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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3사 차세대 배터리 개발 로드맵 발표 삼성SDI·SK온 “전기차 충전 속도 획기적으로 단축” 항공기로 타깃 확대한 LG엔솔은 ‘리튬황전지’ 주력
이차전지 시장 내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모습이다. 안전성과 충전량을 기준으로 경쟁하던 지금까지와 달리, 완충 속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다. 이르면 2년 내 전기차 완충 시간을 10분 안쪽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도심항공교통용 리튬황전지의 개발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10분 충전으로 600㎞ 달리는 ‘꿈의 전기차’ 나오나
국내 최대 규모의 이차전지 전문 산업전시회 ‘인터배터리2024’가 지난 6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3일간의 일정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영국, 중국 등 18개국 115개 기관이 참석해 산업 발전을 도모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7일 인터배터리2024 부대행사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차세대 배터리 개발 로드맵을 공개했다.
먼저 삼성SDI는 2026년까지 초고속 충전 배터리를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양극에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을, 음극에는 실리콘카본나노복합체(SCN)를 소재로 사용하는 해당 배터리는 완충까지 단 9분이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평균 주유 시간이 5분 정도인 내연기관차는 한 번 주유로 600㎞까지 갈 수 있다”며 “이와 비슷한 수준의 충전 속도와 충전량을 확보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6년을 목표로 9분 충전 배터리를 개발 중이며, 2029년에는 20년 장수명 배터리를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온 역시 충전 시간을 앞당겨 이용자들의 편의를 돕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SK온은 이번 전시회에서 완충 시간을 15분까지 단축한 신제품을 선보였는데, 이를 추가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이존하 SK온 부사장 겸 연구위원은 “기술적으로는 완충까지 7분이 걸리는 배터리 개발에 성공한 상태”라고 밝히며 “다만 충전기 용량 확대 등 해결해야 할 부분들이 남아 있어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초급속 충전기 용량은 350킬로와트(㎾)인데, 10분 이내 급속 충전을 위해서는 450㎾급 제품이 필요하다는 부연이다. 급속 충전기 보급이 빨라질수록 양산 시기 또한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되는 발언이다.
전기차를 넘어 항공기에도 배터리 탑재 추진
이번 전시회에서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분야는 리튬황전지의 양산 가능성이다. 국내 기업 중 리튬황전지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LG에너지솔루션은 리튬황전지 양산 시점을 2027년으로 제시했다. 양극에는 황을, 음극에는 리튬메탈을 사용하는 리튬황전지는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에너지밀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활용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는다. 극심한 온도 변화에서도 성능의 저하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특징이다.
다만 그 한계도 명확하다. 황의 경우 매우 낮은 전기전도성을 비롯해 충전 및 방전 과정에서 생성되는 중간 생성물이 전해질에 쉽게 녹아 나온다는 특성이 있어 배터리 용량 및 수명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또 고에너지 밀도를 위해서는 황이 포함된 전극의 두께를 증가시킨 후 대면적으로 제작해 황 고유의 높은 용량을 유지하는 고도의 전극 공정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의 연구는 리튬황전지의 전기화학적 성능을 높이기 위해 황과 탄소,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등 전도성 탄소 소재와 복합체를 제조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방전 과정에 일어나는 리튬 폴리 설파이드의 용해 방지를 위해서는 전해질에 여러 첨가제를 투입하는 방법 등이 검토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8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협력해 리튬황전지 시제품을 적용한 무인기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실험에 나선 비행기는 성층권 최고 고도에서 약 13시간 동안 비행하며 리튬황전지 개발 가능성에 청신호를 켰다.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현재 고고도 비행기 및 도심항공교통(UAM)에 탑재되는 리튬황전지 개발이 막바지에 들어섰으며,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2배에 달하는 무게당 에너지 밀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배터리 기술 경쟁 "지금부터가 진짜"
국내 배터리 3사가 일제히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양산을 향한 광폭 행보를 보이면서 시장 내 기술 경쟁도 격화하는 양상이다. 현재 전기차 중심 이차전지 시장에서는 ‘삼원계’로 불리는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주를 이룬다. 배터리별 장단점이 상이한 만큼 기술 경쟁의 패권은 누가 공통과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하느냐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견해다.
구체적인 공통 과제로는 1회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 확대 및 에너지밀도 향상, 원가 절감 등이 꼽힌다. 초고속 충전 배터리 양산, 리튬황전지 개발 등은 모두 이같은 과제를 극복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인 셈이다. 최근에는 전기차 관련 사고에서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화재 문제와 관련한 안전성 강화 연구도 중요시되는 분위기다. 고분자 기반 반고체전지와 전고체전지, 황화물계 전고체전지 등은 모두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경량화, 탄소 중립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 가운데 국내를 넘어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의 기술 패권을 잡는 기업은 어느 곳이 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