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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VC, 반값도 못 받고 보유 지분 대량 매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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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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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막혀버린 엑시트 대신 세컨더리 거래에 몰려
투자 심리 위축 때문에 이른 현금화 원하는 VC들
구매자 부족으로 가격 대폭 하락, VC 자산도 급감
Venture-Capital-VE-2024216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최근 다수의 초기 단계 VC(벤처 캐피탈)들이 후기 단계 투자자들에게 주요 포트폴리오 지분을 대량 매각하며 상당한 할인율을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원인으로는 성과 배분 감소와 투자 심리 위축 등이 지목된다.

VC, 초기 단계에서 보유 지분 대량 매각

필라델피아 기반 자산 운용사인 해밀턴 레인의 미겔 루이냐(Miguel Luiña) 다이렉터에 따르면 현재 다수 VC들이 보유한 우량 기업의 지분을 신규 투자 라운드에 맞춰 매각 중이다. 이전에도 VC가 새로운 투자자에 일부 지분을 판매하는 경우는 흔히 있어왔지만, 최근의 VC 세컨더리 거래는 이전과 상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거래되는 지분의 양이 대폭 달라졌다. 최근 거래에서는 VC들이 보유 지분의 전체 혹은 큰 부분을 매각하고 있다. VC들이 받아들이는 할인률의 폭도 커졌다. 신규 라운드 헤드라인 밸류에이션의 40% 수준에서도 거래가 성사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거래에서는 세컨더리 거래 때문에 신규 라운드의 주당 평균 가격이 낮아질 것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루이냐 다이렉터는 이처럼 초기 단계에서 대폭 확대된 VC 거래의 한 예로 해밀턴 레인이 공동 투자자인 익명의 기업을 들었다. 해당 기업은 긍정적 현금 흐름과 빠른 성장률을 자랑하는 우량 기업으로, 현재 대형 세컨더리 라운드와 결합한 신규 투자 라운드를 유치 중이다. 루이냐는 이 기업이 신규 라운드를 유치하는 이유가 “새로운 자금이 필요해서가 아닌, 몇년 전에 비해 급등한 밸류에이션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며 "그렇기 때문에 신규 지분을 최소로 하는 투자 라운드를 의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전과 달리 이른 현금화 선호하는 VC들

이와 같은 현상은 VC 들이 이전과 달리 이른 투자 실현을 선호하게 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샌프란시스코 기반 로펌인 모리슨 포어스터의 크리스토퍼 맥키넌(Christopher McKinnon) 파트너는 “초기 투자에 진입했던 VC 펀드들이 빠른 판매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려 이전보다 큰 할인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하며 “설령 보유 기간을 늘리면 25배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확신하더라도, 2배나 5배에서 확실한 이익 실현을 기록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투자 심리 위축의 원인은 마지막 상승장의 정점이었던 2021년에 투자 실현을 미뤘던 투자자들이 집단으로 맞이하게 된 손실의 경험이다. 당시 시장에는 조금만 더 기다리면 한층 더 높은 밸류에이션에 엑시트(투자금회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만연했다. 하지만 앞을 내다본 소수 VC들은 하락장이 시작되기 전에 초기 단계 라운드에 투자했던 지분을 성장 단계 투자자들에게 매각해 큰 수익을 올렸다. 신주 발행 라운드와 같은 값, 혹은 할인을 최소한으로 적용한 값에 판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와 텔아비브를 기반으로 하는 사이버 보안 전문 VC인 YL벤처스의 요아브 레이터스도프(Yoav Leitersdorf) 매니징 파트너에 따르면, 2021년 당시 YL벤처스는 보유 중이던 액소니어스(Axonius) 지분 전체를 신주 발행 라운드의 밸류에이션과 같은 값에 매각했다. 액소니어스는 미국의 사이버 보안 기업으로, 해당 세컨더리 거래의 구매자는 액소니어스의 시리즈 D 투자자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YL벤처스는 같은 해 또 다른 사이버 보안 회사인 오르카 시큐리티(Orca Security) 보유 지분 대부분을 시리즈 C 투자 라운드와 결합한 형태로 매각해 큰 수익을 실현했다. 이 역시 시리즈 C 신주 밸류에이션에서 전혀 할인을 적용하지 않은 가격이었다. 이와 관련해 루이냐는 “요즘은 VC들이 이익을 최대한으로 높여 실현하려 들지 않고, 대신 LP들에게 반환할 투자금을 현금화하는 것과 장기적 수익률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노력한다”고 밝히며 그 이유가 “많은 투자자들이 몇 년 전에 수익을 실현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기 때문” 이라 분석했다.

구매자 부족한 시장 탓에 가격 협상력 잃었나

하지만 현재 이른 유동화를 원하는 VC들은 구매자가 부족한 상황에 봉착해 있다. 토론토 기반 VC사 포티지 캐피탈 솔루션의 구조화 지분 거래 담당인 데본 커크(Devon Kirk) 공동 대표는 현재 상황을 “성장 단계의 세컨더리 투자자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특히 현금이 필요한 경우에는 더 낮은 판매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 VC 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엑시트 활동이 얼어붙자 만기가 도래한 VC 펀드들이 세컨더리 시장으로 몰린 것이다. 고금리로 인해 유동성이 메마르고, 뻥튀기 상장 논란이 일었던 ‘파두 사태’ 이후 IPO(기업공개) 심사가 깐깐해지면서다. 다만 지분을 구매할 세컨더리 펀드의 규모가 판매를 원하는 VC의 규모보다 훨씬 작아 구매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연말까지 만기를 맞을 VC펀드의 수는 총 351개, 약정액 8조4,531억원(약 63억 달러) 규모다. 반면 세컨더리 펀드는 158개, 2조7,899억원(약 20억 달러)으로 VC 펀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국내 VC들도 세컨더리 판매를 하며 큰 할인율을 받아들이고 있다.

영어 원문 기사는 VCs sacrifice future gains for cash amid IPO dry spell - PitchBook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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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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