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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콘텐츠산업 격변의 해였다. OTT, 게임산업을 중심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시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다가오는 2023년은 전 세계 경제 침체가 예고된 상황이다. 올 한해 콘텐츠산업 연말정산을 통해 내년 시장을 전망해본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와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조현래, 이하 콘진원)은 지난 7일 경기침체에 따른 위기 속 콘텐츠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는 ‘콘텐츠산업 2022년 결산 및 2023년 전망 세미나(이하 콘텐츠산업 결산·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콘진원은 통계분석을 활용해 1년간의 콘텐츠산업의 주요 성과를 정리했다. 올 한해 콘텐츠산업 매출액은 146.9조원으로 7.4%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고, 수출액은 130.1억 달러에 달했다. 업계 종사자 수는 65.7만 명으로 엔데믹 시대의 도래와 함께 회복세를 보였다.
콘텐츠 산업의 성장은 OTT, 웹툰, 게임 등 비대면 콘텐츠가 주도했다. 2020년 팬데믹 시기 119.2억 달러로 성장률 16.3%를 기록한 뒤 증감률은 2021년(7.5%), 2022년(1.5%) 하락세를 보였지만, 수출액 자체는 전년 대비 늘어나는 추세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장르별 주요 트렌드 키워드를 살펴본 결과 방송(OTT) 부문에서는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더불어 티빙, 웨이브, 디즈니, 왓챠 등 국내외 OTT 플랫폼과 함께 드라마, 구독, 요금, 온라인, 투자, 글로벌 등의 연관 단어가 포착됐다. 이를 바탕으로 'OTT 관련 비즈니스 전략을 모색하는 산업계의 움직임이 화두가 됐다'는 분석 결과를 산출할 수 있다. OTT 산업에도 밀접한 관련을 지닌 IP(지식재산권) 키워드는 애니메이션에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냈는데, 원천 IP 강점을 지닌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는 작가, 네이버, 카카오, 이야기 등의 키워드로 연결된다.
올해 방송(OTT) 부문의 굵직한 이슈로는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글로벌 1위 △왓챠 <시맨틱 에러> 흥행, 첫 공개 후 일주일간 웹소설 거래액 576% 기록 △CJ ENM 스튜디오스, JTBC SLL 등 스튜디오 출범 △티빙 파라마운트+ 브랜드관 론칭 △OTT 자체 등급분류제 시행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에미상 5개 부문 수상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전 세계 시청 시간 1위 △티빙-시즌 합병법인 출범을 꼽을 수 있다.
이슈들을 살펴보면 한 해 동안 콘텐츠의 글로벌 흥행과 함께 제작 시스템, 글로벌 진출 전략, OTT 산업 정책, K-콘텐츠 위상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나며 국내 OTT 산업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 특히 <오징어 게임>으로 촉발된 글로벌 OTT 기반 K-콘텐츠 해외 진출은 시장 규모를 바꿔 놓으며 콘텐츠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 하는 계기가 됐다.
정리하면 콘텐츠산업의 규모는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며 전년과 유사한 수준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K-콘텐츠 글로벌 성과는 지속되고 있으며, IP 활용 다각화와 함께 장르별 신기술과의 연결고리 탐색으로 새로운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콘텐츠 서비스는 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기획-제작-유통 통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팬덤의 확장과 함께 문화 다양성과 배리어프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산업의 발전 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콘진원은 2022년 결산 자료를 바탕으로 2023년 콘텐츠산업 전망 키워드 10가지 ▲W 곡선 ▲이탈주의보 ▲문화 다양성 ▲K-스튜디오 시스템 ▲콘텐츠 IP 중요성 ▲콘텐츠 이용자 특성 ▲3.0 팬덤 ▲K-콘텐츠, 문화감수성 ▲신기술 콘텐츠 ▲미래형 창의인력 양성을 발표했다.
'W 곡선'은 경제 침체와 시장 위축이 우려되는 가운데 내년 콘텐츠산업은 크게 타격 받지 않을 거라는 예측이다. '경제가 어려워도 콘텐츠는 즐기고 싶다'는 소비자 심리가 작용할 거라는 기대와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거라는 전망이다.
플랫폼 간 경쟁 심화와 외부 활동 시간 증가로 인해 떠나려는 이용자의 '이탈주의보' 속 기업들은 다양한 생존 전략을 모색한다. 최근 넷플릭스와 디즈니+는 광고 기반 요금제를 내놨고, 티빙은 시즌을 흡수하며 콘텐츠 수를 늘리고 몸집을 키웠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기업은 사용자의 이탈을 막고 지속적 소비를 유도하려는 계획이다.
K-콘텐츠 시장 확장과 함께 '문화 다양성'에 대한 중요성 역시 강조되고 있다. 올해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가 변호사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tvN 드라마 <슈룹>은 성소수자 왕자 캐릭터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 성적지향, 장애인, 고령층을 소재로 한 작품이 늘면서 다양성과 포용(Diversity & Inclusion)이 핵심가치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해 콘텐츠업계 가장 큰 변화는 K-스튜디오 시스템의 본격 가동이다. CJ ENM은 스튜디오 드래곤, JTBC는 SLL, KT는 스튜디오 지니 등 자체 스튜디오 체제를 구축했다. IP 확보·발굴부터 투자·제작, 유통까지 주도하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총괄 기획 프로듀서의 중요성은 강화되고, 제작 전문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 글로벌 제작사와의 공동 제작이 용이해지면서 현지 제작과 유통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시장의 급변과 함께 콘텐츠 IP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IP 100%를 보유한 덕분에 국내 방송권, OTT 전송권을 각각 판매했고, 웹툰, 리메이크, 뮤지컬, 시즌2 제작 등 기타 수익을 다각화할 수 있었다. 이처럼 중소 제작사는 IP 확보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장르 및 형식의 다양화로 콘텐츠의 생명력 또한 연장된다. 그러나 아직 IP 관련 법률 및 정책 개선 논의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콘진원은 콘텐츠 소비 유형을 공간-표현-방식-길이 네 측면에서 분석하여 'VIPS' 유형의 이용자에 주목했다. VIPS(Virtual-log In-Produce-Short)는 가상 세계에 익숙한 이용자로 짧은 호흡의 콘텐츠를 선호하며, 적극적으로 니즈를 피력하는 동시에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충성도 높은 팬덤을 뜻한다. 현재 콘텐츠 이용자들의 소비 유형은 VIPS로 변화하고 있다. 업계는 이런 이용자들의 소구 포인트를 파악하여 적절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특히 콘텐츠산업에서 팬덤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 주어진 상품만 소비하던 팬들은 이제 적극적으로 원하는 바를 요구한다. 예를 들면, 드라마 블루레이, 대본집, 영화화, 스핀오프 제작 등이다. 이러한 '몰입 소비' 흐름에 따라 N차 콘텐츠 기획-제작-유통-소비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K-콘텐츠의 글로벌화와 함께 '문화감수성' 인식 필요성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수리남>은 수리남 왜곡 논란으로 외교적, 법적 논쟁을 불러왔고, 글로벌 OTT 넷플릭스를 통해 동시 공개된 tvN <작은 아씨들>의 베트남 전쟁 왜곡 논란으로 베트남 넷플릭스에서 퇴출당하기도 했다. 전 세계 동시 공개로 글로벌 팬덤 확대에 따라 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요구된다. 특히 피드백 속도가 빠른 만큼 제작 당시부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창작/제작진 교육 및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
콘텐츠업계에서는 메타버스, AI 등 신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이에 가상인간이 드라마, 광고 등에 출연하고, 가상 스튜디오를 통해 과거로 회귀하기도 한다. 더불어 메타버스를 통해 쌍방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콘텐츠를 생산한다. 문화예술계에서의 AI 활용은 '창작'의 영역을 두고 여전히 뜨거운 감자지만, 신기술 융합을 통한 활로 개척을 위한 새로운 제작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문 인력 양성'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올해 업계 종사자는 65.7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는 못했다. 현재 창의 노동이 시스템형 집단 창작으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인다. 지금까지 특정 창작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창작 과정에서 인력 대체가 불가능했다면 앞으로는 이런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콘텐츠산업 지식과 비즈니스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미래형 융합 인력이 양성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유상원 스튜디오드래곤 국장은 세미나 2부 라운드테이블에서 국내 콘텐츠산업, 특히 영상 콘텐츠 분야에서 최근 3년 동안 이전 15년보다 더 많은 변화가 발생했으며, 앞으로 글로벌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협업과 타겟팅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디즈니+ <형사록><커넥트>, tvN <슈룹><작은 아씨들> 등을 비롯해 올해 드라마 30편을 제작했다. 유 국장은 스튜디오 체제의 장점으로 '기획 중심'으로의 변화를 꼽았다. "기존 지상파는 연출 기획 베이스다. 그러나 스튜디오 체제에서는 프로듀서가 실질적인 기획의 중심이다. 생산 주체가 달라졌고 폭발적으로 기획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30편 드라마 제작은 단순히 콘텐츠의 대량 생산이 아닌 '국내 입점한 글로벌 OTT와 동등한 협상력을 지녔다'는 의미다. 큰 프로젝트를 제작해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짜였다.
유 국장은 "대형 스튜디오가 본격적으로 경쟁을 시작했다. 하나의 프로젝트로 TV, OTT 기획 등 다양한 기획을 시도하고 실행하면서 글로벌로 향하는 판이 잘 깔렸다고 생각한다. 현재 해외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IP가 국내에서는 화수분처럼 쏟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OTT가 자리 잡으면서 높은 제작비도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라며 "올해가 실제로 얼마나 치고 나갈 수 있을까 가늠하는 중요한 1년이었다. 이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국내 프로듀서와 IP로 제작한 드라마로 미국 현지화를 위한 시장 확장을 시도할 계획이다. 리메이크로 스토리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프로듀서들이 협업하여 글로벌 콘텐츠 만드는 시대를 꿈꾸는 것. 유 국장은 "현지화에 영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글로벌 프로젝트가 꾸준히 나와줘야 한다. 이를 위해 개수가 늘어나는 것보다 내실을 기할 수 있는 드라마가 글로벌로 소구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IP를 다량 보유하고 드라마, 영화화에 적극적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황재헌 센터장은 "<오징어 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의 성공으로 작년과 올해 글로벌 파트너가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렸다. 영상, 2차 산업을 함께 하겠다는 파트너가 많았다. K-콘텐츠가 각광을 받고 있구나 체감했다"면서 "이렇게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상태에서 잘 만든 콘텐츠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했다. 경제 침체라도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멈추지 않는 업계 분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이야기했다.
'위기가 새로운 기회'가 되는 케이스에 대해 김용재 포맷티스트 대표이사가 입을 열었다. 콘텐츠의 수출 방법은 여러 가지다. <오징어 게임>처럼 완성작이 글로벌 OTT를 통해 소개되는 경우도 있지만, 프로그램의 포맷만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김 대표는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물 들어왔다고 이렇게 가다가는 급물살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면서 "현재 전쟁 중인 러시아는 한국 콘텐츠를 40~50편씩 산다. OTT 플랫폼에서 서방 콘텐츠가 다 빠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류 붐으로 수출이 용이해 보이는 아시아권을 살펴보면 중국은 막힌 시장이고, 베트남 등의 지역에서는 더 이상 K-콘텐츠가 팔리지 않는다. 터키, 인도 콘텐츠가 우위를 점령했다. 시대는 변했다. 김 대표는 "이 상태로 가면 (한국 콘텐츠산업이) 2년 후 사그라질 수 있다. 그래서 현지화된 공동제작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