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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중심으로 급변하는 시장, 인터넷TV의 '호시절'은 끝났다 점차 침체하는 리니어TV 시장, 각국에서 '코드 커터' 급증 TV 앞에 앉지 않는 사람들, OTT가 리니어TV 대체하는 시대 올까
OTT가 콘텐츠 시장의 주축으로서 입지를 다지는 가운데, 국내 통신사들의 호실적을 견인한 유료방송 사업이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TV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유료방송이 아닌 OTT로 각종 콘텐츠를 향유하는 소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다. 리니어TV(선형TV) 수요가 급감하고, '코드 커팅(Code-Cutting)' 현상이 본격화하며 콘텐츠 시장의 흐름이 격변하고 있다.
케이블TV에서 IPTV로, IPTV에서 OTT로
인터넷TV(IPTV)는 권역 중심의 케이블 TV의 단점을 상쇄, 한동안 '뉴미디어 시대'의 주축으로 군림해왔다. △단말기·유선인터넷·IPTV를 하나로 묶어 파는 결합 상품 △인터넷 환경을 활용한 부가 서비스 △폭넓은 송출 채널 △간편한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 등 케이블TV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혜택'을 제공하며 소비자 수요를 끌어모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업계에서는 인터넷TV 역시 조만간 케이블TV의 뒤를 따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OTT 플랫폼이 콘텐츠 시장을 집어삼키면서다. 실제 국내 통신사 인터넷TV 가입자 수는 정체 상태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KT의 인터넷TV 가입자 수는 943만 명으로 직전 분기보다 0.4% 감소했다. SK브로드밴드의 가입자 수는 케이블방송(CATV)을 포함해 951만5,000명, LG유플러스는 543만1,916명으로 각각 0.5%,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유료방송을 포함한 통신사의 미디어 부문 매출 역시 부진했다. 3분기 SK브로드밴드의 유료방송 매출은 전년 대비 0.4% 성장했으며, 전체 미디어 매출은 3,902억원으로 1.4% 역성장했다. KT와 LG유플러스(IPTV 매출 기준) 또한 각각 3.9%, 1.2%에 성장하는 데 그쳤다. 소비자 사이에서 IPTV가 인기를 끌던 2019~2020년, 통신 3사의 연간 미디어 매출 증가세가 두 자릿수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리니어 TV 수요 급감, 진짜 '종말' 다가오나
넷플릭스의 전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지난해 "향후 5년, 10년 안에 확실하게 리니어TV(선형TV)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리니어TV는 유료방송, 안테나를 통한 무료 시청 등을 통해 방송 채널을 접하는 보편적인 'TV 시청' 방식을 일컫는다. 넷플릭스의 '예언'이 맞아떨어진 것일까. 최근 들어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의 리니어TV 수요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이다. 미국 미디어 기업들의 케이블, IPTV, 위성방송 가입자는 올해 1분기에만 204만 명(VMVPD 제외) 줄었다. 이는 2000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소비자가 리니어TV를 해지하고,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향유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코드 커팅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리니어TV의 '코드를 잘라낸' 소비자는 OTT로 대표되는 스트리밍 플랫폼에 몰려들었다.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편의성, 각 플랫폼이 제공하는 매력적인 독점 콘텐츠 등이 소비자 수요를 고스란히 흡수한 것이다.
현대 사회의 주요 정보 전달 매체는 TV가 아닌 스마트폰이다. 이미 대다수의 소비자는 리니어TV가 아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통해 콘텐츠에 접근하고 있다. 인터넷TV의 성장세 둔화, OTT의 급성장은 이 같은 시장 상황을 명확하게 입증하는 사례다. 긴 시간 콘텐츠 시장에서 '메인 플랫폼' 자리를 지켜온 리니어TV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