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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에 자영업 칼바람 커피음료점 전년比 743개 감소 치킨·피자·햄버거집도 줄폐업

내수 부진이 자영업과 기업 전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숍 등 국내 대표 창업 업종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됐고, 매출도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내수 침체의 핵심 배경으로 지목되는 건설 경기 역시 5분기 연속 위축되며 소비·투자 전반에 냉각 효과를 낳는 모습이다.
패스트푸드 업체 300곳 감소, 흔들리는 자영업
5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패스트푸드점 수는 4만7,632곳으로, 지난해 말보다 275곳(0.6%) 줄었다. 반기 단위 기준으로 국세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 기준으로도 사상 첫 감소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킨·피자·햄버거 등을 판매하는 패스트푸드점은 그간 매년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2017년 말 3만4,370개였던 점포 수는 매년 늘어,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에는 4만2,952개로 처음 4만 개를 돌파했다. 지난해 말에는 4만7,907곳으로 5만 개 돌파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폐업이 늘어나면서 감소세로 전환됐다.
자영업 창업을 대표하는 커피숍 수도 2018년 이후 처음으로 떨어졌다. 국세청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커피음료점은 9만5,337개로 전년 동기보다 743개 줄었다. 커피음료점뿐만 아니라 자영업 전반이 위축된 모습이다. 호프주점은 2만2,493개로 전년보다 각각 180개, 1,802개 줄었다. 한식음식점과 중식음식점도 각각 484개, 180개 감소했다. 옷 가게는 1분기 8만2,685개, 화장품 가게는 3만8,726개로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2,982개, 1,504개 줄었다. 편의점도 감소세를 보였다. 1분기 편의점은 5만3,101개로 전년보다 455개 줄었다.

'내수에 찬물' 건설생산 5분기째 마이너스
자영업자들을 폐업으로 내몬 건 내수 부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내수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설 경기는 5분기 연속 위축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건설 생산을 나타내는 건설기성(불변)은 지난해 2분기 대비 17.5% 감소했다. 1분기(-21.2%)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2분기(-6.0%) 이후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건축(-18.6%)과 토목(-14.3%) 등 공종을 가리지 않고 부진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월별로 보면 하락 흐름은 더욱 뚜렷하다. 지난해 5월 이후 올해 6월(-12.3%)까지 1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고, 올해 들어서는 지속적으로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인다. 건설은 하반기에도 여전히 잿빛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건설 경기 부진이 올해 하반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건설 수주는 지난해 2분기부터 점차 반등하고 있지만, 수주가 생산으로 이어지기까지는 통상 1~2년의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등 부동산 규제를 고려하면 건설 경기가 단시간에 반등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에는 주택뿐만 아니라 교통 등 인프라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부문들을 부양해야 내수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들 최대 경영 리스크도 '내수 부진'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도 올해 하반기 최대 경영 위험으로 내수 부진을 꼽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25년 하반기 기업경영여건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들은 하반기 최대 경영 위협 요인으로 ‘내수부진·경기침체 지속’(25.7%)을 꼽았다.
글로벌 수요둔화·수출부진, 글로벌 통상환경 불확실성·원자재 리스크 등 외부 요인은 각각 14.1%로 공동 2위에 올랐다. 경영상 애로 요인은 수출감소(20.4%), 원자재·에너지 가격상승(19.7%), 내수 부진(18.4%)이 꼽혔다. 한경협은 수출부진과 내수위축이 구조적으로 고착되면서 기업들이 매출 감소, 재고 누적 등 경영상 어려움이 큰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엔 단기적으로 비용 통제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확대·핵심역량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비용 절감·운영 효율화(28%), 기존 주력사업 집중(19.1%), 해외 시장 진출 강화(16.4%) 등을 올해 하반기 대내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전략으로 꼽았다.
응답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기업의 경영 여건이 상반기와 ‘비슷’(53.3%)할 것으로 예측했다. ‘개선’과 ‘악화’ 전망은 각각 30.2%와 16.5%에 그쳤다. 이들은 한국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성장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미래 성장동력 발굴·산업구조 고도화(24.7%), 글로벌 통상전략 강화(20.7%),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대응(12.5%), 지역 균형 발전·인프라투자(12.2%)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기업들은 내수 둔화와 불확실한 대외 환경 속에서 신규 사업 전개보다는 기존 전략의 재점검과 효율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수적 경영이 장기화할 경우 투자와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통상환경 대응과 규제 개선, 내수 활성화 정책을 보다 체계적이고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