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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1.6%), 소비(-0.8%), 설비투자(-3.3%) 모두 전월 대비 감소 기저효과와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조업일 감소 등이 원인 연중 최고치 기록했던 국제유가도 하락 전환에 영향
국내 산업활동을 보여주는 3대 지표인 생산·소비·투자가 지난달 일제히 줄었다. 3대 지표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3개월 만으로, 지난 8월 생산이 큰 폭으로 상승한 데 이어 9월에는 3대 지표 모두 늘어나는 ‘트리플 증가’를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기저효과와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조업일 감소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9월 말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국제유가도 하락 전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 ‘10월 산업활동동향’ 발표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0월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1.1로 전월보다 1.6% 감소했다. 이는 2020년 4월(-1.8%)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대폭 감소다.
생산을 세부적으로 보면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은 전자부품(10.4%) 등에서 생산이 늘었지만, D램, 플래시메모리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11.4%), 기계장비(-8.3%) 등이 줄면서 전월보다 3.5%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의 경우 정보통신(1.3%) 등에서 생산이 증가했지만, 도소매(-3.3%), 금융·보험(-1.2%) 등이 줄면서 전월보다 0.9% 감소했다. 또 건설업 생산은 전월 대비 0.7% 증가했으나 공공행정에선 1.4% 크게 줄었다.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 지수도 전월 대비 0.8% 하락했다. 의료 등 준내구재(4.3%),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1.0%) 판매가 늘었지만, 음식료품을 비롯한 비내구재 판매가 3.1% 줄었다. 설비투자도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4.1%) 및 자동차 등 운송장비(-1.2%)에서 투자가 모두 줄면서 전월 대비 3.3% 감소했다. 다만 건설기성(불변)은 건축(1.3%)에서 공사 실적이 늘어 전월 대비 0.7% 증가했다.
‘트리플 감소’의 원인
생산과 소비, 투자 등 경제 세 축이 일제히 감소한 것은 지난 7월 이후 3개월 만이다. 산업 생산은 지난 8월(1.9%)과 9월(1.0%) 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다 숨 고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보경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8~9월 높은 증가율로 인한 기저효과, 임시공휴일(10월 2일) 지정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출 호조세를 보였던 반도체 생산이 전달보다 감소한 점도 주효했다. 다만 정부는 반도체 경기가 침체에 들어섰다고 보진 않고 있다. 김 심의관은 “반도체는 생산과 출하가 분기 말에 집중되며, 분기 초에는 반대로 생산과 출하가 줄어든다”며 “10월 D램 등 반도체 가격이 전달보다 9.9% 오르는 등 단가가 많이 오르고 있고, 생산 수준이 8월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개선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매판매 역시 기저효과로 인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석 연휴동안 소비가 반짝 늘었지만 이후 여전한 고물가 및 고금리 여건으로 인해 소비 위축이 지속된 셈이다. 마찬가지로 설비투자도 8월(4.1%)과 9월(8.7%) 큰 폭으로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10월 감소로 이어졌다.
현재 국내 경기가 위축된 것도 트리플 감소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9.1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 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0.3포인트 상승하면서 경기 반등이 예상된다. 통상 선행종합지수를 통해 향후 경기가 어떻게 변화할지 판단하며, 동행종합지수의 경우 현재의 경기가 호황인지 불황인지를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치솟았던 국제유가가 가계 구매력 낮추고, 기업투자심리 위축시켜
9월 말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국제유가도 국내 생산과 소비, 투자 하락 전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중동발 원유공급 불확실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확대되면서 지난 9월 27일 13개월래 최고 수준인 93달러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이후 10월 초까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달러 강세, 차익매물 등으로 80달러대까지 하락했지만,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이 발발하면서 10월 중순까지 86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유가 상승은 그 자체로 주요 원유 수입국인 국내 경제에 가계 구매력 감소와 기업 생산비용 증가 등을 유발한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기업 대다수가 석유제품을 중간재로 활용하고 있으며, 가계의 경우 석유제품가격 상승에 따라 소비지출 부담이 0.3~1.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부문에서도 국제유가 상승은 기업투자심리 위축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WTI나 두바이유 등 주요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투자와 수출 부문에선 각각 0.02%, 1.19%의 하락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10월 중순 이후 국제유가가 70달러대로 내려앉으면서 국내 경제 지표에 미칠 영향은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OPEC+ 추가 감산 추진에도 특별한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중동 분쟁 사태와 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불필요 전망 등에 따라 국제유가가 지속 하락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국제유가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중동 사태 악화로 원유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고 투기 매수세가 대거 유입될 경우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나타내며 국내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