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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한 전자책 업체 밀리의서재의 임직원들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로 최대 1,400%가 넘는 수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밀리의서재는 늘어난 사용자 수와 탄탄한 실적을 배경으로 지난달 27일 상장에 성공했다. 이번 행사된 물량은 사업 초기 개발자 등 인재 확보를 위해 보상으로 내세웠던 스톡옵션 물량이다. 일각에선 밀리의서재의 스톡옵션 행사 소식을 계기로 국내 고용시장에선 또 한 번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을 꿈꾸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대 1,400%가 넘는 차익 남길 전망
밀리의서재는 스톡옵션 행사로 총발행 주식 811만여 주의 3.5%인 28만900주를 신주 발행한다고 10일 공시했다. 스톡옵션을 행사한 인원은 직원 35명과 외부전문가 1명이 포함됐다. 행사가 1,500원의 물량이 19만900주, 행사가 3,000원의 물량 9만 주가 스톡옵션으로 행사됐다.
지난달 27일 공모가 2만3,000원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밀리의서재는 상장 첫날 5만7,600원까치 치솟았다가 10일 종가 기준 공모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번 스톡옵션 물량이 공모가에서 매도될 경우 총 차익 규모는 약 59억원에 이른다.
행사된 스톡옵션은 총 6회차 가운데 2~4회차로, 2~3회차 행사 직원의 수익률은 최대 1,400%에 이른다. 직원 한 명당 평균 1억6,900만원의 수익이 돌아가는 셈이다.
밀리의서재에 따르면 이번 스톡옵션 외에도 25만9,500주의 물량이 행사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물량 대부분 KT그룹 산하의 지니뮤직에 인수되기 전 발행됐다. 특히 행사가격이 7,000원~1만2,810원에 달하는 5~6회차의 스톡옵션이 현 주가에서 매도될 경우 직원 한 명당 수억원의 차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매년 증가하는 매출과 개선되는 실적 상황
밀리의서재가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수 있었던 데는 늘어난 사용자 수와 탄탄한 실적이 한몫했다. 2016년 국내 첫 구독형 전자책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밀리의서재는 2021년 9월 지니뮤직에 인수돼 KT그룹에 편입되면서 KT 가입자들을 확보했다. 밀리의서재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독서플랫폼 이용자는 약 100만 명, 향후 이용 의사가 있는 잠재 이용자는 1,437만 명에 달한다.
실적 역시 매해 개선되고 있다. 밀리의서재의 지난해 매출은 458억원으로 전년(289억원)보다 59% 늘었다. 또 2021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던 영업이익도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 상반기에도 계속 이어지며 매출 260억원, 영업이익 50억원을 기록했다.
흑자 전환의 배경에는 비용 통제와 제휴 고객(B2BC) 매출 상승이 주효했다. 매출원가는 지난해 125억원에서 136억원으로 소폭 늘었고, 판매관리비는 308억원에서 280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반면 B2BC 매출은 2021년 18억원에서 112억원으로 늘며 전체 매출 증대에 크게 기여했다.
다만 미래 성장성은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로 인해 불투명한 상황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3세 이상 대한민국 인구 가운데 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을 통틀어 지난 1년 동안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의 비율은 2013년 60%대에서 2021년 45.6%까지 하락했다. 1인당 평균 독서 권수도 2011년 12.8권에서 2021년 7.0권으로 크게 줄었다. 전자책 플랫폼 입장에선 독서 시장의 크기가 점점 줄어드는 셈이다.
'스톡옵션 대박' 노리는 근로자들, 국내 고용시장 변화 바람 불까
한편 이번 밀리의서재의 스톡옵션 행사는 국내 스타트업 및 IT 업계에 긍정적인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제기됐던 '스톡옵션 무용론'이 조금씩 잦아드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된 IPO(기업공개) 시장의 침체로 고용시장에선 스타트업보단 안정적인 기업에 머무는 분위기가 나타났다”면서 “그러나 밀리의서재의 이번 스톡옵션 행사 소식이 확산될 경우 IT 대표 기업 임직원들을 포함해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꿈꾸는 움직임이 늘어날 것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벤처투자 업계 침체와 함께 유니콘으로 주목받던 기업들의 IPO가 줄줄이 연기되면서 스톡옵션 무용론이 확산된 바 있다. 특히 바로 직전 해였던 2021년에 배달의민족, 야놀자, 토스, 마켓컬리 등 스타트업 근무자들의 스톡옵션 대박 사례와 대조를 이루면서 그 파장이 더욱 컸다.
당시 무용론을 이끈 건 네이버와 카카오였다. 네이버의 경우 2021년 임직원에게 2,500원, 카카오는 11만4,040원에 스톡옵션을 줬지만 양사의 주가가 연초 대비 50% 가까이 급락하면서 해당 스톡옵션이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국내 비디오 게임 지주회사 크래프톤 역시 지난해 주가 폭락으로 상장 당시 스톡옵션을 행사해 돈방석에 오른 일부 경영진을 제외하곤 우리사주에 참여한 직원들과 일반투자자 대다수가 큰 손실을 보며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