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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85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CJ ENM에서 사실상의 '권고사직'을 당했다는 30대 초반 직원의 글이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CJ ENM은 올해 초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CJ 푸드빌, CJ올리브영 대표이사를 맡았던 구창근 대표를 계열사 이직 형태를 통해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CJ ENM은 현재 사업 영역 중 매출액의 핵심이었던 홈쇼핑 부문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다, OTT 시장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영업 흑자로 돌아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라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와중 들려온 권고사직 소식에 CJ ENM 주주들도 온라인상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원단은 200억 연봉, 30대 초반 직원은 퇴사가 불합리?
권고사직을 당했다는 A씨의 주장은 임원단은 200억의 연봉을 받고 있는데 30대 초반 직원이 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A씨는 “이렇게 사지로 내몰고 그 어떤 선택지도 없는 상황에서 오너 일가는 대기업에서 가장 많은 월급을 받았다고 하더라”며 “회사가 어렵고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노력이라는 건 오직 일을 열심히 하고 성과를 낸 실무자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밖에 없는 건가”라고 했다.
실제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재계 총수 중 작년 연봉 1위에 해당하는 221억3,6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그 중 CJ ENM에서 받은 보수액은 42억원에 달한다. 금감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2022년 CJ ENM은 상위 5명의 임원 급여로 이재현 회장에 42억원, 이미경 부회장에 41억원, 서장원, 강호성, 남승용 경영리더에 각각 20억원, 19억원, 14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와 임원단은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는 동안 회사가 이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힘없는 직원을 쫓아내고 있다는 것이 A씨 주장의 요지다. 온라인에선 "30대 초반이면 돈도 많이 안 받는 실무직일 텐데" 등 임원단이 고액 연봉을 받는 것에 대비 직원에게 지나치게 차별적인 처사를 내린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회사가 힘들면 임원은 책임을 안 지고 직원만 책임을 진다?
온라인에서 공유되는 논리는 회사가 힘들어졌을 때 임원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데 직원들만 모든 책임을 떠안는 것은 잘못된 인사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CJ ENM 측에서는 미디어 산업 업황 악화로 어려운 사업 분야를 축소하고 주력 콘텐츠 산업 중심으로 사업본부를 개편하는 중 일부 인원 조정이 있었던 것이라며 권고사직 논란을 일축했다. 축소된 사업부에 배정되어 있던 인력들에 연령대와 상관없이 계열사 이동, 전환배치, 이직 등의 제안이 갔던 것일 뿐,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기는 했으나 기타포괄손익으로 상계된 자회사 손실을 제외하면 CJ ENM은 작년에도 80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2021년의 2,038억원에서 60% 이상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주식 시장에서도 CJ ENM이 영화, 드라마 등에서 투자금 대비 기대했던 이익을 못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경쟁 격화와 업황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며 28일 주가는 소폭 상승하기도 했다.
A씨의 주장대로 '회사에 손실, 월급 루팡, 저성과자 어떤 곳에도 포함되지 않는 사람'이라면 기업이 굳이 내보내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어 "전배(전환배치)를 직접 찾아야 하는데 어렵다", "이직을 알아보자니 밖의 상황은 너무 좋지 않다" 등의 표현이 나오는 것도 역시 해당 직원의 역량 부족과 적극적인 조사 의지 부족이 단적으로 표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따라 나온다.
한국 기업문화, 이대로는 안 된다
삼성역 인근의 기업가치 6천억원대 스타트업 인사팀장을 맡고 있는 B씨는 "업황이 안 좋아 실직자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A씨의 불평에서 보이듯 먹고 사는 문제에도 적극성이 부족한 직원이 업무 환경에서 어떤 자세였을지 짐작된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 내려오는 명령만 지키면 된다는 보수적인 태도였던 탓에 타 부서와 평소에 친분을 쌓아두고, 타 부서의 업무를 이해하는 등의 적극성이 부족했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내놨다.
반포동 일대에서 5년째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C씨도 "소문나서 블라인드 찾아가 읽어보니 저렇게 수동적인데 일 시키는 팀장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CJ ENM이 홈쇼핑 매출액이 급감하면서 몇 년째 소리소문없이 조용히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나마 30대 초반이라 지금 와서 이렇게 (권고사직) 연락을 받은 거지, 더 나이가 든 직원들은 벌써 자리를 정리했어야 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저런 대기업 관성이 가득한 직원은 벤처업계에서 기피하는 직원"이라며 "대기업 출신이니 '큰물에서 놀아서 잘 알겠지'라고 생각하고 채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파편화된 업무만 기계적으로 해 왔을 뿐 실제 비즈니스를 제대로 알고 벤처 문화에 적응하는 경우가 드물다"라고 주장한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직원에게 임원진이 급여를 깎아서라도 고용 안정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직장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을 것이라는 설명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