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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0대 프리터 확산, 원인은 직장 및 인력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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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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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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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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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채용하기가 20대 고객 보기보다 힘들다'

요즘 20대 직원, 아르바이트 채용에 힘들어하는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1월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20대 취업자 수는 376만2,000여 명이다. 지난 2021년 11월보다 4천명 줄었다. 특히 20~24세 취업자 수는 120만명으로, 지난 2021년보다 4만여명, 2020년보다 무려 10만명이나 감소했다.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기업들이 채용을 안 하는 것도 아니다.

20대, 눈높이 못 맞추는 직장 대신 도서관·대학원으로

노동시장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이 20대 취업, 특히 20대 초반의 취업에 크게 악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권 내내 5년간 빠르게 상승해 2017년 시간당 6,470원에서 2022년 9,160원까지 무려 41.6%나 뛰어올랐다. 2023년에는 9,620원으로 상승이 예정되어 있다.

주휴수당이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사실상 1시간 1만원 이상의 급여가 현실이된 시점이다. 이에 따라 성실성이 매우 뛰어난 극소수가 아니면 굳이 20대 청년들을 뽑으려는 기업주가 사라지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노동단가가 안 나오는 채용이 되어버린 것이다.

젊은이들의 눈높이도 바뀌었다. 채용 시장에서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없으면 굳이 시간을 저임금으로 바꾸는 교환시간을 쓰는 대신, 좀 더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도록 역량을 높이는데 더 시간을 쓰는 경향으로 바뀌었다. 이외에도 코인, 주식 등의 자산 투자를 통해 일확천금을 얻지 못하면 주거 안정을 비롯한 경제적 안정을 찾기는 어렵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실제로 로스쿨 진학을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자(원서접수 기준) 수를 보면, 30세 미만 응시자가 2020년 8,384명에서 2021년 9,805명, 2022년에는 10,165명으로 지난 2년 사이 20%에 가까운 증가율을 나타냈다. 공인회계사 응시자도 20대 비율이 2020년 86.5%에서 2022년에는 87.9%로 증가했다. 인구는 감소하는 중이지만 되려 전문직 응시자 중 20대의 비중은 더욱 높아진 것이다.

'SKY 출신'들의 전유물이 일반 대학생들에게도

오전 짧은 파트타임 업무를 찾고 있다는 고려대 경제학과의 4학년 이모 씨는 "어차피 취직해도 대부분 박봉인 반면, 로스쿨 졸업 후에는 하위권이어도 월 400~500만원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생각에 주변에서 다들 로스쿨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수의 대기업을 제외하면 신입 연봉으로 월 40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드문데다, 변호사 등의 전문직이 될 경우 평생 밥벌이에 걱정이 없다는 생각이 20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팽배하다는 것이다.

수도권 명문대 중 한 곳에서 경영학 전공을 마치고 졸업을 유예하고 있는 4학년 한모 씨는 "취업시장에서 학벌 이슈도 있고, 어차피 취직도 안 되니까"라며 "대부분 대학원에 갔거나, 대학원 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대학 교육만으로는 이른바 '좋은 직장'에 취직이 어렵다는 생각들이 널리 퍼져있는 탓에 '취업'보다 대학원이나 전문직 시험에 몰두하는 경향이 많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대치동의 한 교육 전문가는 "과거 서울대를 비롯한 최상위권 대학 학생들이 취업을 미루고 고시, 유학 등을 위해 시간을 쏟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들어 최상위권 명문대가 아니더라도 많은 대학생이 비슷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과거 최상위권은 자기 몸 값 대비 기업들에서 받을 수 있는 급여가 적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인데, 요즘은 일반 대학생들도 비슷한 생각들을 한다"고 밝혔다. 사고 전환의 가장 큰 이유로 "로스쿨, 회계사 등의 전문 직군이 인원을 크게 늘려 '스카이'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기도 했고, 일반 기업들 취직이 본인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지금 20대들이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임금 양극화, 직장 양극화, 인재 양극화

노동시장 전문가들은 단순히 기회의 폭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노동시장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과거와 달리 기업들도 경력직을 우선 채용하는 방식으로 생산성이 나오는 인재를 뽑기 위해 자원을 쏟는 반면, 과거처럼 대학 졸업생들을 교육해 사내 인력으로 활용할 의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양극화가 두드러지는 시장으로는 '알바' 시장을 꼽기도 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알바'가 고임금인 경우가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은 '알바' 채용 대신 가족들이 업무를 대신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고, 채용되는 단기 직원들의 생산성이 매우 높아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을 지적한다. 실제로 시급 15,000원을 제시하고 채용을 해온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단순 업무면 컴퓨터로 자동화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으니 뽑을 이유가 없고, 어려운 업무는 대부분 못하니까 결국 좀 더 시급을 쳐주더라도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알바를 뽑는 방식으로 바꿨다"고 밝히기도 했다.

임금 시장이 양극화된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채용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대기업 중 최상위권 기업들은 대졸 신입 초봉이 일반 중소기업의 과장급 직원들보다 더 높다는 것이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널리 알려진 탓에, 많은 취업준비생이 고액 연봉을 보장해주는 일부 대기업 취업 이외에 다른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인재 채용 절차를 담당했던 한 인사 관계자는, "철저하게 준비하고 해당 산업을 잘 알고 있는 일부만 채용되는 구조로 시장이 변했다"면서 "무조건 고액 연봉만 노리고 취업준비를 하면 결국 시간만 버리고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출 수 없게 된다"는 지적을 내기도 했다.

'프리터' 확산, 해결책은 인력의 고급화

전문가들은 현재의 20대 노동시장 구조가 일본처럼 '프리터'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프리터'는 단기 아르바이트로 얻은 수입으로 생활을 영위할 뿐, 적극적인 취직 의사가 없는 일본의 젊은이들을 지적하는 용어로 쓰인다. 현재 한국의 20대도 '매우 좋은 직장'이 아니면 취직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반면, 최저임금 상승과 자산 가격 거품에 따른 일시적인 부작용을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결국 단기 아르바이트로는 장기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20대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몸값'을 높이기 위해 로스쿨, 회계사 등의 전문 직군 시험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 관계자들은 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현장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일부의 뛰어난 인재가 아니면 기업에서도 선뜻 큰 비용을 내고 채용에 나서기 어려운 점을 지적한다. 20대 입장에서는 대학까지 많은 교육 비용을 지불했음에도 구직 시장에서 눈높이에 맞는 급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취직을 포기하게 되는데, 결국은 교육 수준을 높여야 인재와 시장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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