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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쇼핑 전용 스토어 개설하며 커머스 사업 확대
숏폼 콘텐츠 중심으로 급성장한 콘텐츠 커머스 시장
"유튜브 콘텐츠 이길 수 있나" 국내 유통업체 경쟁력 의문
유튜브가 국내에 쇼핑 전용 스토어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단순 마케팅·중개 플랫폼을 넘어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선언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유튜브의 시장 진출로 숏폼·라이브 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한층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추세다.
유튜브, 커머스 시장 본격 진출
지난 19일 유튜브는 카페24와의 협력을 통해 ‘유튜브 쇼핑 전용 스토어’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유튜브 쇼핑 전용 스토어는 온라인 쇼핑몰 기획, 개발 작업 등 번거로운 절차 없이 몇 번의 클릭만으로 자신만의 쇼핑 채널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다. 유튜브 생태계 내에서 쇼핑 스토어 개설부터 판매, 구매, 결제 등의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독립적 커머스 시스템이 등장한 것이다.
판매자는 카페24 회원 가입 이후 즉시 유튜브 쇼핑을 위한 전용 스토어를 만들 수 있으며, 이후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 조건을 만족했을 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파트너 프로그램 조건은 구독자 수 500명, 영상 유효 시청 시간 3,000시간 또는 쇼츠 조회수 300만 회 이상이다. 소비자는 유튜브에서 별도 가입 절차 없이 주문자명, 주소, 연락처를 비롯한 필수 정보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콘텐츠에 태그된 상품을 주문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유튜브가 △'숏츠' 등 중독성 있는 숏폼 콘텐츠 △유튜브 크리에이터들과 팬덤 사이의 탄탄한 신뢰 관계 등을 발판 삼아 본격적으로 콘텐츠 커머스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평이 흘러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 쇼핑 스토어가 시장에 자리를 잡으면 유튜브는 단순 중개 플랫폼을 넘어 하나의 커머스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유튜브 내 크리에이터들 역시 상품을 홍보하는 모델에서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셀러'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숏폼 커머스 열풍
주목할 만한 부분은 유튜브 외에도 다수의 플랫폼이 콘텐츠 커머스 분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숏폼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숏핑(숏폼+쇼핑)' 트렌드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일례로 인스타그램은 자체 숏폼 서비스인 '릴스'를 통해 커머스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소비자가 릴스를 시청하다가 상품 태그, 계정 프로필 등을 눌러 외부 쇼핑 플랫폼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NHN데이터가 개발한 '쇼셜비즈'를 도입해 판매자 편의성도 강화했다. 쇼셜비즈는 다이렉트 메세지(DN)를 통한 자동 응답 등을 통해 인플루언서들이 고객 관리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국내 유수의 유통업체들도 속속 숏폼 커머스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네이버쇼핑은 지난해 쇼핑용 숏폼 콘텐츠 ‘숏클립’의 거래액이 도입 첫해인 2022년 대비 1,254% 증가했다고 밝혔다. 네이버쇼핑 관계자는 “숏클립 하나에도 수천만원의 매출이 발생한다”며 “특히 뷰티, 의류, 음식, 펫푸드의 주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SSG닷컴은 프로모션 상품과 숏폼 콘텐츠를 결합한 쇼핑 영상 큐레이션 서비스 ‘쓱티비(SSG.TV)’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콘텐츠는 총 여섯 가지로, 모두 고객의 관심도가 높은 최신 트렌드나 재미 요소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 콘텐츠로는 최신 유행 중인 패션, 뷰티 상품을 숏폼으로 보여주는 ‘포즈’, 유명 산지 신선식품을 만나볼 수 있는 ‘신선직송’ 등이 꼽힌다.
'이커머스 공룡' 쿠팡도 뛰어들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 1위 업체인 쿠팡 역시 유튜브와의 협업을 통해 콘텐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쿠팡은 유튜브가 지난 4일 한국 크리에이터 대상으로 출시한 ‘유튜브 쇼핑 제휴 프로그램'의 첫 제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따라 크리에이터는 쿠팡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제품을 자유롭게 선택해 동영상, 쇼츠, 라이브 스트림 등 콘텐츠에 태그할 수 있게 됐다. 시청자가 영상 내 태그를 클릭해 제품을 구매할 경우, 크리에이터는 일정 수수료를 지급받으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쿠팡은 판매자들의 상품을 라이브 방송으로 소개하는 ‘쿠팡라이브’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브랜드 혹은 크리에이터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라이브 특별 할인가 등을 앞세워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라이브커머스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판매자를 위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지원하는 ‘스튜디오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한편 유통업계는 유력 SNS 플랫폼과 토종 이커머스 플랫폼이 콘텐츠 커머스 시장 내에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 등 SNS 플랫폼들은 애초 콘텐츠 분야에서 따라잡을 수 없는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쇼핑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온 이커머스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짚었다. 쿠팡 등 국내 유통 플랫폼이 콘텐츠 관련 마케팅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지만, 매력적인 콘텐츠를 다수 보유한 유튜브·인스타그램 등과 대등한 위치에 서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