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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출산율을 막는 진짜 원인, 결혼이 불안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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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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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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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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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저하의 핵심 요인, 결혼의 위험
보육 지원금만으로는 출산율 반등 한계
결혼 안정성과 일·가정 양립이 회복의 열쇠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 2006년 이후 수백조원을 가족정책에 투입했지만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이듬해 0.75명으로 소폭 상승했으나 추세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 일본 역시 보육과 보조금 지원을 확대했지만 2024년 출생아 수는 72만 998명으로 1899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중국의 2024년 출생률은 전년보다 소폭 올랐지만, 신규 혼인 건수는 610만 건으로 역대 최저였다.

이 같은 흐름은 출산율 저하의 원인이 단순히 보육비나 양육 여건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근본 요인은 결혼 자체의 위험이다. 가정을 꾸릴 때 드는 초기 비용, 관계가 끝날 때 발생하는 법적·경제적 부담, 그리고 결혼 이후 경력 단절로 인한 손실이 결혼을 망설이게 만든다. 결혼의 위험이 해소되지 않는 한,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은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단기 처방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사진=ChatGPT

새로 드러난 변수, 결혼의 위험

그동안 출산 문제는 재정 지원의 규모로만 논의됐다. 한쪽에는 주거·식비·교육·보육 등 직접비용이, 다른 한쪽에는 경력 단절과 통근 시간, 돌봄 부담 같은 시간비용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동아시아의 젊은 세대, 특히 대도시 거주자들은 여기에 결혼의 위험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결혼을 준비할 때 필요한 초기 지출, 관계 해체 시의 법적·경제적 부담, 보수적인 직장 문화에서 비롯된 경력 불이익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성별 임금 격차가 여전히 크고, 장시간 노동과 경직된 근무 형태가 일반화돼 있다. 이로 인해 여성은 결혼과 출산이 경력에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고, 남성은 주택 마련과 생계 부담을 더 크게 느낀다. 일본에서도 결혼과 출산기 여성의 경력 단절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다수의 여성이 출산 이후 정규직 일자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결혼이 불안 요소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보육시설 확충이나 수당 인상만으로는 결혼과 출산의 결정을 바꾸기 어렵다. 한국은 지난 20여 년간 출산장려금, 육아휴직 확대, 방과후 돌봄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했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같은 대형 교통사업이 통근 부담을 줄였지만, 결혼의 위험 요인 자체를 완화하지는 못했다. 많은 부부가 결혼 실패 시 발생할 자산 분할, 법률비용, 양육비, 경력 손실 등을 고려하며, 정부의 보조금보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더 크게 인식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드러난 정책의 한계

한국은 보육 지원이 출산율 반등의 핵심이 아니라는 점을 가장 분명히 보여준다. 정부와 지자체는 2006년 이후 수백조원을 출산장려금, ‘첫 만남 이용권’, 보육수당, 세금 공제 등에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여전히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2024년의 소폭 반등도 결혼 안정성의 회복보다는 팬데믹 이후 혼인 증가에 따른 일시적 효과로 해석된다. 평균 초혼 나이가 30대 초반으로 높고 장시간 근무가 관행화된 현실은 가정을 꾸리는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

2023~2024년 한국과 일본의 출산율 추이(단위: 명)
주: 국가 및 연도(X축), 합계출산율(Y축)

일본도 상황은 유사하다. 정부는 보조금과 보육시설을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주선하는 결혼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2024년 출생아 수는 72만 998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결혼과 출산 후 많은 여성이 비정규직으로 이동하면서 소득이 줄고, 이혼 시에는 생활 안정성이 흔들린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 한, 결혼은 여전히 위험한 선택으로 인식된다. 보육 정책 강화는 이미 자녀를 둔 가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새로운 가정을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는 어렵다.

중국, 높아지는 결혼 문턱

중국의 출생률은 2024년 소폭 상승했지만, 혼인신고 건수는 610만 건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결혼이 급감한 상황에서 출생률 반등은 지속되기 어렵다. 혼인 감소의 주된 원인은 결혼 비용의 급등이다. ‘차이리(彩禮·신부 예물)’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결혼과 동시에 부담해야 하는 주택비용도 여전히 크다. 일부 지역에서는 차이리 요구액이 수개월에서 수년 치 소득에 달한다. 정부가 이를 억제하려 하지만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이다.

이혼 비용에 대한 불안도 크다. ‘이혼 숙려기간’ 제도는 도입 초기 이혼율을 일시적으로 낮췄지만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러한 제도 변화 자체가 젊은 세대에게 결혼을 위험한 선택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육수당만으로 결혼 불안을 해소하기는 어렵다.

중국의 젊은 부부가 결혼을 계획할 때 고려하는 부담은 세 가지다. 결혼식과 주택 계약금, 차이리 같은 초기비용, 출산이나 돌봄으로 인한 경력 손실, 그리고 이혼 시 발생할 법률비용과 양육비 같은 해체 위험이다. 이혼 소송 비용은 수천만 원에 이를 수 있으며, 경력 단절로 인한 장기 소득 손실까지 고려하면 정부의 보육 지원 규모를 훨씬 넘어선다. 결국 결혼과 가정 형성 자체가 지닌 구조적 위험이 문제의 핵심이다.

2023~2024년 한국과 중국의 출생률 비교(단위: 명)
주: 연도(X축),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Y축)/중국(연한 빨간색), 한국(진한 빨간색)

결혼 위험을 낮추는 정책 방향

보육은 필요조건일 뿐, 출산율 회복의 충분조건이 아니다. 결혼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선 과제다.

첫째, 결혼 초기비용을 줄여야 한다. ‘차이리’ 같은 금전 요구를 제한하고, 결혼과 주택 구매를 연계하는 관행을 완화해야 한다. 정부는 신혼부부를 위한 저리 대출 제도를 마련해 상환 조건을 명확히 하고, 비공식 예물 대출을 방지해야 한다. 신혼부부용 공공임대주택은 근무지 이동에 따라 지역 간 전환이 가능해야 하며, 소득 기준은 호적이 아닌 부부 합산 소득으로 판단해야 한다.

둘째, 이혼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재산 분할과 양육비 산정 기준을 구체화하고,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수 있도록 조정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법원이 승인한 표준 혼전 계약서를 기본값으로 제시해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고, 기업에는 육아휴직 후 일정 기간 고용과 임금을 보장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셋째, 경력 손실 위험을 완화해야 한다. 한국은 성별 임금 격차와 장시간 근로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 근로 시간 단축과 임금 투명성 강화 없이는 여성의 경력 유지가 어렵다. 일본은 결혼 후 여성이 비정규직으로 밀려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하며, 정규직 전환과 승진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학교의 방과후 돌봄을 저녁까지 확대하고 학사일정과 근무시간을 연계해 돌봄 부담이 한쪽 부모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넷째, 단기적 수치에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의 2024년 출산율 상승은 혼인 증가와 기저효과가 만든 일시적 결과에 불과하다. 일본과 중국 역시 막대한 지출에도 혼인과 출산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단기 지표보다 결혼의 진입 비용과 위험비용을 낮추는 데 정책의 중심을 둬야 한다. 보육정책은 그다음 단계에서 가정을 지속 가능하게 지원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

안전한 결혼이 출산의 출발점

출산율 회복의 출발점은 결혼이 안전한 선택이라는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지난 20년의 경험은 보육 예산만으로는 결혼과 출산의 흐름을 바꿀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과 일본, 중국 모두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지만, 혼인과 출산은 동시에 줄었다.

결혼의 위험을 완화하지 않는 한, 보조금과 수당은 불안을 상쇄할 수 없다. 결혼의 진입 비용을 낮추고, 법적 위험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며,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결혼이 위험한 선택으로 남는 한 출산율은 회복되지 않는다. 결혼이 안전해질 때 비로소 보육 정책이 인구정책으로서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East Asia’s Baby Bust: De-Risking Marriage Is the Missing Lever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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