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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노동시장 냉각에 근로자→고용주로 옮겨간 주도권, 급여 삭감 릴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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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다수 기업 '임금 삭감' 행보, 블루칼라도 신입 금여 감소
얼어붙은 노동시장에 고용주보다 구직자가 더 간절한 상황
고임금 거품 빠지는 미국 시장, 인플레이션 상승세 꺾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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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 경기 불황 징후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가운데 미국의 주요 기업 대표 대다수가 임금 삭감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대부분 사무직의 급여가 줄었고 올해 들어서는 건설과 제조 등 블루칼라 직군의 신입 급여도 감소하는 모습이다.

냉각된 美 고용시장, 임금 삭감 행렬

지난달 30일(이하 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년 전 17만5,000달러~20만 달러(약 2억3,500만~2억7,000만원) 사이 급여를 제공했던 직군들이 최근에는 기존보다 수만 달러 낮은 급여로 신입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는 한두 분야의 직군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직업 구하기에 급급한 구직자들은 이미 급여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고 있을 정도다.

채용 담당자들에 따르면 기업들은 특히 신입 채용 시 비용 절감에 애쓰고 있다. 소비 수준이 낮은 지역에서 직원을 뽑기 위해 그 지역 자체적으로 일자리 공고를 내거나 정직원이 아닌 계약직 조건을 내거는 식이다. 정규직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에서도 급여 수준이 낮아지는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WSJ가 미국 내 파트타임 직원 채용 공고를 분석해 본 결과 1년 전 대비 더 낮은 시급으로 직원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고용 시장의 주도권이 근로자에서 고용주로 전환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과거엔 역량 있는 직원들에게 높은 급여를 지급해야 했으나, 이제는 그럴 필요조차 없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실제로 고용 데이터 플랫폼 집리크루터 닷컴에 따르면 미국의 2만 개가 넘는 다양한 고용 분야 중 소매와 운송, 물류, 제조, 식품 등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신입 초봉이 낮아졌다. 가장 하락폭이 컸던 분야는 소매 분야다. 소매 분야의 신규 채용에 대한 평균 급여는 1년 만에 무려 55.9% 하락했다. 다음으로는 농업(-24.5%), 제조업(-17.3%)이 뒤를 이었다.

오하이오, 펜실베니아, 웨스트 버지니아주 3개 주에만 56개의 매장을 소유한 맥도날드 프랜차이즈의 경우에는 시급이 이전과 동일하게 13달러지만 팬데믹 당시 계약금과 별개로 채용 시 제공했던 인센티브 격려금은 사라졌다. 또한 일부 가맹점주들은 프랜차이즈 관리자들에게 시급을 12달러로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가맹점주는 "식비보다 고용 비용이 더 많이 든다며, 24년간 매장을 운영하면서 전례 없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美 대도시도 '급여 거품' 빠져

고임금을 자랑하던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보스턴 등 대도시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고용시장이 둔화세에 접어들면서 급여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블룸버그통신이 미 고용통계국(BLS)의 '7월 비농업 고용 지표' 내 도시 별 주당 평균 임금을 분석한 결과 최소 1,400달러였던 8개 고임금 지역 중 △텍사스주 미들랜드(-8.9%) △워싱턴주 시애틀·타코마·벨뷰(-4.9%)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헤이워드(-0.3%) △매사추세츠·뉴햄프셔주 보스턴·캠브리지·내슈어 등 5개 지역에서 임금 하락이 나타났다.

이에 대해 WSJ은 “부진한 일자리 보고서는 근로자들이 지난 몇 년간 고용주에 대한 영향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채용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고용주들은 보너스를 삭감하거나 동결하고, 성과급 인상 폭을 점점 더 줄여 급여 지출을 통제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또 일부 기업은 인건비가 저렴한 도시에 지점을 개설하면서 기존 직원보다 적은 급여를 지급하며 충원을 시도하고 있다고 최근 추세를 전했다. 그러면서 “두둑한 급여 상승의 시대는 끝났다(The era of hefty pay increases is over)”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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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임금-인플레' 악순환 끊어지나

이처럼 그간 미국 경제를 강하게 떠받치던 노동시장이 냉각 조짐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고임금-인플레이션' 악순환의 고리가 완전히 끊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간 미국 노동시장은 고금리 상황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을 훨씬 웃도는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소비를 진작했는데, 이로 인해 임금과 물가가 나선소용돌이(스파이럴)를 만들며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 일자리 증가세 둔화 및 고임금 기조가 꺾임에 따라 물가도 함께 잡힐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미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고용비용지수(ECI)는 계절조정 기준 전분기 대비 0.9% 상승했다. 1분기에 비해 오름세가 0.3%포인트 둔화하면서 시장 예상치(+1.0%)를 밑돌았다. 민간부문 임금 역시 전분기 대비 0.8% 올라 1분기에 비해 모멘텀이 0.3%포인트 둔해졌고 공공부문 임금의 전기 대비 상승률도 1.4%에서 1.1%로 낮아졌다. ECI는 연준이 고용시장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따질 때 선호하는 지표로, 취업자의 구성 변화에 따른 잡음(composition effects)을 제거함으로써 임금의 기저 흐름을 더 정확하게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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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덴버그 타깃' 된 '슈퍼마이크로컴퓨터' 연차 보고서 제출도 지연, 주가 20% 폭락

'힌덴버그 타깃' 된 '슈퍼마이크로컴퓨터' 연차 보고서 제출도 지연, 주가 20%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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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 공매도 투자사 '힌덴버그 리서치' AI 랠리 수혜주 SMCI 저격
회계 조작 및 자전거래 등 의심, 미 수출 제재 어기고 중·러와 거래 의혹도
힌덴버그 지적 이후 SMCI '연차 회계보고서' 제출 지연, 주가 19.02%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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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힌덴버그리서치 공식 X 계정

인공지능(AI) 수혜주로 꼽히는 AI 서버 제조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의 주가가 폭락했다. 공격적인 공매도 투자사로 잘 알려진 힌덴버그 리서치가 SMCI의 회계 조작 혐의를 제기하며 주가 하락에 베팅한 가운데, SMCI 측이 연차보고서 제출을 연기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된 결과다.

힌덴버그 "명백한 회계위험 신호 발견", 매도 포지션

28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SMCI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9.02% 하락한 443.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가 폭락은 SMCI가 미 감독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연차 회계보고서 제출을 지연한 데 따른 것이다. SMCI는 지난 6월 말로 끝난 2024 회계연도 연차 회계보고서 제출과 관련해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들 것"이라며 "경영진이 재무 보고에 대한 내부통제 설계 및 운영 효과에 대한 평가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숏 리포트(매도 보고서)'로 유명한 힌덴버그가 SMCI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공개한 지 하루 만의 발표다. 앞서 27일 힌덴버그는 보고서를 통해 "SMCI에 대한 조사 결과 심각한 회계 문제와 제대로 공시되지 않은 거래에 대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힌덴버그는 2020년 SMCI가 회계·공시 의무 위반 혐의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이후에 주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SMCI는 2억 달러(약 2,670억원) 이상을 부적절하게 수익으로 인식하고 비용은 과소평가한 사실 등이 발견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소송을 당했고, 이후 1,750만 달러(약 233억원)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힌덴버그는 당시 소송 기록과 전 임직원 인터뷰를 통해 “SMCI는 SEC에 벌금을 낸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예전의 회계 관행으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힌덴버그는 SMCI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수출 제재를 우회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힌덴버그는 “4만5,000건 이상의 수출입 거래를 검토한 결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SMCI 제품 수입이 약 3배 급증했다”며 “이는 SMCI가 미국의 수출 제재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국영기업 파이버홈(Fiberhome)이 2020년 미국 정부의 제재 명단에 오른 이후에도 이 회사와 함께 설립한 합작사에 1억9,600만 달러에 가까운 제품을 판매했다”고 덧붙였다.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도 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SMCI의 액체 냉각 기술은 찰스 량(Charles Liang) SMCI 최고경영자(CEO)의 부인과 형제가 운영하는 대만 에이블컴의 기술로, SMCI는 에이블컴에 지난 3년간 9억8,300만 달러(약 1조3,100억원)를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정황들을 토대로 힌덴버그는 “전반적으로 볼 때 SMCI는 상습범”이라고 비판했다. 힌덴버그는 “그동안 SMCI는 선두주자로 이익을 누렸지만, 여전히 회계와 지배구조, 준법 이슈에 직면해 있다"며 "더 신뢰할 수 있는 경쟁자에 의해 잠식될 수 있는 열등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힌덴버그는 2020년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콜라(Nikola)가 언덕에서 트럭을 굴린 뒤 주행시험에 성공했다고 속인 사실을 폭로한 것으로 유명해졌다. 실제 당시 미 검찰 수사에서 이 같은 주장이 대부분 사실이었음이 확인됐다. 이후에도 힌덴버그는 지난해 인도 재벌 아다니그룹을 저격, 대규모 신주 발행을 무산시키는 등 위력을 떨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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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슈퍼마이크로컴퓨터

1,500달러 간다던 SMCI, 400달러대 추락

힌덴버그의 타깃이 된 SMCI는 엔비디아 협력 업체로 알려지며 미 증시 AI 랠리의 최대 수혜주 중 하나로 꼽혀왔다. 2018년 말 13.80달러였던 SMCI의 주가는 지난 3월 1,229달러까지 치솟았고 그 덕에 지난해 초 44억 달러(약 5조9,000억원)였던 시가총액도 670억 달러(약 89조5,000억원)까지 불어났다.

SMCI에 대한 관심은 최근까지도 뜨거웠다. AI 시장이 2032년 1조3,000억 달러(약 1,737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자 미 투자 전문 매체들은 앞다퉈 엔비디아와 SMCI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양사가 AI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수요 증가의 수혜를 크게 누릴 것이란 분석에서다. AI 시장 확대와 함께 주가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투자업계는 SMCI가 AI 서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JP모건체이스는 SMCI를 AI 컴퓨팅 시장의 선두 기업으로 평가했으며, 키뱅크는 올해 SMCI의 시장 점유율이 23%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SMCI가 내부 제조 역량과 독자적인 제품 개발 방식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근거로 월가의 저명한 분석가는 SMCI 주가가 1,5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SMCI '어닝쇼크' 기록, 투자업계 '매수의견' 하향 조정

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가 무색하게 이달 초 SMCI가 밝힌 2024 회계연도 4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에 한참 못미치는 어닝쇼크를 보였다. 이번 회계 조작 의혹이 불거진 배경이다.

SMCI에 따르면 매출액은 53억1,000만 달러(약 7조800억원)를 기록해 예상치인 53억 달러를 소폭 웃돌았지만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6.25달러로 예상치 8.07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매출총이익률 역시 11.2%까지 하락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17%, 지난 3분기 15.5%와 비교해 크게 약화된 수준이다. 이에 SMCI는 지난 7일 액면 분할 소식을 발표하며 주가 상승을 기대했으나 어닝쇼크 여파에 50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부진한 실적에 투자은행도 SMCI의 등급과 목표가를 일제히 내려 잡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SMCI의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하고, 목표가도 기존 1,090달러에서 700달러로 낮췄다. 이런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는 SMCI의 회계 부정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AI가 주도하던 증시의 ‘펀더멘털’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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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의 '생산기지 다변화 전략', 中·日·美에 이어 유럽에 반도체 공장 건설

TSMC의 '생산기지 다변화 전략', 中·日·美에 이어 유럽에 반도체 공장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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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현지 공장 건설에 보조금 2조6,000억원 지급
美 상무부, 애리조나 공장 3곳에 총 116억 달러 지원
올 4분기엔 獨 드레스덴에 유럽 첫 반도체 공장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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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가 '반도체 생산기지의 다변화 전략'을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극복하고 세계 주요국에 생산 거점을 확대하는 가운데, 각국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일본과 중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받았고, 올해 4월에는 미국 상무부로부터 반도체 생산시설 설립과 관련해 당초 예상 금액보다 많은 보조금을 지급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독일에 유럽 첫 생산기지를 건설하면서 투자 금액의 절반을 독일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日 구마모토 공장 2곳, 中 난징 공장 보조금 지급

26일(현지시각) 대만 연합보 등 현지 언론은 "TSMC의 재무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TSMC가 지난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일본 구마모토 공장과 중국 난징 공장의 부동산·공장 설비 구입과 생산 운영비의 명목으로 총 625억5,200만 대만달러(약 2조6,000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연도별로는 △2022년 70억5,100만 대만달러(약 2,000억원) △2023년 475억4,500만 대만달러(약 1조9,000억원) △올해 상반기 79억5,600만 대만달러(약 3,00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난징 공장은 중국 본토의 생산·설계 서비스 핵심 기지로 차량용 반도체인 28㎚ 12인치 칩을 주로 생산한다. 2021년 공장 설립과 이후 추진된 생산라인 확장 당시에는 '현지 생산 기지화'를 두고 중국과 대만 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만에서는 TSMC의 기술 노하우가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에서도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 없는 낙후된 공정만 중국으로 떠넘긴다며 투자를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TSMC 공장에 보조금을 지원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의 구마모토 1공장은 올해 4분기 12·16·22·28㎚(나노미터) 공정 제품을, 2공장은 2027년경 6·7·12·16·40 ㎚ 공정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2022년 4월 건설을 시작해 올해 2월 완공한 제1공장과 투자안을 확정한 제2공장에 모두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 보고서에 제시한 보조금 규모 중 중국의 비중이 얼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가 자국의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해 상당 규모의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일본 정부의 몫이 압도적으로 클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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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獨 정부도 보조금 지원하며 TSMC 공장 유치

TSMC는 지난 4월 미 정부로부터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 66억 달러(약 8조9,000억원)를 지원받기도 했다. 애초 예상했던 50억 달러(약 6조7,000억원) 대비 3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와 함께 50억 달러 규모의 저리 대출도 제공해 지원금 규모는 총 116억 달러(약 15조7,000억원)에 이른다. TSMC도 이에 화답해 현지 투자 규모를 당초보다 250억 달러(약 33조9,000억원) 늘린 650억 달러(약 88조1,000억원)로 확대하고, 오는 2030년까지 애리조나주에 3번째 공장을 추가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TSMC의 3개 공장이 최대로 가동되면 5G·6G 스마트폰과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서버에 사용되는 수천만 개의 첨단 반도체가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는 "TSMC의 투자 계획은 미국 역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외국인 직접 투자로 현지에서 생산되는 칩은 모두 AI 등 미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필수 요소"라며 "6,000개의 직접 제조 일자리와 2만 개의 건설 일자리를 창출하고,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첨단 반도체의 20%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에는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 생산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일 TSMC의 유럽 합작회사 ESMC가 독일 드레스덴에 유럽 첫 반도체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ESMC는 TSMC가 70%, 유럽 반도체 기업인 보쉬·인피니언·NXP가 각각 10%씩 지분을 갖고 있으며 이번에 설립되는 공장은 2027년 말 본격 생산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총사업비는 100억 유로(약 14조8,000억원)로 이 중 절반인 50억 유로(약 7조4,000억원)는 독일 정부가 지원한다. 유럽연합(EU) 반도체 보조금 중 사상 최대 규모다.

반도체 공장의 글로벌 재편 속 韓 기업의 전략은?

반도체 업계는 TSMC가 대만 밖으로 생산 거점을 확장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대만에 있어 반도체 산업은 자국 안보의 인계철선 같은 존재였다. 이 때문에 대만 정부는 탈(脫)대만을 허용하지 않았고 실제로 2022년까지 해외에서 운영 중인 공장은 중국 본토에 있는 난징과 상하이 공장이 전부였다. 당시만 해도 TSMC의 경영진들은 해외에 반도체 공장을 지어 생산하는 것이 대만 본토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든다고 지적하며 미국 등 주요국이 내놓는 보조금에 현혹되지 말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만은 자국을 둘러싼 경제적·외교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생산 공장을 확대하며 안정적인 고객사 확보와 신뢰 구축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기술 유출 우려가 큰 핵심 첨단 공정 제품은 대만 내에서 생산하되 생산 거점 다변화를 통해 공급망을 보다 촘촘하게 연결해 지정학적 불안을 반도체 방어막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는 2028년경 TSMC 전체 생산량의 20% 이상을 해외 공장이 담당할 것을 보고 있다.

이는 한국 상황과 상반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해외 생산공장이 미국과 중국에 한정된 데다 공급망 전반에서 미·중 의존도가 높아 양국의 패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기업들은 보조금을 대가로 하는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첨단 제품의 비중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 거점과 시장 지배력이 동아시아에 편중된 데다 친미 성향의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보니 미·중 사이에서 눈치 보기는 앞으로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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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비둘기'로 변신한 파월에 美 '빅컷' 기대감 확산, 노동 지표가 인하폭 좌우

2년 만에 '비둘기'로 변신한 파월에 美 '빅컷' 기대감 확산, 노동 지표가 인하폭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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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美 금리 인하 기정사실로, 인플레 진정·경기침체 우려 영향
'빅컷' 가능성도 열어 둔 파월 의장, 노동부 '8월 고용보고서'가 관건
주요국들의 금리 인하 예고 속, 한은은 "집값 더 뛸 수도 있다"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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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사진=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자신하며 9월 금리 인하의 신호탄을 쐈다. 2년 전 같은 자리에서 물가 우려로 고강도 긴축을 선언한 것과는 180도 달라진 입장이다. 파월 의장이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열어 둔 가운데 앞으로 금리 인하 속도는 노동시장 냉각 속도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월 의장, 잭슨홀 기조연설서 "금리조정 시기 도래" 언급

파월 의장은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왔다"고 밝혔다. 이번 피벗(통화정책 전환) 선언의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이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크게 하락했다"며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 가능하게 둔화하고 있다는 확신이 커졌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시장 둔화 우려는 커졌다고 진단했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이 틀림없이(unmistakable) 둔화되고 있고, 노동시장 여건이 추가로 냉각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우리의 목표는 강력한 노동시장을 유지하면서 실업률의 급격한 상승을 피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물가 안정에만 초점을 맞춰 왔다면 앞으로는 완전 고용에 통화정책의 무게 중심을 두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파월 의장이 9월 금리 인하 시그널을 분명히 보내면서도 빅컷 전망에는 선을 긋지 않은 점이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시점과 속도는 향후 들어올 데이터, 변화하는 전망, 위험 균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같은 잭슨홀 미팅에서 패트릭 하커(Patrick Harker)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수전 콜린스(Susan Collins) 보스턴 연은 총재가 "체계적이고 점진적인 금리 인하"를 언급한 것과는 온도 차를 보이는 지점이다.

20240801 fe fed

내달 발표될 고용보고서가 막판 '변수'

이에 따라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는 향후 노동시장 냉각 속도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다음 달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인 6일 미 노동부가 내놓을 8월 고용 보고서가 관건으로, 보고서에는 이달 실업률과 비농업 신규 고용 규모가 담길 예정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실업률은 지난 6월 4.1%에서 7월 4.3%로 급등했다. 시장에서 노동시장 급속 냉각 우려와 함께 경기 침체 공포감이 번졌던 만큼, 8월 실업률이 여기서 더 오를 경우 연준의 빅컷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연준의 빅컷 가능성에 시장의 기대가 쏠리는 배경에는 경기 침체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연준이 너무 오랜 기간 '과도하게' 높은 금리를 유지함으로써 연착륙이 아닌, 경제가 급브레이크를 밟을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초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을 확인한 이후 전문가들은 실물 경제 상황에 좀 더 부정적인 입장을 강화한 모습이다.

JP모건은 노동 수요가 급격히 감소할 가능성을 이유로 향후 12개월 이내에 미국 경기 침체가 발생할 확률을 25%에서 35%로 상향 조정했고,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경제학자 파스칼 미샤라와 에마뉘엘 사이에즈는 최근 실업률 상승과 구인 공고 감소를 바탕으로 미국 경제가 이미 경기 침체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40%라고 경고했다. 폴 모르티머 리 국가경제사회연구소 연구원은 "노동 시장이 일단 돌아서면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경제에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1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경제는 5.5%의 고금리를 잘 견디고 있지만, 이 같은 회복력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알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식 시장의 위축과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기업들의 계획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재선될 경우 금리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금리 인하 기대 확산에 "미국과 금리 보조 맞출 필요 없어"

한편 잭슨홀 미팅 이후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국내 기준금리의 하락 압력도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금리 인하 시점을 10월 이후로 미뤘지만 파월 의장 연설 직후 다시금 조기 금리 인하론이 고개를 들면서다. 그러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미국과 보조를 맞출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은 대표로 잭슨홀 심포지엄에 참여한 신성환 금융통화위원은 지난 23일 잭슨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물가나 경제 전반을 보면 인하해야 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택가격이 안정세를 찾느냐 여부는 가계 가처분소득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한은이 금리를 결정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물가안정과 함께 금융시장 안정을 고려하는 것이 한은의 우선적인 책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물가만 봤을 때는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면서도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신호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신 위원은 한은의 통화정책에서 미국 등 다른 중앙은행의 움직임보다는 한국의 경제상황 전반에 대한 평가를 더 우선해서 판단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 위원은 환율도 피벗의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한미 금리차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이제는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과거는 한국 정부의 외환보유액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고려할 만한 부분이었으나 이제는 우리 경제가 그런 부분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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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美 연착륙 과정에 진입, 단기 급락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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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용·내수 등 경기지표 두고 전문가 엇갈린 전망
제조업 침체가 노동 수요 둔화로 이어져 실업률 상승
2분기 경제성장률 2.8% 등 실물경제는 호조 이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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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행이 최근 불거진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와 관련해 경착륙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했다. 노동시장이 다소 냉각됐지만 수급이 균형을 찾아가는 '정상화 과정'으로 현재 연착륙 단계에 진입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다만 미국의 경기 지표가 부진할 경우 국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나아가 금융시장과 대미 수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는 남아 있는 상태다.

美 노동시장 다소 냉각됐지만 수급 균형은 정상화

23일 한은은 '경제전망보고서: 최근 미국 경기흐름에 대한 평가'를 통해 "미국 경기가 단기간에 급락할 가능성은 작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연착륙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미국 노동시장이 다소 냉각됐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해고율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 노동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급이 균형을 찾아가는 정상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상 침체기 진입 직전에 성장률이 큰 폭으로 둔화하는데 최근 미국 경제는 양호한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의 이번 분석은 앞서 실업률 등 7월 고용지표가 부진하자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일부 경제 비관론자들은 최근의 실업률 상승, 채용률 하락, 빈 일자리 감소 등 경기후행지표의 부진이 기업의 노동 수요 둔화에 기인하고 있어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일자리 감소가 경기동행성이 높은 제조업의 업황 부진의 영향이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반면 노동 수요가 대체로 양호한 수준이며 최근 실업률 상승은 노동 공급 증가의 영향으로 급격한 경기 위축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보고서를 집필한 조사국 미국유럽경제팀 연구진은 "양측의 견해를 바탕으로 경기 흐름을 판단해 보면 삼의 법칙(Sahm rule)의 발동만을 근거로 경기 침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삼의 법칙은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삼(Claudia Sahm)이 2019년 고안한 것으로 3개월 평균 실업률이 1년 내 최저치 대비 0.5%포인트 이상 높을 경우 경기 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삼의 법칙을 개발한 당사자도 해당 산식만으로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것에 는 한계가 있다며 팬데믹 이후 노동시장의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연구진은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하반기 이후 미국 경제는 고물가·고금리의 영향이 누적되고 노동시장 부진 등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성장세가 점차 둔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주요 고용 지표가 팬데믹 이전 혹은 균형 수준에 근접하고 있어 앞으로의 고용 상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경기 관련 지표의 등락에 따라 가계·기업 심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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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는 회복세, 노동시장은 등락 반복하며 불안정

미국 경제 침체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 가운데 최근 소비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각) 미 상무부가 발표한 7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 증가했다. 소매판매 증가율이 1%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23년 1월 3% 증가율을 기록한 후 18개월 만이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0.4% 증가해 증권가 추정치 0.2%를 상회했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도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하며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증권가도 월마트의 연간 매출 전망치를 상향했다.

반면 노동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7월 21~27일을 기준으로 집계된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 대비 1만4,000건 증가하며 2023년 8월 첫째 주 25만8,000건 이후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그러다 일주일 후인 7월 28일~8월 3일 전주 대비 감소하며 노동시장 냉각 우려를 잠시나마 해소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8월 11∼17일 23만2,000건으로 한 주 전보다 4,000건 증가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23만 건을 웃도는 수치다.

이 기간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186만3,000건으로 2021년 11월 3주 차 이후 2년 9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증가한 것은 재취업 현황과도 직결된다. 일자리를 잃은 후 새 직장을 찾지 못한 노동자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노동부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올해 4월 하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4.3%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美 경기 침체 시그널, 韓 경제 하방 압력으로 작용

팬데믹 이후 '나홀로 호황'을 누렸던 미국은 올해 들어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 국면을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안심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경제지표 둔화를 잇달아 확인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을 키웠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2.8%를 기록하는 등 실물지표를 살펴보면 미국의 경기 침체가 본격화한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우세함에도 시장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그만큼 미국의 통화정책 피벗이 전 세계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용시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림에도 최근의 실업률, 실업수당 청구 건수, 해고율 등은 미국의 노동시장이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 강하지 않다는 시그널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보다 노동시장으로 초점을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조만간 고용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금리 인하로 대응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21일 공개된 7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다수의 연준 위원이 9월 통화정책 완화를 강력히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장도 9월 기준금리 인하를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하가 현실화된다면 미국 경제의 고금리 부담을 낮추고, 금융시장에는 위험회피 심리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외환시장에서도 그동안 고금리의 매력을 누렸던 달러에 대한 기대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21년 6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의 공식은 이제 역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다만 미국 경제가 연착륙 단계에 있다고 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일시적인, 혹은 단기적인 경기지표의 부진은 한국 경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국내 경제 주체들이 미국의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상황이 길어지면 국내 소비와 투자가 더욱 위축되고 금융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한 수출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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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FOMC 의사록 '9월 피벗' 확실, '베이비컷-빅컷’ 결정만 남았다

美 연준 FOMC 의사록 '9월 피벗' 확실, '베이비컷-빅컷’ 결정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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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7월 FOMC 회의 내용 공개, '9월 피벗' 시사 
고용 지표 위험에 무게, 인플레는 진전 평가
연내 인하폭 관건, 시장은 베이비컷 유력시
FOMC FE 001 20240822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월 통화정책 결정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여기에 미국의 노동시장이 기존에 알려졌던 것보다 과열되지 않았다는 고용 수정치가 나온 만큼 이변이 없는 한 9월 금리 인하 개시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연준 위원 '대다수' 9월 금리 인하 지지

21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 '7월 FOMC 의사록'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다음 달 FOMC에서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의사록에는 19명의 FOMC 위원 중 ‘대다수(the vast majority)’가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예상대로 계속 나온다면 9월 17~18일 회의에서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데 동의했다. 이는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 인하를 개시할 것이란 시장 기대와도 부합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몇몇(several)’ 위원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합리적인 사례(a plausible case)를 봤거나, 그런 결정을 지지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위원은 인플레이션 감소, 실업률 상승에 근거해 금리 인하를 지지했다. 이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7월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천명한 내용과 동일하다.

실제 이번 의사록은 연준 내에서 물가 상승 위험과 실업률 상승의 위험이 비슷한 수준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드러냈다.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majority)’ 위원은 연준의 고용 목표 관련 위험이 증가했다고 언급했으며, ‘많은(many)’ 위원은 인플레이션 목표 관련 위험이 감소했다고 언급했다. 최근 인플레이션율이 2% 목표치를 향해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통화완화 정책을 너무 늦거나 너무 적게 줄이면 경제 활동 및 고용이 지나치게 약화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시장에 관해서는 많은 위원이 고용지표가 과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CPI FE 001 20240815

美 노동부 '고용통계 수정치' 발표, 9월 금리 인하 기대 고조

실제로 이달 2일 발표된 미 노동부의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7월 실업률은 4.3%로 시장 기대치(4.1%)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침체에 대한 우려를 키웠고 지난 5일 주요 증시가 일제히 급락하는 '블랙 먼데이'의 계기로 작용했다. 고용보고서는 비농업 부문 고용 증가가 11만4,000명으로 둔화됐다는 내용도 담고 있는데, 이는 올 상반기 평균 증가 속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21일 오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 일자리 증가 폭에 대한 수정치도 고용시장 불안에 대한 연준 위원들의 우려를 뒷받침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일자리 증가 폭을 종전에 발표했던 290만 명에서 81만8,000명 줄여 수정 발표했다. 이는 약 30% 감소한 수치다. 월간 기준으로는 이 기간 일자리 증가 폭이 종전 24만6,000명에서 17만7,000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 같은 하향 조정 폭은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큰 것으로, 미국의 고용시장이 정부 예상보다 훨씬 오랜 기간 냉각되고 있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대로 내려오면서 고물가의 긴 터널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7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3%)도 밑도는 수치로, 소비자물가 연간 상승률이 2%대에 진입한 것은 2021년 3월(2.6%)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월 대비 3.2%로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연준이 9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도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시장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지 여부보다 금리 인하 규모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의 3분의 2가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베이비컷)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3분의 1은 0.5%포인트 인하(빅컷)를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22일부터 24일까지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Jackson Hole)에서 열리는 캔자스시티연방준비은행 주최 경제 정책 심포지엄(Economic Policy Symposium)에 쏠리고 있다. 올해로 47회째를 맞은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이 23일 오전 8시(미 동부시간 오전 10시, 한국시간 오후 11시)에 30분짜리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날 발언의 '비둘기(Dove) 성격' 정도에 따라 시장의 반응도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미 대선 변수 '인플레이션', 트럼프·해리스 정면충돌

한편 인플레이션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트럼프 노믹스'와 '카멀라 노믹스'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18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ABC뉴스·입소스 여론조사(8월 9~13일 조사)' 결과, 올해 선거 투표에 가장 중요한 이슈에 관한 질문에 응답자의 89%가 경제를 꼽았고 86%는 인플레이션을 지목했다. 최근 둔화 추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대다수 미국인의 실질 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경쟁하듯 연일 고물가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먼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해법으로 에너지를 비롯한 여러 산업군의 규제를 철폐하는 등 정부의 역할과 규제를 줄여 물가를 낮추는 구상을 내놨다. 석유와 가스 개발을 더욱 확대해 전기료를 비롯한 에너지 비용을 절반 이상 낮추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친환경 에너지 정책과 전기차 산업 육성이라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와 정반대로 가겠다는 의미로, 미국에서 전기차 구입 시 제공하는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 공제 혜택을 재집권 시 폐지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아울러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공언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식품 가격 인플레이션에 대해 기업의 이익추구 행태를 비판하면서 해당 정책을 주요 경제 공약으로 내걸었다. 식료품에 대한 바가지 가격 산정을 연방정부 차원에서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이 식료품 가격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을 규제하고, 이를 어기는 기업들을 수사해 처벌할 권한을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주 법무장관에게 부여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두 후보의 인플레이션 해법을 두고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진다. 우선 트럼프의 공약에 대해선 되레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수입품 관세가 오르면 전체 물가도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재정지출 확대로 국채 발행이 늘어 금리가 다시 고개를 들 공산이 큰 만큼,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벗어나기 어려운 파멸의 고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저스틴 울퍼스 미시간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 단순한 물가 안정화가 아닌 '대규모 경기 침체'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가져오는 방법은 대규모 경기 침체를 만드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기업들이 가격을 인하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처럼 물가 하락과 동시에 성장이 거의 없는 수십 년간의 경기 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바가지 요금 금지(Ban Price Gouging) 공약에 대해선 고물가의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해리스 부통령이 지적하는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재편으로 인해 공급망이 꼬였고, 정부 자금투입으로 수요가 급증한 탓이라는 반박이다. 가격 통제를 통한 경제적 효과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비상시 기업이 보유한 물량에 대한 가격 급등을 막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추면 사재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렉 맨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카밀라 부통령은 어느 정도 가격 통제를 해야 하는 분야에 대해 독점 부문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식품 사업은 독점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탐욕적인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가격을 원가에 가깝게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은 통제가 아닌 경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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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인수 실패 여파 확산, 일론 머스크의 걷히지 않는 '오너 리스크' 먹구름

트위터 인수 실패 여파 확산, 일론 머스크의 걷히지 않는 '오너 리스크'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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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인수 대출금에 은행 부담 가중, 인수금융으로 투자은행 순위 뒤바뀌기도
CEO 변경으로 'X 살리기' 주력하는 머스크, 정작 현장선 머스크 존재감 여전히 커
'머스크 리스크' 확산 양상, "머스크가 테슬라 평판 악화에 기여했을 가능성 있어"
Elon Musk X FE 20240821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X(옛 트위터)를 인수하는 데 은행들이 빌려준 자금을 두고 '최악의 대출'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머스크를 둘러싼 '오너 리스크'가 점차 심화하는 분위기다.

트위터 인수 대출금 미상환,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대출"

2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2년 10월 머스크 CEO가 당시 트위터를 인수할 때 은행들이 빌려준 대출금 130억 달러(약 17조3,000억원)가 인수 2년이 다 되도록 상환되지 못하고 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대출"이라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LCD도 트위터 인수에 제공된 대출에 대해'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로 가장 오랫동안 회수되지 못한 인수 거래 대출 중 하나'라는 평가를 내렸다. 트위터 인수 당시 머스크의 지주회사에 대출을 대준 은행은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레이즈 등 7곳이다.

WSJ에 따르면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할 당시 회사의 가치는 440억 달러(약 58조7,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를 기준으로 그 가치는 190억 달러(약 25조3,500억원)로 급감했다. 3분의 2에 달하는 대규모 직원 해고 사태와 오너 리스크 등에 따른 광고주 이탈로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이다.

이렇다 보니 은행들의 부담도 날로 커지고 있다. 손실을 입지 않고서는 해당 채권을 팔기가 어려워져서다. 이에 대부분 은행은 대출의 가치를 수억 달러씩 떨어뜨리면서 이익이 크게 줄었고, 일부 은행은 트위터 대출금 미환수로 인해 다른 인수합병(M&A) 거래를 위한 자금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클레이즈의 경우 직원들의 보상을 일부 삭감하기도 했다.

트위터 인수금융으로 미국 금융 투자은행 순위의 순위도 바뀌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전인 2021년과 2022년 상위 1, 2위를 차지했던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모건스탠리는 2023년과 2024년에 JP모건과 골드만삭스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두 은행은 트위터 거래에 자금을 조달하지 않은 곳들이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실패 여파가 미 금융권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LindaYaccarino X 20240821
린다 야카리노 X CEO/사진=린다 야카리노 공식 X 계정

X CEO 변경했지만, 여전한 '머스크 리스크'

이런 가운데 머스크는 우선 'X 살리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게 CEO 변경이다. 오너 리스크로 수익 창출력이 상당 부분 소실된 만큼 기업의 '얼굴'을 바꿔 이미지 회복을 도모하겠단 취지다. 새 CEO인 린다 야카리노(Linda Yaccarino)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X가 광고를 철회한 광고주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야카리노 CEO가 직접 공개서한을 작성하는 등 목소리를 낸 것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X가 여전히 머스크의 그림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단 점이다. 머스크는 야카리노 CEO가 취임한 이후에도 자신의 편향적인 정치 성향을 X에 공개하는가 하면 광고주들을 겨냥해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는 등 기업 운영에 부담을 지속적으로 키워왔다.

머스크의 존재로 인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효율이 떨어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WSJ는 X 내부 사정을 알 수 있는 취재원들의 발언을 인용해 "일부 직원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머스크에게 보고해야 할지 아니면 야카리노와 이야기해야 할지 혼란을 겪는다"는 보도를 낸 바 있다. 이는 머스크가 X에서 아무런 공식 직책을 맡지 않고 있음에도 기업 운영 일부에 개입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내용이다. 업계를 중심으로 '머스크 리스크'가 X의 구원투수 야카리노 CEO의 기세를 억누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테슬라 하락세도 머스크 영향?

최근에는 머스크를 둘러싼 오너 리스크가 테슬라 등 다른 사업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시장조사회사 캘리버에 따르면 지난 3월 테슬라의 '고려도 점수'는 31%로 전달 대비 8%p 하락했다. 이는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1년 11월(70%)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치며, 40%대를 기록한 BMW나 아우디, 메르세데스에도 뒤처지는 수준이다. 고려도 점수는 잠재적 소비자의 관심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테슬라를 바라보는 시장 소비자의 시선이 냉각되면서 실적 악화 우려도 부쩍 커졌다. 자동차 시장조사회사인 콕스 오토모티브는 올해 1분기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 늘 것으로 예상했지만, 테슬라의 신차 판매량은 3% 성장에 그칠 것으로 봤다. 전기차 시장의 열기가 식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가 특히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샤하르 실버샤츠 캘리버 CEO는 자사 조사 응답자 중 83%가 테슬라와 머스크를 연계해 평가했다며 "머스크가 (테슬라) 평판 악화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소비자 분석회사 시빅사이언스 분석에 따르면 2년 전만 해도 머스크의 비호감도는 34%였지만 올 2월에 42%로 상승, 호감도 비율을 훌쩍 넘어섰다. 머스크 리스크가 심화하고 있음이 각종 지표를 통해 도출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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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스타트업 '자금 조달 빙하기', 파산할 확률 1년 새 60% 증가 "지속시 경제 전반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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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마른 美스타트업 파산 급증, 5년 전 比 7배
탤리·카페인 등 대형 VC 투자받은 업체도 파산
IPO·M&A도 씨 말라, 자금회수 난항에 재정난 심화
startup getty 2024082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1년부터 2022년 상반기 무렵까지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세계 각 정부가 시장에 돈을 풀면서 호황기를 누렸던 미국 스타트업계가 지금은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특히 지난 1년 만에 스타트업의 파산 가능성이 60%나 증가하면서 경제 전반에 상당한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美 스타트업, 1분기 254개사 파산

18일(현지시간) 주식 관리 지원 플랫폼 카르타(Carta)에 따르면 벤처 자금 수십억 달러가 인공지능(AI) 분야에 몰리고 있지만 스타트업 파산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르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올해 1분기 자사가 지원하는 스타트업 고객사 가운데 254곳이 파산했다며 현재 파산 비율은 2019년 자신들이 스타트업 파산을 추적하기 시작한 때에 비해 7배 이상 높은 수치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는 지난주 운영자금 부족으로 파산한 핀테크업체 탤리(Tally)도 포함된다. 탤리는 2022년 앤드리슨 호로위츠와 클라이너 퍼킨스 등 대형 벤처캐피털(VC)로부터 1억7,000만 달러(약 2,300억원) 이상을 조달하고, 당시 8억5,500만 달러(약 1조1,0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으나 결국 자금줄이 말라 파산했다. 아울러 폭스코프, 앤드리슨,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산하 사나빌 인베스트먼트 등에서 2억5,000만 달러(약 3,330억원) 이상을 조달한 라이브 스트리밍 웹사이트 카페인(Caffeine)도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2021년 40억 달러(약 5조3,0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헬스케어 스타트업 올리브(Olive), 2022년 가치가 38억 달러로 평가된 트럭운송 스타트업 콘보이(Convoy),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았던 사무실 공유서비스 위워크도 목록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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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VC 업계 '잠긴 돈'만 3,110억 달러

이 같은 줄파산을 두고 2022년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스타트업 생태계의 고통스러운 조정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투자자들의 투자가 급감한 데다,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 대출이 크게 줄면서 많은 스타트업들이 자금난으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탄탄한 기업들도 새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감소로 VC들이 엑시트(투자금회수)에 실패하면서 기관투자자들(LP)에게 상환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2021년 조성된 벤처펀드 중 불과 9%만이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상환했는데, 이는 2017년 상환펀드가 전체의 25%에 달했던 것에 비해 크게 저조한 성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회사) 숫자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등장한 유니콘 기업은 45개에 불과했다. 2년 전의 344개에 비교하면 8분의 1 수준이며, 2년 연속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VC가 투자한 금액 역시 1,700억 달러(약 227조원)로 반토막이 났고, 올해 1분기 스타트업이 VC 등으로부터 유치한 투자금도 304억 달러(약 40조5,000억원)로 지난 2016년 이후 가장 적었다.

VC들이 벤처기업에 대한 ‘과감한 베팅’을 망설이면서 아직 집행되지 않은 미소진 투자 자금(드라이파우더) 규모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미국 VC 업계에서 아직 집행되지 않은 드라이파우더규모는 3,110억 달러(약 413조6,000억원)에 달한다. 팬데믹 기간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난 덕에 4,350억 달러(약 578조4,000억원) 규모의 막대한 자금이 조달됐으나, 이 중 실제 집행된 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투자 한파에 韓 스타트업도 줄도산

우리나라 벤처업계 상황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벤처투자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투자 유치 이력이 있는 스타트업 중 올해 상반기에 폐업한 회사는 68곳으로 집계됐다. 2022년 상반기 35곳, 2023년 상반기 54곳보다 늘어난 수치다. 상반기 폐업한 스타트업 가운데 누적 투자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한국 2호 유니콘 기업이었던 옐로모바일이다. 누적 투자만 2,600억원을 받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에 고전하다가 지난 4월 폐업 절차가 마무리됐다.

상반기에 폐업한 68곳 중 38곳(56%)이 플랫폼 사업을 영위한 업체였다. 실시간 매칭 카풀앱인 풀러스는 한때 1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등 국내 최대 규모 카풀서비스를 운영한 회사로 네이버, SK 등으로부터 누적 220억원의 투자를 받았으나 지난 3월 문을 닫았다. 동대문 도매 중개 플랫폼 링크샵스 역시 알토스벤처스와 포레스트파트너스 등 국내외에서 이름을 알린 VC와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선택을 받았던 곳이다. 누적 16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폐업했다.

스타트업의 폐업이 늘어나면서 투자사들이 받는 타격도 커지고 있다. 당장 중소형 VC 중 생존 위기에 놓인 곳이 다수다. 지난 상반기에만 VC 6곳의 자격이 말소됐는데 이는 지난해 연간 수준(4개)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기관 출자사업이 몰려 있는 상반기에 등록이 말소된 VC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루트벤처스, IDG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 이랜드벤처스, 예원파트너스 등이 올해 VC 면허를 반납했고,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연명 중인 VC도 많다. 상반기에만 5곳의 VC가 자본잠식으로 경영 건전성 미달 경고를 받았다.

VC와 창업자 간 갈등도 늘어나고 있다. 투자금 반환 소송에 휘말리거나 VC가 파산에 반대해 정리 절차를 밟지 못하는 경우다. VC는 투자한 스타트업이 문을 닫으면 포트폴리오 하나가 날아가고 고스란히 확정 손실로 잡힌다. 이에 일부 VC는 전망이 좋은 회사의 지분을 일부 매각하면서 이른바 ‘폭탄 회사’의 지분을 함께 처리하는 등 가시적인 손실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 대형 투자사 대표는 “현재 포트폴리오 중 ‘폭탄’이 없는 VC 심사역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터지는 회사들의 손실을 막느라 신규 투자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VC도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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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견고한 소비에 고용 안정까지, 'R의 공포' 벗어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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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7월 소매판매 전월비 1% 증가, 예상치 0.3% 상회
7월 실업수당·소비자물가지수·도매물가 모두 긍정적
'냉기 vs 열기' 교차하는 美 경기 침체 시그널, 의견 분분
commerce.gov FE 20240816 002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강세로 돌아섰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2주 연속 감소했다. 이에 최근 월가를 지배했던 ‘경기 침체’ 공포가 완화되며 경기 연착륙 기대가 커지고 있다.

7월 소매판매 1% '깜짝 증가'

15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미국의 7월 소매판매가 7,097억 달러(약 969조4,500억원)로 전월 대비 1%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 2.7% 상승한 수준이다. 앞선 6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보합에서 0.2% 감소로 하향 조정됐다. 상무부가 발표한 13개 분야의 소매판매 중 10개 분야의 소매판매가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자동차 판매는 지난 6월 큰 폭으로 감소한 이후 강하게 반등했다.

전자 및 가전제품도 견고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커머스 매출은 소폭 증가했는데, 이는 아마존닷컴의 프라임데이와 월마트 등의 기타 프로모션에 따른 대규모 할인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상무부의 이번 발표는 높은 차입 비용, 냉각된 노동 시장, 불확실한 경제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소비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고용 관련 지표도 시장의 예상을 빗겨갔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8월 4일~10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일주일 전보다 7,000건 감소한 22만7,000건으로 집계됐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망치 23만5,000건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그 전주(7월 28일~8월 3일) 2주 이상 실업수당은 신청한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86만4,000건으로 이 또한 직전주 대비 7,000건 줄었다.

연착륙 기대감 상승

상무부의 이번 발표는 높은 차입 비용, 냉각된 노동 시장, 불확실한 경제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소비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글로벌 투자업체 윌리엄 블레어의 거시경제 분석가 리차드 드 샤잘(Richard de Chazal)은 "이번 보고서는 또 한 번,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여전히 상승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전일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예상을 하회하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헤드라인 CPI는 전월비 0.2%, 전년비 2.9% 상승하는데 그쳐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거비 상승(0.4%)을 제외하면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은 거의 잡혔다는 평가다. 하루 먼저 나온 도매물가(PPI) 역시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했다.

최근 경기 침체 우려를 걷어내는 지표가 연이어 발표되자 미국 경제의 연착륙 기대도 커졌다. 이에 금리 선물 시장에서도 즉각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 금리를 통상적인 0.25% 포인트 내리는 ‘베이비컷’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갔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기준 9월 0.25% 인하 가능성은 74.5%로 치솟기도 했다. 0.5% 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25.5%에 그쳤다. 미국 채권 시장에서도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작다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국채 수익률이 급상승하고, 국채 가격이 급락했다. 국채 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리에 민감한 2년물 국채 수익률은 최근 16bp가 올라 4.12%를 기록했다.

Federal Reserve System FE 20240716 002

곳곳에 침체 시그널, 안심하기엔 이르다

다만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침체로 향하는 시그널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냉각 시그널이 확인된 고용지표 외 주요 기업실적에서도 소비 둔화 추세가 확인되고 있다. 맥도널드, 프록터앤드갬블, 월트디즈니의 테마파크 사업, 힐튼호텔, 에어비앤비 등이 공개한 2분기 실적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앞서 실적 콘퍼런스에서 일제히 수요 둔화를 우려했다.

신용카드 부채도 사상 최대 규모로 늘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가계신용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기준 미국의 신용카드 부채는 역대 최대인 1조1,400억 달러(약 1,548조원)로 집계됐다. 연체율도 9.1%로 2011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만큼은 아니지만 미국인들의 소비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고 가계 부담이 커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정치적·지정학적 리스크도 산재해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당장 고율 관세 정책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팽배하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 충돌 등으로 중동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이에 JP모건은 지난 7일 올해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을 기존 25%에서 35%로 상향 조정했다. 2025년 하반기 경기 침체가 올 확률은 45%로 봤다. 이에 앞서 골드만삭스도 경기 침체 예측을 15%에서 25%로 높였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EPFR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7일 투자자들이 정크본드(‘BB+급’ 이하의 투기등급 채권) 펀드에서 빼낸 자금 규모는 25억 달러(약 3조3,9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초 이후 최대다. 침체 우려가 시장을 뒤흔들며 자금이 대거 유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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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진 금리 인하 시계, 美 CPI 3년여 만에 2%대 진입 "빅컷 가능성에는 이견"

빨라진 금리 인하 시계, 美 CPI 3년여 만에 2%대 진입 "빅컷 가능성에는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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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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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여 만에 2%대 물가, 경제 연착륙 기대 높여
9월 0.25%p 인하에 무게, 페드워치 전망 64.5%
예상 부합 CPI에도 '빅컷' 기대↓'끈적한 주거비' 영향
CPI FE 001 20240815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넉 달 연속 둔화하며 3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2%대로 떨어졌다. 물가가 확연한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9월 피벗(통화정책 전환)도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다만 그동안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지목돼 온 주거비가 재차 반등함에 따라 빅컷(0.5%p) 기대감은 후퇴했다.

CPI, 3년 4개월 만에 2%대로

1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7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CPI 상승률이 2%대로 떨어진 것은 2021년 3월(2.6%) 이후 처음이다. 7월 CPI는 컨센서스(시장 예상치)와 전달 상승률인 3.0%도 밑돌았다.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했는데 전달의 0.1% 하락보다는 높았지만 시장 전망치에는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3.2% 상승했다. 이는 4개월 연속 둔화이자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연간 상승률이다.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상승해 예상치와 일치했고 전달의 3.3%에서는 소폭 둔화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식품, 에너지, 상품 및 주거 비용을 제외한 ‘슈퍼 코어’ 물가는 전월 대비 0.21% 상승했다. 3개월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완만한 상승세라는 평가가 다수다. 식품은 전월 대비 0.2% 올랐고, 에너지는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신차와 중고차는 각각 0.2%, 2.3% 하락했으며 항공료와 의료서비스도 각각 1.6%, 0.3% 떨어지며 CPI 상승률 둔화에 기여했다. 전날 발표된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 오르며 6월(2.7%)보다 상승 폭을 줄였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전반적인 경제 관련 지표가 물가 안정화를 가리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CME Fedwatch 20240815 02
출처=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

9월 금리 인하 청신호, '베이비컷' 유력

미국 기준금리 방향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CPI 상승률이 2%대로 진입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에 시장의 관심은 언제 금리 인하를 개시하느냐가 아닌 얼마나 내릴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앞서 7월 고용보고서에서 실업률이 4.3%로 상승해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인하해야 할 압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재확인된 만큼 연준이 물가 부담 없이 금리를 내릴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의 무게추는 9월 25bp(베이비컷) 인하로 크게 기우는 분위기다. 15일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오는 9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인하할 확률은 64.5%로 집계됐다. 이는 일주일 전 31.0%의 두 배를 상회한다.

반면 빅컷 가능성은 위축됐다. 월가 일각에선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를 이유로 9월 빅컷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50bp 인하 확률은 35.5%로 전일 마감 무렵 대비 15%포인트가량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프린시펄 애셋 매니지먼트(Principal Asset Management)의 시마 샤(Seema Shah) 글로벌 수석전략가는 "7월 CPI는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개시를 막고 있던 인플레이션 장애물을 없애준다"면서도 "이번 수치는 0.5%p 금리 인하에 대한 긴급성은 크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높은 주거비에 빅컷 인하 기대는 감소

빅컷 전망에 찬물을 끼얹은 건 연준이 근원CPI보다 중시하는 주거비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는 있지만 CPI 가중치의 35%를 차지하는 주거비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7월 주거비는 전월 대비 0.4%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5.1% 오른 것으로 여전히 고착화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6월 주거비가 0.2% 오르며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하자 둔화가 시작됐다는 기대감이 커졌으나 다시 반등한 것이다. 주택 소유자가 주택을 시장에 임대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가상임대료인 소유자등가임대료(OER) 역시 0.36% 오르며, 전달(0.27% 상승)보다 속도가 빨라졌다.

임대료 상승률이 정점을 찍은 지 2년여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정부 발표 인플레이션 수치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는 CPI의 주거비 책정이 실제 시장의 임대료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주거비는 매달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가계가 임대료를 갱신할 시점에 가격이 변한다. 게다가 CPI의 주거비는 6개월마다 해당 시점에 주거비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갱신되지 않은 임대료와 갱신된 임대료가 혼재해 실제 시장 가격보다 훨씬 더 비탄력적이다. 전형적인 주택가격 움직임에 일정 시차를 두고 쫓는 후행지표란 의미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조사업체 코어로직(Core Logic)이 집계한 미국 단독주택 임차료 상승률의 경우 2022년 14%에서 올해 1분기 3.37%로 떨어졌지만, CPI에서는 올 1분기 5.7%로 기록됐다. 여기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저금리로 집을 산 사람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은 영향이 크다. 새집을 사려면 신규 대출로 갈아타야 하는데 현재 고금리로 인해 기존 계약 갱신이 많은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CPI의 주거비 흐름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이번 7월 CPI도 주거비를 제외하면 연간 상승률이 1.7%에 그친다는 점에서 피벗 결정의 장애물을 제거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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