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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폭등, 달러 가치 하락에서만 기인했다고 보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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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폭등, 연준 중요 인사의 비둘기파적 발언이 결정적 영향 줬다?
실제 시장 참여자들도 내년 5월 금리 인하 가능성 50% 이상으로 예측 중
다만 이번엔 달러 '약세'만 있었을 뿐, 달러 '폭락' 불러왔던 과거 사례와는 차별돼

금값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미국의 기준 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 퍼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금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금값 랠리 현상은 달러 '폭락'을 동반했던 과거 사례와는 다소 차별되는 만큼, 미국의 정부 부채 급증 및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견해다.

골드바-1
사진=픽사베이

금값이 '금값'된 이유?

30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12시 기준 현재 국제 금값은 온스당 2,048 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이는 전고점인 10월 27일(2,006 달러)은 물론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여진이 한창이던 지난 5월 5일(2,016 달러) 이후 가격도 훌쩍 뛰어넘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시장조사업체 펀드스트랫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향해 움직이고 있고, 온스당 2,500달러(약 323만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금값이 말 그대로 '금값'이 된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 중단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설명이 시장에선 지배적이다. 통화 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난 투자자들이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 금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 인사가 기존 기준금리 인상 의견을 폐기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크리스토퍼 윌러 연준 이사는 지난 28일(현지 시각) 한 행사장에서 "현재 통화정책이 경제 과열을 식히고 당초 통화 정책 목표인 물가상승률 2%로 되돌리기에 적절하다는 확신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3, 4, 5개월 후 인플레이션이 잦아들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발언이 전해지자 기준금리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2년물 미국 국채금리도 이날 0.1% 포인트 하락한 4.753%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 역시 0.04% 포인트 하락한 4.35%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10년물 국채금리가 5% 저항선을 돌파했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한 달 새 0.6%포인트 이상 빠진 것이다.

내년 5월 금리 인하 시작될 것이라고 보는 시장 참여자들 '5할'로 급증

지난해 3월 이후 11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연준은 올해 9월부터 두 차례 동결하면서 현재의 연 5.25~5.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30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내년 5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49.6%로 보고 있다. 최소한 내년 중순까지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던 10월 중순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다만 시장의 과도한 기대감을 경고하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년간 추진된 긴축의 효과가 현재까지도 완전히 나타나진 않았다는 것이다. 클레어 롬바르델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변동성이 큰 식량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적으로 하락세를 보였으나 미국과 유럽,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 품목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4% 이상의 연간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인 인플레이션 2%에 도달하기 위해선 현재의 통화정책이 아직 일정 기간 동안은 제한적으로라도 유지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비교적 긴축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미국과는 대조적으로, 유럽권과 영국의 경우 아직 통화 완화 정책을 근시일 내에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클레어 이코노미스트는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나, 미국보다 늦게 통화 긴축을 시작한 ECB와 영국 중앙은행 영랑은행의 경우 아직 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잔존하는 만큼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시점인 2024년 상반기보다 훨씬 긴 2025년까지 기준금리를 현재 최고 수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페드워치

이번 금값 랠리 원인의 근본적인 이유는?

다만 이번 금값 랠리의 배경을 단순 시장의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측면에서만 바라봐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물론 달러 인덱스가 이번 달 들어 가장 가파른 월간 하락세를 보인 것은 맞지만, 과거 달러 '폭락'을 동반했던 금값 랠리 사례와 비교해 보면 이번 현상은 과거와 같은 굵직한 경제적 이벤트는 없었으며 이에 따라 단기적 달러 약세만으로 금값 랠리를 온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1960년 이후 금 가격의 슈퍼 랠리는 1970년대 미국의 금 태환 정지 사례, 1985년 플라자 합의, 2000년대 닷컴 버블과 중국의 경제 성장 '붐', 그리고 이번까지 총 4차례였는데, 이번 랠리는 당시 시장 체제를 전반적으로 뒤집었던 과거와는 달리 달러 '초약세'를 동반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즉 2019년부터 이어진 달러화의 비교적 강세의 흐름 속에서도 금 가격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현재 사례는 다소 특이 케이스라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금값 상승세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미국의 부채 급증을 꼽는다. 미국 정부 부채와 금 가격은 통상적으로 강한 상관성을 보이는데, 팬데믹 등 위기 극복 차원과 자국 산업 패러다임 전환 차원에서 과도하게 지출된 재정지출이 금과 같은 달러 대체 통화 수단에 대한 투자 열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중, 미·러 갈등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 또한 금 가격 랠리에 일조한 것이라는 게 현재 골드 시장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공통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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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대표 매파 월러 이사 "현 통화정책 인플레 목표치로 낮추기에 적절"

연준 대표 매파 월러 이사 "현 통화정책 인플레 목표치로 낮추기에 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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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러 연준 이사 “현재 금리 수준 충분히 제약적”
다만,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언급 없어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높아지며 위험자산 선호 현상↑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표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현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 낮추기에 적절하다고 발언했다. 앞서 “물가 안정을 위해선 경제 성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언급 등 긴축적인 발언을 이어왔던 그가 완화적인 태도로 돌아서자 금융시장은 일제히 환호했다. 달러화는 3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미 국채 금리도 지난 9월 FOMC 회의 직후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미국 채권 금리와 연동하는 국내 채권시장에도 훈풍이 불며 투자 심리가 호전된 가운데 국내 채권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분간 국채 금리가 박스권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의외의 비둘기파적 발언 이어져

28일(현지 시간) 월러 이사는 미국기업연구소(AEI)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현재 연준의 통화정책이 충분히 제약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연설문을 통해 “현재 금리 수준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에 적절하다는 확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발언했다. 실제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3.2%를 기록하며 지난해 6월(9.1%)에 비해 대폭 안정됐다.

월러 이사는 최근 미국 경제활동이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도 지적하며 연준이 더 이상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최근 몇 주간 연준이 입수한 경제 지표를 살펴보면 소매 매출부터 노동시장, 제조업 현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경기 둔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는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와 고용보고서 등 주요 지표를 확인해야 한다면서 향후 정책에 대한 입장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4분기 경제 전망이 둔화의 초기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선 고무적이지만, 앞으로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지 여부를 말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 금리는 연 5.25%~5.5%이다. 올해 마지막 FOMC가 내달 12월 12~13일로 예정된 가운데 시장에선 연준이 이번에도 금리 동결을 택할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연준 금리인하 전망 확산에 달러화, 국채 금리 큰 폭 하락

이날 월러 이사의 발언은 곧바로 금융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높였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내년 5월 기준금리 인상을 개시해 연말까지 총 4차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외환 시장에서도 달러화가 3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는 장중 102.89까지 내려앉으며 지난 8월 31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의 전망치를 큰 폭 하회했던 CPI 지표가 발표된 11월에는 월초부터 3.6% 가까이 떨어지며 1년 만에 최악의 월간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채권 금리 역시 하락했다.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연 4.75%까지 떨어져 8월 1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글로벌 채권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도 0.04%포인트 하락한 연 4.35%로 마감했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강화하며 수익률이 폭등했던 지난 9월 FOMC 회의 직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달러화 및 국채 금리 하락이 의미하는 것처럼 시장 설문조사에서도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하 전망이 확산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날 JP모건이 지난 1991년부터 매주 실시해 온 고객 설문조사에 따르면 채권 현물시장에서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한 적극적 투자자들이 어느 때보다 낙관적인 시장 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적 투자자의 순매수 포지션은 78%로 늘어나며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조사에 참여한 40∼60대 전체 투자자들의 순매수 포지션도 2010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CPI-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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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연동하는 국내 채권시장도 강세, 당분간 보합세 전망

국내 채권시장도 월러 이사의 발언 영향으로 강세를 보였다. 국고채 3년물과 5년물은 전날보다 각각 4.1bp, 5.2bp 하락한 3.648%, 3.670%를 기록했다. 10년물도 전날보다 4.1bp 하락한 3.726%를 기록했으며, CD(91일물)금리는 전날과 동일한 3.84%로 마감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들어 국내 채권시장 심리가 전월 대비 호전됐다고 보고 있다. 금투협이 28일 발표한 '2023년 12월 채권시장지표(BMSI)'에 따르면 종합 BMSI는 106.5를 기록하며 전월(99.9)보다 6.6p 상승했다. BMSI가 100 이상인 경우 채권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며 채권시장 심리가 양호하다는 뜻이며, 100 이하일 경우 반대로 시장 심리가 위축돼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 채권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분간 국채 금리가 박스권 움직임을 보일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금투협이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다음 달 국내 채권시장의 금리 방향을 두고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 응답자 비율은 전월보다 20% 포인트 증가한 57%로 집계됐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 채권 운용역은 “이번 주 국채 시장 움직임은 매크로 지표와 금통위 예상 등을 감안하면 미국 금리 연동하는 박스권 장으로 예상된다"며 “뚜렷한 국내 재료가 없는 가운데 특정 범위 안에서 금리가 등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로 통화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앞선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96%가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직전 달(90%)보다는 6% 포인트 늘어난 결과로, 한국과 미국의 물가상승률 역전 및 국내 가계부채 급등 등의 우려로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공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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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 걸린 파나마 구리 광산 개발, 파나마 사태와 론스타 사태의 '평행관계'

'제동' 걸린 파나마 구리 광산 개발, 파나마 사태와 론스타 사태의 '평행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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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에 몸살 앓는 파나마, 광산 개발 '급브레이크'에 韓도 '난처'
당장 영향은 적겠지만, "파나마 대선 이후 동광 공급에 차질 가능성 있어"
국내 상황에 해외 기업 손실, 론스타 사태의 '데자뷔'
동광
세계 10대 동광산인 코브레 파나마 동광산 전경/사진=한국광물자원공사

우리 업체가 일부 지분을 보유한 파나마 코브레 구리 광산 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파나마 정부와 개발 기업 간 체결한 계약이 파나마 법원에 의해 위헌 판단을 받으면서다. 시위의 직접적인 요인은 정부가 짧은 기간 내에 광산 개발 승인법을 재빨리 통과시킨 데 있었다. 실제 파나마 정부는 단 5일 만에 해당 법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국가 내부 상황에 의해 해외 기업 입장에 있는 우리나라 또한 손실이 불가피해지면서 입장이 다소 난처하게 됐다.

파나마 대법원 "광업권 계약 승인법은 '위헌'"

파나마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8일(현지 시각) "지난 10월 20일 발효된 정부와 미네라파나마(Minera Panamá S.A.) 간 광업권 계약 승인법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코브레 광산을 개발하는 미네라파나마는 캐나다 업체인 퍼스트퀀텀미네랄(FQM)에서 90%, 한국광해광업공단(옛 광물자원공사)에서 1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현행 파나마 헌법에 따르면 모든 광물 매장지는 국가 소유다. 이와 관련해 마리아 에우헤니아 로페스 대법원장은 "대법관 9명 만장일치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해당 법률은 생명권과 오염되지 않은 환경에서 거주할 권리 등 지역 주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민간투자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주민의 권리보다 앞설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약 과정에서 검토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가 2011년에 작성된 것이란 점도 지적했다. 최근의 상황을 반영할 수 없어 정보 접근권을 위반한 행위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비슷한 사유로 과거에 유사 법령에 대해 위헌 결정을 받았음에도 문제점을 고치지 않은 채 다시 계약한 것은 삼권분립 정신에 대한 모독"이라며 파나마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는 파나마 환경단체가 2017년에도 유사한 소송에서 승소했던 점을 언급한 것이다. 최근 파나마 정부가 재협상에 나서 FQM과 재계약을 맺게 된 것도 당시 소송 결과가 단초가 됐다.

파나마의-주요-동광-수출국가

"광산 개발 악영향 다분, 너무 성급했다"

이번 사건의 시작은 지난달 20일 공표된 ‘파나마 정부와 미네라파나마 간의 광산 개발 양허계약 승인법(Ley 406 de 20 de octubre de 2023)’이었다. 시위의 직접적인 요인은 정부가 단 5일 만에 광산 개발 계약 승인법을 통과시킨 의사결정 과정에 있다. 실제 해당 법률은 상당히 바쁘게 처리됐다. 10월 16일 페데리코 알파로(Federico Alfaro) 산업부 장관이 해당 승인법을 의회로 제출했고, 20일 의회에서 이를 최종 승인했다. 또 같은 날 라우렌티노 코르티소(Laurentino Cortizo) 대통령이 최종 서명해 관보에 ‘제406번 법(Ley 406)’으로 공표했다. 파나마 법률은 고나보에 공표하는 순간 효력을 가진다. 이에 파나마 국민들 사이에선 "주민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가 성급하게 결정을 내렸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파나마 내 시민사회단체들은 환경 오염 등 악영향이 다분한 개발에 극도로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고도의 채굴기술을 기반으로 한 ‘노천광산(open-pit)’ 개발 방식은 주민의 고용을 크게 활성화할 수 없다"며 "도시빈민층의 생활 여건 개선에도 도움 되지 않는 광산 개발은 오히려 폐수를 발생시켜 돌이킬 수 없는 수자원 및 토양오염을 초래할 수 있다"고 일갈했다. 이들의 시위가 거세지자 파나마 정부는 군대까지 동원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날 결국 대법원은 광산 개발에 제동을 걸었다.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대법원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번 사건으로 FQM은 적잖은 손해를 입게 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판결로 FQM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광산 계약 취소에 대한 중재 절차를 제기한 뒤 자산 매각 방식으로 철수한 10여 년 전의 경험을 되풀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또한 미네라파나마에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번 파나마 시위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제406번 계약승인법은 광해광업공단을 '관계사' 및 '가입사(afiliado)'로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해당 기업은 일반적으로 캐나다 회사로 인식되고 있지만, 일부 SNS 게시물 등에서 '캐나다와 한국 합작기업'으로 표기된 경우가 있어 사태가 심화할 경우 한국이란 국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또 2022년 기준 한국은 파나마의 제3위 동광(HS 2603) 수출 대상국이다. 현재 시위가 당장 광산 조업이나 한국의 동광 공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되지만, 이번 시위의 배경에 2024년 5월로 다가온 파나마 대선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갱신된 계약에 대한 향후 안정성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형국이다. 당장 계약 갱신이 추진된 것도 기존 승인된 계약법(1997)의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대법원이 위헌 판결(2018)을 내림에 따라 촉발된 것이니 만큼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파나마, 韓 론스타 사태와 닮은꼴?

한편 이번 파나마 시위 사태를 두고 일각에선 우리나라의 '론스타 사태'가 떠오른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정부 및 국가 내부 상황으로 인해 해외 기업이 손실을 보게 됐다는 점에 공통 분모가 있다는 시각에서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지난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34억원에 인수한 뒤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이 지분을 3조9,156억원에 팔았다. 이 과정에서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매각 승인을 늦게 내려 외환은행을 더 비싸게 팔 수 있었음에도 손해를 봤다며 2012년 11월 ISD를 제기했다. ISD는 외국 투자자가 투자 국가의 법령이나 정책으로 인해 이익을 침해받은 경우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한 제도다. 당시 한국 금융당국은 론스타를 둘러싼 각종 의혹,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에 대한 검찰 수사 등으로 인해 매각 승인 지연이 불가피했다고 반박했다.

다만 중재재판부는 금융 쟁점 부분에서 론스타 측 주장 일부를 받아들였다. 론스타는 2011~2012년 하나금융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부당하게 매각 승인을 지연했고 하나금융과 공모해 외환은행 매각 가격을 인하하도록 압력을 가해 자신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는데, 중재판정부는 금융위가 매각 가격이 인하될 때까지 승인을 지연한 행위는 '금융당국의 권한 내 행위가 아니다'fk며 공정·공평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해당 사건의 핵심 쟁점이 금융당국의 승인 지연에 정부의 부당한 압박이 있었는지 여부였던 만큼, 중재판정부가 이를 인정한 이상 사실상 우리나라 입장에선 패소한 판결이 됐다. 이는 정부 상황에 따라 해외 기업이 손해를 입었단 정황이 보다 확실시됐다는 의미기도 하다. 파나마 정부와 우리 정부 사이의 '데자뷔'가 이번 시위 사태의 핵심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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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물류 시장 평정한 아마존, 기대의 시선은 쿠팡으로?

美 물류 시장 평정한 아마존, 기대의 시선은 쿠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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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올해 배송량 59억 개 추산
UPS 충성 고객에서 경쟁자로 ‘우뚝’
아마존 전철 밟는 쿠팡의 미래는?
231128아마존
사진=아마존

미국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이 물류 시장 진출 8년 만에 자국 최대 물류 기업인 페덱스와 UPS를 추월하며 미국 내 민간 최대 물류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업계에서는 연말께 이들 기업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것으로 내다보며 아마존의 사업 모델을 벤치마킹한 우리 기업 쿠팡의 성장세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페덱스 따돌린 아마존, 이번엔 UPS 추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 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아마존이 지난해 UPS의 물류 배송량을 추월해 미국 민간 물류 기업 중 가장 많은 물류를 소화했다고 전했다. 아마존은 앞서 2020년 페덱스의 배송량을 뛰어넘으며 최대 물류 기업에 한 걸음 다가선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이달 23일 추수감사절 이전까지 올해에만 48억 개 이상의 배송량을 기록했다. 추수감사절 직후 블랙프라이데이, 사이버먼데이 등 대규모 세일이 잇따르는 점을 고려하면 아마존의 올해 총배송량은 약 59억 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아마존의 지난해 연간 총배송량 52억 개보다 약 13%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민간 최대 물류 배송량을 기록한 기업은 UPS로, 약 53억 개의 소포를 배송했다. 하지만 아마존이 선전한 올해는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UPS의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배송량은 약 34억 개다. 지난해 3위를 기록했던 페덱스는 지난 5월 말까지 약 30억 개의 물량을 소화했다. 아직 아마존이 연방정부 기관인 미국 우정공사(USPS)의 물류 배송량을 넘지 못한 가운데 민간 물류 시장은 변화를 앞두고 있는 셈이다.

현지에서는 아마존의 물류 사업 초창기에 쏟아졌던 비관적 전망 등을 떠올리면 눈부신 성장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지난 2016년 아마존이 자국 물류 시장에 대전환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프레드 스미스 페덱스 회장은 “환상적”이라는 말로 자조하며 “앞으로도 미국 내 주요 물류들은 USPS, UPS, 페덱스를 통해 배송될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이처럼 비관적인 일각의 전망 속에서도 아마존은 '2일 배송' 등을 앞세워 빠른 속도로 시장 내 입지를 키웠다. 2일 배송은 자사 유료 멤버십 회원이 주문한 순간부터 48시간 이내에 물건을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앞서 8월 아마존은 올해 멤버십 회원이 구매한 상품 약 18억 개가 주문 당일 또는 다음날 배송됐으며, 이는 2019년과 비교해 4배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브라이언 올사브스키 아마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달 초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배송 속도 개선은 자사의 핵심 성장 동력”이라고 평가하며 “빠른 배송을 경험한 멤버십 회원들의 구매 빈도 또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이 급부상한 물류 시장에서 페덱스와 UPS는 차별화를 모색 중이다. 페덱스는 그간 전체 사업의 일부에 불과했던 이커머스 부문을 확대해 아마존에 빼앗긴 시장 내 점유율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또 UPS는 소매 물류에 집중됐던 사업 타깃을 기관 및 기업을 대상으로 옮겨 수익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서비스 소비자에서 제공자로

현지에서는 아마존이 물류 시장 진출 전까지 UPS와 페덱스의 주요 소비자였다는 점에서 이번 시장 재편이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풀이했다. 아마존의 급성장 뒤에는 고객사로 경험한 각종 불편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UPS와 페덱스가 아마존의 시행착오를 없애준 셈이다.

2014년 처음 물류 업계에 발을 들인 아마존은 대규모 투자를 기반으로 자체 물류망을 개척했다. 동시에 ‘라스트 마일’이라 불리는 물품 전달 최종 단계를 수행하는 배송 업체 수천 곳을 자사로 편입시키며 전국 유통망을 확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또한 아마존에는 호재였다. 비대면 쇼핑이 급증한 이 기간 아마존은 팬데믹 물류 창고와 물류센터 등 관련 시설을 2배 가까이 확대하며 배송 시간을 단축했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물품의 자체 배송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아마존은 2019년 미국 내에서 판매된 약 45억 개의 물품 중 23억 개를 직접 배송했다. 당시 58% 수준이었던 자체 물류 비중은 이후 꾸준히 증가해 올해 8월에는 66%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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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 내에서 작업자들이 물품을 분류하고 있다/사진=쿠팡

‘아마존 닮은 꼴’ 자처한 쿠팡의 미래에 이목 집중

국내 업계에서도 아마존의 성장세에 많은 이가 주목하고 있다. 이커머스에서 물류로 영역을 넓히며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쿠팡이 아마존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쿠팡이 발표한 ‘쿠팡 임팩트 리포트’에 따르면 쿠팡은 전국 30여 개 지역에 100개 이상의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 상태다. 이를 위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30억 달러(약 3조8,880억원)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당일 배송’을 강행하던 쿠팡의 고집은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2022년 3분기 무려 8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이룬 쿠팡은 곧바로 이커머스 업계 1위를 탈환했고, 내친김에 물류 1위까지 내다보고 있다. 쿠팡은 현재 한국 인구의 70% 이상이 쿠팡 물류 인프라로부터 10분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를 9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쿠팡과 함께 이커머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네이버는 최대 수조원에 달하는 비용과 물류 센터 구축에 필요한 시간을 아끼기 위해 대한통운 등 기존 물류 기업과 적극적으로 협업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네이버가 선보인 도착보장 서비스는 이같은 협업의 결과다. 해당 서비스는 ‘도착보장’ 태그가 붙은 상품에 한해 미리 고지된 배송 예정일에 물건을 전달하는 서비스다. 별도의 멤버십 가입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쿠팡과의 차별점이다.

재화가 오가는 모든 시장이 그렇듯 이커머스 시장 역시 가격으로 경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은 차별화된 서비스로 우열을 가려야 하는데,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빠르고 정확한 배송’이 기업의 핵심 전략으로 떠오른 모양새다. 고객과의 광범위한 접점을 배송 연합군의 힘으로 공략하는 네이버와 탄탄한 자체 인프라로 고객 만족도 최상을 노리는 쿠팡 중 누가 승자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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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업계, 잠재적 부실기업 전체의 40% 달해 "채무상환 힘든 한계기업도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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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건설정책연구원, ‘건설외감기업 경영실적 및 한계기업 분석’보고서 발표
고금리 장기화로 늘어난 이자비용 및 건설 자잿값 상승 등이 주요 배경
수익성 저하로 건설사들 부실시공마저 심각한 수준
사진한화건설-인스타그램
사진=한화건설 공식 홈페이지

건설기업 10곳 중 4곳은 정상 채무 상환이 어려운 ‘잠재적 부실기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이자 부담이 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으로 건설 자잿값까지 상승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악화된 영향이다. 수익성 저하로 건설사들의 부실시공마저 ‘심각’ 단계에 이르며 건설 업계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가운데, 정부의 적절한 조치 없인 내년 건설 업계 부실이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부실기업,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서 많이 늘어

28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건설외감기업 경영실적 및 한계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 업계(이하 모두 외감기업 기준)의 이자보상배율은 4.1배를 기록했다. 2018년 6.8배에서 2019년 5.6배로 하락한 후 지속 오름세를 보였던 건설업 이자보상배율은 2021년 6.4배까지 회복한 이후 지난해 급락하면서 최근 5년 동안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산업의 이자보상배율이 5.1배인 것과 비교하면 산업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 등 금융비용으로 나눠 산출되는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한국은행은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많아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을 정상적 채무 상환이 어려운 잠재적 부실 상태로 간주하고,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들을 ‘취약기업’으로 분류한다.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건설기업은 929곳으로, 건설업 전체의 41.6%를 차지했다. 2018년 32.3%(642곳)에서 매년 상승해 4년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이 역시 전체 산업 평균인 36.4%보다도 크다.

지난해 한계기업에 해당하는 건설기업은 387곳으로 전체의 18.7%에 달했다. 2020년 15.8%에서 2021년 17.3%, 2022년 18.7%까지 증가해 온 한계기업 비중은 토목건설업의 비중이 2020년 67개사에서 2022년 96개사로 늘면서 3년 만에 43.3% 상승했다. 건물건설업도 2020년 149개에서 2022년 183개사로 늘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전체 387개사 중 54개사로 14.0% 비중을 차지했으며, 중소기업은 333개사로 86.0%를 차지했다. 기업 규모별 그간 한계기업 추세를 보면 건설대기업은 2020년 46곳에서 2021년 47곳, 지난해에는 54곳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중소기업은 2020년 259곳에서 2021년 302곳, 지난해에는 333곳으로 매년 큰 폭 증가했다. 대기업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중소기업은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건설 업계 ‘한계기업’ 증가세 배경

건설 업계의 한계기업 증가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이자비용이 증가한 영향이 주효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저금리 기조에 맞춰 투자와 부채를 늘려온 건설기업들은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에 이자비용이 늘면서 경영 실적이 악화 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해 건설 업계의 평균 매출액은 1,107억원으로 전년 대비 15.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4.5%로 전년보다 1.5%p하락했다. 그간 건설 업계 영업이익률은 2019년 5.6%에서 2021까지는 6%대 상승세를 이어왔으나 지난해 4%대로 급락했으며, 순이익률도 2021년 4.9%에서 지난해 3.6%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전년(133.5%)보다 11%포인트 넘게 상승한 144.6%로 집계됐다. 2018년 132.8%에서 2020년 120%대로 낮아졌으나, 지난해 최근 5년간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여기에 러-우 전쟁 이후 지속해서 상승한 건설 자잿값도 건설 업계의 재정건전성 악화를 키웠다. 이에 대해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고 건설 원가 역시 높은 상태로 올해 건설업의 부실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건설 경기의 반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 이후 건설 업계의 전반적인 부실은 본격화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공사들이 중단되지 않도록 건설 업계의 유동성 공급을 현실화하고 부실기업들에 대한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전문·중소 건설 업체들의 연쇄 부도 및 흑자 도산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한 생태계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대출금리
대출금리

‘LH 철근 누락 사태’ 등 건설사 부실시공 인식마저 자리 잡아

수익성 저하로 인해 건설사들의 부실시공마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철근 누락으로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에 더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91개 단지 가운데 15개 단지에서도 철근 누락이 무더기로 확인된 바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한 내용에 따르면 철근이 누락된 15개 단지 중 7개 단지는 구조 계산을 누락하거나, 잘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조 계산은 건물에 작용할 수 있는 각종 하중을 계산해 각 부위가 하중을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으로, 시공능력평가 27위인 한신공영이 시공한 양주회천 A15 단지는 154개 무량판 기둥 전부에 보강 철근이 빠졌다. 또 업계 41위인 효성중공업이 시공한 광주선운2 A2 단지는 구조 계산 오류로 112개 무량판 기둥 가운데 42개의 보강 철근이 빠졌다.

철근이 누락된 단지를 시공했거나 시공 중인 건설사 대부분은 중견 건설사지만, DL건설·한신공영·HL디앤아이한라·효성중공업 등 시공능력 평가액 1조원이 넘는 1군 건설사도 다수 포함됐다. 이에 따라 건설사 규모가 더 이상 아파트의 완성도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건설 업계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불과 2021년과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며 “GS건설의 부실시공 이슈에 이어 이번 LH 철근 누락 사태까지 겹치자 시장에선 아파트 부실시공이 만연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현재 건설 업계에선 브릿지론에서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로 넘어가는 사업장이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본 PF에서도 높아진 신규 발행·차환 비용 등으로 자금 부담에 허덕이는 시행사와 건설사가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잇따른 부실시공 이슈까지 가중될 경우 자금 경색이 심화하면서 부실기업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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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홍콩H지수 ELS' 내년 상반기 폭탄 터지나 "주가 반등 안 나오면 대규모 원금 손실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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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판매한 H지수 ELS, 내년 상반기에만 ‘8.4조’ 만기
H지수 내년에도 현재 수준 유지할 경우, 약 40~50% 원금 손실
금융감독원 전면조사 착수, “불완전 판매 여부 따질 것”
5대은행의-만기-도래-ELS-규모

홍콩H지수가 2년 전보다 40% 이상 하락하면서 국내 관련 주가연계증권(ELS)이 수조원대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 내년 상반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권 ELS만 8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면서 H지수가 반등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이 많게는 원금의 50%까지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ELS 판매가 가장 많았던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 전반에 대한 불완전판매 여부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전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한 홍콩H지수, ELS 손실은 ‘눈덩이’

26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이들 은행이 판매한 H지수 ELS 가운데 약 8조4,100억원이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한다. 이 중 KB국민은행(4조7,726억원)이 가장 많고, NH농협(1조4833억원)·신한(1조3766억원)·하나(7526억원)·우리은행(249억원) 순이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H지수 ELS의 계약 시점은 2021년 상반기로, 당시 H지수는 최고 1만300~1만2,000선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그러나 현재 지수가 그 절반 수준인 6,000선에 머물면서 이같은 상황이 내년에도 유지될 경우 대략 40~50%의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KB국민은행에서만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조원 이상의 물량이 손실 발생 구간(녹인)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ELS 손실 우려가 커지자 금감원은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ELS 상품 판매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H지수 변동성에 따른 ELS 상품의 손실 가능성을 사전에 고객들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 등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먼저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KB국민은행에 대해 다음 달 1일까지 현장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며, 신한·우리·NH농협 등 다른 은행도 관련 자료를 제출받고 서면 조사를 진행한다. 아울러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 증권사 6곳에 대해서도 ELS 판매 관련 조사가 있을 예정이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1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은행 창구에서 상품 자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복잡한 고위험 파생상품을 고령층 상대로 파는 것이 적정한지 강한 의문을 품고 있다”며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한 바 있다.

ELS, 기초자산 가격 일정 구간 넘어가면 ‘원금 손실’ 최대 100%까지도 가능

ELS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 때까지 일정 수준을 유지하거나 미리 정해진 구간 안에서만 움직이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 상품이다. 대개 만기 전 중도상환 시점에 일정 수준(투자 기준시점 가액 대비 90∼80%) 이상으로 기초자산 가격이 유지되면 수익이 나지만, 기초자산이 미리 정한 수준 이하로 가격이 내려갈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하며, 경우에 따라 최대 100%까지 손실이 날 수도 있다.

ELS는 크게 녹인형(knock-in)과 ‘노 녹인형(no knock-in)’ 상품으로 나뉜다. 녹인형은 계약 기간 중 기초자산(지수)이 일정 수준(통상 50%) 이하로 한 번이라도 떨어지면, 이에 연동해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 반면 노 녹인형은 계약 기간 지수가 얼마나 내려가던 상관 없이, 만기 때 가입 시 지수의 65% 수준 이상이면 원금과 약정 이자를 받을 수 있다.

2021년 상반기 KB국민 등 은행권이 판매한 ELS 상품 중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 대부분에서 녹인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H지수가 이미 2021년 지수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보다 보수적인 노 녹인 상품마저 내년까지 지수가 크게 반등하지 않는다면 원금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주식시장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경우 시장 하락에 대한 위험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고, 상승장에서도 투자할 수 있는 ELS를 유용한 투자 상품 중 하나로 꼽아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거 국내 ELS 시장에서 위기가 발생했던 사례가 적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H지수가 급락했던 대표적인 시기가 2015~2016년과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다. 2016년 1월 당시 국내 ELS 발행잔액은 49조원 수준으로 당시 주식시장 상황이 악화되고 조기상환비율이 급감하면서 ELS 잔액이 증가했다”며 “이렇게 잔액이 늘어난 상황에서 H지수가 전고점 대비 40% 가까이 하락하는 등 주식시장 충격이 발생하자,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헤지운용 과정에 놓인 ELS 발행사들이 크게 손실을 본 적 있다. 원금 손실이 전혀 없는 제품이 아니니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항셍

이미 7월 말부터 약 83억원 '원금 손실' 확정 지어

이미 일부 은행에선 올해 하반기 초부터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국내 ELS 상품의 원금 손실이 확정되고 있다. 현재 하나은행이 판매한 H지수 ELS 상품에선 지난 7월부터 이달까지 181억원의 만기 금액 가운데 83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손실률은 45.9%로 만약 5대 은행의 내년 상반기 만기액(8조4,100억원)의 손실률이 이 수준이라고 가정할 경우 전체 3조8,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당시에도 H지수는 6,000~7,000 수준에 머무르면서 지속 약세를 보였다. 해당 손실이 확정된 ELS의 판매 시기가 H지수가 고점을 형성했던 시기임을 고려하면, 기초자산 가격이 약 40%에 가까이 하락한 데 따른 결과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5대 은행 외 전체 은행권에서만 약 13조5,776억원 규모의 H지수 기초 ELS가 만기에 이를 예정이라는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올해 하반기에 81억원, 내년 상반기 중 9조371억원이 만기에 이르며, 내년 하반기 만기에 이르는 상품 규모는 4조5,405억원에 달한다. 손실 확정액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통상 ELS는 만기 때 기준가액의 60% 이하면 손실이 확정된다”며 “내년 1∼2월까지 홍콩H지수가 지금처럼 7,000을 하회할 경우 추가로 손실이 나는 상품이 늘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도 “미국 등 주요국 인플레이션이 둔화 조짐을 보이며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논의가 나오곤 있지만, 당장 내년 상반기까진 고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ELS의 기초자산인 주가지수가 급격히 반등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의 추가 변수가 발생할 경우 주가 약세가 더 오래갈 우려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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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동산 상승세는 단순 '반짝'이었나, 부동산 시장 '2차 폭락' 점치는 업계 시각 부쩍 늘어

올해 부동산 상승세는 단순 '반짝'이었나, 부동산 시장 '2차 폭락' 점치는 업계 시각 부쩍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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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셋째 주 기준 강남구 집값 0.02% 하락, 전국적으로도 부동산 하락세
부동산 시장 현재 가격보다 최대 30% 떨어질 것이라는 '2차 폭락론'에 힘 실려
2차 폭락 시 부동산에 돈 보따리 푸는 중국 상황 그대로 따라갈 수도

서울 집값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강남 집값이 7개월여 만에 처음 하락세로 전환됐다. 상징성이 큰 강남 집값이 하락 국면으로 돌아서자 시장 분위기도 얼어붙었다. 이는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여력이 크게 감소하면서 주택 실수요, 투기 수요도 모두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부동산 '2차 폭락'을 점치며 2024년엔 국내 아파트 가격이 현재 가격 대비 30%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차 폭락이 현실화되면 우리 정부 또한 빚을 감수하고서라도 부동산 시장에 공적 자금을 대거 풀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뒤따른다. 당장 현재 중국만 보더라도,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자국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결국 대규모 빚을 내 돈 보따리를 풀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 모두 경제에서 부동산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만큼, 내년 부동산 시장 폭락이 현실화되면 결국 우리 정부가 앞선 중국의 수순을 그대로 밟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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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주 만에 처음 하락세 전환한 강남구 집값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20일) 기준 강남구 집값은 0.02% 내렸다. 지난 4월 셋째 주(17일) 하락에서 벗어난 이후 31주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한 것이다. 단지별로 살펴봐도 하락 흐름이 뚜렷하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현대1차' 전용 196㎡는 지난달 67억원에 손바뀜했는데, 이는 지난 4월 78억원에 팔린 것을 감안하면 11억원이 내린 셈이다. 역삼동 '역삼푸르지오' 전용 84㎡도 지난 9월 23억9,5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는데, 이는 지난 7월 기록한 고점인 24억3,000만원보다 3,500만원 떨어진 금액이다. 이 밖에도 최근 주요 단지에선 거래 신고가가 경신되지 않고 있다.

하락세가 가시화되면서 매물 또한 쌓이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같은 날 강남의 아파트 매물은 6,730건으로 석 달 전(6,336건) 대비 6.2% 많아졌다. 거래량도 감소세로, 서울부동산광장에 의하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2,311건으로 전월(3,400건) 대비 33% 줄었다. 올 4월부터 매달 3,000건 이상 6개월 만에 거래되다가 2,000건대로 내려온 것이다.

강남 집값의 하락 요인으로는 역설적이게도 그간의 가격 급등이 꼽힌다. 지난해 집값이 급락한 이후 상급지인 강남으로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가격이 매우 빠르게 반등했는데, 이에 따라 집을 팔려는 집주인과 실수요자들 사이의 눈높이 차이가 벌어진 탓에 더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지 못하고 신고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투자 수요가 현재 분산되고 있다는 점도 강남 집값에 하방 압력을 더하는 요인이다. '강남 불패'라는 말이 있듯 과거엔 투자 수요도 강남으로 몰리는 경향이 짙었으나, 최근엔 강남보다는 경기 수원 광교 신도시, 화성 동탄신도시, 광명시, 과천시 등 다른 지역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크게 느는 추세다. 이와 관련해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실수요자라면 서울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며 "수도권을 하나로 놓고 가격으로 우선순위를 세우면 경기권, 인천권 지역 등 서울보다 더 나은 지역들이 있다"고 말했다.

강남 집값 하락,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대출 여력 감소가 '2차 폭락론'의 주요 근거

올 들어 상승세를 지속하던 강남 집값이 7개월여 만에 떨어지자, 일각에선 한국 부동산 시장 전반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올 초부터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살아나고 분양·입주권 거래 및 청약 경쟁률도 눈에 띄게 늘던 흐름과 달리,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강남 집값이 최근 하락하고 있는 만큼, 올해 초부터의 부동산 시장은 잠깐의 반등기를 거친 것이며 올해 말부터는 '2차 폭락'이 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23일 기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지방의 상승 폭은 둔화되면서 전국 아파트값 또한 19주 만에 보합 전환됐다. 이 중 인천은 0.05% 내려 전주(0.04%)보다 낙폭을 키웠고, 인천 8개 구 모두 집값이 내렸다. 경기도의 경우 0.02% 올랐으나 전주(0.03%)보단 상승 폭이 줄었다.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최근 몇 년 사이 상승세를 보였던 아파트값은 2021년 10월 정점을 찍었다. 특히 2020년 이후 역대 최저 금리 상황에서 주택 실수요와 투기 수요가 동시에 자극되면서 2021년 9월엔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미분양 세대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1년 하반기부터 국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고 국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고금리 직격탄을 맞은 부동산 시장은 1년 3개월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1월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올 초부터 반등을 시작했다가 지난 9월부터 다시금 강남 지역을 필두로 2차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부동산 시장 전반의 2차 하락 근거로 현재 대출금리가 여전히 높은 데다 금융 당국이 추가로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꼽는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은행 주담대 금리 상단은 7%대에 육박하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교보증권은 '2024년 부동산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 아파트 가격이 현재 가격 대비 최대 30%까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이 아직 이를 완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동산 비관론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중국

부동산 시장 '인질' 된 중국, 우리나라도 상황 다르지 않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우리나라가 최근 부동산 시장의 '인질'이 된 중국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4일 중국 정부는 대형 부동산 업체인 헝다그룹과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자, 장기 저금리의 부동산 정책 자금 1조 위안(약 181조원)을 부동산 시장에 공급한 바 있다. 또한 앞서 10월 말에는 1조 위안의 국채를 발행해 지방정부에 재정지원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즉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이후에도 여전히 부동산 경기가 악화 일로를 걷자 도합 2조 위안(약 362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쓴 것이다.

중국은 작년 기준 총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97%로 미국(256%)보다 더 비대하다. 즉 부채 문제에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 정부가 풀었던 4조 위안의 경기 부양책도 경기 진작 효과보다는 지방정부 부채 문제를 악화시키는 등 부작용이 더 컸던 만큼,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중국 정부의 조처가 자국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진 못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다시 빚을 내서라도 경기 부양에 나섰던 건, 중국 부동산 관련 산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이르는 데다, 중국의 가계 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하는 등 부동산 시장 자체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인질이 됐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경제 또한 부동산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내놓은 '국민대차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이 가계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4.6%에 달했으며, 당시 부동산 관련 자산 가격이 하락하며 토지와 건물을 포함한 국민 비금융 자산의 명목 보유손익이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손실로 전환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부동산 시장이 일부 전문가들의 예측처럼 실제로 2차 폭락을 겪게 되면 우리 정부 또한 현재 부채 비대화를 감수하고 대규모 공적 자금을 풀고 있는 중국 정부와 결국 같은 수순을 거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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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캠프 관계자 "내년 재집권 성공하면 IRA 관련 지출 대폭 삭감", 현대차 등 국내 업계 미칠 영향은?

트럼프 캠프 관계자 "내년 재집권 성공하면 IRA 관련 지출 대폭 삭감", 현대차 등 국내 업계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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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트럼프 "기후 및 에너지 정책 주요 골자로 한 IRA, 근본적으로 개편할 것"
IRA 시행 직후 전기차 시장 점유율 급감한 ‘현대차’는 수혜 예상
반면 ‘K-배터리 3사’ 등 국내 이차전지 업계 고민 깊어질 듯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선거 캠프 'Team Trump'/사진=Donald J. Trump 인스타그램 계정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포함한 기후 정책을 뒤집고 화석 연료를 대폭 늘릴 전망이다. 정권 변화에 따라 국내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도 상이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IRA 개편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 등이 대폭 축소될 경우 기존 보조금 지급으로 혜택을 받았던 미국 전기차 업체들의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반면 현지 대규모 투자를 통해 IRA 대응에 나섰던 국내 배터리 3사의 경우 IRA 폐지에 따른 현지 업체들과의 공급망 협력 불확실성 등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화석 연료 생산 극대화 강조, IRA 폐지 거론

23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캠프 고위 관계자들과 고문들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의 기후 및 에너지 정책을 주요 골자로 한 IRA를 근본적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 관계자는 “IRA에 따른 보조금과 세금감면에 들어가는 세금이 과소평가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그런 지출의 많은 부분을 삭감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캠프는 화석 연료 생산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미국의 기후‧에너지 정책을 완전히 재정비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특히 미국의 보수성향 연구기관인 헤리티지재단을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전직 관료들이 내놓은 정책 제안인 ‘프로젝트 2025’를 언급하며 IRA에 대한 개편을 시사했다. 프로젝트 2025는 4,000억 달러(약 521조원) 규모의 탄소 배출 감축 예산을 집행 중인 현 대출 프로그램 실행 부서를 비롯해 에너지 효율, 재생에너지 담당 정부 기관 등을 해체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트럼프의 대선 정책 중 하나다.

보수적 싱크탱크인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연구소의 부의장이자 트럼프 행정부 고문을 맡은 칼라 샌즈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첫날, 일자리를 없애고 산업을 죽이는 바이든의 모든 규제를 철회하겠다고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날 복귀한 파리기후협정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 회의론자"라며 "파리협정 탈퇴는 거의 확실히 보장된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를 두고 ‘역대 최악의 세금 인상법’이라고 비난해 왔다. 또 화석 연료 생산을 억제하는 바이든 행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휘발유 가격을 높이는 동시에 자신이 집권하던 시절 확립한 미국의 ‘에너지 자립’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해 왔다. 최근 캠페인 동영상에선 “미국의 에너지가 풍력 발전에 의존하기 때문에 약하고, 표준 이하며, 저렴하지 않다”며 “풍차는 녹슬고 썩고 새를 죽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사이익 예상되는 현대차그룹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며 바이든 정권의 정책을 뒤집을 경우 IRA 여파로 큰 타격을 입었던 현대차·기아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산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약 977만원)의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IRA는 신차는 물론 중고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에도 특정 요건을 만족하면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 내 전기 자동차 판매량이 이달 처음으로 100만 대를 돌파하며 연말까지 사상 최대치(연 130만~140만 대)를 기록할 거란 전망이 나오지만,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IRA 시행 직후 전기차 시장점유율이 급감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월평균 4.4%로, IRA 시행 이전인 지난해 1월(12.5%)보다 30% 넘게 떨어졌다. 올해 들어 시장점유율이 서서히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IRA 이전 수준까지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IRA 시행 이후 보조금 혜택를 받지 못하는 상황과 지난해부터 늘어난 전기차 생산 업체들과의 경쟁 등 이중고를 겪은 영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IRA가 폐지되면 현대차·기아에 직접적인 이익보단 IRA를 통해 보조금을 받는 경쟁사들의 점유율 하락에 따른 간접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미국 전기차 시장의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테슬라의 점유율은 최근 들어 이미 감소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익스페리언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테슬라의 미국 내 등록 비중은 지난해 1~3분기 65.4%에서 올 1~3분기 57.4%로 8%포인트 떨어진 반면,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는 4%에서 4.8%로 0.8% 증가했다. IRA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기아가 테슬라를 맹추격 중인 셈이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IRA 수혜 노리고 미국 진출 확대한 이차전지 기업들은 ‘경계’

반면 트럼프의 승리를 우려하는 기업들도 있다. IRA 폐지가 될 경우 그간 미국 현지 진출에 적극적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계의 IRA 관련 투자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양사는 각각 현대차와 함께 조지아주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고 있으며, 삼성SDI도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 등과 협업하고 있다. 국내 1위 분리막 제조 기업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도 최근 북미와 기타 해외 지역에 7년 동안 분리막을 공급하는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에 업계는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지만, 아직 공화당 대선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 논의로까지 이어지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국내 이차전지 기업 관계자는 “모든 기업에 불확실성을 안기는 정권교체에 따른 정책 변화는 늘 있었던 일”이라며 “특정 정치인의 공약에 대해 시시각각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단 전기차와 이차전지 산업의 글로벌 추세를 보다 명확히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전기차 산업이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대세를 크게 흔들지는 못할 거란 주장도 나온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조지아주 내 추진되고 있는 전기차 관련 프로젝트만 40개가 넘는다”며 “여기서 생겨난 일자리만 2만8천여 개, 투입이 확정된 투자액만 28조원에 달한다. 이미 대규모 현지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권 교체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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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대출 그만" 가계부채 관리 시작한 정부, 강남불패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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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강남 집값 상승세 멈췄다, 셋째 주 매매가 0.02% 빠지며 하락 전환
정부의 가계부채 조이기에 시장 '흠칫', 내년부터는 정책 모기지 대폭 축소
집값은 떨어지고 보유세는 오른다, 강남 집주인 한숨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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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아파트값이 7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국 아파트 가격도 19주 만에 상승을 멈췄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방관하며 부동산 완화 정책을 시행하던 정부가 태세를 전환하면서다. 지난 10월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을 중단한 정부는 내년부터 정책 모기지 공급 규모를 축소, 본격적인 '대출 조이기'에 돌입할 예정이다. 정책 의존도가 높은 강남권 아파트 시장이 휘청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한 셈이다.

치솟던 강남구 집값, 결국 미끄러졌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지난 20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보합(0%)을 기록했다. 지난 7월 셋째 주 이후 19주 만에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서울은 0.03%로 소폭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상승폭은 한 주 전(0.05%) 대비 줄어들었다.

올해 집값 상승을 주도한 강남구는 -0.02%로 하락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차후 재건축 단지 및 급격하게 가격이 뛴 매물 위주로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 강남 대치동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지난달 24억3,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올해 최고가를 썼으나, 지난 9일에는 이보다 6,000만원 내린 23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주 0.02% 상승한 서초구도 이번 주는 보합에 머물렀다. 청년층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 수요가 집중됐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의 상승세 역시 멈췄다. 수도권의 상승폭은 0.03%에서 0.01%까지 줄었고, 지방(0.02%→0%)은 보합 전환했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면서 시장 전반의 열기가 본격적으로 식어가는 양상이다.

강남 하락세 원인은 정부의 '가계부채 브레이크'

집값 하락세의 주요 원인으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노선 전환이 지목된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까지 부동산 및 경기 부양에 중점을 두고 경제를 운용해 왔다. 특례보금자리론을 40조원 이상 공급하는가 하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으며 오히려 대출을 '장려'하기도 했다. 그 결과 가계부채 규모는 순식간에 불어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7~9월)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신용 잔액은 1,875조6,000억원에 달했다. 사상 최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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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감지한 정부는 가계 부채에 '브레이크'를 걸기 시작했다. 지난 10월부터 매매가 9억원까지 허용되던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주택가격이 6억원을 초과하거나 부부 합산 소득이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을 중단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올해 4월 이후 매달 3,000건을 웃돌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정부의 본격적인 대출 규제가 시작된 10월 들어 2,262건까지 줄었다. 특히 정책 의존도가 높은 강남 아파트 시장의 경우 정부의 '태세 전환'에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의 진리처럼 여겨지던 '강남불패' 기조가 순식간에 무너진 이유다.

정부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정책 모기지 공급 규모를 줄여나갈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내년도 정책 모기지 공급을 21조원 수준까지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정책 모기지 공급 규모(약 50조원) 대비 60%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각종 정책금융 상품이 대출을 부추기며 가계부채 부실 우려를 키웠다는 시장의 지적이 당국의 결정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보유세까지 뛴다, 강남 위 '먹구름'

강남권 고가 아파트 보유자의 한숨은 한동안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부터 고가 아파트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국토교통부는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수립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 공시가격에 적용되는 현실화율은 올해와 동일하게 2020년 수준으로 동결된다.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이어진 만큼, 부동산 보유세는 전반적으로 소폭 하락할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4.98% 미끄러진 바 있다. 중저가 주택의 보유세 부담에는 큰 편차가 없을 것으로 보이며, 보유세가 오르는 일부 주택의 상승폭도 4~5% 선에서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지난해 대비 매매가가 크게 오른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공시가격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보유세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의하면 올해 11월 둘째 주까지 매매가 상승폭은 강남 0.73%, 서초 0.88%, 송파 3.58% 수준이다.

일례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올해 시세 상승분이 공시가격에 그대로 반영될 경우, 은마아파트 보유자는 내년 올해보다 약 130만원 많은 보유세를 납부해야 한다. 정부의 부동산 완화 정책으로 찾아왔던 '강남의 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본격적인 찬바람이 불어닥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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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까지만 해도 수백억 달러 빠져나간 美 하이일드 회사채 시장, 이달 164억 달러 순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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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월간 단위 유입액으론 2020년 7월 이후 최대치
고수익·고위험 '하이일드 채권' 펀드로 투자금 몰려
다만 연준이 고금리 기조 유지하면 ‘신용 스프레드’ 재차 확대 우려도

미국 회사채 펀드로 투자 자금이 빠르게 투입되고 있다. 견고했던 고용 지표와 인플레이션이 크게 둔화하고,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약해짐에 따라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투기등급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의 미 국채 금리와의 평균 수익률 스프레드(HYS)가 한 달여 만에 3%대로 떨어진 가운데 미국의 양호한 경제 상황이 이어질 경우 스프레드는 더욱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투자적격보단 ‘투기등급’ 회사채 펀드가 더 인기

22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7일까지 미국 회사채 펀드에 순유입된 자금은 164억 달러(약 21조원)에 달했다. 월간 단위 유입액으로는 200억 달러(약 26조원)를 상회하던 2020년 7월 이후 최대치다.

투자적격(BBB- 이상) 회사채 펀드에는 50억 달러(약 6조원)가 흘러 들어간 가운데 채권수익률은 높지만 가격 변동성도 높은 투기등급(BBB- 미만) 회사채 펀드에도 114억 달러(약 15조원)가 조성됐다. 지난달까지 하이일드 채권(High Yield Bonds) 투자 펀드에서 누적 180억 달러(약 23조원) 가까이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고수익·고위험 채권 펀드로 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고금리 장기화 시나리오가 약화된 영향이 크다. 부채가 많고 신용도가 떨어지는 기업일지라도 향후 시장금리 하락과 긍정적인 경기 전망이 예상되는 상황에선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발표된 물가나 고용 등의 경제지표마저 향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택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월가에선 이러한 흐름에 따라 자산시장도 변화하고 있다고 봤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미 하이일드 채권 담당자 윌 스미스는 “전반적으로 시장의 투심의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미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에 대한 포지션을 청산하고 빠져나온 자금들이 대거 회사채 시장에 반영되며 대규모 안도 랠리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이일드 채권이란

국제 신용평가 기관이 BBB- 또는 Baa3 미만 등급의 회사채로 정의하는 하이일드 채권은 일반적으로 국채나 우량 회사채보다 더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채권이다. 통상 발행국의 경기나 발행 회사의 실적이 개선될 경우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이러한 조건이 악화되면 채권 가격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기관과 고액자산가 등 일부 개인투자자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한다. 하이일드 부문은 일반적으로 금리 위험에 대한 민감도가 낮고, 채권 시장의 다른 부문과도 낮은 상관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또 역사적으로 하이일드 채권 투자는 주식 시장과 유사한 수익을 제공해 왔지만 변동성은 더 낮았다.

하이일드 자산군 가운데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꼽는 투자처는 바로 하이일드 ETF다. 대표적인 하이일드 ETF로는 뉴욕 증시에 상장된 ‘iShares iBoxx USD High Yield Corporate Bond ETF(HYG)’가 있다. 1,188개의 채권에 투자하는 HYG의 유효 듀레이션은 3.62년, 신용등급은 BB 등급 49%, B등급 38%로 구성돼 있다. 구글 파이낸스에 따르면 22일 기준 HYG의 운용자산 규모는 약 160억 달러며, 1년 수익률은 -0.11%다.

투자 가치 높아진 하이일드 투자, 우려의 시선도 존재

고금리 장기화 시나리오가 힘을 잃으면서 회사채 투자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실제로 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발표에 따르면 22일 미국 투기등급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의 미 국채 금리와의 평균 수익률 스프레드는 3.9%p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27일 4.5%대로 올라섰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여 만에 60bp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국채와의 수익률 격차가 좁혀졌다는 건 그만큼 회사채에 대한 투자 위험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처럼 금리 상방 가능성이 작고, 미국의 양호한 경제 상황이 이어진다면 하이일드 채권의 가격은 지속 상승할 수 있다. 만일 예상보다 수요가 둔화한다면 신용위험 상승 등에 따른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지만, 금리인하 기대로 인한 가격 상승이 이를 일부 상쇄하게 된다. 크레딧 리스크(신용위험) 우려도 예전만큼 크지 않다. 금융시장이 지난 2008년과 2020년 두 차례나 크레딧 리스크를 겪으며 중앙은행의 대규모 통화정책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시장이 우려할 만한 위기가 찾아올 경우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풀어 금리가 곧장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알고 있기에 과거와 같이 신용 스프레드가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다만 지금 시장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브랜디와인 글로벌인베스트먼트의 존 매클레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몇 가지 지표만 보고 금리가 고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채권 시장으로 달려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지만, 솔직히 우려스럽다”며 “현재 시장은 2019년, 2021년과 매우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당시 나타났던 단기 과열과 마찬가지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고금리 장기화를 고집할 경우 일부 기업들의 부실 위험을 우려하는 전문가도 있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가 잇따르는 상황에서도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늦춘다면 신용 스프레드가 다시 확대될 수 있다”며 “이 경우 부채비율은 높고 지급 여력은 낮은 투기등급 기업들은 악화된 현금 흐름으로 인해 부도율이 큰 폭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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