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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불황에 갇힌 프레시지, 자금 확보 ‘깜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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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 앵커PE도 자금 여력 부족
공격적 M&A, 수익성엔 도움 안 돼
시장 성장 둔화에 ‘독’ 된 볼트온 전략
경기 용인의 프레시지 밀키트 생산시설/사진=프레시지

국내 최대 밀키트 업체 프레시지가 유동성 확보에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무리한 인수합병(M&A)로 몸집을 불린 게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앵커PE도 추가 자금 지원 여력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팬데믹 특수에 승승장구했지만, 5년 연속 적자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프레시지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에 528억원이던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앵커PE에 인수 이후인 2022년에 1,106억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인 1,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7.7% 감소한 3,306억원, 순손실은 2,239억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설립된 프레시지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국내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창사 5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PE는 앞서 2021년 밀키트 시장의 성장을 눈여겨보고 프레시지에 투자를 단행했다. 앵커PE가 프레시지의 최대주주 (지분율 64.43%)로 올라서는 데 투입한 금액은 약 3,000억원이다.

하지만 엔데믹을 기점으로 시장 성장세가 꺾이자, 프레시지의 성장도 멈췄다.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21년 3,003억원, 2022년 3,408억원에 머물렀고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다. 현재 프레시지는 앵커PE의 추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공시에 따르면 프레시지가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76억원인데, 한 해 동안 영업활동에 쓴 현금은 408억원에 달했다. 이는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영업활동을 한다면 현금이 바닥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앵커PE는 지난 9월 프레시지에 대한 추가 자금 투입을 추진하기도 했다. 2021년 결성한 4호 펀드(펀드Ⅳ)를 활용한다는 계획으로, 500억원 내외의 추가 자금 확보를 위해 출자자 협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출자자 동의를 얻지 못하며 자금 투입이 요원해졌다. 프레시지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 추가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부담이라는 게 출자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한편으론 앵커PE가 프레시지를 지원해 줄 여력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앵커PE는 2022년 투썸플레이스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성공한 이후 자금 회수가 중단된 상태다. 앵커PE의 주요 투자처는 큐텐·큐익스프레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라인게임즈, 카카오픽코마, 컬리 등으로 총 투자 금액은 1조5,950억원에 달한다. 이들 기업 대부분이 경영시스템 부실화, 사법 문제 등 각종 리스크로 몸살을 앓으며 기업공개(IPO) 등 엑시트를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2023년 프레시지 영업권 ‘0원’ 계상

프레시지의 재무 상황이 급격히 악화한 배경으로는 무리한 인수합병(M&A)을 꼽을 수 있다. 시장에 안착한 프레시지는 2021년부터 M&A를 통해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외형 성장과 함께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 진출을 통해 매출처를 다각화하려는 취지에서다. 나아가 매출의 상당 부분이 기업 간 거래(B2B)에서 발생하는 사업구조를 개선해 수익성을 제고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2021년 라인물류시스템(지분율 72.48%)을 시작으로 2022년 ▲닥터키친(100%) ▲허닭(100%) ▲테이스티나인(100%)를 연이어 사들였다. 이들 회사 매입에 들인 돈만 2,471억원(현금+자사주식)에 달했다.

문제는 이들 회사가 프레시지의 수익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M&A 직후인 2022년 프레시지는 1,10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 영업손실이 529억원이었전 점을 고려하면 1년 사이 109% 적자가 확대됐다. 인수 회사의 영업손실 규모는 ▲라인물류시스템 92억원 ▲닥터키친 50억원 ▲허닭 42억원 ▲테이스티나인 131억원이었다.

결국 프레시지는 2022년 711억원의 영업권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하고, 305억원의 영업권을 상각 처리했다. 상각비용은 회계상 영업비용인 인수가격배분(PPA) 상각으로 추정된다. PPA는 영업권 가운데 일부를 무형자산으로 전환한 뒤 감가기간에 맞춰 상각하는 것으로 영업이익에서 차감된다. 이후 2023년에도 잔여 영업권 1,072억원을 손상차손 820억원, PPA 상각 252억원으로 모두 처리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프레시지의 영업권은 ‘0원’으로 계상됐다. 통상 인수한 기업이 적자를 기록해 향후 현금흐름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면 그만큼 영업권에 손상차손을 반영한다. 프레시지 또한 자회사들의 사업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볼트온 전략, 시장 상황 따라 ‘대박 아니면 쪽박’

시장이 우호적으로 흘러갔다면 이같은 볼트온(Bolt-on) 전략이 성공을 거뒀을 수 있다. 특히 프레시지의 최대주주 앵커PE는 과거 시장 활황기 때 볼트온 전략으로 여러 번의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볼트온은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연관 기업을 인수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말한다. 신규 업종에 투자하는 것보다 리스크 관리가 쉽고, 인수를 위한 탐색비용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앵커PE 볼트온 전략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는 헬스케어 업체 지오영을 꼽을 수 있다. 앵커PE는 2013년 말 지오영을 인수한 후 추가 M&A 및 전국 유통망 구축 등 회사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2014년 6월에는 삼성물산으로부터 의료용품 공급업체 케어캠프 지분 53%가량을 3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동시에 물류센터와 차세대시스템 등을 적극적으로 늘렸다.

인수 6년 차인 2018년에는 지분 매각에 나섰다. 인수자 블랙스톤이 책정한 지오영 지분 100%의 가치는 1조900억원에 달했다. 매각 대상이었던 앵커PE 지분 46%는 5,000억원 정도다. 단순 매각 차익으로만 3,500억원 정도를 남긴 셈이다. 여기에 매년 주당 350원~500원 수준의 배당까지 챙겼다. 1,500억원가량의 초기 투자규모를 감안하면 2배를 넘는 회수 성과다.

한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결국 기업 입장에서 볼트온 전략은 시장 지배력을 확대한 뒤 팔아야 의미가 있다”고 짚으며 “그러나 시장 성장이 둔화한 상황에서 군소 기업들의 합병을 통한 시장 지배력 확대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지금처럼 시장이 침체했을 때는 마땅한 매각처를 찾는 데도 시간이 걸려 그 사이 기업가치가 추가 하락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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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주주환원책 꺼내 든 MBK “무분별 투자로 증발한 3.4조원 되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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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 계획 발표
무분별 투자 사례 속속 수면 위로
MBK 기술기업 경영 능력 관련 우려도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강력한 주주환원책을 꺼내 들고 본격적인 표심 얻기에 나섰다. 주식 액면분할과 자사주 전량 소각을 전면에 내세운 해당 주주환원책은 운영 체계의 투명성을 높여 불필요한 투자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내용 또한 담고 있다. 그간 불필요한 투자로 인해 증발한 기업가치만 3조원을 훌쩍 넘는다는 게 MBK 측의 지적이다.

이사회 내 내부거래위원회 권한 강화 강조

MBK는 1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려아연의 주주가치 제고 및 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김광일 MBK 부회장은 “(고려아연 주식) 유통 물량이 대폭 줄었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유상증자가 아니라 주식 액면분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가 철회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 이사회는 주가 불안정 해소가 목적이라며 일반 공모 유증을 시도했지만, 실질은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주식 액면분할을 통해 유통 주식 수를 늘려 시장의 가치발견 기능을 강화하고, 고려아연의 기보유 자기주식 253만9,726주(발행주식 총수의 12.3%)를 전량 소각하겠다는 게 MBK의 구상이다. 이에 더해 배당에 대한 예측 가능성 제고를 위해서는 배당정책 공시를 정례화하는 방안을 주주환원 정책으로 제시했다.

현재 고려아연 배당정책은 자기자본비용(COE·투자자들이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과 사업의 불확실성 위험에 상응해 기대하는 요구 수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두 지표를 고려해 수립한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COE는 10∼12% 수준인데, ROE는 5∼6% 정도에 그친다”고 지적하며 “ROE와 COE의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중장기 플랜을 개발해 이사회에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분리선출 사외이사(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를 소수주주가 추천한 후보 가운데 선임할 수 있도록 하고, 사외이사 중 주주권익보호 담당 사외이사를 이사회 결의로 지정하는 ‘주주권익보호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해 주주들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넓히기로 했다.

이번 주주환원책의 핵심 내용인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서는 이사회 내 내부거래위원회 권한을 강화하고, 투자심의위원회와 ESG·양성평등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김 부회장은 “현재 (MBK와 영풍이) 최대주주임에도 고려아연의 외부자에 머물고 있는 만큼 이사회에 들어가야 한다”며 “이사회 입성 후 이들 안건을 다각도로 검토해 정기주총이나 그다음 주총에서 통과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 실패에 재무상태 포장 급급

MBK가 고려아연 거버넌스를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고려아연 이사회의 견제·감독 기능이 약화한 상태에서 최 회장 이해관계에 따라 불필요한 투자가 반복된 탓이다. MBK에 따르면 최 회장 취임 후 고려아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이그니오홀딩스, 정석기업 등에 약 1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로 인해 훼손된 고려아연의 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자사주 공개매수로 훼손된 주주가치 9,000억원까지 감안하면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3조4,000억원의 주주가치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MBK의 설명이다.

그간 시장에서도 고려아연의 무분별한 투자를 향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일례로 2022년 7월 고려아연이 인수한 전자폐기물 재활용 기업 이그니오는 인수 당시 자본금 106억원, 유형자산 416억원의 중견 업체였지만, 250억원 상당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어 건전성은 열악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미국도 아닌 프랑스에 소규모 제련소 1곳을 보유한 이그니오를 “장래성이 있다”며 무려 5,819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이그니오의 지난해 매출은 650만 유로(약 96억원)로 전년 대비 108만 유로(약 16억원) 감소했다.

고려아연은 이그니오 투자 실패가 명백한 상황에서 올해 4월 비철금속 트레이딩 업체 캐터맨의 지분 100%를 5,500만 달러(약 740억원)에 인수했다. 그런데 캐터맨의 지난해 매출은 1조6,500억원대로, 5,819억원에 인수한 이그니오의 동기 매출보다 20배가량 많다. 고려아연의 이그니오 인수가 정상적인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여기에 캐터맨이 미국 JP모건체이스은행에 지고 있는 부채 2,694억원에 대한 고려아연의 채무 보증 등 인수 조건이 알려지면서 회사의 재무상태를 포장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불거졌다.

결국 고려아연은 이그니오 인수에 투입된 5,819억원과 캐터맨 인수액 740억원, 캐터맨 채무보증 2,694억원 등 9,200억원 상당을 해외 투자 명목으로 쏟아부었지만, 재무제표상 매출액만 과대포장 해주는 캐터맨 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국가기간산업 경영 능력엔 의구심

이처럼 시장 분위기가 최 회장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가운데, MBK는 경영 능력 입증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MBK는 정체성이 사모펀드인 만큼 기본적으로 기업 인수 후 가치를 높여 이를 다시 매각해 수익을 실현하는 구조를 갖는다. 국가기간산업을 영위하는 고려아연을 MBK가 경영하는 것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심지어 최근에는 MBK의 과거 투자 실패 사례까지 재조명되며 주주들의 우려를 키우는 모습이다. MBK는 지난 2009년 철골·플랜트 기업 영화엔지니어링을 1,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당시 영화엔지니어링은 국내 강구조물 시공능력평가 6년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기술력 있는 강소기업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MBK 인수 5년 차인 2013년부터 영업손실 111억원을 기록하며 급격하게 실적이 악화했다.

MBK는 영화엔지니어링의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도 중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단기성과 및 외형 확대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결국 영화엔지니어링은 2016년 회생절차를 밟기 시작했고, 이듬해 496억원의 매각 대금으로 유암코에 넘겨졌다. MBK의 야심 찬 기술기업 투자는 실패로 막을 내렸다.

고려아연 역시 국가핵심기술을 토대로 기간산업을 영위하는 기술 중심 기업이다. 특히 고려아연은 시가총액은 20조원대의 대기업이기도 하다. 고려아연은 무려 25년간 99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글로벌 비철금속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으며,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라는 슬로건 아래 신사업 확장이 한창인 단계다.

업계 한 관계자는 “MBK는 과거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영화엔지니어링의 경쟁력을 살리지 못한 데서 알 수 있듯 업황에 대한 이해도가 다소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특히 장기간의 기술 축적과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한 중화학 업계에서는 이런 우려점이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수는 고려아연과 유사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영풍이 MBK와 손을 잡았다는 점이다. 다만 영풍의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매출액은 6,5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가량 줄어들며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당기순이익 또한 1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8% 줄었다. 동일한 경영 환경 속에서 극과 극의 성적표를 받은 만큼 MBK·영풍의 경영능력 입증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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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돌발 변수에 원전 업계 ‘줄초상’, 두산에너빌리티는 임시 주총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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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 높아져
정부 역점 사업 원전, 낙폭 큰 주가 하락
앞선 기술력에도 국가 차원 신뢰도에 흠집

두산 그룹의 야심 찬 사업 재편안이 정국 혼란 탓에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두산 그룹은 12일 합병 논의를 위해 예정했던 임시 주주총회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두산에너빌리티를 필두로 한 원전 업계 전반에도 먹구름이 몰려든 모습이다.

“외부환경 변화로 촉발된 시장 혼란, 대단히 송구”

두산에너빌리티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이틀 뒤 개최 예정이었던 임시 주주총회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4차 주주 서한에서 “갑작스러운 외부 환경 변화에서 촉발된 시장 혼란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회사는 오는 12일로 예정된 임시 주총을 철회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전했다.

이번 임시 주총 철회로 두산의 사업 재편안은 지난 8월에 이어 또다시 백지화될 위기에 놓였다. 두산은 올해 들어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 46.06%를 보유한 신설 법인으로 인적 분할한 뒤, 신설 법인의 지분을 두산로보틱스에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한 사업 재편안을 추진해 왔다. 이와 관련해 주주들과 금감원의 반대에 부딪히자,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약속된 주가에 주식을 매입하는 주식매수청구권, 합병 비율 수정안 등을 제시하며 양사 주주들의 반대를 무마한 바 있다. 수 차례 보완 끝에 겨우 금감원 승인을 받은 최종 재편안은 오는 12일 임시 주총에서 의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돌발 변수가 나타났고, 주가가 급락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10일 오전 10시 기준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1만6,960원으로 회사가 제시한 주식 매수 예정가액인 2만890원보다 20%가량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주들이 회사 측에 주식매수를 청구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결국 두산에너빌리티는 분할 합병의 실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주가 폭락에 무색해진 찬반 논란

그간 시장에서는 두산의 사업 재편안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했다. 먼저 의결권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 한국ESG기준원,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설 독립기구인 지배구조자문위원회 등은 찬성표를 던졌다. 회사가 제시한 분할합병 방안이 두산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을 근거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반면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등 주요 해외 기관 투자자와 아주기업경영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은 반대했다.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 합병 비율(1대 0.0432962)이 두산밥캣의 기업 가치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소액주주를 희생시켜 지배주주가 이익을 보는 중대한 이해 상충에 해당한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공통된 주장이었다.

이처럼 팽팽히 맞서던 시장 내 의견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6.85%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 국민연금의 조건부 찬성 결정으로 새 국면을 맞는 듯 보였다. 9일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분할 합병 승인의 건에 대해 조건부 찬성을 결정했다. 합병 반대 의사 통지 마감일 전일(10일) 기준 주가가 매수 예정가액보다 높은 경우엔 찬성 표결을 행사하고, 그 외에는 기권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최근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가 매수 예정가액을 상당 폭 밑도는 상황에서 나온 결정으로, 주가 하락 등 주주들의 막대한 손해가 예상된다는 시장의 판단을 반영한 ‘사실상 반대’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2022년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창원에 위치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원전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대통령실

국가 차원 상호 신뢰 무너지며 시장 먹구름

이와 같은 주가 하락은 비단 두산에너빌리티만의 문제가 아니다. 계엄 선포 직전인 3일 2,046조원에 달하던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은 9일 1,944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가총액도 344조원에서 315조원으로 30조원 가까이 빠졌다. 불과 6일 만에 130조원 넘는 시총이 증발한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심리가 고조되면서 외국인, 기관, 개인 가릴 것 없이 주식을 내다 판 결과다.

그중에서도 원전 관련주들은 더 큰 타격을 입었다. 현 정부의 역점 사업이 원전인 만큼 정권 유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장 전망에도 먹구름이 몰려든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1만7,380원으로 3일(2만1,150원)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비에이치아이 (-27.57%), 한전기술(-27.30%), 우리기술(-25.18%) 등도 일제히 폭락했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사실상 신규 사업은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전 건설은 정부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탓이다. 한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원전 사업은 경제성이나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국가 차원의 보증과 상호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짚으며 “프랑스 등 주요국과의 경쟁에서도 기술력으로 앞섰던 K-원전산업이 느닷없는 계엄으로 위기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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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그룹, 상조업계 1위 프리드라이프 인수 추진

웅진그룹, 상조업계 1위 프리드라이프 인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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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G 경영권 인수해 상조 시장 진출
학령인구 감소로 사업 다각화 모색
교육과 상조사업 시너지 창출 기대
사진=프리드라이프

웅진그룹이 상조업계 1위 사업자인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추진 중이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는 상조 산업의 성장성과 기존 사업 간 시너지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부터 상조 서비스를 제공해 온 교원그룹이 업계 3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대교그룹도 실버케어 브랜드를 운영하는 자회사를 통해 연내 상조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상조업계의 대형화 추세 속에 웅진그룹이 프리드라이프 인수가 성공할 경우 교육그룹 3사가 상조시장에서 맞붙으면서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웅진,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상조업체 인수 검토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 등으로부터 프리드라이프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20년 프리드라이프 지분 100%를 인수한 VIG파트너스는 이후 좋은라이프, 금강문화허브, 모던종합상조 등을 합병하며 상조업계 1위 사업자로 발돋움했다. 지난달 말 기준 프리드라이프 누적 회원 수는 221만 명, 누적 부금 선수금과 총자산은 각각 2조3,980억원, 2조7,600억원이다.

앞서 VIG파트너스는 지난 7월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지분 20%를 매각했다. 당시 VIG파트너스는 프리드라이프의 경영권 매각과 함께 엑시트를 추진했으나 시장 상황을 고려해 일부 지분 매각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20%에 대한 인수 금액은 2,000억원대로, 프리드라이프는 1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경영권 매각에서도 인수 가격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웅진그룹의 전통적 주력 사업은 출판·교육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웅진 매출액 1조185억원 가운데 유·초등교육에 주력하는 웅진씽크빅 비중이 약 60%에 달했다. 최근 들어 웅진그룹은 정보기술(IT) 서비스를 비롯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상조 업계 1위 프리드라이프와는 올해 초 '교육 전환 서비스'를 출시하며 인연을 맺었는데 프리드라이프의 기존 고객이 가입한 상조 서비스를 웅진씽크빅 교육 서비스로 전환하는 식이다.

교원라이프 사내벤처에서 독립법인으로 분사한 장례 종합 플랫폼 첫장/사진=첫장컴퍼니

웅진·교원·대교 '교육 3사', 상조업 진출 가능성

웅진그룹이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통해 상조 시장 진출을 모색함에 따라 웅진·교원·대교 등 교육그룹 3사가 모두 상조 시장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영유아 교육 시장이 위축되면서 사업 다각화에 나선 교육업계가 시니어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상조업을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생 수는 260만 명으로 오는 2028년에는 187만 명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200만 명 선이 붕괴할 것으로 관측된다.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웅진·교원·대교그룹 3사의 교육사업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웅진씽크빅은 2022년 매출 9,33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2023년 8,901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76억원에서 56억원으로 79.8% 급감했다. 대교 또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4% 감소한 6,597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손실은 278억원으로 4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원 역시 교육 부문 매출이 지난해 8,763억원으로 전년 대비 12.6%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교와 교원은 일찌감치 실버케어 사업에 진출하며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교는 지난 2022년 1월 시니어 토털 케어 브랜드 대교뉴이프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7월 자회사로 동명의 독립법인을 설립했다. 이달 중에는 대교뉴이프를 통해 상조 서비스를 출시한다. 기존에는 주간보호센터와 방문 서비스 등 돌봄사업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했는데 상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대교뉴이프는 독립법인 설립 첫해인 지난해 23억원의 매출을 냈으며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이 83억원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3사 중 가장 앞선 2010년 상조업을 시작한 교원도 지난해 선수금 1조 3,266억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 교원그룹의 상조 계열사인 교원라이프는 프리드라이프(2조2,296억원), 보람상조(1조5,000억원)에 이은 3위 사업자로 최근에는 장례 종합 플랫폼 '첫장' 사업을 제안한 사내벤처 첫장컴퍼니를 독립법인으로 분사하며 관련 사업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매출은 947억원으로 전년 대비 27.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46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선수금 '1조 클럽' 4곳, 대형화 흐름 속 경쟁 심화

다만 상조 시장에서 누가 승기를 잡을 지는 미지수다. 웅진이 프리드라이프 인수로 선두를 차지하더라도 상조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웅진그룹은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한다면 대교나 교원보다 후발주자임에도 기존 영업 네트워크를 통해 상조·실버 사업에서 영역을 적극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 소규모 업체가 난립했던 상조 시장은 중소업체들이 대거 폐업하거나 매각되며 한 차례 정리됐으나 내년에는 신규 사업자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심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 상조 시장의 성장세와 함께 상조업체들도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2020년 636만 명 수준이던 상조 서비스 가입자 수는 올해 3월 892만 명을 기록하며 900만 명에 육박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선수금 1조원을 넘긴 업체가 한 곳도 없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는 △프리드라이프(2조2,296억원) △보람상조(1조5,000억원, 7개 그룹 계열사 합산) △교원라이프(1조3,266억원) △대명스테이션(1조2,633억원) 등 '1조 클럽'이 4곳이나 된다. 시장 구조조조정 후 대형화가 진행되면서 상위업체로 가입자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 코웨이 등 자본력을 갖춘 신규 사업자의 등장은 시장 재편을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월 코웨이는 자회사 '코웨이라이프솔루션'을 설립하고 실버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실버사업을 영위하는 신설법인은 프리미엄 실버타운과 실버케어 사업을 주력으로 문화·여행·숙박·결혼·펫·요양·장례 등 실버세대의 생애주기 전반을 관리하는 상품을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상조 서비스 출시도 예고했다. 주력 제품인 정수기는 물론 비렉스 안마의자, 매트리스 등을 상조 상품과 결합해 판매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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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손보 5수 끝 인수처 찾아, 고용승계 의무 없는 메리츠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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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순위 협상대상자는 미선정
‘지나치게 공격적’, 메리츠 향한 비판도
대규모 구조조정 우려에 노조 파업 불사

매각 장수생 MG손해보험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이 선정됐다. 시장에서는 동일 업권 노하우를 갖춘 대형 손해보험사가 MG손보를 인수하는 것이 빠른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내다봤던 만큼 ‘예상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다만 배타적 협상기간 내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남아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메리츠화재에는 고용승계와 관련한 노조와의 갈등 해소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나 홀로 인수전 완주

9일 예금보험공사는 MG손보 매각과 관련, 수의계약을 통해 메리츠화재를 인수 우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예보는 “메리츠화재 외 1개 사에서 인수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자금조달 계획 미비 등 사유로 차순위 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않았다”며 “수의계약 절차 및 우협 선정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공사 내부통제실의 검토와 내·외부 전문가의 자문회의를 거쳐 투명하고 공정하게 우협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예보는 MG손보가 부실 금융기관으로 결정된 2022년 4월 이후 약 3년간 세 차례의 매각을 추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올 10월 진행된 수의계약 관련 절차에서는 메리츠화재와 사모펀드(PEF) 데일리파트너스가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데일리파트너스가 출자자를 구하지 못하면서 인수전을 완주하지 못했다. 앞서 국정감사에서 거론된 IBK기업은행은 내부 검토 결과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우협 선정으로 메리츠화재에는 배타적 협상기간이 주어진다. 다만 이 기간 협상에 실패할 경우, 보험 계약자 보호 및 예보 손실 최소화 원칙에 따라 새로운 인수 주체가 참여할 수도 있다. 예보 관계자는 “계약자 보호와 기금손실 최소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최소비용의 원칙하에 매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 공정하고 투명하게 부실금융기관을 최적의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MG손보를 정상화하는데 최소 1조원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K-ICS) 비율이 6월 말 기준 44.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K-ICS를 150%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예보는 MG손보 인수자에 약 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메리츠 둘러싼 시장의 상반된 시선

이런 가운데 시장은 메리츠화재의 다음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메리츠그룹을 두고 ‘모험자본 공급자’라는 평가와 ‘지나치게 공격적인 금융사’라는 상반된 시선이 공존하는 탓이다. 실제로 메리츠그룹은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합법과 위법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시장 참여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같은 세평은 최근 수년간 메리츠증권의 투자 행보에서도 엿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메리츠증권이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로 자금을 공급한 기업 가운데 18곳이 횡령·배임, 부도·회생 절차, 감사의견 거절 등을 이유로 거래 정지됐다. 메리츠증권이 이들 18개 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7,800억원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메리츠는 CB·BW 인수 조건으로 부실기업에 부동산과 채권 등 확실한 담보를 요구해 원금을 보장받아 하방 리스크를 막고, 수수료를 챙기는 영업 패턴을 반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확실한 담보 설정과 수수료 취득을 비도덕적이라 비난할 수는 없지만, 자사의 성장에만 몰두하면서 ‘시장에 미치는 여파와는 무관하다’는 다소 안일한 인식이 조직 전반에 확산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시장이 MG손보 매각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불거진 메리츠화재 특혜 논란에 주목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앞서 지난 10월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예보가 수의계약 입찰 마감 데드라인을 연장한 것 등이 메리츠화재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 자금이 투입되는 데다 1조원 이상의 기회이익이 예상되는 거래인데, 특정 원매자에 대한 특혜로 보이는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후 2주 뒤 진행된 종합 국감에서는 질타 수위가 한층 강해졌다. 신 의원은 “과거에도 티웨이와 예스저축은행 등 수의계약 연장 사례가 있긴 했지만, 이는 마감일을 하루 남겨 놓고 입찰자가 없어 연장한 것으로 일주일 전에 연장한 MG손보 케이스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비판했다. 이어 “메리츠화재로 수의계약이 성사되더라도 감사원 감사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예보 내부에서도 이번 사례는 감사원 감사를 각오하고 하는 일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직격했다. 우협 선정 뒤에도 메리츠화재가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노조는 ‘결사 항전’

또 다른 걸림돌은 고용승계 문제다. 이번 매각은 자산 부채 이전(P&A)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메리츠화재는 사실상 고용승계 의무를 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인수와 동시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내 왔다. 지난 8월 열린 기자회견에서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는 이번 인수전에서 예보의 공적자금만을 목적에 뒀을 뿐, 직원들의 안정적 고용관계와 근로조건 승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강조하며 메리츠화재를 배제하고 매각 절차를 다시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인수할 진정한 뜻이 있었다면, 재공고가 아닌 예비입찰부터 관심을 갖고 참여했어야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당시 배영진 사무금융노조 MG손보 지부장은 “메리츠화재는 현재 손해보험업종 순익 3위, 자산가치 4위에 달하는 대형 손보사”라고 짚으며 “그런 손보사가 굳이 MG손보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은 150만 보험 계약자 데이터와 예보 지원금 5,000억원의 공적자금을 노리는 의도”라고 일갈했다.

노조는 10월에도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당시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는 P&A 방식으로 MG손보의 우량자산만 인수하고, 예보의 자금지원만을 목적으로 한다”며 “만약 MG손보가 메리츠화재에 인수될 경우 650여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예보는 이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예보 관계자는 “고용 문제는 메리츠화재와 MG손보가 협상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다만 예보가 매각 주체인 만큼 해당 사안에 대해 함께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자 보호와 기금 손실 최소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최소비용의 원칙하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부실 금융기관을 최적의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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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지분 추가 확보에 소극적? 최윤범 회장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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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 의결권 지분율 43.85% 달해
들어오는 문 ‘활짝’, 나가는 문 ‘잠금’
외부 차입 늘면서 재무 건전성 급속 악화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다음 달 23일로 예정된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계열사들이 지분 추가 확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다만 경원문화재단 등 일부 주주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회사는 법적·도의적 문제의 소지를 만들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최 회장 측이 우군 이탈 방지에 방점을 둔 행보로 보고 있다.

지분 0.32% 증가에도 여전히 열세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 회장 측 계열사 및 베인캐피탈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고려아연 주식 6만6,623주를 추가로 장내 매수했다. 이 과정에서 투입된 자금은 약 816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번 장내 매수를 통해 최 회장 측 지분은 종전 대비 0.32% 늘어난 17.5%가 됐으며, 최 회장 측과 우호 세력의 합산 지분은 약 34%로 늘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 지분은 지난달 11일 기준 39.83%로, 이후 장내 매수를 계속하고 있는 만큼 소폭의 증가가 전망된다. 양측 의결권 지분율은 영풍·MBK가 43.85%, 최 회장 측은 39% 수준이다. 현재 지분율에서 열세인 최 회장 측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한 주라도 더 확보해야 하는 처지다. 내년 1월 23일 임시 주주총회에 앞서 이달 20일 주주명부를 폐쇄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식 매매일과 결제일 간 2영업일의 시차까지 고려하면 오는 18일까지는 주식을 매수해야 의결권 지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영풍정밀과 유미개발 등 계열사가 고려아연 주식 매수를 이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풍정밀은 이달 2~4일 고려아연 주식 7,670주를 매수했다. 이는 전체 지분 기준 0.037% 수준으로, 투입 금액은 116억원 상당이다. 영풍정밀은 이번 지분 매입을 위해 차입 없이 사업 소득과 배당 소득 등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유미개발은 지난달 21~22일 약 70억원을 들여 고려아연 주식 7,213주(0.034%)를 매입한 데 이어 이번에도 1만7,665주(0.085%) 매수에 226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기준 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유미개발은 유동자산 또한 16억원대에 그치지만, 막대한 자금을 들여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 참여하고 있다.

경원문화재단은 현재 고려아연 주식 7,450주를 보유한 주주다. 그러나 의결권이 없는 탓에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는 지분 매입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공익법인이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한 회사를 지배하는 자의 특수관계인에 속한다면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경원문화재단이 최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려 한다면 계열사를 통한 우회적 지원도 가능하다. 유미개발의 최대 주주(지분 25.73%)가 경원재단이기 때문이다. 자금력 또한 충분하다. 국세청 공익법인 결산서류에 따르면 경원재단의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가액은 130억원, 순자산은 122억원으로 금융자산은 20억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경원재단은 이번 경영권 분쟁에 간접적으로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경원재단은) 공익재단이어서 재단 자금으로 주식을 인수하면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가 철회하는 과정에 시장 참여자들의 비판을 받은 만큼, 법적·도의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움직임은 가급적 지양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현실적 대응책 ‘문단속 강화’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최 회장 측이 지분 확대를 위해 투입할 수 있는 자금에 한계가 있는 만큼 우군 이탈 방지에 주력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앞서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던 주주들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최 회장의 입지 또한 줄어든 바 있기 때문이다. 먼저 최 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이끄는 한국투자증권은 보유 중이던 지분 일부를 지난 10월 진행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주당 89만원)에 응해 정리했고, 나머지는 공개매수가 끝난 뒤 주가 급상승에 맞춰 전량 매각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보유하고 있던 고려아연 지분은 약 0.8%다.

같은 달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도 투자전문회사인 에이알티코퍼레이션을 통해 보유 중이던 고려아연 주식 4만1,044주(약 0.21%) 대부분을 매각했다. 윤 대표와 최 회장은 경기초등학교 동기로 깊은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막대한 시세 차익 앞에서는 인연의 끈이 느슨해졌다. 시장에서는 윤 대표가 고려아연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약 314억원의 차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고려아연 지분 0.7%를 보유하고 있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도 보유 주식 일부를 처분해 차익을 실현했다. 한국타이어의 모회사인 한국앤컴퍼니그룹 조현범 회장과 최 회장은 재계에 소문난 절친이었지만, 고려아연 주가가 단기간 급등한 만큼 조 회장이 실리 택했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판단이다. 특히 한국타이어의 자회사 한국프리시전웍스는 고려아연 주식 1만 주를 장내에서 사고팔면서 나흘 만에 약 8억원의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차입금의존도 급등, 재무 건전성 ‘빨간불’

경영권 분쟁과 주가 등락으로 인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는 가운데 고려아연의 재무 건전성은 급속도로 악화했다. 자사주를 취득 과정에서 차입금 부담이 확대된 탓이다. 고려아연의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8조6,40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7조2,900억원)보다 18.5%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3분기 4,619억원에서 올해 3분기 6,032억원으로 30.60% 증가했다. 올해 런던금속거래소(LME) 내 아연과 은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차입금 규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9,259억원으로 1조원을 넘지 않았지만, 올해 3분기에는 2조4,646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말 24.9%에서 올해 3분기 말 44.6%로 2배 가까이 뛰었다. 통상 차입금의존도가 30%를 초과하면 안정적인 수준을 벗어났다고 평가한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취득을 위해 1조8,000억원가량의 현금을 외부 차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자본적투자(CAPEX)가 지속될 예정된 상황에서 잉여현금흐름(FCF)까지 적자 전환하면서 현금창출력에도 제동이 걸렸다. 고려아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3분기 5,480억원에서 올해 3분기 3,830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CAPEX는 2,932억원에서 9,034억원으로 증가했고, FCF는 2,548억원에서 –5,20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고려아연은 올해 호주법인을 통해 풍력발전소 지분 30%를 사들이는 등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이처럼 부진한 현금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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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분쟁에 등장한 ‘댓글부대’? MBK·영풍 “온라인 여론 조작 정황 포착, 수사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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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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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영풍 상대로 부정적 여론 형성 시도 포착
비방 표현 중복 및 24시간 이내 삭제 패턴
악성 댓글·가짜 뉴스 사회적 문제로 대두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중인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비방 세력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 언론보도에 대한 조직적 악성 댓글과 주식 종목 게시판 등에 올라오는 비방성 토론글에서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려는 시도를 포착해 수사를 의뢰하면서다.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내년 1월 23일로 예정된 가운데 이를 둘러싼 갈등도 격화하는 양상이다.

반복적 비방 ID 40여 개 특정

6일 재계에 따르면 MBK·영풍 연합은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근거 없는 비방 댓글과 악의적인 종목 토론 글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ID(계정)들에 대한 제보가 이어졌다”며 수사 의뢰 사실을 알렸다.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 지난 9월 이후 이런 일이 반복됐다는 주장이다. MBK·영풍은 고려아연과 양사에 관한 기사 4,000여 건에 달린 댓글 1만5,000여 건과 종목 토론방 게시글 약 6,000건을 분석해 비방 패턴을 유형화하는 작업에 나섰고, 이를 통해 조직적 여론 형성 세력으로 의심되는 ID 40여 개를 1차 특정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이들 ID는 공개매수 개시일인 9월 13일 이후 활동을 시작했으며, 맹목적 비방 글과 댓글이 주를 이뤘다. 이 과정에서 비방 표현이 중복됐고, 작성 시기도 비교적 단기간에 집중됐다는 게 MBK·영풍의 주장이다. MBK·영풍은 “의심 계정들은 비슷한 시기 활동을 시작해 같은 주제, 같은 표현의 글을 작성하고는 24시간 이내 삭제하는 패턴을 보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MBK·영풍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지난달 16일에도 금융당국에 비슷한 의심 사례들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최근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기사에 MBK·영풍에 대해서는 악의적 비방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 대해서는 옹호하는 패턴을 보인 댓글들이다.

MBK·영풍은 “이번 수사 의뢰는 조직적인 여론조작 활동과 일부 커뮤니티에서의 여론 조작 활동,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 확산 등에 대해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고려아연 최대 주주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며 “이와 같은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또는 형법상 신용훼손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내부 스트레스로 골머리

고려아연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MBK·영풍의 적대적 M&A(인수합병) 시도로 회사 내부의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최근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지속적인 언론 노출과 주변의 관심, 우려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심리적 부담과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임직원이 72.8%에 달했다.

고용 불안을 느끼거나 이직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59.6%를 차지했다. 경영권 분쟁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고려아연 임직원 중 76.2%가 매우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응답자의 56.3%는 업무 몰입이 저하되고 있다고 답했다. 조직 내부의 불안감 증대와 어수선한 분위기, 언론 노출에 따른 주변의 우려 증가 등이 원인이며, 심지어 일상생활에서도 걱정과 불안을 느낀다는 응답자가 62.6%를 차지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 10월 28일부터 지난달 1일까지 고려아연 본사 임직원 약 2,000명을 상대로 온라인 무기명 진행됐으며, 설문에는 전체 임직원 중 60%가량인 1,175명이 응했다. 총 18개로 구성된 설문 문항은 한국형 직무스트레스 요인 기본형 측정 도구를 참고했으며, 경영권 분쟁에 대한 이해도와 업무량 증가 수준, 직·간접적 피로도와 스트레스, 업무 및 고용 불안정성에 대한 인식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다.

진짜-가짜 구분 어려운 온라인 세상

한편 온라인의 익명성에 기댄 악의적 댓글 등은 최근 들어 사회 전반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정 인물이나 기관 등을 겨냥한 조직적이고 공격적인 비방으로 인한 피해가 줄을 이으면서다. 올 3월 개봉한 영화 ‘댓글부대’는 이런 현실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영화는 한 대기업의 비리를 취재하다가 정직당한 기자의 시선을 따라 진행된다. 주인공은 ‘완전한 진실은 아니지만 완전한 거짓도 아닌’ 이야기로 온라인 이용자를 현혹하는 이들의 여론 조작 현장을 마주하고 경악한다.

주인공이 거대한 ‘진실 또는 거짓’을 마주하는 순간, 보는 이들 역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주연을 맡은 배우 손석구는 영화 개봉 당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 ‘댓글부대’는 가짜가 진짜가 될 수 있는 사회를 반영한 거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사회적 이슈에 접근할 때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기가 너무 어려워진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온라인 정보는 내가 몰랐던 사실을 활자를 통해 습득한다는 점에서는 소설과 다르지 않다”며 “어떤 뉴스나 정보도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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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자산 매각 릴레이’, 이번엔 롯데호텔 “L7·시티 일부 매각”

롯데그룹 ‘자산 매각 릴레이’, 이번엔 롯데호텔 “L7·시티 일부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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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규모 6,000억원 수준
재무 ‘빨간불’, 차입금 의존도 49.5%
면세점 부진에 실적도 악화일로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가 자산 유동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보유 중인 호텔 일부를 매각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다. 또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면세점 사업부에 대해서는 비상 경영 체제에 이어 새로운 수장과 함께 분위기 전환을 도모한다. 한동안 별다른 호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면세점 업계는 롯데면세점이 새로운 경영 체제를 기반으로 수익성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유동성 확대’ 전면에 내세워

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달 28일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호텔롯데의 유동성 확대를 위해 L7과 롯데시티호텔 가운데 2~3곳의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또 해외에서 운영 중인 부실 면세점을 철수하고, 잠실 롯데월드타워 내 면세점 면적을 축소해 고정비를 절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호텔롯데는 국내외에 시티호텔 8개, L7 호텔 6개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호텔롯데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공시지가가 6조7,360억원에 달하는 만큼 그 가운데 일부를 처분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게 롯데 측의 구상이다. 매각 규모는 6,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호텔롯데가 핵심 자산인 호텔 매각을 검토하는 배경으로는 급격히 악화한 재무 건전성이 꼽힌다. 공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호텔롯데가 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은 2조3,061억원이며, 전체 차입금 규모는 8조7,616억원 수준이다. 반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108억원에 불과하다. 연결 기준 차입금 의존도는 49.5%에 달한다.

계속된 계열사 지원도 호텔롯데의 재무 건전성 악화를 부추겼다. 먼저 지난해에는 롯데건설 유동화 특수목적법인에 대한 후순위대출(1,500억원)과 선순위대출(9,000억원)의 이자에 대한 자금 보충 등을 지원했다. 호텔롯데는 롯데케미칼(44.02%)에 이은 2대 주주로, 그간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으로 롯데건설에 자금을 조달해 왔다.

올해는 롯데렌탈 총수익스왑(TRS) 정산에 따른 추가 지분 인수에 2,600억원을 투입했고 이에 더해 시카고 킴튼호텔 인수, 창이공항 면세점 관련 투자 등 굵직한 투자도 진행했다. 롯데그룹은 IR에서 11월 기준 호텔롯데의 현금성 자산이 1조1,000억원대라고 강조했지만, 신용등급 하향 검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매장 모습/사진=롯데면세점

매장 축소·철수 등 경영 효율화

호텔롯데의 사업은 호텔, 면세점, 월드 등 크게 3개 부문으로 구분된다. 연 매출은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만 해도 7조3,965억원, 영업이익은 3,183억원에 달했지만, 팬데믹 이후 줄곧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4조7,540억원으로 2020년에 비해 24%가량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적자(-4,976억원)에서 흑자(1,326억원)로 전환했다. 하지만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면세 사업이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면서 올 3분기 호텔롯데의 누적 영업이익은 28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면세사업부의 3분기 매출은 해외사업 매출 증가에 기인해 7,994억원으로 8%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46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98억원 손실)보다 적자 폭을 키웠다. 고환율에 따른 상품원가 상승, 희망퇴직 시행으로 인한 퇴직급여 증가 등이 손실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호텔롯데는 지난 8월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위로금으로 약 160억원을 지출한 바 있다.

여기에 해외 면세점의 실적 부진도 한몫했다. 현재 롯데면세점은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시내면세점 4곳과 공항면세점 10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 적자를 거듭 중이다. 호주 멜버른과 브리즈번 면세점 운영 법인은 지난해 35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베트남 합작법인도 240억원의 순손실을 떠안았다. 일본 간사이점의 순손실액 또한 32억원에 달했다.

롯데면세점은 실적이 부진한 해외 면세점을 정리하고, 국내에서도 경영 효율화를 서두를 계획이다. 당장 이달 10일에는 서울 명동에서 운영 중인 시내면세점 나우인명동(옛 LDF하우스)이 문을 닫는다. 해당 매장은 임대 기간이 남은 상황이지만, 지난 9월부터 진행한 디즈니 픽사 팝업스토어를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비상 경영에 따른 매장 효율화 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대표 선임, 수익성 개선에 총력

본격적인 분위기 전환을 위해 새로운 대표이사도 맞이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28일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김동하 롯데지주 HR 혁신실 기업문화팀장 전무를 롯데면세점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번 인사로 지난 2년 동안 롯데면세점을 이끌었던 김주남 전 대표는 용퇴하게 됐다.

롯데면세점의 새로운 수장이 된 김 전무는 ‘정통 롯데맨’으로 꼽힌다. 1997년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에 입사한 이후 롯데 정책본부 개선실과 롯데슈퍼 전략혁신부문장, 경영지원부문장, 기획지원부문장 등을 두루 거쳤다. 이후 2022년에는 롯데지주 기업문화팀장을 맡아 그룹의 노무와 생산성 관리를 책임졌다. 롯데는 김 전무의 높은 유통업 이해도와 강한 추진력이 면세점 사업과 조직을 개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대표이사의 최우선 과제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롯데면세점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일이다. 팬데믹만 끝나면 모든 게 회복될 줄 알았던 기대감과 달리, 면세 업계는 현재 혹한기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면세 업계의 ‘큰 손’으로 불리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의 발길이 끊긴 탓이다. 앞으로도 최소 2~3년은 큰 호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롯데면세점 내부에서는 김 전무가 비용 감축 및 구조조정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대내외적 환경 변수들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전반적으로 기초체력을 잘 다지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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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뱅크도 롯데렌탈 인수전 참전 검토, 사모펀드와 2파전 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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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위기에 롯데렌탈 매각도 눈길
'깜짝 놀랄' 웃돈 없인 경영권 매각 불투명
결국 시장서 '가격 명분' 가져와야
사진=타이어뱅크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롯데그룹이 롯데렌탈 경영권을 매물로 내놓은 가운데, 타이어뱅크가 인수전 참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어뱅크는 현재 관계사 AP홀딩스를 통해 에어프레미아의 지분 추가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

타이어뱅크, 롯데렌탈 경영권 인수 추진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타이어뱅크는 롯데렌탈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기 위해 재무 구조와 사업 시너지 효과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타이어뱅크는 업계에서 ‘알짜 회사’로 잘 알려져있으나 자금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 타이어뱅크는 전국에 있는 여러 지점의 부동산을 직접 보유 중으로, 그중에는 알짜로 평가받는 부동산 자산들도 꽤 있다. 서울 신월점, 종암점이 타이어뱅크 소유 부동산이며 세종시, 인천 청라, 영종도, 경기 부천과 평택, 그 외에 광주, 충남, 전북, 경남 등 전국 각지에도 부동산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타이어뱅크가 소유 중인 부동산은 장부가만 따져도 2,751억원에 달한다. 현재 타이어뱅크 지분은 김정규 회장이 93%를, 부인 조순희씨가 5%를, 세 자녀가 2.01%를 나눠서 들고 있는데 김 회장 개인의 재산만 1조원대에 달한다는 설도 있다.

타이어뱅크는 김 회장 자녀들이 대주주인 AP홀딩스를 통해 에어프레미아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2대주주는 JC파트너스·소노인터내셔널(22%)인데, AP홀딩스는 내년 5월 이들을 상대로 우선매수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JC 측이 여기에 동의하면 거래가 AP홀딩스가 지분 68%를 확보하게 되지만, 소노 측도 에어프레미아 인수에 대한 의지가 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JC가 AP홀딩스의 우선매수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번에는 드래그얼롱(동반매각청구권)이 발동해 JC가 AP홀딩스 지분까지 끌어다 제3자에게 통매각할 수 있게 된다.

사진=롯데렌터카

사모펀드 어피니티도 적극적

롯데렌탈 매각과 관련해 롯데그룹 측은 “최대주주 등이 외부로부터 롯데렌탈 지분 매각 제안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지만, 글로벌 IB UBS를 주관사로 선임해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렌탈은 롯데그룹에 인수된 지 9년 만에 매각이 거론되는 처지에 놓이게 된 상황이다. 롯데렌탈은 1986년 설립된 금호렌터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후 2010년 KT에 매각돼 KT렌탈이라는 사명을 갖게 됐다. 2015년에는 롯데그룹이 1조2,000억원을 투입해 또다시 인수하면서 롯데렌탈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번 매각 대상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경영권 지분 60.63%다. 롯데그룹 측에서 생각하는 롯데렌탈의 전체 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 지분의 가격은 약 1조5,000억원인 셈이다. 현재 시가총액이 1조1,4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120%가량 붙인 것이다.

롯데렌탈이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는 등 수익성 지표에서 선전하는 점을 고려하면 인수 매력은 높은 편이라는 평가다. 롯데렌탈은 올해 1~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률은 10%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전개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익을 냈는지를 따지는 지표로 통한다.

현재 롯데렌탈 경영권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다. 현재 어피니티가 보유한 실탄은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로 알려져 있다. 앞서 어피니티는 지난 8월 국내 2위 렌터카 업체인 SK렌터카를 8,200억원에 인수했는데, 1위 롯데렌탈까지 인수해 볼트온(Bolt-on·동종 업체들을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것)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전언인다.

지분구조상 렌탈 팔아도 케미칼 영향↓

다만 롯데그룹 입장에선 롯데렌탈 매각의 실효성은 크지 않다. 지난해 롯데그룹 위기의 진원지가 롯데건설이었다면 올해는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을 지원하려면 회사와 연관성이 높은 자산을 팔아야 하는데 롯데렌탈은 그렇게 보기 어렵다. 롯데렌탈을 팔아 그 자금을 위로 올리고 다시 케미칼로 보내는 사이 세금 등 손실도 많다.

롯데렌탈은 인수 때 롯데그룹이 특히 공을 들였던 회사다. 2015년 롯데렌탈(당시 KT렌탈) 인수전은 유례없이 치열했다. 탈락한 원매자들이 매각 측에 항의하면서 다시 부활하는 사례도 있었다. SK네트웍스, 어피니티 등이 막판까지 자존심 싸움을 벌인 끝에 유일하게 1조원을 넘게 써낸 롯데그룹이 인수자로 결정된 만큼 애착이 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2021년 2조원대 몸값으로 증시에 입성한 롯데렌탈의 현재 시가총액은 1조1,000억원대에 그친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 측 지분 가치는 7,000억원 수준이다. 이미 더 좋은 가격을 본 데다 반드시 롯데렌탈을 활용할 필요성이 없는 롯데그룹 입장에선 성에 차지 않는 금액이다.

결국 롯데렌탈 매각 여부는 시장이 명분과 당위성을 만들어 주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즉 팔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의 가격 제시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롯데그룹은 과거 상장 가치 이상의 몸값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롯데렌탈 지분 가치는 1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통상 경영권 거래의 프리미엄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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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내외 리스크에 대기업 투자 위축, 경제 성장률 전망도 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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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대 기업 중 내년 투자 계획 없는 기업 68%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 1%대 후반으로 하향
한은 "美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불확실성 상존"

국내 대기업 10곳 중 7곳이 내년 투자 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했거나 계획이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 등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하는 대내외 리스크 요인이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좀처럼 투자 확대의 동력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 등은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1% 후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무역 갈등과 주력 품목의 경쟁 심화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내수 회복도 더디게 진행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경협, 매출 500대 기업 대상 내년 투자계획 조사

4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지난달 13∼25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상대로 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 122곳 중 56.6%는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반면 '계획을 수립했다'는 응답은 32.0%로 지난해보다 13% 포인트 감소했고 '투자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11.4%였다. 투자계획이 미정인 이유로는 조직개편·인사이동(37.7%), 대내외 리스크 영향 파악 우선(27.5%), 내년 국내외 경제전망 불투명(20.3%) 등을 꼽았다.

내년 투자계획을 수립한 기업(39곳) 중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축소한다는 응답은 28.2%로 투자 규모를 확대한 기업(12.8%)보다 많았다.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한 비율은 59.0%로 집계됐다. 지난해 조사까지만 해도 '투자 확대'(28.8%)가 '축소'(10.2%)보다 3배가량 많았는데 1년 만에 역전된 것이다.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계획이 없는 이유로는 내년 국내외 부정적인 경제전망(33.3%), 국내 투자 환경 악화(20.0%), 내수시장 위축 전망(16.0%)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내년도 설비투자의 주된 형태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 기업의 77.8%가 '기존 설비를 유지·개보수하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이어 적극적인 설비 확장 18.9%, 구조조정 3.3%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 요인으로는 글로벌 경기 둔화(42.9%)가 가장 많았고 고환율과 물가 상승 압력(23.0%),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공급망 교란 심화(13.7%)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투자 저해 요인으로는 설비·연구개발 투자 지원 부족(37.4%),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규제(21.3%), 설비투자 신·증축 관련 규제(15.0%) 등이 꼽혔다.

마지막으로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으로는 금융 지원 확대(21.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세제 지원 강화(16.9%), 지배구조 및 투자 관련 규제 완화(15.3%)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과거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기업 투자가 위기 극복의 열쇠가 돼왔는데 최근에는 기업들이 투자 확대의 동력을 좀처럼 얻지 못하고 있다"며 "경영 불확실성을 크게 가중하는 상법 개정 논의를 지양하고 금융‧세제 지원 등 과감한 인센티브로 적극적인 투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 글로벌 통상 환경 악화 속 수출 증가세 둔화

내년 투자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도 더딘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같은 날 삼일PwC 경영연구원은 '2025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국내 경제가 올해보다 낮은 1%대 후반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와 설비 투자의 완만한 회복세에도 글로벌 통상 환경 악화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란 설명이다. 보고서는 "건설 투자가 역성장을 지속하며 경기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약한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으로 물가와 성장에 초점을 맞춰 공격적인 통화 정책을 펼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분석했다.

한국 경제를 불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대외 환경으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미·중 갈등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중국과의 기술 격차 축소 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둔화된 수출 증가세를 보완하기 위한 내수 회복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재정·통화정책의 조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한국 경제의 성장 경로가 지지부진하겠지만 새로운 글로벌 경제 개편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대내외적인 전략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글로벌 경제는 세계 인플레이션이 주요국 목표치에 근접하며 2%대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금리 인하 기조가 더해지면서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가별 성장률 편차가 확대되면서 견조한 성장을 유지하는 미국과 달리 중국·유럽연합(EU) 등은 저성장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보고서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 임금 상승 등을 고려할 때 팬데믹 이전의 저물가 시대로 완전히 회귀하기는 어렵지만 물가가 안정된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 공급망 리스크가 재발하면 인플레이션 이슈가 다시 부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한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응 따라 경제 성장률 조정"

한은도 내년 GDP 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8월 발표한 성장률 전망 2.1%는 물론 잠재성장률 2%도 하회하는 수치다. 한은이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는 국내외 전망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2.0%를 제시한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보다는 각각 0.1% 포인트 낮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 2.2%보다는 0.3% 포인트 낮다. 한은 관계자는 "주력 업종에서 주요국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보호무역 기조기 강화하면서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둔화하는 상황을 반영해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망에서 한은은 내년도 수출 증가율을 기존 2.9%에서 1.5%로 낮췄고, 올해 증가율도 6.9%에서 6.3%로 하향했다. 이번에 처음 공개한 2026년 수출 증가율은 0.7%로 제시했다. 당초 1.4%로 제시했던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도 1.2%로 낮췄다. 최근 민간소비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예상보다 속도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 역시 2.0%로 종전 전망치(2.2%)보다 0.2% 포인트 내렸다. 한은은 "민간소비는 가계 소비 여력 개선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그 속도는 예상보다 완만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전망치도 하향 조정했다. 내년 건설투자 성장률은 종전 전망치 -0.7%에서 -1.3%로, 설비투자 성장률 전망치는 4.3%에서 3.0%로 내렸다. 건설투자는 수주·착공 지연 영향으로 내년에도 부진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했으며, 설비투자의 경우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견조한 투자수요 등으로 증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도 유가 하락세·민간소비 증가세가 예상에 못 미치면서 기존 전망보다 0.2% 포인트 내린 1.9%로 제시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환율 움직임, 국내외 불확실성은 상존한다고 봤다.

한은은 향후 성장률과 물가가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와 이에 대한 주요국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글로벌 무역 갈등이 격화될 경우, 교역이 급격히 위축되고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한국의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은 각각 0.2% 포인트, 0.1%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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