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너무 정확해도 손해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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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발표, 공공기관 재정에 ‘크나큰 영향’ 중앙은행 ‘한목소리’, ‘득보다 실이 커’ 일관성 유지하되 다양성도 포함해야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이하 연준) 의장이 의회에서 진술을 하면 시장이 바로 반응한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Cleveland Fed)에 따르면 한 차례의 국회 증언이 미국 재무부 채권 수익률을 0.05%까지 움직일 수 있다. 사소해 보이겠지만 미국 학교 채권(school bond)의 규모를 생각하면 교육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중앙은행 ‘일치된 의견’, 항상 바람직할까?
최근 경제학자들은 연준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실제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FOMC) 구성원들이 연준 의장과 동일한 논조를 유지하면 시장의 반응도 한결같아진다. 단기 채권 수익률이 예상대로 움직이고,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안정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명확한 것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나친 명확성은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하는 학교와 대학이 유연하게 움직일 여지를 앗아간다. 교육 당국은 미국에서 발행 채권 규모가 가장 큰 지자체 중 하나로 고등교육 채권이 2,620억 달러(약 370조원)에 이르며, 신규 출시한 초중등 채권도 올 상반기에만 거래 규모가 450억 달러(약 64조원)를 기록했다. 차입 비용이 오르면서 작은 이자율 변동도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친다.

주: 의사소통 명확성(X축) / 3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 1년 만기 국채 수익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5년간 예상 인플레이션, 10년간 예상 인플레이션, S&P 500 지수(좌측부터) / *의사소통 명확성을 고려하지 않은 독립적 반응(검정)
지나친 명확성, 장기 계획 위한 ‘유연성’ 저해
연준 구성원들이 한목소리를 내면 시장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모두가 동시에 긴축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단기간의 조정을 위한 의사소통으로는 효율적이지만, 장기간의 위험 회피와 채권 발행 시기 조율을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제학자 잭 허슬레이퍼(Jack Hirshleifer)는 완벽한 정보가 사회를 위해 늘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불확실성이 너무 빠르게 해소되면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반응해 위험 분담의 기회도 함께 사라진다. 연준이 내부의 이견을 간결한 하나의 메시지로 정리할 때 일어나는 일이다. 교육 기관은 시장 정서가 엇갈릴 때 채권을 발행하고, 경제 전망이 갈릴 때 다양한 만기 채권을 보유하는 등 복수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융통성을 상실하게 된다.

주: 기간(X축) / 3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10년 만기 실질 수익률, 5년간 예상 인플레이션, 10년간 예상 인플레이션, S&P 500 지수(좌측부터) / 동일한 기조에 따른 반응(청색), 독립적 반응(검정)
연준 내부의 이견이 건강한 의견 불일치일 때도 있다. 올해도 온건파(dovish)와 강경파(hawkish) 간 의견 차이가 금리 1%P를 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는 지역 및 분석상의 다양성을 반영한 경우이기 때문에 혼돈이 아닌 조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의견들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은 당장의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겠지만 상황이 갑자기 바뀌면 공공 기관들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원칙에 근거한 다양성’이 바람직
이런저런 의견을 섞어 내야 한다는 것이 아니고 원칙에 근거한 다양성(disciplined diversity)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신뢰성을 담보하되 다양한 관점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연구 결과를 보면 시장은 연준 의장의 국회 증언 첫날 가장 크게 반응하고 이후 일정에 따른 변화는 미미하다. 그렇다면 중앙은행들은 중요 행사에서 통일된 지침을 내고 다른 경우에는 열린 토론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 효율적인 의사소통 방식으로 여겨진다.
구체적으로는 단일한 예측에 머물지 말고 명확한 범위를 추가할 것을 추천한다. 어느 부분에서 의견 불일치가 있는지, 상황별 가이드는 어떤 것들인지 등을 포함한 불일치 지표(disagreement indicator)를 제공하는 것이다. 시장에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주지만 통화정책 자체가 불확실성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상기시키는 것이다.
이는 지나친 정확성(over-precision)의 위험을 경고한 모리스-신 프레임워크(Morris–Shin framework)와 맥락을 같이 한다. 모두가 공공기관의 발표를 정확하다고 믿고 따랐는데 그것이 사실과 다를 경우 시장의 혼란과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것이다.
명료성 지나치면 ‘위험 분담 가능성’ 저해
교육 기관들이 취할 수 있는 현명한 접근 방식 중 하나는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당시 채권 수익률의 움직임을 감안해 차입 및 재융자 계획을 짜는 것이다. 물론 단일 지표보다는 다양한 수익률을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만약 연준의 목소리가 일치해 채권 수익률이 오른다면 교육 당국은 발행을 미루거나 위험을 차단할 수 있다. 오히려 다양한 의견이 제기될 때 더 좋은 조건으로 장기 채권을 발행할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중앙은행의 단일한 의사소통을 바라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지나친 명료성은 사회가 함께 위험을 분담하게 하는 다양한 기대들을 사라지게 한다. 진정한 공익은 완벽한 의견 일치가 아닌 ‘체계적 다양성’(structured diversity)에서 얻어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중앙은행은 공식 지침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유지하지만 내부 의견 불일치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하며, 교육 당국은 다양한 의견에 근거해 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각 경제 주체가 연준의 발표에 단순히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entral Bank Communication Diversity Is a Public Good for Education Finance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