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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50% 이상 프리미엄 붙여 한온타이어 지분 인수
50.5% 지분 확보하며 최대주주 등극, 시장은 "괜찮은 거 맞나"
순식간에 미끄러진 주가, 조씨 일가 경영권 분쟁 '불씨' 될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의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다. 1조7,33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공격적으로 지분을 인수한 결과다. 무리한 인수 추진으로 시장 여론이 악화하며 한국타이어의 주가가 눈에 띄게 미끄러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주가 하락을 빌미로 지난해 말 일단락된 한국타이어 내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한국타이어, 한온시스템 지분 대거 사들여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타이어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한온시스템 최대 주주 자리를 꿰찼다. 한국타이어는 한앤코오토홀딩스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지분(50.5%) 가운데 25%(1억3,345만 주)를 1조3,679억원(주당 1만250원)에 사들이고, 한온시스템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6,514만 주를 3,651억원(주당 5,605원)에 인수했다. 총투자 금액은 1조7,330억원으로, 한온시스템의 최근 한 달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인수가 대비 54%가량 높다.
이번 투자를 통해 인수한 지분을 보유한 지분과 합하면 한국타이어는 50.5%의 지분율을 확보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업계에서는 한국타이어 측이 전기차 시대의 개화에 대비해 한온타이어 인수를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국타이어의 모회사인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한온시스템 인수로 타이어, 배터리, 자동차 열관리시스템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자동차부품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상태다.
한때 8조원대에 육박하던 한온시스템의 몸값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는 점, 기존 한온시스템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퇴로’를 찾고 있었다는 점 등도 이번 거래 성사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타이어는 연말까지 모든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 한국앤컴퍼니의 자산총액은 현재 대비 50% 증가한 약 2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싸늘한 시장 반응, 주가 '곤두박질'
그러나 해당 인수 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한 분위기다. 인수 주체인 한국타이어와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의 재무 상황이 여유롭지 못한 만큼, 최악의 경우 조 단위 차입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연결 기준) 기준 1,967억원에 불과하다. 별도 기준 한국타이어의 현금성 자산은 3,331억원, 이 중 순현금자산은 3억원에 그친다. 한온시스템 인수 자금 대부분을 차입 등을 통해 충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온시스템의 기술이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사업과 실질적인 시너지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한온시스템은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에 특화한 기업이다. 한국타이어의 주력 사업인 타이어 부문과 이렇다 할 접점이 없다는 의미다. 현재 한온시스템이 미국 조지아에서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후 추가 현금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이 같은 부정적 여론은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인수 소식이 전해진 7일, 한국타이어 주가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6.98%(8,950원) 급락한 4만3,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 행렬이 매물을 쏟아내며 주가가 순식간에 미끄러진 것이다. 같은 날 한온시스템 역시 13% 넘게 하락한 5,620원에 장을 마감했다.
'경영권 분쟁' 또 시작되나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추후 한국타이어의 주가가 한온시스템의 실적에 비례해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한온시스템이 이렇다 할 실적 개선세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한국타이어도 함께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한국타이어가 주가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지난해 연말 한국타이어를 둘러싸고 벌어진 '경영권 분쟁'에 다시금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의 자녀들이 조현범 회장의 과감한 인수 결단을 '공격'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말 MBK파트너스는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조희원씨와 손을 잡고 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매수에 착수한 바 있다.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20.35~27.32%(1,931만5,214∼2,593만4,385주)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조 고문의 지분은 18.93%, 조희원씨의 지분은 10.61% 수준이었다. 공개매수가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이들의 지분율은 49.89~56.86%까지 치솟는다. 당시 조현범 회장 지분율(42.03%)을 훌쩍 뛰어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의 공개매수는 실패로 끝났다. 당시 MBK파트너스 스페셜 시튜에이션스(MBKP SS)는 입장문을 내고 “유의미한 청약이 들어왔으나 목표치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기업 지배 구조 개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MBKP SS는 지켜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도 한국앤컴퍼니 지배 구조 개선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다. 이번 인수 건으로 인해 한국앤컴퍼니의 주가가 하락세를 유지할 경우, MBK파트너스 등 조현범 회장의 '반대 세력'이 다시금 지배 구조와 관련한 반발의 뜻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