기록했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의 91.6% 수준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의 평균임금은 1992년 2만6,000달러(약 3,600만원) 수준에서 시작해 2011년 4만252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4만 달러 선을 넘은 데 이어 최근에는 5만 달러에 근접하면서 OECD 평균과의 격차가 계속 줄고 있다.

순위로는 OECD 38개 회원국 중 19위를 기록했다. 아이슬란드가 7만9,473달러(약 1억1,000만원)로 1위에 올랐고 룩셈부르크 7만8,310달러, 미국 7만7,463달러, 스위스 7만2,993달러, 벨기에 6만4,848달러, 덴마크 6만4,127달러(약 8,800만원)의 순으로 나타났다.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튀르키예 등은 한국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4만1,509달러(약 5,700만원)로 한국보다 여섯 계단 낮은 25위에 올랐다. 지난 2014년 한국의 평균임금은 4만746달러로 4만 257달러를 기록한 일본을 처음으로 역전했다. 이후 양국의 격차는 계속 벌어져 2022년에는 한국이 일본의 1.2배 수준에 이르렀다. 30년 전인 1992년에는 일본이 4만434달러로 2만6,214달러를 기록한 한국의 1.5배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한국의 임금이 급등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KOR_JP_FE_20240523_NEW

韓 대기업 임금 589만원, 日의 483만원 앞질러

OECD 조사에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 지난 3월 17일 경총은 2002년과 2022년 한국과 일본 기업의 임금 격차를 분석한 '한·일 임금 현황 추이 국제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인 이상 기업에 종사하는 상용 근로자의 월 평균임금을 비교한 결과, 2002년 한국은 179만8,000원으로 일본의 385만4,000원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20년 뒤인 2022년 한국은 399만8,000원을 기록하며 379만1,000원의 일본을 앞질렀다.

기업 규모별로 살펴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한국이 일본을 추월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최근 20년간 한국이 일본보다 더 크게 확대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기업 근로자 월 평균임금은 2002년 228만4,000원에서 2022년 588만4,000원으로 상승했다. 이 기간 임금 인상률은 157.6%에 달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은 160만8,000원에서 339만9,000원으로 오르면서 111.4% 인상률을 기록했다. 반면 일본의 경우 대기업은 같은 기간 483만6,000원에서 443만4,000원으로 감소했고, 중소기업은 310만6,000원에서 326만9,000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임금 상승률을 보면 중소기업은 7%를 기록한 데 반해 대기업이 -6.8%로 역성장했다.

경총은 2002∼2022년 한·일 양국의 실근로시간 변화까지 감안하면 임금 인상률의 차이는 더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월평균 근로시간(초과근로시간 제외)이 20년 새 13.8% 감소하는 동안 월 평균임금(초과급여 제외)은 122.3%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시간당 임금도 2002년 9,954원에서 2022년 2만5,661원으로 157.8% 올랐다. 반면 일본은 같은 기간 근로시간과 임금에 변동이 거의 없었고 시간당 임금에도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일본 대기업의 경우 시간당 임금은 9.7% 감소했다.

이와 함께 한·일 양국의 경제성장률과 기업 규모별 임금 인상 폭을 비교한 결과 2002∼2022년 한국 대기업의 시간당 임금 인상률은 183.1%로 1인당 명목 GDP(국내총생산) 증가율 154.2%를 30%P 가까이 웃돌았다. 반면 일본은 이 기간 1인당 명목 GDP가 8.8% 증가했지만, 대기업 시간당 임금은 9.7% 하락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한국과 일본의 시간당 임금 인상률이 각각 152.5%, 8.9%를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는 양국 간 차이가 크지만 각국의 1인당 명목 GDP 증가율과 비교하면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처럼 한국 대기업의 임금 인상률이 높은 탓에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도 일본에 비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대기업 임금을 100으로 할 때 중소기업 임금수준은 한국이 57.7, 일본은 73.7이었다. 지난 2002년에는 한국이 70.4, 일본이 64.2이었다. 20년 새 대기업 대비 한국 중소기업 임금 수준은 12.7%P 감소했지만, 일본은 9.5%P 증가했다. 한국의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일본보다 더 확대된 것이다.

韓보다 잘 사는 대만의 평균 초봉은 135만원

우리나라와 경제 수준과 규모가 유사한 대만과 비교해도 한국의 임금 수준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의 국민소득이 이미 한국을 추월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대만 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대졸 재직자 평균 초봉이 3만1,000대만달러(약 135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5,000대만달러(약 22만원) 증가한 금액이다. 특히 대졸 취업자의 24.9%가 초봉을 전년도 최저임금인 2만5,250대만달러(약 109만원) 수준으로 받는다. 초봉이 높은 업종을 보면 대졸자의 경우 의약·위생학 전공자가 3만8,000대만달러(약 165만원), 석사는 정보통신·과학기술 분야 전공자가 6만 대만달러(약 261만원)로 조사됐다.

경총은 한국의 고임금 구조를 두고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와 이중구조가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는 만큼 임금이 높은 대기업들은 임금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청년 일자리 확대와 중소 협력사의 경영 여건 개선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난 3월 24일에는 국내 약 4,200개 회원사에 권고안을 보내 "올해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최소화해 달라"며 "대신 청년 고용을 늘리고 중소 협력사의 경영 여건 개선에 힘써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실적이 좋지 않아도 노동조합이 관성적으로 높은 임금 인상과 성과급을 요구하면 응하지 않는 게 적절하다"며 대신 호실적을 성과급 형태로 보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실제로 한국의 높은 임금 수준이 노동생산성과 경영 환경을 악화시켜 국내 기업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저해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주요 10개국(중국, 미국, 브라질, 인도, 멕시코, 오스트리아, 일본, 폴란드, 싱가포르, 독일)과 제조업의 단위노동비용을 비교한 결과 2010부터 팬데믹 이전인 2018년까지 한국의 단위노동비용이 연평균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0대 진출국들의 단위노동비용은 연평균 0.8% 감소했다. 이는 즉 한국의 1인당 노동비용이 1인당 노동생산성에 비해 빠르게 올라 제조원가 경쟁력이 약화했음을 의미한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美 연준 ‘매파 의사록’에 한은 11회 연속 금리 동결, 고금리 장기화 불가피

美 연준 ‘매파 의사록’에 한은 11회 연속 금리 동결, 고금리 장기화 불가피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5월 FOMC 의사록 공개, '금리 인하 지연' 강력 시사
다수 연준 위원들 '금리 인상 가능성' 주장하기도
美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에 한국은행도 금리 동결
Federal-Reserve-System_FE_20240523_001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위원들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예상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최근 몇 달 사이 인플레이션이 물가 안정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한 것이다. 이에 한국은행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다시 기준금리를 3.50%로 묶고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미 연준 위원들 "물가 억제 확신 못 해", 매파 발언

22일(현지시간) 공개된 5월 FOMC(4월 30일~5월 1일)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올해 1분기 인플레이션이 강세를 나타내자 통화정책 완화 시점과 관련해 상당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록은 위원들이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에 관한 불확실성에 주목하며 “최근 지표가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로 지속적으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위원들은 특히 1분기 실망스러운 물가 지표와 미 경제의 강한 모멘텀을 가리키는 지표에 집중하며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적으로 향한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의 시간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 위원들의 우려는 FOMC가 통화정책의 준거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이 올해 들어 반등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까지 상승세가 주춤했던 근원 PCE 상승률이 올해 1월 전월 대비 0.5%로 깜짝 반등한 데 이어 2∼3월 들어서도 2개월 연속 0.3% 상승률을 나타내며 고물가 고착화 우려를 키우고 있어서다. 연간 물가 상승률 2% 달성을 위해선 전월 대비 상승률이 평균적으로 0.2%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이에 다양한(various) 참석 위원이 “최근 몇 달간 인플레이션에 진전이 없었다”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향해 낮아지지 않을 경우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부분은 'various'라는 수식어다. various는 연준이 FOMC 의사록에서 참가자의 수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통상적인 양적(quantitative) 표현들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각 사안에 대해 의견이 다른 참가자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했음을 의미한다.

USA_CPI_FE_20240523_002

물가 목표치 2%, 꼭 기다려야 하나

연준은 지금까지 물가가 2%를 향해 지속적으로 떨어진다는 확신이 있어야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물가안정목표제(인플레이션 타기팅·inflation targeting)의 영향이다. 미국 물가는 2022년 전년 동기 대비 9.1%까지 치솟았고 연준은 물가를 2%로 끌어내리기 위해 지난해 7월까지 금리를 11회 인상했다. 그 결과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4%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미국 CPI는 지난해 6월 단 한 차례 3%를 기록했을뿐 계속 그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

물가안정목표제가 시작된 건 1990년이다. 당시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세계최초로 물가목표제를 실시했고 연준도 이를 모방해 1990년대 중반대 공식적인 선언 없이 도입했다. 한국은행, 유럽중앙은행, 영란은행, 일본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도 2%다. 각국의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2%보다 높으면 통화 긴축을 통해 물가를 끌어내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이후 경제 회복 및 물가의 급격한 상승에 사실상 이마저도 무의미해진 상태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마치 신성불가침과 같은 2%까지 반드시 기다려야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산하 경제분석업체 무디스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잰디는 "2%는 적절한 수치가 아니다"라며 “2% 목표를 위해 미국 경제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경제 성장 잠재력이 1990년보다 낮은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 3%도 묵인하도록 해 침체 발생 시 끌어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가 목표치가 2%일 때 물가 안정이 극대화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IMF(국제통화기금)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올리비에 블랑샤르 MIT(매사추세츠공대) 교수는 물가 안정을 위한 연준의 적정 물가 목표를 2%에서 3%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그룹 수석 경제고문도 블랑샤르 교수와 같은 입장이다.

이들은 2% 목표 도달이 쉽지 않은 현 물가여건을 고려하고 통화정책 운용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선 물가 목표를 상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전히 물가가 잘 떨어지지 않는 '끈적한 인플레이션(sticky inflation)' 상황에서 2%라는 통화 정책에만 초점을 맞추면 과도한 긴축으로 경제가 짓눌릴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BOK_FE_20240523_00

한국은행도 금리 동결, 관망세 유지

한편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가 불투명해지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관망세도 유지되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월 금리를 연 3.25%에서 0.25%p 올린 이후 11차례 연속 동결하며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미 한국은 미국보다 기준금리가 2.0%p나 낮은 만큼,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환율의 급상승 우려나 외국인 자금 유출까지 감내해 가며 금리를 내리긴 사실상 어렵다.

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목표치인 2%까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를 내리면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가계부채의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판단도 이번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3.1%)과 3월(3.1%) 3%대를 유지하다가 4월(2.9%)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과일을 비롯한 농축수산물이 10.6%나 치솟는 등 2%대 안착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최근 환율 흐름 역시 한은이 금리를 섣불리 낮추지 못하는 이유로 지목된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차 사라지고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까지 발생하면서 지난달 16일 원·달러 환율은 역사상 네 번째로 1,400원대를 넘으며 강세를 나타냈다. 이후 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다소 진정되긴 했으나, 여전히 1,360원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원화 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할수록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높아지는 만큼, 인플레이션 관리가 제1 목표인 한은 입장에서 환율은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 사항이다.

시장의 예상을 웃돈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1.3%)도 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 악재로 작용했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1분기 성장률의 경우 수출과 내수가 모두 호조를 보였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7%포인트, 순수출은 0.6%포인트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한국이 4분기에나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지난달 우리나라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을 8월에서 10월로 조정했고, JP모건 역시 비슷한 견해를 제시했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규제 완화·금리 인하 '불확실성' 증대에 업계서도 비관 전망, "2분기 주택경기 침체 심화할 것"

규제 완화·금리 인하 '불확실성' 증대에 업계서도 비관 전망, "2분기 주택경기 침체 심화할 것"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주택건설업체 관계자 83% "최소 1년은 경기 침체 이어질 것"
규제 완화 기대감 하락에 기준금리 동결 흐름까지, "주택시장 진입 문턱 여전히 높아"
금리 인하 지연에 주담대 금리 상승 분위기 확산, 인터넷은행도 평균 금리 연 4%대
2024_05_khi_FE_20240522

주택경기 침체가 최소 1년 후에나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총선 이후 여소야대 정국이 이어지면서 규제 완화 기대가 꺾인 데다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마저 높아진 탓이다. 지난 1분기에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신고일 기준)이 상승하는 등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이는 억제돼 있던 거래가 일부 회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국지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주택경기 침체 장기화 흐름, "1년 뒤에나 회복될 것"

21일 대한주택건설협회가 전국 주택건설업체(회원사) 300곳을 대상으로 주택경기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설문에 응한 83개 업체 중 41곳(49%)은 2분기 주택경기가 1분기보다 더 침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1분기보다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답한 곳은 9곳(11%)에 불과했다.

주택경기가 회복하는 데는 최소 1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2년 후 주택경기가 호전될 거라는 응답이 40%(33곳)로 가장 많았고, 1년(25%)과 1년 반(18%)이 소요될 것이란 응답이 뒤를 이었다. 결과적으로 주택건설업체 응답자의 83%가 최소한 1년은 주택시장 침체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측한 셈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조사 결과 5월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도 74.1로 전월 대비 2.0p 하락했다.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업체의 비율이 높다는 것을, 100을 하회하면 그 반대를 뜻한다. 해당 지표가 하락세를 보였다는 건, 결국 3월 이후 서울 중심으로 거래가 살아나고 가격이 반등하고 있음에도 공급 주체인 건설 업계는 여전히 시장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단 의미다. 이에 대해 주산연은 "총선 이후 재건축 등에 대한 규제 완화 법령 개정이 난항을 겪는 와중 금리 인하 시점이 불확실해진 게 사업경기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총선 대패한 여당,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

실제 총선 이후 시장에선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진 상황이다.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대패해 여소야대가 더욱 강화되면서 규제 완화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설, 적체되는 매물 등 영향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규제 완화 기대감마저 사라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둔화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긍정적인 기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신고일 기준)은 10만5,67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9% 늘었다. 특히 서울 지역은 올 1분기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8,60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8% 증가하면서 전체 증가율을 상회했다. 지난 3월에는 서울 지역에서 아파트 최고가 경신 거래가 속출하기도 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당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계약일 기준)은 4,026건으로 전달 대비 61.9% 급증, 신고가 거래도 304건으로 전달보다 45% 가깝게 늘었다. 이에 시장 일각에선 이를 근거로 부동산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번 매매거래량 증가세가 단기 실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리드는 "서울 아파트 최고가 경신과 거래량 증가 등 흐름은 그간 급격히 위축됐던 거래가 올해 들어 일부 회복되면서 나타난 국지적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고가 거래 비중도 부동산 호황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직방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 신고가 거래 건수(계약일 기준)는 944건으로 전체 거래 1만1,324건의 8.3%에 그쳤다. 서울 아파트 신고가 거래 비중은 지난 2021년 52.6%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한 바 있다.

real_estate_business_FE_20240522

기준금리 인하도 '불확실', 경기 회복 요원하기만

하반기 금리 인하 불확실성이 늘었단 점 역시 악재다. 당초 올 초까지만 해도 하반기엔 금리 인하가 이뤄지리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 지연을 시사하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앞서 지난 1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다음 기준금리 변동이 인상될 것 같지는 않지만, 올해 들어 지금까지 데이터는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는 확신도 주지 못했다"며 고금리 장기화가 불가피함을 공식화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를 좇는 한국 특성상 미국이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경우 한국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지연으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및 이에 따른 부동산 거래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는 점차 오르는 추세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 중 지난 3월 주담대 평균 금리를 연 3%대로 책정한 곳은 하나은행(연 3.71%)과 농협은행(연 3.89%) 두 곳뿐이다. 시중은행 대비 대출금리가 저렴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담대 평균 금리도 연 4%를 넘어섰다. 결과적으로 주택시장에 대한 진입 문턱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부동산 경기 회복도 요원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성장 기조 버린 컬리, 사상 첫 흑자전환 이뤘지만 "저조한 매출 흐름 IPO에 악재될 수도"

고성장 기조 버린 컬리, 사상 첫 흑자전환 이뤘지만 "저조한 매출 흐름 IPO에 악재될 수도"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외형·내실 모두 잡았다? 비용통제에 사상 첫 분기 흑자 달성한 컬리
일각선 비판 여론도, "마케팅 축소 등으로 사실상 매출 버린 것"
쿠팡 대비 경쟁력 하락 수순, IPO 재도전에도 악재로 작용하나
Kurly_FE_PCJ_20240522

컬리가 올 1분기 외형과 내실을 모두 잡았단 평가를 받았다. 수익 다각화에 더해 구조개선을 통한 비용통제에 성공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를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나온다. 컬리의 실적 개선은 마케팅 비용 축소 등 사실상 매출 성장을 포기하면서 얻어낸 성과라는 시선에서다.

컬리, 24년 1분기 매출 5.8% 증가, 영업손실도 99.3% 축소

21일 컬리는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5,39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손실은 2억원으로 전년 동기 305억원과 비교해 99.3% 축소했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력을 의미하는 지표 중 하나인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컬리의 올해 1분기 EBITDA는 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7억원 늘었다. 개별 기준으로도 사상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매출액은 5,3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늘었고, 영업이익도 5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5년 회사 설립 이후 9년 만의 쾌거다.

이처럼 컬리의 외형이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수익 다각화에 나서면서 수수료 기반의 판매자 배송(3P)과 컬리멤버스, 물류대행 등 사업에 집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3P의 경우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5배 성장했고, 동기간 뷰티컬리 역시 34% 확대되며 매출 확대를 견인했다. 그 결과 컬리의 올 1분기 전체 거래액(GMV)은 7,362억원을 기록하며 1년 새 13% 성장하는 데 성공했다.

컬리 측은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수익성 제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수익원 다각화와 운반비, 지급수수료 절감 등에 노력을 기울여 온 게 성과를 봤다는 것이다. 실제 운반비와 지급수수료 등이 포함된 비용은 올 1분기 6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

지난해 오픈한 창원과 평택센터를 통한 물류효율 개선의 영향도 언급했다. 최신 자동화 설비 등이 도입되면서 생산성 증대와 배송 효율화, 안정화 등이 부수적으로 나타났단 설명이다. 같은 기간 계약 기간이 만료된 송파 물류센터가 철수하면서 비효율적이던 비용 집행을 제거한 것 역시 수익성 개선의 줄기가 됐다고 컬리는 밝혔다.

흑자전환엔 성공했지만, "사실상 매출 포기한 것"

컬리의 흑자전환은 이미 올해 초부터 시장에서 예견돼 온 바다.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월간 EBITDA 흑자를 기록하면서 적자 탈출의 기반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컬리는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국내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하면서 관련 수요를 선점했지만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운반비, 포장비 등 배송 관련 변동비도 덩달아 증가한 탓이다. 컬리의 사상 첫 흑자전환에 평가가 높아지는 건 이 같은 기업의 근원 문제에 일정한 해답을 찾았다는 의미에서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흐름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컬리가 사실상 매출 성장을 포기하면서 흑자를 끌어낸 꼴이란 지적이다. 실제 흑자전환을 위해 컬리가 택한 방법은 마케팅 비용 축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컬리의 광고선전비 지출은 241억원으로 전년 동기(397억원) 대비 39.3% 감소했다. 마케팅을 통한 성장 가능성을 줄이고 현상 유지에 집중한 셈이다.

Kurly_shop_market_20240522
사진=컬리

고성장 기조 버린 컬리, IPO 재도전에도 '악재'

이런 가운데 시장에선 컬리가 쿠팡을 따라잡기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컬리가 실적 개선을 위해 매출 성장을 막는 동안 쿠팡은 더욱 공격적인 성장세를 이뤄나갔단 시선에서다. 실제 지난 몇 년 새 쿠팡은 멤버십과 빠른 배송을 확대하며 국내 이커머스 경쟁력의 상당 부분을 가져갔고, OTT 등 여타 사업에도 발을 들이면서 다각화를 이루기 시작했다. 최근 이커머스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쿠팡도 성장세가 꺾였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 또한 컬리와 비교하면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업계의 의견이다.

실적 개선 흐름에 역행하는 매출 성장률 하락세가 IPO(기업공개) 재도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단 점도 컬리의 당면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당초 컬리가 스타트업 시장에서 주목받은 원동력은 높은 매출 성장률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컬리의 매출 성장률은 2021년 63.8%, 2022년 30.5%에 달했고, 그 이전엔 직전년도 대비 2배 이상 뛰었던 적도 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계의 경쟁이 격화하는 와중 매출 성장률을 높게 유지한 컬리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컬리의 매출 성장률은 1%에 머물렀다. 컬리 특유의 고성장 기조가 사라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적자 축소가 매출 성장 제한을 동반해야만 하는 구조가 반복되면 투자자들은 컬리를 상대적으로 평가절하할 수밖에 없고, 나아가 이는 IPO에도 악재가 될 것이란 게 시장의 의견이다. 한 업계 관계자도 "컬리가 올 하반기에 상장 심사를 청구하고 싶다면 적어도 6월까지 2분기 연속 EBITDA 흑자를 내고 그와 별도로 영업이익도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컬리가 투자자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선 단순 단기 실적 개선을 넘어 외형 성장 등 유의미한 성과를 내보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SK '리밸런싱 속도전' 돌입, 대체식품 사업도 줄줄이 매각

SK '리밸런싱 속도전' 돌입, 대체식품 사업도 줄줄이 매각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수정

中 식품 유통 기업 '조이비오', 인수 5년 만에 매각
SK그룹 '사업 구조 재편' 맞물려 비핵심 사업 철수
中 시장 겨냥한 조이비오 합작펀드는 유지로 가닥
SK_rebalancing_FE_20240521

SK그룹 지주회사인 SK㈜가 중국의 식품 유통 기업인 조이비오(joyvio)의 지분을 인수 5년 만에 매각한다. 그룹 전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최적화하는 이른바 '리밸런싱(rebalancing)'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조이비오는 SK그룹과 함께 1,000억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등 중국 대체식품 시장을 적극 공략했지만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결국 매각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中 식품기업 '조이비오' 지분에 대한 풋옵션 행사 검토

20일 SK㈜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SK㈜는 조이비오 투자자산을 매각 예정 자산 목록에 처음으로 올렸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SK㈜가 조이비오 지분 13.3%와 관련해 지분투자 당시 맺은 풋옵션(매수청구권) 행사를 검토 중"이라며 "풋옵션 행사를 위해 조이비오 주주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는 지난 2019년에는 조이비오 지분 13.3%를 2,137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조이비오는 중국 1위 컴퓨터 제조업체인 레노버의 모회사 레전드홀딩스가 설립한 식품 유통 기업으로 중국에서 과일, 주류, 수산물을 비롯한 식품 유통 사업과 단체급식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호주 KB시푸드를 비롯해 중국과 칠레 등의 고급 과일·해산물 분야 1위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3조8,955억원, 순손실 339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조이비오의 매각은 SK그룹 리밸런싱 작업과 맞물려 추진되고 있다. 올해 SK그룹은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도로 계열사 간 중복 사업을 조정하고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작업이 SK렌터카 매각이다.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 지분 100%를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SK매직도 이달 8일 경동나비엔에 가스·전기레인지·전기오븐 사업의 영업권을 37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에는 SK스퀘어가 크래프톤의 보유 지분 2.2% 전량을 2,700억원가량에 처분했고,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어스온도 페루 액화천연가스(LNG) 광구 지분 20%를 3,400억원에 매각했다.

robot_20240521

2020년 이후 미트리스팜 등 대체식품 기업 투자 확대

대체식품 사업은 최태원 회장이 관심을 두고 지원해 온 사업이지만 실적이 나지 않으면 과감하게 정리하겠다는 그룹 포트폴리오 재편 방침에 따라 예외 없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SK㈜는 2017년 '투자형 지주사'로의 전환한 이후부터 대체식품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2020년 미국의 대체 단백질 기업인 퍼펙트데이에 1,200억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대체 단백질 개발사 네이처스 파인드, 식물성 고기 업체 미트리스팜, 세포배양육 업체인 와일드타입 등 푸드테크 기업의 지분을 연이어 매입했다. 당시 최 회장은 관련 회사들의 제품을 직접 먹어보기도 하고 개인 SNS에도 올리면서 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2021년에는 조이비오와 함께 1,000억원 규모의 대체식품 투자 펀드를 조성했다. 펀드의 투자 대상은 식물성 대체육, 발효 단백질 등 대체 단백질을 생산하는 중국 스타트업으로 수직농장 등 유망 IT기술을 보유한 푸드테크 기업과의 사업 협력, 대체 단백질 분야 글로벌 기업의 중국 진출 등도 함께 추진해 왔다. 당시 SK는 해당 펀드에 180억원가량을 출자하면서 중국 등 대체식품 초기 단계인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가 보유한 조이비오 지분의 장부가치는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투자 금액 대비 약 20% 하락한 1,667억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말 1,960억원과 비교하면 300억원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SK그룹 관계자는 "풋옵션 행사 여부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대체식품 분야에 대한 투자 기조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이비오와 함께 조성한 대체식품 투자 펀드를 지속 운영하며 관련 사업은 영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CJ 투자 유치한 푸드테크 기업 '플레이팅' 헐값에 매각

푸드테크 기업의 실적 부진과 매각은 비단 조이비오만의 일이 아니다. '쉐프가 찾아가는 구내식당'으로 관심을 끌며 CJ그룹의 투자를 유치했던 푸드테크 스타트업 플레이팅코퍼레이션도 지난달 5억4,000만원에 매각됐다. 그동안 플레이팅코퍼레이션이 국내 전략적 투자자(SI)와 벤처캐피털(VC)로부터 유치한 자금은 90억원이 넘었지만, 경영난으로 인해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헐값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설립된 플레이팅코퍼레이션은 기업용 조식·점심 정기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특급 호텔이나 미슐랭 레스토랑 출신의 전속 셰프팀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고,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도입해 배송 시간과 동선을 고려한 물류 배차와 수거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졌다. CJ그룹은 2021년 말 CJ프레시웨이와 CJ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플레이팅코퍼레이션에 투자했다. 지난해 6월에도 필로소피아벤처스, 테일, 한국대안투자자산운용을 신규 투자자로 모집해 32억원을 유치했다.

하지만 식음료 사업의 특성상 원가율 관리가 어려워 경영난에 직면하면서 시리즈 A 투자금을 받은 지 불과 5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2022년 플레이팅코퍼레이션은 57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당시 매출 원가는 51억원으로 매출 원가율이 90%에 육박했다. 기업 회생 절차에 따라 기존 투자자들의 지분 889만5,829주가 전량 무상 소각되면서 투자자들의 투자 자금 회수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자율주행·로봇배달·배양육 등 여전히 미래먹거리로 각광

다만 조이비오, 플레이팅코퍼레이션의 사례와는 별개로 글로벌 푸드테크 산업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가 촉발한 식량 위기에 대한 우려로 팬데믹 이후 푸드테크 산업의 거래량과 금액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들은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이 연평균 6~8%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개·배달기술, 생명공학 식품, 식품 유통·공급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자율주행·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식품 배달의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미국 정부는 옥외용 자율주행 로봇 운영을 위한 법을 제정한 데 이어 2017년부터는 배송로봇 관련 규제를 완화해 실제 주행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20개 주에서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규제 완화를 통해 수만 번의 배송 트랙 레코드가 쌓이면서 배달로봇 기술이 빠른 속도로 고도화되고 있다. 일례로 자율 배달 기술 스타트업 뉴로(Nuro)는 캘리포니아 최초로 자율 배달 서비스의 상업화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도미노스(Dominos), 크로거(Kroger), 7-Eleven(세븐일레븐), CVS 등 대형 식품 유통업체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수익 창출에 힘쓰고 있다.

Nuro_20240521-2
뉴로의 자율 배달 로봇/사진=뉴로

배양육 분야도 축산업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유발을 개선하고 도축 없이 식용 고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양육이 전통 육류를 완전히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이 올라오는 시점은 오는 2025년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점부터 글로벌 배양육 시장은 연평균 최대 82%의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배양육은 제품화에 성공해 일부 레스토랑을 통해 조금씩 공급되고 있으며 조만간 대량 양산을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찍이 배양육 개발에 돌입한 미국, 유럽 등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대량 생산시설 구축에 나서는 등 제품 상용화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네덜란드의 배양육 기업 모사미트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배양육 패티로 만든 버거를 선보였다. 이후 25만 유로(약 3억5,000만원)에 달했던 제품 원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 결과, 현재는 기존 방식보다 98% 저렴한 세포 배양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푸드테크 기업 업사이드푸드는 지난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세포 배양 닭고기에 대한 안전성을 검증받은 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 농무부(USDA)에서 시판까지 최종 승인받았다. 잇저스트는 지난 2020년 세계 최초로 싱가포르에서 안정성 심사 통과와 판매 승인을 취득해 실제 레스토랑에 세포 배양 닭고기를 이용한 제품을 공급하기도 했다. 이밖에 이스라엘에서도 알레프팜즈, 빌리버미트, 스테이크홀더푸드 등이 바이오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배양육 연구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풋옵션 FMV 두고 교보생명-어피너티 격돌, 9월 2차 중재 발표로 '5년 악연' 끝맺나

풋옵션 FMV 두고 교보생명-어피너티 격돌, 9월 2차 중재 발표로 '5년 악연' 끝맺나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2015년 상장 실패한 교보생명에 어피너티, 주당 41만원에 풋옵션 행사
신 회장 "FMV 너무 과해, 저출생·고령화 여파에 따른 성장 약화 고려해야"
SSG닷컴 두고도 풋옵션 분쟁 벌이는 어피너티, 분쟁관리 역량에 '물음표'
ShinChangJae_kyoboLife_20240521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모습/사진=교보생명

투자원금 1조2,000억원을 두고 5년간 이어져 온 교보생명 풋옵션(투자한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 분쟁 2차 중재 결과가 이르면 오는 9월 발표된다. 강제성 있는 판정이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간의 강대강 대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업계에선 장기전으로 갈수록 어피너티 측이 열세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부정 의혹이 나온 데다 최근 신세계와의 풋옵션 분쟁을 연달아 노출하면서 약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거듭되는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 2차 중재 결과 발표는 9~10월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 2차 중재 결과는 오는 9~10월 발표될 예정이다. 해당 분쟁은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에 1조2,000억원(주당 24만5,000원)을 투자했던 어피너티컨소시엄(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 컨소시엄·FI)이 2018년 풋옵션을 행사할 당시 신 회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벌어졌다. 주요 쟁점은 풋옵션 행사 가격이다.

어피너티가 풋옵션을 행사하고 나선 건 교보생명이 2015년까지 상장을 하지 못할 경우 풋옵션이 가능하도록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후 교보생명은 약속 기간이 지나도록 상장을 이루지 못했고, 결국 어피너티는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2018년 주당 40만9,912원(총 2조122억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기업가치를 8조원대로 추정한 것이다.

그러나 신 회장 측은 이를 거부하고 나섰다. 저출생·고령화 여파로 성장 여력이 약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피너티 측이 교보생명 주식을 매입하던 당시 가격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을 요구하는 건 과도하다는 것이다. 실제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1~11월 기준 국내 생명보험 신계약 규모는 월평균 24조8,154억원(2020년)에서 19조6,473억원(2023년)으로 감소했다. 교보생명의 영업이익도 2014년 6,537억원에서 2023년 6,190억원으로 10년 새 되레 줄었다. 신 회장 입장에선 어피너티의 공정시장가격(FMV)에 반발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ETF_FE_20240521_002

풋옵션 계약이 '주주 간 거래'? 업계선 "오너 지키기냐" 비판도

문제는 어피너티와의 풋옵션 계약이 교보생명 기업 차원이 아닌 신 회장 개인 차원에서 이뤄진 주주 간 거래였다는 점이다. 사실상 교보생명은 풋옵션 계약에 거의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어피너티와의 분쟁에서 주요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신 회장의 입을 자처해 온 교보생명은 업계로부터 볼멘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오너 지키기 아니냐"는 힐난이 쏟아졌다. 결과적으로 회장과 다른 주주 간 문제에 기업이 끼어드는 모양새가 된 탓이다.

이처럼 부정적 기류가 흘러나옴에도 신 회장이 교보생명을 거듭 끌어들이는 건 신 회장 입장에서 이번 풋옵션 사태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의 교보생명 지분은 33.78%로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모두 합해도 37%가 채 안 된다. 어피너티가 소유한 지분 24%가량이 다른 곳을 향할 경우 신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결국 교보생명 풋옵션 사태는 어떻게든 싼 가격에 지분을 사들이고자 하는 신 회장과 어떻게든 비싼 가격에 팔고자 하는 어피너티가 격돌한 결과인 셈이다.

열세 점쳐지는 어피너티, 연이은 신세계 분쟁에 약점 노출도

이런 가운데 시장에선 어피너티가 풋옵션 분쟁에서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평가가 나온다. 어피너티의 주도 아래 안진회계법인이 고객의 부정 청탁대로 가치평가를 하고 대가를 챙겼단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지난 2022년 어피너티 주요 임직원과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에 대한 항소심 4차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의 회계사법 위반 혐의 정황이 담긴 244건의 이메일 증거를 제출했다.

이메일엔 어피너티와 안진이 "어차피 소송으로 갈 확률이 높으니 가능한 유리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결괏값을 높이자"고 상호 합의한 내용이 담겨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피너티는 안진에 이메일을 보내 가치평가방법 등의 수정을 지시했고, 그 결과 교보생명 1주당 풋옵션 행사 가격이 시장가치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높아졌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아울러 최종 풋옵션 가격 결정 과정에서 어피너티가 안진 회계사에 평가 방법별 풋옵션 가격을 적어주면 내부적으로 논의해 결정하겠다는 등 가치평가를 주도한 점도 드러났다. 어피너티 측이 "내부적으로 논의해 결정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냈고 이에 안진 회계사들은 어피너티 측에 "컨펌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회계법인이 제공하는 유가증권, 유형자산, 무형자산 등에 대한 '가치평가 서비스 수행 기준'에 따르면 가치추정업무는 가치평가서비스와 가치산정서비스로 나뉜다"며 "해당 수행 기준의 상호 이해 대상은 용역 범위가 어떻게 되고 그 가치평가 용역을 통해서 어떤 보고서가 산출되는지 등에 관한 것으로, 여기엔 평가 방법과 인자, 최종 단가를 협상하라는 내용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어피너티가 신세계와의 풋옵션 분쟁을 노출한 것도 어피너티의 평가를 낮추는 요인이 됐다. 거듭 갈등을 내보이면서 풋옵션과 관련한 분쟁관리 역량에 물음표가 드리운 것이다. 앞서 지난 4월 어피너티는 SSG닷컴을 두고 신세계와 풋옵션 요건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한 바 있다. SSG닷컴 총거래액에 상품권 거래액이 포함된 건 과다 계상이라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신세계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다.

업계에선 신세계 건에 대해서도 어피너티 측이 과도한 요구를 내세웠단 의견이 지배적이다. 총거래액에 상품권 거래액이 포함되는 건 업계 내 관례인 데다, FI도 이를 알고 투자했으면서 갑작스럽게 말 바꾸기를 하는 건 앞뒤가 안 맞다는 지적이다. 어피너티 입장에선 사실상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폭탄 ‘부메랑’되나, 인플레이션 자극 가능성 대두

미국의 대중국 관세폭탄 ‘부메랑’되나, 인플레이션 자극 가능성 대두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대중국 관세폭탄과 미국 인플레이션의 상관관계 분석 잇따라
골드만삭스"관세율 1%포인트 올라가면 물가 0.1%P 오른다"
IMF, 미중 무역 극에 달할 경우 전 세계 GDP 7% 손실 가능성도
USA_CN_tariff_FE_20240520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기차·반도체 등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폭탄을 던지면서 관세와 인플레이션의 상관관계에 대한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전략 산업 보호와 일자리 확대를 위한 대중 관세가 오히려 미국 소비자의 부담을 키우고 경제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힘을 얻는 가운데, 미중 갈등이 세계 경제성장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대중 관세, 인플레이션 촉발 및 생산성 하락 우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관세폭탄과 인플레이션의 연관성을 놓고 활발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먼저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미국 관세율이 1%포인트 올라가면 물가는 0.1%포인트 뛸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관세를 무역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대중 관세 인상 조치가 인플레이션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캘리포니아대(UC) 데이비스의 캐서린 러스 경제학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약 3,000억 달러(약 406조원) 규모의 관세를 폐지하면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 인플레이션을 0.26%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해당 추정치는 중국 제품을 수입하는 미국 기업들이 모든 비용을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가정하에 도출된 수치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 재입성 시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미국 가계 비용이 연 평균 1,500달러(약 203만원) 상승할 것이라 추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통상 정책을 총괄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Robert Lighthize)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역시 관세 인상으로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제조업 고용 증가를 위해 인플레이션을 용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소비가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 생각엔 생산이 끝이고, 안전하고 행복한 공동체가 끝"이라며 "이를 위한 대가를 기꺼이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세폭탄이 세계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조사에 따르면 미중 무역 갈등이 극에 달할 경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일본과 독일의 GDP가 사라지는 것과 맞먹는 규모의 손실이다. IMF는 무역과 기술 이용 가능성이 붕괴하면 이 손실은 더 커질 것이라 관측했다.

USA_CN_tariff_FE_20240520_007

미중 2차 관세 전쟁 포문

바이든 행정부의 관세폭탄으로 촉발된 이번 갈등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당시 미 행정부가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수입품에 최고 25% 관세를 부과한 뒤 벌어진 미중 무역전쟁의 2차전 격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전체 중국 제품을 과세 대상으로 삼은 데 반해 바이든 정부는 대폭 올린 세율을 전기차와 이차전지 등 중국의 핵심 산업에 정밀 타격하는 모양새다.

이번에 관세 인상이 결정된 품목 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새로운 3가지 품목(전기차·리튬배터리·태양광전지)'이다. 그간 미국 내에서는 이들 3가지 품목 영역에서 발생하는 중국산 제품의 심각한 과잉 공급 문제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중 가장 높은 인상폭이 결정된 품목은 전기차다. 미국은 올해 안에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를 기존의 25%에서 100%로 4배 인상할 방침이다. 리튬배터리의 경우 전기차용과 비(非)전기차용 모두 관세율을 7.5%에서 25%로 상향한다. 전기차용 리튬배터리에 대한 관세 조정은 연내, 비전기차용에 대한 관세 조정은 2026년에 추진한다. 태양광전지는 기존의 25%에서 50%로 올해 인상할 계획이다. 신에너지는 바이든 행정부에 있어 반도체 및 인프라와 함께 핵심 치적으로 꼽히는 산업인 동시에, 중국이 가장 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수출 분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기존의 7.5%에서 25%로 연내 3배 이상 인상한다. 여기에는 11월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철강 산업을 주축으로 한 이른바 '러스트벨트(제조업 쇠퇴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의도가 비교적 뚜렷하게 반영돼 있다. 미 대선의 6대 경합주 중 펜실베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은 러스트벨트 3개주로 불리는데, 이 중 펜실베니아주는 북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철강업체인 US스틸의 본사가 있는 곳이며, 미시간주는 전기차 배터리와 신에너지차 생산능력이 높은 지역이다.

레거시(범용) 반도체의 관세는 2025년까지 25%에서 50%로 인상한다. 레거시 반도체는 미 반도체법(칩스법)에서 통상 28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상으로 규정한다. 자동차와 가전, 통신장비 등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첨단 반도체보다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더욱이 반도체는 신에너지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가 육성에 매진하는 분야인 만큼, 중국의 기술 굴기를 억제하고 자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한 대중국 제재 조치 중 하나로 관세 인상 카드를 활용했을 것이라는 평이다.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무역 압박 이유

이번 조치는 1974년 제정된 무역법에 근거해 실시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을 규정한 통상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인상 세율을 감안할 때 결코 가볍지 않은 조처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간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국내 소비를 훨씬 초과하는 생산과 보조금 정책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값싼 중국산 제품을 과잉 공급해 타국 제품의 경쟁력을 훼손하고 시장 점유율을 빼앗는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이미 유사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앞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자국 태양광 산업을 육성하려 노력했으나,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밀려들면서 시장 점유율을 잠식당했다. 이에 당시 오바마 정부는 2012년부터 수입 태양광 패널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대응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십수 년 전과 또 같은 상황이 반복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은 수입 태양광 패널에 관세 14.25%를 부과하고 있으나 대형 전력 사업에 자주 사용되는 양면형 패널에 대해서는 관세를 면제해 왔다. 태양광 패널에 대해 2018년 30%의 관세(이후 단계적으로 인하)를 부과하며 양면형 패널은 면세로 정할 때만 해도 양면형 패널은 점유율이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대형 전력 사업에 사용되는 양면형 패널 수요가 급증하고, 미국으로 수입되는 태양광 패널의 98%를 양면형이 차지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특히 중국산 저가 양면형 패널이 전 세계에 과잉 공급되며 가격이 폭락함에 따라 미국 업체들은 또다시 경쟁력을 상실한 상황이다.

USA_CN_tariff_FE_20240520_003

미래 핵심 먹거리 산업인 전기차 시장을 중국이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번 관세 인상 결정에 크게 작용했다. 지금도 중국산 전기차는 25%의 관세뿐 아니라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지 않아 미국에 거의 수출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관세를 100%로 올린다는 것은 중국산 전기차를 미국에 판매하는 건 꿈도 꾸지 말라는 경고로 읽힌다.

미국이 우려하는 중국의 영향력은 전 세계 전기차 판매 현황만 봐도 두드러진다. 지난달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글로벌 전기차 전망 2024'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약 1,370만 대로, 이 가운데 무려 59%에 달하는 약 810만 대가 중국에서 팔렸다.

아울러 IEA는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1,66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특히 중국 전기차 시장의 경쟁 격화와 저렴한 전기차 가격에 힘입어 중국 전기차 판매가 25% 증가한 1,01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 전망치의 61%에 육박하는 규모다. 또한 중국의 전체 자동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이 지난 3월 40%를 돌파했으며 올 한 해로는 45%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중국의 전동화 전환이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관세를 100%로 올려도 중국 전기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중국 전기차의 주요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올해 1~3월 중국 전기차 기업의 미국 수출 물량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우며 지리자동차 산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만 2,217대를 수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미국의 관세 인상은 일단 중국 전기차의 미국 시장 진입은 차단하겠지만, 글로벌 시장 돌격까지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 기록한 LG CNS, 지지부진하던 IPO 속도 붙나

지난해 '역대급' 실적 기록한 LG CNS, 지지부진하던 IPO 속도 붙나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LG CNS, 2022년 한 차례 IPO 시장 진출 실패
이어지는 호실적으로 상장 동력 갖췄다
NDR 진행하며 상장 시동 건 LG CNS, 추후 IPO 향방은
lg_cns_20240520
사진=LG CNS

지지부진하던 LG CNS의 기업공개(IPO)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지난해 LG CNS가 5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만큼, 추후 상장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LG CNS 측은 지난달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논딜로드쇼(NDR)를 진행하는 등 IPO 재도전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LG CNS의 첫 IPO 시도

20일 업계에 따르면 LG CNS는 지난 2020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맥쿼리자산운용에 지분 35%를 매각하면서 5년 내 IPO 추진 계획을 검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회사는 2022년 KB증권, 모건스탠리 등 국내외 주관사단을 구성해 IPO 시장 입성을 시도했지만, 이후 시장 상황 악화에 따른 기업가치 저평가를 우려해 상장을 내부적으로 연기했다. 

우려는 적중했다. LG CNS의 대표적인 비교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SDS의 2022년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8배 수준이다. LG CNS의 2022년 순이익(2,650억원)에 곱해서 단순 계산한 기업가치는 2조1,200억원에 그친다. LG CNS의 기업가치를 2조8,000억원으로 평가해 지분 매입을 단행한 재무적투자자(FI) 맥쿼리자산운용 입장에서는 사실상 상장 강행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셈이다.

모회사인 ㈜LG 역시 IPO에 신중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LG CNS의 IPO 성공 여부가 LG의 '실탄' 장전 규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는 LG CNS 지분 49.95%를 보유한 대주주로, 추후 LG CNS 상장을 통해 마련한 유동성을 활용해 그룹의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경쟁사 가라앉는 동안에도 '나 홀로 질주'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최근 들어 LG CNS의 성장세가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IT서비스 기업들의 실적이 줄줄이 미끄러지고 있는 모습과는 상반된다. LG CNS의 대표 경쟁사인 삼성SDS는 지난해 전년 대비 23% 감소한 13조2,76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1.8% 감소한 8,082억원이었다. 전체 사업의 70%를 차지하는 물류 사업 부문의 매출 감소가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SK C&C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8% 증가한 2조4,12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클라우드 기반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확장에 주력한 결과다. 다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반도체 경기 악화로 자회사의 비경상적 배당 수입이 감소하며 49.2% 급감했다(1,218억원).

반면 LG CNS의 지난해 매출은 5조6,053억원, 영업이익은 4,640억원에 달했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13%, 20.3% 증가한 수치이자 역대 최대 실적이다. LG CNS는 2019년부터 4년 연속 매출액과 영업이익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호실적의 비결로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DX) 사업, 클라우드 사업, 스마트팩토리 사업 등이 꼽힌다. 카드사, 은행의 차세대 시스템, 지능형 고객 접점·마이데이터 플랫폼 등을 구축하면서 금융 DX 분야에서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다. 마이크로소프트, SAP, 어도비 등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it_service_20240520

IPO 재도전 움직임 본격화

이에 시장에서는 지난해 기록한 호실적이 차후 LG CNS의 IPO 추진 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맥쿼리자산운용의 엑시트(투자금회수) 기한이 약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LG CNS가 탄탄한 실적과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를 발판 삼아 본격적으로 상장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시각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LG CNS는 지난달 홍콩 등에서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NDR을 진행, 상장을 위한 유의미한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일반적으로 조 단위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는 대형 IPO의 경우 해외 투자자들의 공모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한다. 공모 구조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하는 NDR은 IPO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전 시장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채택하는 일종의 '전략'이다. 한동안 멈춰 서 있던 LG CNS가 다시금 IPO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LG CNS가 올해 고금리 장기화·실적 둔화 전망에 따라 IPO를 내년 상반기까지 늦출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LG CNS는 올 1분기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한 32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DX 사업 투자 확대,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들의 IT 투자 위축 등이 악재로 작용한 결과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경기침체·부동산 PF '이중고', 저축은행 1분기 연체율 9% 육박

경기침체·부동산 PF '이중고', 저축은행 1분기 연체율 9% 육박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올해 1분기 기준 저축은행 연체율 8.8%, 지방은 더 심각
금감원, 자본조달계획 마련 주문 및 NPL 매각 채널 확대
카드론 전년比 2조원 증가, 저축銀 대출 강화의 풍선효과
SAVINGS_BANK_FE_002_default-rate_20240517

경기침체에 따른 업황 악화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위기까지 겹치면서 저축은행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연체 채권 매각을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서는가 하면 업계 차원에선 대출 문턱을 높이는 등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고 있지만, 서민들의 급전창구인 카드론의 잔액이 역대 최대를 경신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연체율이 치솟은 저축은행들이 대출을 조이자 중·저신용자들이 대안책으로 카드론을 찾은 결과다.

꺾일 줄 모르는 저축은행 연체율, 연내 10% 임박 우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저축은행 연체율은 약 8.8% 수준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6.55%에서 한 분기 만에 2.2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2021년 2.51%, 2022년 3.41%로 매년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 연체율이 연내 10%대를 찍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 저축은행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미 일부 지방 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8%대 연체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광주·전남·전북 지역 저축은행 연체율은 8.1%로 전년(4.3%) 대비 3.8%포인트 올랐다. 평균 상승치를 고려하면 10% 대 연체율을 기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저축은행의 연체율 상승세는 고금리 기조하에 현금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자영업자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주거래대상이 서민층 및 중소상공인인 저축은행의 특성상 경기 침체 영향이 금융업권 중 가장 빠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부동산 PF에 따른 부실도 연체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비중은 17%가 넘는다. 이는 증권사(4.1%), 여신전문금융사(7.4%)보다 무려 3~4배나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 PF 연체가 지속되면서 대출 잔액은 10조원에 육박했다. 이들 모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대출이다. 특히 시중은행이 대출을 거부한 불안정한 사업장에 빌려준 돈은 돌려받을 기약조차 없는 상황이다.

연체율 상승은 대규모 적자로 이어졌다. 국내 저축은행 79곳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5,559억원으로 1년 전(당기순이익 1조5,622억원)에 비해 순익이 2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저축은행 업계가 연간 적자를 낸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의 추가 충당금 적립 규모도 크게 확대됐다.

아울러 지난해 부동산 PF 익스포저(부동산 PF대출과 브릿지성 토지담보대출의 합산) 충당금 적립률도 7.1%로 전년(3.5%)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 이로 인해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만 3조3,000억~3조9,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저축은행이 한 해에 벌어들이는 수입보다 많은 수준이다.

SAVINGS_BANK_FE_001_20240517

금융당국도 비상, 저축은행 경영 정상화에 총력

저축은행 업권 전반에 건전성 위기가 고조되자 금융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초 저축은행 10여 곳에 ‘비상시 자본조달계획 마련’을 주문한 데 이어 연체채권 정리에 소홀한 일부 저축은행에 대해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금감원은 먼저 부동산 PF 사업장 경·공매 활성화 방안과 개인사업자 연체채권 매각 현황 등을 함께 점검할 계획이다. 낙찰 가격이 낮게 형성될 경우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저축은행 등 대주단이 PF 사업장 경·공매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경·공매 촉진을 통한 PF 재구조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저축은행들의 개인사업자 연체 채권 매각을 지원하기 위해 새출발기금으로 한정돼 있던 매각 채널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부실채권(NPL) 전문투자회사로 확대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들로부터 개인사업자 연체채권 매각 의사를 최종 확인해서 이달 NPL전문투자회사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2개 저축은행이 개인 신용대출 부실채권 약 1,000억원을 우리금융F&I에 매각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NPL을 취급하는 자산운용사로 매각 채널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6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한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경·공매도 진행한다. 그동안 저축은행들은 연체 발생 사업장을 공매로 넘기더라도 최저입찰가격을 원금 수준에서 정한 탓에 대부분 유찰됐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이 최저입찰가격을 낮추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경·공매를 무산시키고 있다고 판단하고, 저축은행중앙회 표준규정을 개정하도록 했다.

card_loan_002_FE_20240517_NEW_17

저축은행 대출 막히자 카드사로, 3월 카드론 잔액 최고치 경신

금융당국의 이 같은 기조는 부동산 PF 연착륙뿐 아니라 저축은행 경영 상태를 빠르게 정상화시켜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창구' 물꼬를 터주기 위한 조처다. 최근 저축은행들이 부실을 줄이기 위해 신규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카드론 이용 금액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의 카드론 금액 합계는 39조9,6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2월(39조4,744억원) 대비 4,900억원 늘어난 수치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36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자그마치 2조원 넘게 증가했다.

지난달 카드사별 카드론 평균금리를 보면 롯데카드가 15.5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우리카드(14.87%), BC카드(14.79%), 하나카드(14.70%) 순으로 대체로 15%에 육박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5%대 금리는 한 곳도 없었다. 이 역시 저축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저신용 차주의 카드론 수요가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카드론을 돌려막는 대환대출도 증가세다.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3월 말 기준 1조7,800억원으로 1년 사이 6,000억원 늘었다.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연체율도 급증하는 추세다. 국내 5개 카드사(신한·국민·삼성·우리·하나카드)의 지난 1분기 평균 연체율은 1.47%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1.31%)보다 0.16%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하나카드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1.67%였지만 지난달 말 기준 1.94%로 0.27%포인트 오르며 2%에 육박했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1.45%에서 1.56%로 0.11%포인트 올랐다. 신한카드는 금융권의 연체율이 상승하던 지난해에도 연체율이 1.5%를 넘은 적 없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리카드는 1.22%에서 1.46%로 0.24%포인트 올랐고, KB국민카드는 1.03%에서 1.31%로 0.28% 오르며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연체율 상승에 따라 재무 건전성 우려가 확대되면서 카드사들의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도 늘게 됐다. 5개 카드사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충당금은 총 8,070억원으로, 전년 동기(7,652억원) 대비 6% 증가했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충당금으로 각각 2,247억원, 1,944억원을 적립했고, 삼성카드는 1,753억원을 쌓았다. 우리카드와 하나카드의 적립액은 각각 1,220억원, 906억원으로 파악됐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