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구로 성장 모색하는 쿠팡, ‘중국 셀러 모집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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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적극적인 캠페인·설명회 전개 "조악한 물품 받아", 2021년 악몽 되풀이 말아야 ‘프로젝트 클린’ 선언한 알리와 정면 승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중국 판매자(셀러) 확대 모집에 돌입했다. 중국 현지에서 각종 캠페인과 설명회를 여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통해서다. 최근 국내 사업을 확장 중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에 맞서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가품 거래와 교환·반품 등에 소비자 불편 해소는 극복해야 할 과제로 주어졌다.
"글로벌 풀필먼트 서비스로 한국 진출 기회 제공"
11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중국 셀러를 대상으로 ‘바이럴 마케팅 캠페인’ 전개 계획을 알렸다. 자사의 오픈마켓에 상품을 등록하고 한국 주요 포털 사이트 등에 홍보 게시물을 배포하면 보조금 쿠폰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캠페인이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셀러는 쿠팡 시스템 추천 수준 아래로 상품 가격을 설정해야 하며,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직접 제작 및 배포한 홍보 게시물의 조회 수가 1,000회를 넘어야 한다. 쿠팡은 이같은 내용을 전달하며 행사 품목의 재고를 충분히 확보해 줄 것을 당부했다.
중국 현지 설명회 또한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적극 전개 중인 사업인 로켓배송, 로켓그로스와 비슷한 형태의 글로벌 풀필먼트 서비스(CGF)를 이용한 한국 사업 진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 처음 선보인 CGF는 쿠팡이 상품 입고부터 보관, 배송, 고객서비스(CS)에 이르는 물류의 모든 과정을 도맡아 운영하는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 도입 이전까지는 쿠팡 현지 법인이 상품을 직소싱하는 판매 모델이 유일했지만, CGF 도입 이후 중국 셀러들이 직접 쿠팡에 등록해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절감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쿠팡의 적극적인 중국 셀러 확보는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다. 과거 북미와 유럽 지역의 건강기능식품이나 주방용품 등이 주를 이뤘던 쿠팡 내 ‘로켓직구’ 카테고리가 빠르게 중국 물품들로 채워지면서다. 로켓직구 내 중국 스토어에 등록된 상품은 서비스 출시 초기 8만여 개에서 최근 600만 개로 급증했다.
‘아이템 위너’ 제도의 뼈아픈 교훈, 신뢰도 떨어진 셀러와는 작별
업계에서는 쿠팡의 중국 셀러 확대 모집을 최근 국내 사업을 확대 중인 알리, 테무 등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풀이했다. 높은 가격 경쟁력과 방대한 상품 라인업을 자랑하는 중국 셀러들을 대거 유입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실제로 쿠팡은 “앞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가전을 비롯해 의류, 생활 소품 등 다양한 분야로 중국 셀러들의 판매를 확대할 것”이라며 이같은 시장의 해석을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쿠팡이 한 차례 중국산 가품 판매로 몸살을 앓은 만큼 관련 문제를 철저히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직구 판매 품목을 대폭 확대한 쿠팡은 2021년 “안심하고 구매한 상품인데, 조악한 중국산 제품을 받았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소비자들의 혼란을 키운 원인으로는 ‘아이템 위너’가 지목됐다. 해당 제도는 동일 상품을 판매하는 다수의 판매자 중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판매자에게 여타 판매자의 리뷰와 소비자 만족도를 적용하고 상품을 상단에 배치하는 등 혜택을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쿠팡은 잇따른 소비자들의 불만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해외 판매자 누구나 등록 가능했던 오픈마켓 시스템을 닫고 자사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에만 판매할 수 있게 했다. 자체 배송이 필요한 업체들은 꼼꼼한 자체 검증을 통해 이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강도 높은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하며 “중국산 제품의 품질 논란이 꾸준비 반복된 만큼 이번 조치로 신뢰할 수 없는 판매자들과의 동행을 끝내는 동시에 풀필먼트 매출을 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알리 "한국은 중요한 시장, 짝퉁 판매 근절 앞장설 것"
다만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도 이른바 ‘짝퉁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소비자 신뢰도 확보를 위해 주력하고 있다는 점은 쿠팡이 경쟁 우위에 서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는 이달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알리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 중 하나”라고 강조하며 “앞으로 3년간 지적재산권 보호와 소비자 권익 강화에 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프로젝트 클린’ 등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히며 “가품 신고 간소화 등 조치로 한국 소비자들의 권리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다수의 중국 기업이 대규모 자본을 기반으로 국내 물류까지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도 쿠팡에는 걸림돌이다. 이날 장 대표는 “2024년 착공을 목표로 한국 내 물류센터 개설을 검토 중”이라며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전면전을 예고했다. 독보적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제품 판매에서 품질 검증과 배송기간 단축에 성공해 시장의 우위를 선점하는 기업은 누가될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