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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경상수지가 19억3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4월부터 2개월간 상품수지가 흑자 기조를 이어가며 경상수지 흑자를 주도했다. 지난해 7월부터 계속된 상품수지 적자가 올해 2분기 들어 빠르게 개선되면서 원-달러 환율도 내림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1,260원대까지 떨어졌던 달러 환율은 이달 초 1,310원까지 상승했다가 한국은행 발표에 오전 장 중 1,306원까지 다시 떨어졌다.
상품수지 흑자, 이유는 원자재 수입 급감 때문?
서비스수지가 9억1천만 달러 적자, 본원수지가 14억2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가운데, 상품수지 수입 감소세가 더 컸기 때문에 흑자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상품수지 수입 항목이 지난해 5월 대비 13.5% 급감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에 따른 원자재 수입 가격 인하가 전체 수입액 감소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한다.
품목별 수입 항목 구성 중 에너지와 원자재가 각각 21.3%, 20.3% 감소한 반면 자본재, 소비재는 각각 5.7%, 7.8% 감소에 그쳤다. 수입 총액도 지난해 5월 631억7천만 달러에 달했으나 올해 5월에는 543만4천 달러에 그쳤다.
수출 감소세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5월 대비 동남아, 중국, 중남미 등지에서 각각 26.9%, 21.1%, 26.3%의 수입 감소세가 이어진 반면 미국, 일본, EU, 중동에서는 소폭 감소에 그쳤다. 수출이 크게 줄어든 품목은 선박, 에너지 가공제품과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제품으로 각각 33%, 49.6%, 27.5% 감소세를 나타냈다.
에너지발 불황형 흑자
지난 5일 산업통상자원부의 6월분 잠정 발표에서도 무역수지가 11억3천만 달러 흑자로 전환하면서 15개월째 이어진 무역 적자 흐름을 끊는 모습이다. 그러나 수출 확대로 인한 수지 개선이 아니라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수입 감소인 만큼 국면 전환이 이뤄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기 침체로 인해 생산 활동이 줄어들고, 자연히 에너지 소비량이 감소해 수입까지 감소하는 형태의 적자라는 것이다.
국제수지가 흑자로 돌아섰으나 주요 기관들은 여전히 하반기 전망에 신중한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28일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수출이 3.1% 감소하고 12억 달러 규모의 무역수지 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도 '2023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을 통해 하반기에도 수출 감소, 무역 적자가 이어지면서 수출, 수입이 각각 9.1%, 10.2% 줄어 올해 전체적으로 353억 달러의 무역 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상반기 전체 무역수지 적자가 263억 달러에 달하는 만큼, 하반기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미-중 갈등 대체 시장 찾기 전에는 '불황형 흑자' 계속된다?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에 따른 반도체 충격으로 수출 전선이 악화된 가운데, 중국 이외의 수출선 다변화 없이 당분간 '불황형 흑자'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경기 침체에 빠진 데다 미-중 갈등으로 반도체 수출이 여의치 않은 만큼, 한국 경제에 돌파구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인터넷 언론, SNS, 커뮤니티 등으로 확인한 빅데이터 여론도 같은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경상수지' 및 관련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펴본 키워드 네트워크에서 흑자 전환이 16개월 만에 이뤄진 부분이 직접적으로 다뤄진 데 이어(이상 하늘색 키워드), 반도체 시장에서 하반기 들어서도 중국 수출이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우려(이상 녹색 키워드)가 연이어 따라 나온다. 가까운 키워드일수록 함께 언급되는 빈도가 높은 네트워크 배치 논리 구조상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됐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의 더딘 회복과 미-중 갈등이 하반기에도 한국 경제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