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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카드 대신 태블릿PC로 스코어(점수)를 관리하는 골프장 IT솔루션을 두고 스마트스코어와 카카오VX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스마트스코어가 카카오VX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스마트스코어 제소에 대해 2회 연속'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스마트스코어가 인정받을 만한 기술적 성과를 낸 건 아니라는 게 요지다.
法, 카카오VX 부정경쟁행위 등 가처분 신청 기각
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7일 골프 포털 서비스 플랫폼 스마트스코어가 카카오VX를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 등 금지청구 소송 및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스마트스코어는 카카오VX가 골프장 경기 관제 및 점수 관리 솔루션 시장에 진출하며 조직적으로 자사 서비스를 모방했다고 주장했다. 또 카카오VX가 자사와 계약을 해지하는 골프장에 위약금과 추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스마트스코어는 "후발주자인 카카오VX가 자사 서비스를 베끼고 보조금 지원 등 부당한 방법으로 고객을 빼앗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마트스코어 측은 "처음엔 양사 서비스가 유사하다고만 생각했으나, 지난해 하반기 카카오VX를 퇴사한 직원으로부터 카카오VX가 앱 개발 당시 자사 서비스를 조직적으로 모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고 역설하기도 했다. 카카오VX 내부 기획서에 스마트스코어의 태블릿용 앱과 관리자 페이지의 모든 화면에 캡처돼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개발작업이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스마트스코어의 B2B 솔루션은 △카트 위치파악 및 코스 안내 △스코어 입력 및 플랫폼 연계 △다양한 업무관리 기능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카트 위치파악 및 코스 안내는 스마트스코어 설립 전에도 50여 개 골프장이 사용하던 서비스지만, 스마트스코어는 솔루션 구축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1주일 이내로 단축하고 코스 및 카트의 하드웨어 설치 최소화, 솔루션 구조 단순화·안정화로 시장을 450여 개 골프장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VX가 무상으로 솔루션을 제공하거나 스마트스코어와 계약을 해지하는 골프장에 위약금과 추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방해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스마트스코어는 "제휴 골프장 356개 중 10여 개의 계약 해지가 가시화됐다"며 "지난해 11월 계약을 해지한 골프장 2곳은 카카오VX로부터 위약금 2400만원과 추가 보조금 200만원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VX의 영업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쏟은 돈만 30억원이 넘고 앞으로도 40억원의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카카오VX 가격 정책을 인지한 골프장들이 재계약을 하려면 기존 계약 잔여비용을 모두 무상으로 해주거나 이미 지급한 비용을 환불해달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카카오VX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하고 있다. 골프 스코어를 디지털 전환한 건 일본기업 테크노크래프트가 1995년 개발해 2008년 국내에도 소개된 기술로, 독창적인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모바일 메신저나 검색 포털처럼 골프장 솔루션도 대부분의 업체가 대동소이한데, 스마트스코어가 특허 등의 배타적 권리를 보유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카카오VX 관계자는 "골프장 솔루션을 개발하면서 스마트스코어 앱을 참고하거나, 계약 해지 시 골프장에 위약금을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영업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스마트스코어는 관련 특허를 보유하진 않았다. 법원 또한 스마트스코어가 보유한 기술력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카카오VX가 가격경쟁과 기술개발을 유도해 최종 소비자인 골프장 사업자들이 품질 좋고 저렴한 용역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VX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했단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됐지만, 양사 간 분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스마트스코어가 제기한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데다 카카오VX도 스마트스코어가 자사 티타임 청약기능을 베꼈다며 특허권침해금지 등 청구의 소를 냈기 때문이다.
"스마트스코어 기술력 베낄 만한 것 아냐"
법원은 카카오VX가 스마트스코어의 기술을 베꼈다고 볼 수 없고, 부당한 영업 행위도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스마트스코어 기술력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가 아니라고 봤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카카오VX의 영업이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경쟁이라고 봤다. 가격경쟁과 기술개발을 유도해 최종 소비자인 골프장 사업자들이 품질 좋고 저렴한 용역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즉 스마트스코어 측이 인정받을 만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게 요지인데, 일각에선 카카오VX의 스마트스코어 해킹 의혹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냔 지적이 나온다. 스마트스코어는 지난 4월 "카카오VX가 2021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사내 소프트웨어 관리자 시스템에 2년간 총 801회 접속을 시도했고, 그중 577회 무단 침입에 성공했다”며 “이는 스마트스코어의 자산과 노하우를 빼내려는 해킹”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회사 내부망 접속 IP를 조사했는데 이 과정에서 카카오VX 본사로 추정되는 IP 주소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당시 스마트스코어는 수원지방검찰청에 카카오VX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게다가 카카오VX 측 또한 스마트스코어 내부 시스템 접속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카카오VX는 “스마트스코어에서 당사로 이직한 직원이 스마트스코어사 관리자 페이지에 접속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관련 직원은 업무에서 배제했으며, 인사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재발 방지에 힘쓰고 스마트스코어와 원만한 합의를 보겠다”고 했다.
특히 카카오VX가 골프 관련 사업에서 소송을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허법원은 지난 4월 골프존이 카카오VX와 SGM을 상대로 낸 특허권 침해 금지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카카오VX와 SGM이 골프존의 가상 골프 시뮬레이션(스크린골프) 장치에 관한 특허(비거리 조정 시뮬레이션 기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두 회사에 특허침해 관련 제품을 모두 폐기하고 카카오VX가 19억2,000만원, SGM은 14억6,000만원을 골프존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카카오VX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가 다소 떨어진 이유다.
이어지는 기술 탈취 의혹, 피해도 '속속'
한편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의혹은 여러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고질적 문제다. 알고케어와 롯데헬스케어 사이에서 불거진 기술 탈취 논란 대표적이다. 당시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와 롯데지주가 투자 및 사업목적으로 접근한 뒤, 알고케어의 사업 아이디어(영양제 디스펜서)를 베껴 제품을 개발했다"고 주장했으나, 롯데헬스케어는 "영양제 디스펜서는 신사업 검토 시점부터 아이디어를 갖고 있던 사업"이라며 "영양제 디스펜서가 해외에서는 일반적인 개념"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양사는 중소벤처기업부를 통해 기술분쟁조정을 신청했다. 기술분쟁조정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독립적 분쟁조정위원회가 사실관계 등을 확인해 기술분쟁 양 당사자 간의 원만한 타협과 신속한 분쟁 해결을 돕는 제도다.
스마트스코어-카카오VX 사례와 달리 알고케어-롯데헬스케어 사례는 기술분쟁조정을 통해 기술 분쟁을 최종 종결했다. 중기부는 "조정 접수 이후 독립된 조정부(3명)를 구성하고 양측의 입장을 번갈아 청취하며 줄다리기 조정에 주력해 온 결과 양측이 조정안을 최종 수용하면서 연초부터 지속된 6개월간 분쟁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롯데헬스케어는 영양제 디스펜서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고, 알고케어와 롯데헬스케어는 상호협력 및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소모적인 비방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양사 상호 간 합의 하에 분쟁의 실이 잘 풀린 케이스 같지만, 정작 양사 사이에선 '승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분쟁으로 인해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 가능성이 크게 축소됐을 뿐 아니라, 롯데헬스케어는 사업 진출도 전에 그룹사의 부정적 이미지가 전이되는 멍에를 쓰게 됐고, 알고케어는 노이즈 마케팅 없이 본연 사업만으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사실상 '더 이상의 피해를 감당하기 힘들어 등 떠밀려 화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기술 탈취 여부를 따지는 과정에서 알고케어가 보유한 기술에 대해 시장에서 세세한 분석이 이뤄진 것도 부담이다. 결국 최종적인 합의가 이뤄졌는가를 차치하더라도 기술 탈취 논란이 발생한 시점에서 이미 기업 피해는 피해 갈 수 없는 사안이 된다는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