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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 디지털 교재 플랫폼 ‘쏠북(SOLVOOK)’의 운영사 북아이피스가 58억원 규모의 시리즈 A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KB인베스트먼트,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SL인베스트먼트,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서울경제진흥원(SBA) 등이 참여했다.
지금까지 북아이피스의 누적 투자금은 총 80억원으로, 투자금을 통해 쏠북 플랫폼 고도화 및 학습 교재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할 전망이다.
디지털 교재 활성화에 저작권 보호 나선 '북아이피스'
북아이피스는 지난 2020년 12월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다양한 교육 종사자들이 교과서, 참고서와 같은 출판교재나 자체 제작한 자료 등의 콘텐츠를 합법적,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한다. 현재 북아이피스는 해당 기능을 담은 ‘쏠북(solvook·Solve bookip problems)’을 운영하고 있다. 쏠북을 통해 교육 산업의 발전을 가속화하고, 교육 콘텐츠 저자와 이용자 모두가 상생하는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게 북아이피스의 비전이다.
윤미선 북아이피스 대표는 에듀테크 분야에 능통한 연쇄 창업가다. 윤 대표는 지난 2014년 인터넷 강의 플랫폼 클레비를 창업한 뒤 2017년 중견 교육 회사 에스티유니타스에 매각했다. 이후 에스티유니타스에서 학원 플랫폼 사업을 총괄하며, 교재 저작권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사교육 현장을 직접 경험했다. 당시 현장에 대해 윤 대표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두 자녀의 엄마로서 많은 학원 강사들이 좋은 강의력에도 불구하고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디지털 교재 활성화 속도가 빨라지며 저작권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자 윤 대표는 창업을 결심했다. 이번에 시리즈 A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그는 "창작자의 저작권 시장에 사회적 논의와 정부 차원의 관심이 높아지는데 시장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며 "이번 투자금을 통해 교재 저작권의 합법적 활용 통로를 확대할 수 있도록 쏠북의 고도화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저작권, 쉽고 빠르고 저렴하게 지킬 수 있도록
현행법에 따르면 영리 목적으로 교재를 이용할 경우 연간 최대 수백만원에 달하는 저작권료를 교육 출판사에 지급해야 한다. 메가스터디나 이투스 등의 대형 학원이 아닌 이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금액이다. 그러나 쏠북을 통해 부담 없는 가격으로 저작권 걱정 없이 교재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저작권 침해를 인지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며 무단 복제한 교재를 사용해 온 교육 종사자들에게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길이 열린 것이다.
이기하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대표가 투자를 결심하며 쏠북에 대해 '빠르게 증가하는 디지털 교재 수요를 저작권 문제 없이 충족해 줄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이라고 설명한 이유다. 김유정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수석 심사역도 “현재 중고생 교재 콘텐츠 시장이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됨에도 저작권 침해로 인해 실제 시장 규모는 50억원 수준”이라며 “쏠북은 교재 콘텐츠를 합법적,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플랫폼”이라고 투자 배경을 밝혔다.
북아이피스는 설립 당시 국내 No.1 액셀러레이터(AC) 프라이머와 미국VC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으며, 빠른 속도로 비즈니스 모델의 잠재성을 인정받아 이듬해 13억원의 프리시리즈 A를 유치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1만 명이 넘었으며, 2023년 현재 1,500여 종의 출판교재와 8,800여 종의 부교재가 쏠북에 등록돼 있다.
공익과 수익을 동시에, 북아이피스 성장 청신호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지난 4월 ‘2022년 4분기 온라인 저작권 침해 보고서’를 통해 음악, 영화, 방송, 출판, 게임, 만화·웹툰, 소프트웨어 등 총 7개 분야에서 42만 551건이 불법 유통됐다. 또 같은 기관에서 발행된 '2023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불법콘텐츠 이용률이 2020년 20.5%, 2021년 19.8%, 2022년 19.5%로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경계가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나 기관은 사용자들의 저작권 인식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4년부터 저작권 관련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한국저작권위원회도 온라인·오프라인 교육, 저작권 실무자 양성 교육, 저작권 관련 교육콘텐츠 개발, 저작권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 등을 통해 저작권 인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산업 전반에 저작권 인식을 조명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단속이나, 저작권을 지킬 수 있는 효율적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북아이피스의 사업성은 여기서부터 비롯됐다. 북아이피스는 저작권을 보호한다는 '공익성'과 교육 종사자들의 불편을 해소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월부터는 고객들이 쏠북에서 이용할 수 있는 수업 콘텐츠를 국가 교육과정에 기반한 분류체계에 맞춰 제공할 수 있도록 AI 시스템 구축을 시작해 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공교육과 사교육을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 분류 체계를 구축하면 콘텐츠 중심으로 진화하는 교육 시장 수요에 맞춰 효율적인 수업 콘텐츠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본 것이다.
최근 누누티비, 검정고무신 등 저작권 침해로 인한 피해가 커지면서 불법 콘텐츠 사용에 따른 정부의 강력한 대응과 저작권 개선 방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한국저작권보호원, 한국저작권협회 등이 진행하는 저작권 인식 개선 교육을 강화하거나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저작권 침해 사례를 발굴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나아가 실제 저작권 인식 개선을 위해서 사용자가 '쉽고, 빠르고, 저렴하게' 저작권을 지키며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도 요구된다. 북아이피스의 사업 방향과 수익성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