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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부담 커졌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쌀값, 원인은 정부의 과잉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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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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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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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쌀 20kg 소매가, 6만원 선 훌쩍 넘어서
쌀값 상승 원인, 생산량이 아닌 '정부'에 있다?
"일본 전철 밟을라" 겨우 진정된 물가 다시 오를까

쌀 소매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쌀을 과도하게 매입하면서 민간 재고량이 줄어들자, 대형 미곡종합처리장(RPC)으로 도정 업체들의 수요가 몰리며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겨우 진정 국면에 접어든 인플레이션이 재차 자극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쌀 소매가 상승세 지속돼

2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7월 24일 기준 20㎏ 소매 쌀 가격은 평균 6만151원까지 뛰어올랐다. 2023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6만원을 넘긴 것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4%, 평년 대비 15.8% 상승한 수준이다. 20kg 소매 쌀 가격은 올 4월 평균 5만4,000원대에서 5월 5만6,000원대, 6월 5만8,000원대 등으로 꾸준히 올라왔다.

우리나라에서 쌀값이 6만원대까지 상승하는 일은 흔치 않다. 일반적으로 쌀값이 오르는 시기인 ‘단경기(묵은쌀이 떨어지고 햅쌀이 나오기 전 기간·7~9월)’에도 마찬가지다. 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자료를 살펴보면 7월 기준 월평균 쌀값(20㎏ 기준)이 6만원을 넘은 것은 2021년(6만1,725원)이 마지막이며, 7월 평년 쌀값은 4만8,706원 수준이다. 최근 10년으로 기간을 넓혀봐도 소비자 쌀값 최고치는 2023년 10월 18일 기록한 6만2,022원으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쌀값이 오른 일차적인 원인으로는 쌀 생산량 감소가 지목된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358만5,000톤(t)으로 전년(370만2,000t) 대비 3.2%(11만7,000t) 감소했다. 지난해 여름 폭염으로 인해 곡식이 제대로 여물지 못했고, 벼에서 발라져 나오는 쌀알의 양도 줄어든 것이다. 실제 지역농협 등에 따르면 경기 남부 지역의 2024년산 벼의 도정수율(벼 중량 대비 쌀의 중량)은 61~67%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예년 수준인 72%보다 5~11%p 낮은 수치다.

정부의 쌀 과잉 매입

주목할 만한 부분은 수확량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쌀 물량이 남아돌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정부 양곡 재고는 85만5,000t에 달한다. 1년 수확량의 약 4분의 1이 정부 창고에 쌓여있는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시장에서 쌀을 과도하게 매입하며 비정상적인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국회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이 양곡법 개정을 추진했을 당시, 윤석열 정부는 쌀값 반등에 사활을 걸었다. 쌀 생산량 예측치가 나오기 전인 작년 9월에 수확기 수급 안정 대책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2005년 이후 가장 이른 시점이었다. 이에 더해 정부는 같은 해 10월 통계청이 쌀 예상 생산량을 365만7,000t으로 발표하자, 이를 토대로 초과 생산량(신곡 예상 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보다 12만8,000t 많은 20만t을 밥쌀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조치로 인한 '후폭풍'은 수확기가 지난 후에 찾아왔다. 정부가 쌀을 과도하게 매입하며 민간 유통 업체들이 저장해 놓은 쌀이 동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민간의 쌀 재고량은 71만2,000t으로 전년 대비 21만t(23%) 줄었다. 일부 민간 도정 업체들은 이미 재고가 떨어져 농협의 대형 RPC 등에서 저장해 놓은 쌀을 또다시 사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대형 RPC로 시장 수요가 몰리며 쌀값이 오르고, 그에 따른 이익은 대형 RPC가 독식하게 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인플레이션 자극 우려돼

시장에서는 정부의 쌀 매입 전략 실패로 인해 겨우 진정된 인플레이션이 다시 자극받을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쌀값 상승으로 인해 홍역을 치른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일본의 쌀값은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폭등해 올해 6월까지 오름세를 이어 왔다. 쌀값이 폭등한 원인으로는 △더위로 인한 작황 악화 △일본 정부의 쌀 감산 압박 △시장의 사재기 △해외 관광객 수요 등이 지목된다.

쌀값 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되며 일본의 소비자물가 역시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월 3.5% △5월 3.7% △6월 3.3% 등으로 연일 일본은행(BOJ)의 물가 목표치(2%)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쌀값 상승률은 각각 98.4%, 101.7%, 100.2%에 달했다. 일본 현지 매체들은 사실상 쌀 가격 급등세가 전체적인 물가를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실제 쌀값 상승률이 1971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 5월에 일본 CPI 역시 2023년 1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만약 정부가 쌀값 관련 대응에 실패할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연출될 위험이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는 쌀 수확량이 줄어드는 것 자체가 시장에 충격이 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결국 정책 실패가 낳은 혼란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 정부의 비축미 방출을 통해 쌀값을 진정시켰다"며 "우리나라 정부 역시 적절한 대처를 통해 정부 관리 실패로 물가가 상승하는 부끄러운 사건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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