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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탄소회계관리 솔루션을 개발한 스타트업 엔츠가 인비저닝파트너스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에서 20억원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엔츠는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인 '엔스코프'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기업이 소유한 모든 사업장, 공급망, 소비자 범위의 직·간접적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분석해 표준화된 탄소 정보로 보고한다.
박광빈 엔츠의 대표는 "기업 탄소 관리의 본질적인 목적을 달성하려면 단순히 측정, 보고의 수준을 넘어 실제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 필요한 솔루션까지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IT 개발, AI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하며, 기업 고객들이 최신 기후과학, 규제 변화의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탄소 배출량 산정 자동화 서비스
엔츠가 개발한 '엔스코프'는 수기 중심이었던 기업 탄소중립 관리를 자동화하는 통합 탄소회계관리 솔루션이다. '탄소회계'는 사업 활동으로 발생한 기업의 모든 탄소 배출량 및 감축량을 기록해 데이터로 변환하는 프로세스를 일컫는다.
엔스코프는 기업의 모든 활동에서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을 자동으로 산정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 내에서의 탄소 배출뿐만 아니라 공급망 내에서의 탄소 배출 등 Scope 3를 포함한 모든 탄소를 측정하고, GRI, TCFD 등 여러 공시 기준에 따른 탄소 리포트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생성된 리포트는 조직 내 보고용, 외부 거래처 공유용으로 활용하거나, 기후 정보 공시에 활용 가능하다.
탄소 배출량 감축 방안 제시 및 시뮬레이션 서비스도 제공한다. 엔스코프는 SBTi(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 Science-based Target Initiative)에 기반한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하고, 기업과 시장의 현재 상황에 맞는 감축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기업은 여러 감축 방안의 예상 감축량을 시뮬레이션한 뒤 가장 적합한 감축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한편 지난 28일 엔츠는 SK에코플랜트와 ‘탄소 배출량 진단 및 감축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두 기업은 탄소 배출량 감축 서비스를 클라우드 기반의 산업별 표준 앱으로 제작하고, 필요한 기업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형 플랫폼 SaaS 형태로 공급한다. 해당 서비스에는 고객이 시나리오별 탄소 감축 예상치를 사전에 확인해 직접 해결 방안을 선택∙관리할 수 있는 종합솔루션 기능, 탄소배출권 거래 서비스 등이 담길 예정이다.
기업 탄소중립 중요성 대두, 변수는 '인프라'
기업의 탄소중립 관리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도래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적용을 받는 국내 기업은 앞으로 EU에 제품을 수출할 때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 제출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Scope 3' 배출량 조사 및 감축이 의무화됐다. 애플, 벤츠 등 글로벌 기업들은 협력사에 탄소 감축을 요구하고 나섰으며, 탄소 관리 체계가 없는 협력사에 대한 공급망 퇴출마저 예고한 상태다. 전 세계적 탄소 배출 측정·검증 요구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국내 기업이 수출에 직접적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정확한 탄소 배출량 통계 산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탄소 배출 측정 범위는 기업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자원에서 직접 발생하는 탄소 배출(scope 1), 기업이 구매·소비한 전기·증기 등에서 발생하는 간접적인 탄소 배출(scope 2), 기업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 배출(scope 3) 세 가지로 구분된다. 차후 기업은 ESG 경영 전략 수립 및 시장의 규제 대응을 위해 각 분야의 탄소 배출량과 차후 목표해야 할 감축량 등을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엔츠의 '엔스코프'는 이 같은 시장의 흐름을 반영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 탄소중립 시장 대비 국내 탄소중립 시장은 극초기 단계인 데다, 인프라 역시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현시점에서 엔스코프는 국내보다는 탄소중립을 위해 강력한 규제를 실시하고 있는 유럽 시장 등에서 훨씬 매력적인 서비스인 셈이다. 차후 서비스 성장의 관건은 기술적인 도전보다 해외 진출 및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에 달려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