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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 개최 결정, 경영권 향방 분수령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 개최 결정, 경영권 향방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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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 3자연합 임시 주총 요구 수용
이사회 정원 확대, 신동국·임주현 이사선임 안건 상정
형제 측 '주주 환원 확대' 카드로 주주 설득 나설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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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대표이사 회장/사진=한미약품그룹, 한양정밀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임시 주총에서는 3자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이 제안한 정관 변경, 이사 선임 안건과 한미사이언스 측이 제안한 감액배당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3자연합 '임시 주총' 청구, 이사회 장악 목표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 임시 이사회는 27일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이른 바 '대주주 3자연합'이 요구한 임시주총 소집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사회 결과 임시 주총은 오는 11월 28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열린다. 앞서 3자연합은 지난 7월 말 한미사이언스에 임시 주총 소집을 청구했는데 구체적인 안건을 밝히지 않았다.

3자연합은 임시 주총 소집 청구 후 한 달가량 지난 이달 4일 법원에 임시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하며 안건을 공개했다. 안건은 정관 변경과 이사 2인 선임 등 두 가지다. 구체적으로 이사회 정원을 기존 10명 이내에서 11명으로 늘리도록 정관을 변경하고, 기타비상무이사에 신동국 회장을, 사내이사에 임주현 부회장을 선임하는 내용이다.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신청에 대한 심문기일은 다음 달 2일 진행될 예정이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임종윤 △임종훈 △권규찬 △배보경 △사봉관(형제 측) △송영숙 △신유철 △김용덕 △곽태선(3자연합 측)으로 형제(임종윤·임종훈) 측이 이사회 9명 중 5명으로 3자연합 측보다 많다. 결국 3자연합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수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임시 주총을 신청한 것으로, 3자연합은 임시주총에서 이사진 2명을 추가해 6대 5로 이사진 구성을 뒤집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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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 이어 소액주주도 모녀 측으로 기울어

경영권 분쟁이 다시 한번 표 대결 양상으로 번졌지만, 현행 10명에서 11명으로 정원을 늘리는 정관변경은 특별결의 안건이므로 임시 주총에 출석한 주주 의결권 3분의 2 동의가 필요해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올 3월 정기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지분이 88%인 점을 감안하면, 3자연합은 정관 변경을 위해 총 58.66%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3자연합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총 34.78%으로 우군이 필요하다. 공시상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은 총 48.19%지만, 3자연합의 특수관계인으로 포함된 고(故) 임성기 선대회장의 조카인 임진희·임종호·임종민 씨(총 지분 3.00%)는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총에서 형제 편에 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들이 이번 임시주총에서도 형제 편에 선다면, 3자연합의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은 총 45.13%로 줄어든다.

반면 형제가 보유한 지분은 20.94%, 특수관계인 포함 확보 지분은 29.07%로, 임 선대회장 조카들의 지분까지 합하면 32.07%다. 지난 3월 정기 추종 참여 의결권을 감안했을 때 형제가 정관 변경을 막기 위해서는 지분 29.33%를 확보하면 된다. 만약 주요주주들이 지난 정기 주총과 같은 선택을 한다면 3자연합이 제안한 정관변경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정기 주총에서 형제 측에 힘을 실어줬던 소액주주들이 등을 돌렸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소액주주들은 3자연합이 경영권을 되찾는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3월 주총 이후 주가 하락이 지속되자 주주들의 인내심도 바닥났기 때문이다.

보통결의 안건인 이사 추가 선임 역시 출석 주주 주식 수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하고, 동시에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주주가 찬성하면 통과할 수 있는 만큼 3자연합의 성공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경우 현재 5대 4로 형제 측에 유리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은 5대 5 동률을 이루게 돼 이사회 의사결정은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계열사인 한미약품 이사회를 3자연합이 장악한 상태에서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까지 동률을 이루게 되면 그룹 내 경영권은 사실상 3자연합 측에 무게 중심이 쏠리게 된다.

국민연금마저 등 돌렸는데, 감액배당 카드 통할까

국민연금이 입장을 선회한 점도 형제 측 전망을 어둡게 한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6월 열린 임시 주총을 거부한 바 있다. 임종윤 이사의 한미약품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다뤄지는 주총에서 낮은 출석률을 이유로 개최에 반대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라 이사회 참석률이 직전 임기 75% 미만인 후보에 반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앞서 형제 측은 3자연합의 임시주총 소집 청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소집 청구에도 임시주총 일정·안건을 결정할 이사회를 두 달 가까이 개최하지 않기도 했다. 이에 3자연합 측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임시주총을 강행하기로 결정, 지난 4일 수원지방법원에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임 이사 측은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거부권 행사로 인한 사모펀드의 업무 배척 때문이었다고 반발했지만, 그럼에도 업계는 국민연금이 이번에 3자연합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형제 측이 승기를 잡은 후 한미약품 주총에서도 형제 측 이사 후보 중 임종훈 대표를 제외한 다른 후보를 모두 반대하는 입장에 섰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선 형제 측이 주주 마음을 돌리기 위한 방안으로 감액배당 카드를 꺼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3자연합이 공개한 안건에 따르면 내달 임시 주총에서는 감액배당에 대한 최종 통과 여부도 결정될 예정이다. 감액배당은 회사의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받는 배당으로 일반적인 배당과 달리 법인주주는 이익금에 산입하지 않고 개인주주는 배당소득에 포함하지 않아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비과세로 배당금을 주주에게 지급하는 격으로, 배당으로 인한 세금 부담이 큰 기업이 주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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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가 밑도는 고려아연 주가, 최윤범 회장 ‘백기사 확보’ 총력전

공개매수가 밑도는 고려아연 주가, 최윤범 회장 ‘백기사 확보’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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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주가, 공개매수가 75만원 하회한 71만3,000원
경영권 분쟁의 승부처 '영풍정밀' 주가도 공개매수가 아래
2차전 돌입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누가 이겨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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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인상했음에도, 이전과 달리 고려아연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 아래를 밑돌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짧은 시간 내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이에 최 회장 측이 대항 공개매수 등 반격 카드를 고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이번 분쟁이 누군가의 일방 승리로 일단락되더라도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뒤따른다.

고려아연 주가, 상향 공개매수가 하회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MBK와 영풍이 공개매수 중인 고려아연 주가는 전일 대비 1.28% 오른 71만3,000원에 거래를 마감했고 영풍정밀 주가는 9.67% 오른 2만4,950원에 장을 마쳤다. 두 종목 모두 MBK와 영풍이 상향 조정한 공개매수 가격을 밑돌았다.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 아래로 형성될 경우 공개매수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66만원에서 주당 75만원으로 인상한다는 정정 신고서를 이날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바 있다. 투자자들에게 이전 할증 가격에 추가로 13.6%라는 프리미엄을 더 제시한 것으로,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용 자금부담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MBK는 이와 함께 단독으로 진행하고 있는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 가격도 주당 2만원에서 주당 2만5,000원으로 25% 상향 조정했다.

공개매수가 시작된 지난 13일 고려아연, 영풍정밀 두 종목 모두 공개매수가를 넘어선 것과 달리 아래로 주가가 형성된 것은 최 회장 측의 반격에 대한 신중론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 측의 반격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투자자들의 심리가 공개매수에 응하는 방향으로 몰릴 수 있어서다. 섣불리 높은 가격에 매수하게 되면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MBK는 기타 주주 구성원 대부분이 기관투자자인 만큼, 확실하게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이번 공개매수 청약에 참여할 공산이 높다고 자신하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의 인상된 공개매수 가격(75만원)은 상장 이래 역대 최고가 67만2,000원보다도 11.6% 높은 수준이다. MBK는 “지난 13일부터 25일까지 6거래일 동안 고려아연 주식 매수거래의 60% 이상이 개인이었을 정도로 보수적인 기관투자자들은 최초 공개매수가 이상에서 매수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캐스팅보트 '영풍정밀', 경영권 확보 시 고려아연 지분 3.7% 우위 효과

MBK·영풍 연합이 고려아연과 함께 영풍정밀 주식까지 매수하는 것은 의결권 행사를 위한 경영권 확보의 영장선이다. 영풍정밀은 최 회장의 특수관계자로 분류돼 있는데, 이는 최 회장 우호 지분에 영풍정밀이 포함돼 있다는 얘기다. 현재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의 주식은 38만2,508주(지분율 1.85%)로, 최 회장 측의 지분율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영풍정밀의 가치도 높아졌다. 영풍정밀은 전날까지 최근 10거래일 동안 3번의 상한가를 포함해 266%의 주가 상승을 기록하며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영풍 측도 장형진 고문을 포함한 장씨 일가의 영풍정밀 보유 지분이 21.25%에 달하는 등 상당 규모를 확보하고 있다. 더욱이 시가총액 3,200억원에 이르는 영풍정밀은 소액주주 지분율이 40%에 육박하는 만큼 지분 매집이 쉬운 구조다. 이에 MBK는 공개매수를 통해 기존 장 고문 지분(5.71%)을 더해 최 회장 측보다 무조건 앞선다는 계획이다. 장 고문이 MBK와 지분 공동 보유 약정을 맺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과적으로 MBK가 공개매수로 영풍정밀 경영권을 확보해 고려아연 지분 1.85%를 차지하는 데 성공할 경우, 기존 고려아연의 지분을 빼앗는 것으로 실제 지분 격차는 3.7%까지 늘어나게 된다. 고려아연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보다 자본을 적게 투입하면서도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개매수 성공 시 현재 장씨 일가가 보유한 영풍정밀 지분(21.25%)까지 포함하면 MBK·영풍 측의 영풍정밀 지분은 최대 65%까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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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가격 상향으로 엑시트 부담

관건은 공개매수를 둘러싼 양측 대응이다. 우선 머니게임 측면에선 MBK 우위를 점치는 시각이 우세하다. MBK는 영풍에 3,000억원을 빌려 공개매수 가격을 올렸는데, 이는 MBK가 파악한 기관투자자 평균 취득단가를 50% 이상 웃돈다. MBK 입장에선 이들 보유 지분 가운데 7%만 가져와도 승기를 굳힌다고 본다.

다만 공개매수 가격 상향으로 MBK 또한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대규모 레버리지가 투입되는 사모펀드 속성을 고려할 때 MBK 입장에서는 공개매수 가격을 올려 경영권을 확보에 성공하더라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낙관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MBK는 공개매수 예상 소요 자금 2조3,000억원 가운데 1조5,000억원을 내년 6월 만기, 고정금리 5.7%에 차입한다. 만기까지 이자만 63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MBK가 펀드 출자자(LP)에 보장해야 할 IRR(내부수익률)도 10% 중반 수준을 웃돌 게 됐다. 공개매수에 성공해도 최소 5~7년 뒤 이 정도 수준의 IRR에 맞춰 투자금 회수하긴 사실상 어렵단 의미다. 게다가 MBK는 중국 자본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해외 매각은 없다”고 못 박은 상태다. 이는 잠재적 매수자 범위를 대폭 줄인 것으로 훗날 매각 과정에서 가격 협상력 열위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고려아연, 대항 공개매수 난항

최 회장 측 역시 MBK보다 높은 가격으로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는 것은 현실적 난관이 상당하다. 공정거래법상 고려아연은 직접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는 것이 원천 차단된다. 단, 최 회장 개인 차원에서 우호 세력 중심으로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수는 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글로벌 사모펀드와 같이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백기사를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확실한 회수 방안이 제시되지 않는 한 투자심의위원회 통과를 낙관하기 힘들다.

실제로 그간 고려아연 측 백기사로 유력시된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은 홍콩오피스 투자심의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경영권 분쟁이 격화할수록 높아진 가격에 참전한 백기사들의 출구전략이 희미해지고 있어서다. 통상 공개매수로 높아진 가격에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 주가가 회귀함에 따라 주식 시장에서 매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 회장 측도 주가 하락 후 베인캐피탈 손실을 보전할 재력은 없는 만큼, 결국 최씨 일가 지분까지 합해 경영권 매각 방식으로 투자 회수를 꾀할 수밖에 없게 된다.

대신 이미 고려아연의 지분 일부를 갖고 있는 트라피규라(Trafigura)나 글렌코어(Glencore), 스미토모(Sumitomo)와 같은 고려아연 협력업체들이 높은 가격으로 지분을 매수해 주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해당 거래는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고려아연의 장기적 이익을 희생시킬 가능성이 있어 배임 문제가 불거질 확률이 높다. 협력업체 입장에선 자신들이 비싼 가격으로 지분을 취득한 만큼 반대급부를 고려아연과의 거래에서 높은 마진으로 찾거나, 동맹이라는 명목으로 배타적 거래 관계를 형성해 추가 이윤을 확보하려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업 전개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지분 투자 대가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시장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이 후순위 출자자로 공동 투자자인 FI(재무적투자자)를 떠받치는 구조의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FI 측 엑시트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데다 현행법을 우회해 고려아연 자기자본을 공개매수에 투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향후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통해 선순위 투자자 지분을 가져올 수도 있다. 다만 어느 쪽을 택하든 미래 성장 재원의 상당 부분을 경영권 방어에 소진한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더라도 향후 현금흐름에 병목이 생겨 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 중 누가 이겨도 진 것과 다름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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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 2R" MBK·영풍, 공개매수가 상향 '초강수' 고려아연 반격 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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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군, 공개매수 가격 66만→75만원 조정
고려아연 상장 이래 역대 최고가보다 11.6%↑
고려아연 측, 실탄·백기사 확보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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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군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을 75만원으로 올렸다. 고려아연 주가가 기존 공개매수가를 넘어선 데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우군 확보가 이어지자 연합군이 기존 공개매수 기한을 연장하지 않고 가격을 상향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26일에 결국 조정에 나선 모습이다.

MBK파트너스, 공개매수가 상향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를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영풍정밀은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인상된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 75만원은 상장 이래 역대 최고가 67만2,000원 보다도 11.6% 높은 수준이다. 최초 공개매수일 이전 3개월 및 6개월간의 거래량가중평균가격(VWAP) (51만6,735원, 49만8,368원)에 각각 45.1%, 50.5%나 높은 프리미엄을 적용한 것이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최소매수 예정 수량은 최소 1,445,036주(발행주식총수의 약 7%)며, 최대매수 수량은 3,024,881주(발행주식총수의 약 14.6%)이다. 청약 주식 수가 최소매수 예정 수량 미만일 경우 응모한 주식 전량을 매수하지 않고, 최대매수 예정 수량을 초과하는 경우 최대매수 예정 수량만큼만 안분비례해 매수할 예정이다. 영풍정밀의 경우 공개매수 대상 주식에 대한 최소조건 없이 최대 6,840,801주(발행주식 총수의 약 43.43%) 범위 내에서 공개매수에 응모한 주식 전량을 매수한다는 계획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조 단위 실탄 필요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가를 인상한 건 고려아연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종가는 전날 기준 각각 70만4,000원, 2만2,750원에 장을 마쳤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최 회장 측이 대응할 시간을 최대한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26일 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정해야 자본시장법에 의거해 기존 계획대로 다음 달 4일까지 공개매수를 종료할 수 있어서다. 26일을 넘겨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하게 되면 공개매수 종료 시점을 추가로 연장해야 하는데, 이는 MBK·영풍이 쉽게 쓸 수 없는 카드다. 최 회장측이 공개매수에 대응할 시간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다.

연합군의 의도대로 최 회장 측은 대응할 수 있는 기간이 5거래일밖에 남아 있지 않은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백기사와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상태다. 현재 업계는 최 회장측이 대항 공개매수 선언 등 경영권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MBK·영풍측이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함에 따라 최 회장 측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경우 동원해야 할 자금 규모도 커져야 하는 까닭이다.

이에 실탄 풀을 늘리기 위해 지금도 국내외를 넘나들며 '우군 확보' 작업을 진행 중인 최 회장측의 보폭도 더 넓혀야 하는 상황이다. 우선 고려아연은 앞서 기업어음 발행으로 2,000억원을 조달한 데 이어 다음 주 같은 방법으로 2,000억원을 추가 조달할 예정이다. 운영자금 조달일 가능성이 높지만 경영권 방어를 염두에 둔 대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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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미국계 사모펀드, 백기사 후보로 거론

업계에서는 최 회장 측 백기사로 누가 나설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존 주주인 현대차·한화·LG화학이 가장 먼저 백기사 후보로 언급됐고, 최 회장이 최근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프트뱅크·스미토모 같은 일본 기업들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현대차·LG·한화 등이 최 회장 편에 선다고 가정하면 최 회장은 추가로 약 6%의 지분을 확보해야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약 1조원으로, MBK가 공개매수가를 더 올릴 시 최 회장의 필요 자금도 확대가 불가피하다. MBK 측 2조, 최 회장 측 1조 등 3조 규모의 지분 경쟁 판도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유력 백기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MBK와 같이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할지, 단순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할지도 변수로 꼽힌다. SI는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투자에 참여하는 반면 FI는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오직 배당과 원리금 회수 형태의 수익을 추구한다. FI로 참여 시 최 회장은 재무적 여력을 확보하면서 경영권도 보장받게 된다. 베인캐피탈이 FI로 최 회장 편에 서더라도, 향후 최 회장이 베인캐피탈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에 대응할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경영권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셈이다. 과거 금호아시아나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FI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후 주가 하락세에 따른 손실을 떠안으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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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그룹-창업자 간 에프앤가이드 경영권 분쟁 심화, 내달 임시주총 표 대결이 '분수령'

화천그룹-창업자 간 에프앤가이드 경영권 분쟁 심화, 내달 임시주총 표 대결이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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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앤가이드 경영권 분쟁 점입가경, 연속적인 주가 급등세 나타나기도
자사주 헐값 매각 요구에 불복한 에프앤가이드, 경영권 분쟁 '시발점' 됐다
화천그룹 지분율 32% 안팎, 소액 주주 등 표심이 승패 가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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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호 에프앤가이드 전 대표/사진=에프앤가이드

금융정보 제공 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창업자(2대주주)와 최대주주 간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 양상을 띠고 있다. 양측은 우선 각각 의결권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최대주주인 화천기계가 먼저 에프앤가이드에 대한 출자 소식을 밝혔고, 이후 창업자인 김군호 전 대표이사 측이 지분 확보에 돌입했다.

우군 확보 나선 김군호 전 대표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최근 다수의 의결권 대행사와 접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일부 우군도 확보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김 전 대표는 뜻을 함께하는 개인투자자와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표 대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뚜렷한 백기사(우호 세력)는 없지만 설득한 (지분이 상대적으로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몇 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에프앤가이드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심화하면서 회사의 주가는 급등세를 이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프앤가이드 주가는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거래일 내내 쉬지 않고 가격제한폭까지 뛰었다.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 측에서 에프앤가이드의 거래를 25일 하루 동안 정지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영권 이슈가 거듭 부각된 점, 화천기계의 36억원 출자 소식이 시장에 알려진 점 등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는 거래 정지가 풀리면서 주가가 전날 대비 1만1,500원(29.91%)가량 급락, 2만6,950원에 하한가에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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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의 시발점은 '자사주 소각'

에프앤가이드는 지난 2000년 삼성그룹의 사내 벤처 기업으로 출범한 회사다.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인 김 전 대표는 당시에는 생소했던 '데이터 판매'라는 사업 아이템을 앞세워 회사를 독보적인 금융정보 제공 기업으로 일구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20년 12월엔 우여곡절 끝에 코스닥 상장을 이루기도 했다.

문제는 에프앤가이드 인수 당시 손잡은 화천그룹이 20년간 이어온 재무적 투자자(FI) 지위를 버리고 경영권을 위협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불거졌다. 앞서 화천그룹 3세인 권형석 화천기공 대표는 지난해 9월 유병진 사내이사 선임 등의 안건 통과를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소송을 법원에 냈고, 그 결과 김 전 대표는 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여기에 '자사주 소각' 문제가 경영권 분쟁에 불을 붙였다. 앞서 화천그룹 측은 에프앤가이드 자사주 73만 주를 화천기공 측으로 넘기라고 요구했으나, 에프앤가이드는 화천그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사주 73만 주를 전량 소각했다. 화천그룹 측이 8,000원대였던 자사주를 6,000원대의 헐값에 매각하라며 무리한 조건을 제시한 탓이다. 당시 소각된 자사주는 발행주식총수의 6%(총규모 59억5,074만원)가량이며, 이로 인해 회사의 발행주식총수는 1,208만 주에서 1,135만 주로 감소했다.

이에 화천그룹 측은 자사주 소각이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사후 소각된 주식을 확보하려고 했으나, 김 전 대표 측이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갈등이 심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화천그룹 측의 경영 승계 '꼼수'가 창업주 간 경영권 분쟁으로 번진 셈이다.

최대주주-창업자 간 경영권 분쟁의 향방은

에프앤가이드와 화천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차후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화천그룹 3세인 권형석 화천기공 대표가 유병진 사내이사 선임 등의 안건 통과를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소송을 법원에 내면서 김 전 대표가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갈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권형운 화천기계 대표는 본인과 형인 권형석 대표를 에프앤가이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기 위해 임시주총 소집 허가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김 전 대표는 11일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와 김현전 동양생명 자산운용 부문 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앉히겠다며 임시주총 소집 허가 맞불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따라 내달 31일 개최되는 임시주총에서 표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임시주총이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지분율만 놓고 보면 화천그룹 측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화천기공·화천기계를 비롯해 권영열 화천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은 총합 32% 안팎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김 전 대표의 지분율은 11.33% 정도다. 차이가 꽤 큰 셈이다.

다만 김 전 대표 측도 승산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 전 대표가 우군을 통해 지분율을 끌어올린 상태라서다. 업계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최근 엠티홀딩스 및 이철순 현 에프앤가이드 대표이사와 의결권 공동 행사 합의서를 체결해 지분율을 총 21.53%까지 확보했다. 에프앤가이드 주식 구성상 소액 주주 지분이 30%에 달하는 만큼 임시주총 표 대결에서 이들의 표심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단 점도 호재다. 김 전 대표 입장에서도 열세를 뒤집을 만한 '열쇠'를 손에 쥘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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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환경 속 가스 업체 M&A '봇물', FI 위주 흥행 분위기에도 SI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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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가스 업체들, M&A 시장 줄줄이 출몰
FI-SI 인수자 간 확연한 온도차, "SI 입장에선 매력 적어"
대기업 대출 상승 폭 12년 만에 최대치, 자금난 현실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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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SK스페셜티 등 대형 가스 업체들이 M&A(인수합병) 시장에 연달아 나왔다. 고금리 장기화로 유동성 위기가 커지자 흥행력이 높은 가스 업체를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고금리에도 매물 쏟아지는 가스 업체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스 업체들이 M&A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효성화학은 특수가스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했고, SK그룹도 SK스페셜티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그룹사가 연달아 M&A 매물을 내놓은 건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의 자금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효성화학은 1년 내 갚아야 할 유동부채만 2조9,118억원, 유동비율은 29%에 달해 빚이 자산보다 3배 이상 큰 상태다. 부채비율 역시 올해 2분기 기준 17만6,703%로 전 분기(3,485%) 대비 17만3,217%p 급증했다.

SK그룹의 경우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손실을 본 데다 전기차 캐즘(chasm)으로 SK이노베이션,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관련 부문 자회사가 타격을 입으면서 위기가 가시화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SK그룹의 순차입금은 85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82조원)에 견줘 4조원 남짓 불어났다.

이처럼 자금 확보 문제가 시급한 상황에서 가스 업체는 기업의 '히든카드'로 꼽힌다. 고금리 환경에서도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통상 가스 업체는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유지하기 좋은 매물로 평가된다. 특히 고금리 기조에서 장기간에 걸쳐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렇다 보니 투자시장에선 "3~5년 이상 보유한 뒤에 다시 되파는 전략을 짤 때 가스 업체만큼 매력적인 매물이 없다"는 언급도 종종 나온다.

SI는 가스 업체 M&A 백안시, 왜?

눈에 띄는 점은 가스 업체 예비입찰에 SI(전략적투자자)보단 FI(재무적투자자)가 참여한 비율이 높았단 점이다. 실제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예비입찰엔 IMM·글랜우드크레딧·스틱인베스트먼트·어펄마캐피탈,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KB자산운용, 스톤브릿지·BNW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해 지난 7월 IMM·스틱 컨소시엄이 1조3,000억원을 내걸고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SK스페셜티는 한앤컴퍼니와 MBK파트너스, 브룩필드자산운용이,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예비입찰엔 MBK파트너스와 KKR·칼라일·스톤피크·아이스퀘어드캐피탈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SI와 FI 간 온도 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SI 입장에선 가스 업체가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 탓이다. 대기업으로선 M&A 매물이 자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특정 제조 업체에 가스를 공급하는 게 주된 비즈니스 모델인 가스 업체는 본업 경쟁력과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 이에 대해 한 IB 업계 관계자는 "에어프로덕츠가 삼성전자 평택공장에 가스를 공급하는 상황에서 삼성그룹 외 타 그룹사가 에어프로덕츠를 인수해도 주 수입 창출원이 삼성인 건 바뀌지 않는다"며 "오히려 인수한 가스 업체가 다른 그룹사에 종속되는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시간을 두고 차익을 꾀하는 FI와는 입장이 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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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줄 마른 대기업, 재무 건전성도 악화 수순

한편으론 최근 들어 대기업의 자금줄이 마르고 있단 점이 SI의 소극적인 태도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은행 기업대출은 8조원 증가한 1,26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두 번째로 큰 상승 폭이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대출이 3조3,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는데, 이는 동월 기준 12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운전자금을 중심으로 대출 증가세가 견조하게 이어졌다는 게 한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같은 대출 급증세는 자금난 심화로 은행과 시장으로부터 대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재무 건전성도 악화 수순을 밟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자산 상위 30대 그룹 계열사 중 상반기 보고서를 제출한 301개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올 상반기 부채총액은 3,,704조9,673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3,293조1,889억원보다 411조7,783억원 급증한 것이다. 부채비율도 1년 전 171.7%에서 179.3%로 7.6%p 상승했고,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는 955조6,979억원에서 158조879억원으로 102조3,900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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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골라가던 회계사들 '구직난' 직면, 새내기 3명 중 1명은 낭인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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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 회계법인 신입 채용 축소, 로컬 합쳐도 200여 명 '구직난'
일반 기업체 취업도 가능하지만 감사 업무 경험 못 쌓아
미지정 회계사 속출에 금융당국 향한 비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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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역대 최대인 1,250명에 달하는 공인회계사 합격자 중 삼일·삼정·한영·안진 등 ‘빅4′ 회계법인은 물론 로컬 회계법인 어느 곳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인원이 2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인회계사(CPA) 시험에 합격하고도 정식 회계사가 되지 못하는 역대급 ‘미지정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회계사 선발 인원을 축소했다는 감사원 지적에 채용 규모를 무작정 늘린 탓이란 지적이 나온다.

역대 최다 합격 1,250명, 빅4 채용은 842명

24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삼정회계법인은 23일부터 10월 2일까지 합격한 신입 수습 회계사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한다. 삼정회계법인은 빅4 중 가장 많은 306명을 채용했다. 301명을 뽑은 삼일회계법인도 24일부터 신입 회계사 교육을 시작했고 EY한영은 이달 중으로, 안진회계법인은 10월 안에 신입사원을 받는다. 두 법인은 각각 120명, 115명을 뽑았다.

총 842명의 신입 회계사가 빅4에 들어오지만, 업계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1,250명 중 842명을 제외한 408명, 즉 합격자 3명 가운데 1명이 빅4 회계법인에서 커리어(경력)를 시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인회계사시험 합격자는 일정 기간 실무수습기관에서 근무를 해야 정식으로 전문 자격을 얻을 수 있는 만큼 대부분 주요 기업 감사를 포함해 실무 경험 기회가 풍부한 빅4 회계법인을 선호한다.

빅4 회계법인에 들어가지 못한 408명은 그 아래 단계인 로컬 회계법인에 취직해야 하는데 이 길은 더 좁다. 로컬 회계법인은 최근 부진한 업황의 직격탄을 받은 데다 원래부터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로컬 회계법인 채용 규모를 150~200명 정도로 보고 있다.

그나마 로컬 회계법인의 러브콜이라도 받으면 다행이다. 진짜 문제는 로컬 법인에도 들어가지 못한 나머지 200여 명이다. 시험에 합격했지만 어떤 회계법인에도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답답한 마음에 오픈채팅방 등을 개설해 불만을 토로한다. ‘똑같이 합격해도 학벌(SKY)·연줄에 밀려서 빅4를 못 가는 상황이 웃프다(웃기고 슬프다)’, ‘한국공인회계사에서 매년 공인회계사 적정 선발 규모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는데, 어차피 채용 인원을 늘릴 거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이야기가 쏟아진다.

수요예측 실패와 인원 과다선발, 금융당국 '책임론'

업계는 취업 대란의 근본적 원인을 수요예측에 실패한 금융당국에서 찾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2024년 합격 인원을 정할 당시 "회계감사 품질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종합적이고 균형 있게 고려해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시 감사원의 지적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인원을 늘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셌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회계사 선발 인원을 2018년 850명에서 2019년 1,000명으로 늘린 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1,100명을 유지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수급 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감사원이 “공공기관 등 비(非)회계법인이 공인회계사 공급 부족으로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자 올해 선발 인원을 1,250명으로 늘렸다. 채용은 적고 합격자만 넘쳐나는 상황이 발생한 배경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선발 인원을 축소했다는 감사원 지적에 무작정 채용 규모를 늘리고, 사실상 민간에 책임을 전가한 것 아닌가”라며 “소수 대형 회계법인에만 신입 회계사들이 몰리고, 미지정 인원은 늘어나 양극화가 심해지면 전반적인 초기 교육 수준이 낮아져 향후 부실 감사에 대한 위험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올해 사정이 어려운 빅4 채용인원이 합계 600명대까지 주저앉을 수 있었으나 취업대란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직간접적인 압박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채용 인원을 늘린 것"이라고 짚었다. 금융당국의 실수를 시장에 전가했다는 얘기다. 합격생 사이에서도 "수요 예측에 실패한 금융당국의 잘못"이라는 원성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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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KPMG 본사 전경/사진=삼정KPMG

일반 기업체 취업 시 필드 투입 부담

물론 최종 합격자들이 꼭 회계법인에만 취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기업 등 일반 기업체에 취업이 가능하다. 다만 실무 교육 기간이 회계법인과 다르다는 점에서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짙다. 일각에선 "전문직 자격증이 있는데 배부른 소리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업계 특성을 고려하면 수습 교육기관을 찾지 못한 회계사들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은 사실이다. 일반 기업이 굳이 돈을 주고 수습도 떼지 못한 회계사를 채용할 이유도,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공인회계사는 수습 교육을 거쳐야 정식 회계사 자격을 얻는다. 보통 회계법인에 취업하면 당해 기말 감사 실무에 투입되고, 이듬해 감사 실무까지 마친 후 다음 해 6월경 마지막 테스트를 거친 후 비로소 정식 회계사로 거듭난다. 약 1년 반의 수습 기간을 거쳐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일반 기업체에 입사하게 되면 회계법인 소속과는 달리 수습 기간 3년을 채워야 한다. 감사 업무를 한 번도 경험할 수 없는 만큼 이른바 ‘필드’에 뛰어들기에도 부담이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그간 빅4 회계법인들이 회계사를 모두 흡수해 다른 업계에서 회계사 부족 사태에 허덕였다”며 “(공인회계사) 합격생들이 외국어 등 자격증 이외의 노력을 기울여 취업처를 찾는 큰 흐름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금감원 차원에서도 현황 파악 등 대책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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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 공개매수 등 고려아연 측 경영권 방어 전략 구체화, MBK 최후의 변수는 '공개매수가 상향'

대항 공개매수 등 고려아연 측 경영권 방어 전략 구체화, MBK 최후의 변수는 '공개매수가 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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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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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주가 상승세, MBK 공개매수가 66만원 상회하는 수준
우군 확보·대항 공개매수 등 최윤범 회장 측 방어 전략도 본격화
공개매수가 상향 가능성 점쳐지지만, 단가 높이면 차입금 부담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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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한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단가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고려아연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MBK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가의 매력이 크게 떨어져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대항 공개매수를 타진하는 등 경영권 방어 전략을 거듭 내놓고 있단 점도 MBK의 부담을 가중하는 모양새다. 결국 공개매수에 성공하기 위해선 공개매수가 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단가를 높이면 차입 부담도 덩달아 커지는 만큼 MBK로선 섣불리 결정하기 어렵다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공개매수 데드라인 눈앞으로, MBK 공개매수 단가 유지하나

24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MBK-영풍 연합이 공개매수 단가를 올릴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3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기간 연장 없이 가격을 상향하려면 공개매수 종료일을 10일 이상 남겨야 한다. MBK의 공개매수 종료 시점이 내달 4일임을 고려하면 기본적인 커트라인은 이날인 셈이지만, 실제론 오는 26일까지도 기간 연장 없이 매수 가격 상향이 가능하다. 내달 5일과 6일이 주말이기에 26일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해도 공개매수는 기존과 같은 10월 4일 오후 3시 30분에 진행할 수 있어서다.

MBK 측은 우선 공개매수가를 조정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MBK 관계자는 "기관투자자에겐 지금 가격인 66만원도 충분히 매력적인 수준"이라며 "공개매수가를 올릴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다만 고려아연의 주가가 상승 추세인 만큼 전문가들은 공개매수가 상향이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통상 공개매수가 시작되면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보다 낮게 유지되는 게 일반적이다. 투자자가 공개매수에 응하면 장외거래에 해당해 양도소득세 22%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주가 상승 기대감이 커진 탓에 23일 종가 기준 주가가 72만3,000원까지 상승했다. MBK가 제안한 66만원 대비 9.5% 높은 수준이다. 24일 종가 기준 69만9,000원으로 70만원 선이 붕괴하긴 했으나 여전히 MBK의 공개매수가보단 높다. MBK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가의 매력도가 그만큼 낮아졌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송태원 법무법인 해광 변호사는 "앞서 MBK가 2조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최대 14.6%를 공개매수한다고 밝힌 건 총력전을 펼치겠단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며 "이번 공개매수가 성공하려면 매수 가격 상향이 불가피한 만큼 MBK도 결단을 내리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우군 확보 나선 최윤범 회장, MBK 측 부담↑

고려아연 측이 사업 파트너 전선을 활용해 우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단 점도 MBK의 공개매수가 상향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최 회장의 '트로이카 드라이브'다. 최 회장이 사업 영역을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으로 넓히는 과정에서 협력 관계를 맺어 온 국내외 파트너들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고려아연 측의 직·간접적 원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의 소프트뱅크도 그중 하나다. 고려아연은 2년 전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프트뱅크가 점찍은 스위스 에너지 저장시스템 기업 에너지볼트에 600억원을 투자했고, 이를 계기로 소프트뱅크와의 관계성이 생겼다. 최 회장은 이 인연을 바탕으로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일본을 방문해 소프트뱅크 측과 이번 분쟁 상황과 관련한 논의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재계 인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최 회장은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를 나와 애머스트대와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뉴욕주 변호사로 활동한 바 있는데, 이 기간 재계 오너 2·3세들과 두루 친분을 쌓았단 사실이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 특히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는 세인트폴 고등학교 동문으로 학창 시절부터 막역한 사이로 전해졌다. 지난 추석 서울 모처에서 최 회장과 김 회장이 회동한 배경이다. 김 부회장이 최 회장의 백기사를 자처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지만, 앞서 한화그룹 측이 "이번 공개매수 건을 계기로 고려아연과의 협력 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는 만큼 향후 전향적인 입장을 내보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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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대항 공개매수' 소식에 흔들리는 MBK

재계를 넘어 정치권에서도 고려아연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려아연 제련소 소재지인 울산 울주군을 지역구로 둔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기술 유출과 국가기간산업·공급망 붕괴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MBK의 공개매수를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21일 페이스북에서 MBK의 공개매수를 '공격적 투자'라고 규정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MBK의 경영권 쟁탈을 막아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치권 차원에서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쟁탈전에 '기업사냥꾼의 단기이익 창출 시도'라는 프레임을 굳히고 있는 셈이다.

고려아연 측도 이 같은 여론에 힘입어 직접적인 반격을 준비 중이다. MBK의 공개매수에 맞불을 놓을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고려아연의 대항 공개매수가 현실화할 경우 MBK는 자금 차입에 난항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MBK가 오는 30일 NH투자증권으로부터 차입할 1조4,905억원의 담보는 고려아연 주식 전체다. NH투자증권 측이 내건 자금 대여의 기본 전제가 '공개매수 성공'이었다는 것이다. 대항 공개매수와 같은 강력한 변수에 MBK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MBK와 영풍의 자체 자금(5,092억원)으로 확보 가능한 고려아연 지분은 총발행주식의 3.7%가량에 불과하다. 자금 차입 없이는 최소 매수 예정 수량(전체 지분의 6.96%)조차 확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 재계에선 MBK의 공개매수가 실패할 수 있다는 전망도 속속 나오는 분위기다.

결국 공개매수가 상향이 최후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으나, 이 역시 쉽지만은 않다. 기존 공개매수 가격인 66만원을 기준으로 고려아연 지분 6.96%를 매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총 9,505억원이다. 그런데 여기서 공개매수가를 4만원만 인상해도 필요 자금이 1조원까지 불어난다. 인수금융의 절반가량을 차입으로 조달하고자 하는 MBK-영풍 연합 입장에선 공개매수가를 상향하는 만큼 차입 부담을 키워야만 한다. 공개매수가를 섣불리 상향하는 건 MBK-영풍 양측 모두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통상 공개매수 종료 후 대상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도 부담이다. 공개매수가 상향으로 공개매수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향후 낙폭이 커지면 큰 손실을 볼 위험이 있다. MBK-영풍 연합 입장에선 고려아연의 강력한 저항 의지에 공개매수 계획이 처음부터 어그러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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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반격 카드에 쏠린 눈, 증권사들 "개미 피해 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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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측 대항 공개매수 방안 언급 전망 팽배
경영권 분쟁 테마에 올라탄 개인 투자자 급증
“미결제 쏟아질라” 빚투 억제 나선 증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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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주가 추이/출처=네이버증권

기자회견을 앞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대항 공개매수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언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이 최 회장 측 대응책을 기다리며 고려아연 주가를 대폭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는 자칫 향후 주가 반락으로 인한 피해를 개인이 고스란히 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 대항 공개매수 계획 발표 여부에 촉각

24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MBK와 영풍의 ‘적대적 M&A’ 시도를 규탄하는 한편, 현 경영진이 고려아연을 계속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당위성을 역설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항 공개매수 계획이 언급될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이미 전략적투자자(SI)나 재무적투자자(FI)를 백기사로 확보했으며 공개매수를 전격 준비 중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MBK와 영풍이 공개매수에 2조원을 투입하는 만큼, 최 회장 측 대항 공개매수에도 최소한 그 정도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 회장 측 대항 공개매수를 둘러싼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MBK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그동안 최 회장 백기사로 언급돼 온 SI와 FI들을 겨냥해 “출구전략이 없다”고 주장하는 한편, “SI들에게 높은 마진을 보장해 주고 추가 이윤을 확보해 줘야 할 텐데 이 경우 최 회장은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고려아연의 장기적 이익을 희생시키는 배임적 성격의 거래를 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MBK는 전날에도 “최씨 일가가 주담대를 총동원해도 대항 공개매수 자금 2조원은 마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의 급등 전 주가에 통상적 수준의 담보비율(LTV) 40%를 적용한다면, 최씨 일가의 지분 15.6%로 최대 5,000억원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MBK는 또 증권사들이 여기에 특혜를 주면 자본시장법 제35조 위반 소지가 있으며, 감독당국에서 규제 위반 여부에 대해 주도면밀하게 모니터링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을 언급함으로써 사실상 증권사들을 향해 “최 회장에게 특혜를 주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셈이다.

앞서 업계 일각에서는 최 회장 측이 백기사를 모은 것처럼 시장에 기대감을 주면서 고려아연 주가를 끌어올려 MBK의 공개매수가 실패하게 만드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 바 있다. 한화나 LG화학, 현대차 등 이미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 중인 대기업들이 나서서 공개매수를 돕는 건 배임 리스크가 있는 데다, 그렇다고 외국 자본을 끌어오자니 MBK를 해외 자본이라고 주장했던 게 자가당착이 될 수 있어서다.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 ’설’만 흘려도 주가가 MBK의 공개매수 가격보다 높게 형성된다면, 어쨌든 일차적으로 MBK의 공개매수는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최 회장 측이 실제로 대항 공개매수를 시작한다면, 주가는 지금보다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 측 대항 공개매수 자금 마련 가능성이 미지수인 지금도 갖가지 설과 추측이 나오며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만큼, 대항 공개매수가 공식화하면 주가의 추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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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개미 ‘투기성 거래’ 급증, 증권사들 사전 차단

다만 눈여겨볼 부분은 공개매수 발표 이후 고려아연 주가를 지금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이 개인 간 손바뀜이었다는 점이다. MBK와 영풍은 지난 12일 장 종료 후 공개매수 계획을 발표했는데, 13일부터 23일까지 고려아연 주식 매매가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 기간 개인은 고려아연을 118만 주를 사고 139만 주를 팔았다. 반면 국내 기관은 73만 주 사고 48만 주 파는 데 그쳤으며, 외국계 기관은 53만 주를 매수하고 55만 주를 매도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일찌감치 '빚투(빚내서 투자)' 빗장을 걸어 잠그는 분위기다. 먼저 KB증권은 지난 19일 고려아연의 신용대출 종목군을 개인당 최대 20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S’에서 ‘F’로 변경했다. F는 개인당 최대 5억원, 종목별 1억원까지 신용대출이 제한된다. 위탁증거금률도 20%에서 40%로 인상했다. 뿐만 아니라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에 대해 차액만을 거래하는 차액결제거래(CFD) 증거금률도 조정했다. 이보다 앞선 이달 10일에는 삼성증권이 고려아연의 위탁증거금률을 30%에서 40%로 올렸다.

증권사들이 빚투 억제에 나선 건 ‘경영권 갈등’이라는 테마에 올라타 한몫 챙기려는 수요가 주가를 요동치게 하는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대규모 손실을 볼 수 있어서다. 실제로 최 회장이 대항 공개매수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성 거래가 크게 늘었다. 기존 공개매수 가격(고려아연 66만원·영풍정밀 2만원)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빚투가 급증하면서 신용잔고도 크게 늘었다.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고려아연 신용잔고는 424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영풍·MBK의 공개매수 발표 전보다 무려 241억4,500만원(131.69%) 급증한 규모다. 신용잔고율도 0.17%에서 0.39%로 높아졌다. 신용잔고율이 높을수록 상장된 주식 중 신용으로 산 주식이 많다는 의미다.

경영권 분쟁 종료 후 주가 뚝뚝

하지만 앞서 SM엔터테인먼트 주가도 공개매수 당시 6만~7만원대에서 16만원대까지 치솟았으나 1년도 안 돼 제자리로 돌아간 바 있으며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 역시 1만원대에 머물렀던 주가가 공개매수 당시 2만3,000원대까지 올랐지만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1만5,000원대로 내렸다. 모두 경영권 분쟁 종료에 따른 주가 폭락이다.

최근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도 이를 피해 가지 못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지난 4월 12일 종가 기준 3만5,000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영권 분쟁 종료 직전인 3월 28일 대비 21% 하락이자, 경영권 분쟁이 극에 달했던 1월 16일 종가(5만6,200원) 대비 27.72% 급락이다. 경영권 분쟁을 호재로 인식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분쟁 종료 이후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경영권 분쟁 2차전에 돌입한 현재까지도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33,0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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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우군 확보로 자금 충당 꾀하는 고려아연, MBK·영풍 '대항마'로 소프트뱅크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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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로 자금 마련 타진하는 최 회장, 이론상 1조원 추가 확보 가능
백기사 확보에도 주력, 소프트뱅크가 최 회장 측 우군으로 나서나
자금 여력 충분한 MBK, 최 회장 측 입지는 '다소 불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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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간 경영권 분쟁이 심화한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복수의 주요 증권사와 주식담보대출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기사 확보를 위해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접촉했단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MBK·영풍 측의 지분율 과반 확보를 저지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실탄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윤범 회장 측, 증권사에 주담대 문의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최근 복수의 주요 국내 증권사에 주식담보대출이 가능한지 문의하고 있다. 추가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대대적인 자금 확보를 타진하겠단 취지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 12일 MBK와 영풍은 내달 4일까지 고려아연 주식을 7.0~14.6%(9,537억원~1조9,964억원)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현재 고려아연 지분율은 MBK·영풍 측이 33.13%, 고려아연 측이 33.99%로 박빙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MBK·영풍 측의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이들은 40.1~47.74%까지 지분을 끌어모을 수 있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등을 제외하면 공개매수 후 MBK·영풍 측 지분율은 52%로 과반을 넘긴다. MBK·영풍 측의 지분율 과반 확보를 견제하기 위해선 최 회장 측이 최소 6.05%(약 6,965억원)은 확보해야 한단 의미다.

이에 최 회장 측이 선택한 방책은 주담대다. 최 회장 측은 현재 고려아연 보유 지분 중 1.61%를 담보로 한국증권금융과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약 948억원의 대출을 받은 상태다. 최씨 일가 측 회사인 유미개발이 고려아연 지분 0.72%을 담보로 585억원을, 최씨 일가 종중인 해주최씨준극경기호종중이 고려아연 지분 0.20% 지분을 담보로 168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 이자율은 4.92~5.9%대다.

이미 주담대를 받은 1.6% 지분을 제외한 최씨 일가 측 지분은 총 14%(약 2조원 수준)이다. 금융회사가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할 때 통상 140~150%의 담보유지비율을 적용한단 점을 감안하면, 최 회장 측이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주담대 규모는 이론상 1조원 정도다. 주담대만 활용해도 최 회장 측이 최소 6% 지분을 확보할 여력이 생긴단 의미다. 최 회장이 지난 19일 사내 메일을 통해 "온 힘을 다해 MBK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라며 "그들(MBK·영풍)에게 대항해 이기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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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사진=소프트뱅크

외부 지원 절실한 고려아연, 우군 물망에 '소프트뱅크' 올랐다

다만 주담대가 원활히 이뤄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주요 증권사는 내부 컴플라이언스가 있는데, 경영권 분쟁 관련 주담대를 일으키는 것에 대해 여러 논쟁이 산재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가 2조원가량의 실탄을 바탕으로 '속도전'을 꾀하고 있단 점도 부담이다. MBK가 설정한 공개매수 기간을 보면 추석 연휴와 개천절 등 공휴일이 다수 포함돼 있다. 때문에 현시점 고려아연 측에 남은 기간은 영업일을 기준으로 단 10일에 불과하다. 최 회장 측이 안정적으로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선 외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인 셈이다.

이에 고려아연과 동맹 전선을 구축할 만한 기업 리스트에 업계의 시선이 쏠렸다. 가장 먼저 물망에 오른 건 한국투자증권이었다. 한투증권이 최 회장 측의 우군을 자처했단 소식이 IB 업계를 중심으로 퍼진 영향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지난 19일 "한투증권 담당자가 복수의 국내외 사모펀드(PEF) 관계자와 만나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한투증권 측은 고려아연 백기사 합류설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2022년 (한투증권이) 고려아연 자사주 0.8%를 매입한 적 있긴 하나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며 "이를 두고 (한투증권을) 우군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시장에서 최 회장 측에 합류할 가능성이 가장 높고 평가되는 건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다. 최 회장은 지난 추석 연휴 기간 도쿄에 방문해 고려아연과 거래 관계가 있었던 일본 종합상사 및 글로벌 기업 등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단시간에 큰 자본금을 끌어와야 하는 만큼 최 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소프트뱅크 측과 '물밑 담판'을 진행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소프트뱅크가 고려아연의 우군으로 나서면 최 회장 측이 MBK·영풍에 대항할 실탄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MBK 자금 여력 약 8조원, "유연한 대응 충분히 가능한 수준"

문제는 최 회장의 각종 노력에도 MBK가 '철옹성'을 유지하고 있단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해부터 10조원을 목표로 6호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했다. 현재까지 이 펀드에 결집된 자금은 8조원에 달한다. 공개매수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자금 2조원을 제외해도 6조원이 남는 수준이다. 고려아연의 반격에도 유연한 대응이 가능할 정도의 여력을 이미 만들어 둔 셈이다.

이에 반해 최 회장 측의 입지는 다소 불안정한 상태다.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현대차, LG화학, 한화)들이 우군으로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줄지가 미지수로 남아 있어서다. MBK가 내건 실탄 2조원은 대기업 입장에서도 부담되는 액수인 만큼, 기존 대기업 주주들이 직접 분쟁에 뛰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IB 업계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대형 PEF가 최 회장 측의 동맹 전선에 참여할지 여부도 명확지 않다. 최 회장이 경영권 유지를 바라고 있는 만큼 경영권 확보 가능성이 희미한 고려아연에 선뜻 우군으로 나는 건 PEF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고려아연은 이미 상장사여서 기업가치를 극적으로 끌어올려 재무적투자자(FI) 측의 자금 회수를 지원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 대형 PEF 관계자는 "MBK의 상대편에 서서 경쟁한다고 해도 명분을 만들거나 투자 후 실익을 챙기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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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 공개매수에 반발한 고려아연, 장형진 고문 등 경영진 측에 법적 대응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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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 경영협력계약에 '배임' 지적한 고려아연, "영풍 의사결정에 하자 있다"
법조계 관계자 "법적 공방 이어져도 위법행위 판단 어려울 것"
지지부진한 하이브-민희진 법적 분쟁, 고려아연-영풍도 같은 노선 걷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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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장형진 영풍 고문을 비롯한 영풍 경영진 및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대한 법적 대응을 천명했다. 영풍이 MBK와의 경영협력계약으로 MBK 측에 실질적인 이익을 모두 넘긴 건 '중대한 위법행위'라는 주장이다.

고려아연 MBK·영풍 경영진에 법적 대응 시사

19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영풍 및 영풍정밀 주주들은 전날 MBK와 장 고문을 비롯한 영풍 경영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앞서 지난 13일 MBK가 고려아연의 지분 최대 14.6%(302만4,881주)를 주당 66만원에 매입하겠다고 밝힌 데 반발한 것이다.

고려아연 측은 MBK 측의 공개매수가 중대한 위법행위(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MBK와 영풍이 공개매수를 위한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하면서 영풍이 손실을 떠안고 MBK만 이익을 얻게 된 건 영풍 전체 주주들의 손해를 방관한 것과 다를 바 없단 것이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양 사의 경영협력계약으로 영풍은 MBK에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의결권 및 콜옵션과 처분 권한을 모두 넘긴 상태다.

영풍의 의사결정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도 했다. 고려아연은 "영풍 석포제련소는 각종 산업 재해와 환경 문제로 경영이 크게 악화하고 있고 최근엔 대표이사 2명이 전원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놓여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재산인 고려아연 지분을 처분하는 건 정당한 경영 판단을 거치지 않은 위법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양 사의 경영협력계약이 무효임을 확인하는 내용의 각종 가처분, 영풍 경영진에 대한 대표소송 등 각종 본안소송, 영풍 이사들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업무상 배임 등 감독당국 진정 등 모든 가능한 법적 절차를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풍-고려아연 불공정거래행위 소송전 벌어지기도

고려아연과 영풍이 법적 공방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엔 영풍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을 상대로 황산 취급대행 계약의 갱신 거절에 관해 '불공정거래행위 예방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영풍과 고려아연이 장기간 지속해 온 황산 취급대행 계약 갱신을 고려아연 측이 일방적으로 거절하고 계약 종료를 통보하자 영풍이 대응 차원에서 소송에 나선 것이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태도를 전환한 이유로 '경영권 분쟁'을 꼽았다. 영풍이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고려아연의 행보에 제동을 걸자 계약을 볼모 삼아 적대적 행동을 개시했단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지난 3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정관 개정에 반대하고 현대자동차 해외 계열사 HMG 글로벌에 대한 신주 발행을 두고 신주 발행 무효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결국 경영권 분쟁이 기업 간 법적 공방으로까지 번지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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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사진=하이브

큰 소득 없었던 하이브-민희진 법적 분쟁, 고려아연-영풍 간 공방 결과는

다만 법조계는 법적 공방이 이어지더라도 양 사의 '위법행위' 여부를 명확히 가리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배임을 주장하기엔 근거가 부족한 데다 고려아연이 적시한 법적 대응 대상인 장 고문이 배임죄의 전제에 위반돼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형법에 의하면 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라며 "그러나 장 고문은 직함만 유지한 채 고려아연 측에 마땅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고려아연과 영풍의 법적 공방이 하이브-민희진 분쟁 사태와 유사하게 진행될 수 있단 의견도 나온다. 앞서 지난 4월 하이브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경영권을 탈취하려 한다는 정황을 확보했다며 내부 감사에 착수, 분쟁을 공론화했다. 이후 하이브 측은 "민 대표가 구체적인 행동 시기 등을 명시한 자료와 권리침해소송·투자사·여론전 등 용어가 적시된 문건이 여러 건 있다"며 민 대표를 업무상 배임죄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5월 말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현재까지 제출된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하이브가 주장하는 민 대표 해임·사임 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며 민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민 대표의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행위가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결국 배임 외 다른 혐의가 덧붙지 않는 이상 고려아연과 영풍 간 법적 공방도 큰 소득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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