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 철수하는 트위치, 네이버·아프리카TV는 "난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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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망 사용료' 부담 표현해 온 트위치, 결국 국내 서비스 종료 아프리카는 멀쩡한데 왜 트위치만? 진짜 사업 철수 이유는 미궁 속으로 점유율 52% 서비스의 퇴장, 아프리카TV·네이버는 이용자 '줍줍'
아마존닷컴의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Twitch)가 한국 사업 철수를 예고했다. 국내 스트리밍 시장의 52%(11월 기준)를 점유하는 거대 사업자가 발을 뺀 것이다. 이에 네이버 ‘치지직’(CHZZK), 아프리카 TV(afreeca TV) 등 여타 스트리밍 플랫폼은 트위치 이용자 흡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위치 "망 사용료 때문에 사업 철수합니다"
트위치의 표면적인 한국 사업 철수 원인은 ‘망 사용료 부담’에 있다. 지난 6일 트위치는 공지사항을 통해 “2월 27일부로 한국에서 사업 운영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며 “대부분의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에서는 10배가 더 높은 네트워크 수수료(망 사용료)로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대신증권은 트위치의 연간 망 사용료 납부 금액이 5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망 사용료가 근본적인 원인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스트리밍 시장에서 트위치와 함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아프리카TV의 연간 영업이익률이 25~32% 수준이다. 트위치와 유사한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음에도 불구, 스트리밍 업계 '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트위치 철수에 망 사용료 이상의 원인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두 플랫폼의 가장 큰 차이는 '수익 창출' 방안에 있다. 아프리카TV는 BJ 후원 수단인 ‘별풍선’ 수익을 정산할 때 20~30%의 수수료를 챙긴다. 자체적인 후원 체계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찾은 셈이다. 반면 트위치는 자체적인 후원 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일각에서는 트위치가 국내 시장에서 모회사 '아마존'의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마존닷컴이 진출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실적을 끌어올리기란 사실상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위치 국내 서비스 철수의 징후
하지만 트위치 철수의 '진실'은 알 수 없다. 망 사용료와 관련한 사업자 간 협약은 대부분 기밀유지계약(NDA, Non disclosure agreement)으로 체결된다. 결국 트위치가 어느 정도의 망 사용료 부담을 지고 있었는지, 그 부담이 정말로 여타 국가 대비 '10배' 수준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는 의미다. 확실한 사실은 트위치가 이전부터 망 사용료 부담을 호소해 왔다는 것뿐이다.
트위치는 이미 지난해 9월 국내에서 최대 영상 해상도를 1080p에서 720p로 조정한 바 있다. 당시 트위치는 화질 저하 이유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용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미 이때부터 트위치가 국내 망 사용료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본다. 국내 시청자 및 시청 시간이 증가하며 트래픽이 늘었고, 이로 인한 비용 부담 역시 커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같은 해 11월에는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도 중단됐다. 방송의 하이라이트 클립, 지난 방송 다시보기 등 VOD 콘텐츠 전반을 시청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올해 초부터는 국내 스트리머들이 아예 새로운 VOD 콘텐츠를 생성하거나 업로드할 수 없게 됐다. 실시간 콘텐츠 중심으로 서비스를 개편해 트래픽 증가를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 일각에서는 트위치의 VOD 서비스 중단이 망 사용료 부담과는 무관하며, 어디까지나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조치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트위치 이용자 잡아라, 네이버와 아프리카TV의 격돌
잡음 끝에 트위치는 결국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국내 스트리밍 시장의 절반이 갈 곳 없이 '공중분해'된 것이다. 이에 각 스트리밍 플랫폼은 트위치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네이버는 오는 19일부터 상반기 정식 출시 예정인 게임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을 오는 19일부터 공개 시험(오픈베타 테스트)한다. 치지직은 구성, 디자인 등 서비스 전반이 트위치와 상당히 유사한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베타 참여 신청 조건은 '구독자 1만 명 이상'으로 제한했다. 선별된 스트리머를 서비스에 끌어들여 이용자 풀을 갖추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네이버는 기존 트위치 스트리머 위주로 진행되던 e스포츠 대회 ‘자본주의가 낳은 대회(자낳대)’를 후원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치지직은 오는 20일 ‘2023 자낳대 시즌2’ 참가자 인터뷰, 팀원 경매(선발)를 시작으로 26~30일 본대회 방송을 송출할 예정이다.
아프리카TV는 노골적으로 트위치와 손을 잡았다. 지난 15일 아프리카TV는 트위치와의 파트너십 프로그램인 ‘트위치! 웰컴!’을 소개하는 방송을 진행했다. 트위치 스트리머와 이용자는 트위치 계정을 아프리카TV에 연동, 기존 계정 그대로 아프리카TV에 로그인할 수 있다. 이용자가 트위치에서 구독하던 스트리머를 따라 아프리카TV로 이동할 경우 기존 트위치 구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내년 1월 말까지 계정을 전환한 스트리머는 트위치 내 방송 시간을 최대 400시간 인정받아 아프리카TV의 ‘베스트 BJ’ 신청 조건인 500시간을 쉽게 채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