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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미국 컨슈머리포트의 자율주행 성능 평가에서 7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점을 내세우며, '완전자율주행(Full Self Driving. FSD)'이란 이름의 옵션을 2,000만원 가격으로 판매하는 테슬라의 자존심이 구겨졌다는 평가다.
미국 소비자 단체 컨슈머리포트는 지난 26일(현지 시각) 글로벌 자동차브랜드 12개의 자율주행 기술을 비교하고 순위를 매긴 보고서를 공개했다. 자율주행 기능과 성능(capabilities and performance), 운전자 집중 유지(keeping driver engaged), 간편한 사용성(ease of use), 안전성(clear when safe to use), 반응 없는 운전자에 대한 대응(unresponsive driver)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겼다. 테슬라는 총 61점으로, 1위인 포드 '블루크루즈'에 23점 뒤진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2020년 조사 때는 테슬라가 제너럴모터스(GM)의 '슈퍼크루즈'에 이은 2위를 기록했지만, 3년 만에 7위로 떨어진 것이다. 제이크 피셔 컨슈머리포트 자동차점검 매니저는 "테슬라의 기능이 출시 이후로 바뀐 점이 거의 없었다"며 "(다른 업체들보다) 테슬라가 뒤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1등' 자존심 구긴 테슬라
테슬라는 자율주행 관련 소프트웨어인 FSD 옵션을 구독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운전자가 FSD를 사용하기 위해선 매달 최대 199달러(약 25만원)를 내거나, 한 번에 1만5,000달러(약 2,000만원)를 지불해야 한다. 지난해에만 두 차례 가격을 높였다. 테슬라는 2016년 출범 초기부터 1~2년 사이에 완전자율주행 구현이 가능하다고 FSD를 광고했지만, 지난해 미국 소비자 단체가 허위 광고 소송을 제기해 법원서 진행 중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청(NHTSA)도 테슬라 자율주행 기능을 이용하던 차량에서 여러 차례 사고가 발생하자 테슬라 83만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업계에선 테슬라의 자율주행 전략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슬라는 2016년 모델3, 2020년 모델Y를 선보인 이후 내·외관 디자인에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자율주행과 같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상품성을 개선하는 전략을 추구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테슬라 디자인에 질리고 있고, 특히 테슬라가 자랑하는 자율주행 기능도 기술적 한계에 부딪혔다"면서 "GM, 포드, 현대 같은 기존 내연기관 강자들이 첨단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하면서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포드 1등, 벤츠 3등, 현기차는 꼴찌
컨슈머리포트는 이번 자율주행 테스트를 위해 지난해 코네티컷주 도로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1위는 포드의 블루크루즈, 2위는 GM의 슈퍼크루즈, 3위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차지했다. 현대자동차·기아·제네시스는 47점으로, 꼴찌인 12위를 기록했다. 간편한 사용성 부문에서 모든 브랜드 중 가장 높은 7점을 받았지만, 다른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자율주행 기능과 성능' 부문에서 테슬라는 포드와 마찬가지로 10점 만점에 9점을 받았다. 그럼에도 컨슈머리포트는 포드와 GM이 상위권을 차지한 이유로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DMS, Direct Driver Monitoring System)을 꼽았다. 포드와 GM의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자의 상태를 살펴서, 운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곧바로 얼굴에 적외선 카메라를 비추는 식으로 경고를 준다. 운전자가 계속해서 집중하지 않으면 속도를 늦추기도 한다. 다른 대부분의 시스템은 DDMS를 활용하지 않아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컨슈머리포트는 "지금의 자율주행 탑재 자동차는 진정한 자율주행이 아니다"라며 "운전자는 항상 주의를 기울이면서, 자율주행 기술이 안전하게 처리할 수 없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운전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동차 전문 매체 일렉트랙은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은 여전히 2년 후의 것처럼 (미래에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