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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BM 특허기업 비즈모델라인 "애플페이가 특허 침해" 일론 머스크 "앱스토어 수수료는 인터넷에 대한 글로벌 세금" 애픽 게임즈 소송은 애플의 판정패
토종기업들이 함께 힘을 모아 반애플 소송에 나섰다. 토큰화 증권 공개(STO) 시스템을 통해 소송 비용을 조달하고, 특허침해 권리소송에서 승소해 보상금을 받으면 이를 STO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구상이다.
비즈모델라인이 주도하는 반(反)애플연합
이번 소송은 애플이 애플페이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거래와 관련된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국내 BM 특허기업 비즈모델라인이 주도하고 있다. 비즈모델라인은 애플페이가 출시되기 몇 년 전인 2005년에 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즈모델라인 측은 승소를 자신하고 있으나, 상대가 글로벌 기업 애플이라는 점에 고심하고 있다. 애플이 특허 분쟁을 방어하기 위해 국내 최고의 로펌을 고용한 데다,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막대한 법무 및 송무비용을 조달하는 것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비즈모델라인이 애플과 비슷한 특허 분쟁을 겪고 있는 다른 국내 중소기업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기업은 애플에 의존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직접적인 법적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컨소시엄을 결성하면 비용과 위험을 분담할 수 있는 만큼, 이미 컨소시엄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연합 모델은 이미 전례가 있다. 2021년 국내 3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 KT, LGU+는 인터넷 기업 네이버와 함께 투자해 토종 앱스토어 ‘원스토어’의 공동 소유권을 확보한 바 있다. 국내 앱 마켓의 주주로서 서로 협력해 구글과 애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목표였다.
전 세계적으로 비판받는 애플의 광폭 행보
전 세계 주요 비즈니스 인사들도 애플의 독점적 관행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애플이 인앱 구매에 대해 "절대적으로 엄청난 30%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며 "인터넷에 대한 글로벌 세금"이라고 비난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애플이 사용자가 휴대폰에 설치할 수 있는 앱을 '일방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며 "애플의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 방식이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과거 애플은 IBM,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강자들과의 경쟁을 펼치며 응원을 받는 '언더독(underdog)'이었다. 그러나 약 40년이 흐른 지금, 애플은 명실공히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초심은 어디로 가고 업계 1위라는 지배적인 위치를 남용하는 불공정 관행 등으로 언더독들의 자유를 통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애플은 언더독 시절, 1984년 매킨토시 컴퓨터를 출시하면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패러디한 광고를 내보낸 바 있다. 당시 개인용 컴퓨터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던 IBM을 '빅 브라더'에 비유하고 자사는 저항군으로 비유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2020년 8월, 에픽게임즈가 한때 약자를 자처했던 애플의 당시 패러디를 인용하며 애플을 강하게 비판하는 일이 발생했다. 에픽게임즈는 "우리는 앱스토어의 독점에 맞서 왔으나, 애플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포트나이트를 수십억대의 기기로부터 차단하고 있다. 1984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싸움에 동참해 달라”는 광고 캠페인이 그것이다.
에픽게임즈의 소송으로 드러난 애플의 균열
현재 에픽게임즈는 애플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비디오 게임 회사인 에픽게임즈는 2019년부터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을 둘러싸고 반애플 전선의 선봉장 역할을 해왔다. 분쟁의 핵심은 앱이 독점적인 인앱 결제 시스템을 사용해야 하며, 이 시스템에서 애플이 30%의 수수료를 가져간다는 규정이다. 에픽은 인기 게임인 포트나이트에 직접 결제 옵션을 추가해 이 규정을 우회하려고 시도했고, 애플은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제거했다.
이에 에픽은 애플의 행태를 두고 반경쟁적 관행이라고 주장하며 애플을 고소했다. 수개월에 걸친 재판 끝에 지난 4월 연방 판사는 2심에서 애플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내리며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법원은 애플이 결제 시스템을 앱 배포와 연계한 것은 불법이라고 인정하며 개발자가 앱 외부의 대체 결제 옵션으로 사용자를 리디렉션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애플에 명령했다. 이에 애플은 공식적으로 3심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2심 판결은 대체로 앱스토어의 합법성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애플의 앱스토어 통제력에 타격을 입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애플 주식이 매도세로 돌아섰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이 판결이 앱스토어 수익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예상한 것이다. 미 규제 당국도 에픽게임즈와 애플의 분쟁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소송은 아무리 지배적인 기업이라도 오랫동안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