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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연 5% 정기예금 '절멸', "시중 금리 내려가면 어쩔 수 없다" 정기예금 잔액은 오히려 늘었다? "'막차' 인식 확산한 영향" 단기 예금 몰려간 사람들, "하반기쯤 투자 시장에 흘러갈 수도"
2022년 말까지만 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던 이자 연 5%대 정기예금이 싹 사라졌다. 이제는 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신협 등 2금융권에서도 연 4%대 금리 상품조차 찾기 힘든 모양새다. 이에 정기예금에 돈을 빼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최근 들어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오히려 늘어났다. 더 떨어지기 전에 막차를 타야 한단 인식이 확산한 탓이다. 특히 장기 예금보단 단기 예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하반기께엔 혹한기에 떨던 투자 시장도 다시금 봄바람을 맞을 수 있단 기대감이 높아진다.
예금 금리 '뚝뚝', "4%대도 없는 수준"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은행권 평균 금리는 연 3.64%, 저축은행은 연 3.92% 선이었다. 지난 2022년 11월 은행권 저축성 예금의 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가 연 4.29%, 저축은행이 연 5.82%였음을 고려하면 상당히 내려앉은 것이다. 실제 7일 기준 은행권에서 금리가 연 4% 이상(우대금리 포함)인 1년짜리 정기예금을 제공하는 곳은 DGB 대구은행과 Sh 수협은행뿐이었다. 이마저도 해당 은행과 처음으로 거래하는 고객에게 주는 우대금리를 모두 적용받아야만 가능했다. 은행권에서 4%대 예금 금리 상품이 완전히 절멸했다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 안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감에 시중 금리가 내려갔다"면서 "이로 인해 은행권 가계 대출 평균 금리는 2022년 12월 연 5.64%에서 올해 1월 연 4.68%로 내렸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을 둘러봐도 4%대 정기예금을 찾아보기 힘들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년짜리 정기예금 상품 298개 중 금리가 연 4%를 넘는 상품은 단 4개에 불과하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이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비중이 높은데, 최근 경기 부진과 부동산 침체 등으로 이들의 대출 수요가 줄었다”면서 “높은 이자를 주면서까지 예금을 유치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은행에 있어 이익의 근간은 예대마진이기 때문에 시중 금리 하락으로 대출 금리가 내려가면 예금 금리도 당연히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이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내놓은 고금리 특판 상품은 ‘완판’ 행진이 펼쳐졌다. 올해 초 우리은행이 창립 125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우리 퍼스트 정기적금’(최대 연 7%)은 출시 2주 만에 완판됐고, 신한은행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패밀리 상생 적금’(최대 연 9%)도 최근 모두 팔렸다. 반대로 금리가 연 3%대까지 떨어진 정기예금은 잔액이 줄었다. 정기예금 금리가 더 이상 '짭짤'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돈을 빼가기 시작한 것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849조2,957억원(약 6,488억 달러)으로 한 달 전보다 19조4,412억원이나 줄었다. 당초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작년 9월 약 842조원, 10월 856조원, 11월 869조원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였는데 연말에 확 감소했다.
단기 예금 쏠림 현상에, 투자 시장도 덩달아 '기대감'
다만 최근 들어선 오히려 정기예금에 갑작스레 자금이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예금 금리 하락이 가시화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떨어지기 전에 '막차'를 타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한 영향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월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법인자금 포함)은 679조1,214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 말(668조3,031억원) 대비 10조8,183억원 불어난 수준이다.
특히 만기가 짧은 정기예금에 가장 많은 자금이 쏠렸다. 장기 예금에 자금을 오래 묶어두기보다 방망이를 짧게 잡고 금리 변동에 따라 신속하게 투자처를 찾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6개월 미만 정기예금 규모는 지난 1월 기준 24조2,288억원으로 지난해 말 22조4,492억원보다 7.9% 증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단기예금의 인기는 그리 높지 않았다. 지난해 3개월 이후 22조원대에서 소폭 증가하는 수준에서 그쳤을 정도다. 그러나 최근엔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소위 '치고 빠지기'를 노리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단기 예금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시장에선 상반기 단기 예금에 몰리던 자본이 하반기쯤엔 투자 시장으로 흘러갈 것이란 기대감이 퍼진다. 앞서 지난해에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솟구치면서 채권 시장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포착된 바 있다. 지난해 4월 당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하루 만에 7.2bp 상승했다. 이외 국고채 5년물, 10년물도 각각 8.1bp, 6.3bp 올랐다. 올해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 이어진다면 얼어붙어 있던 투자 시장에도 다시금 봄바람이 불 수 있단 게 전문가들의 소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