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20년 전 분사시킨 스피릿에어로 6조5,000억원에 다시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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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사, 도어플러그 제조 기업 스피릿 인수 합의
2005년 비용 절감 위해 분사 뒤 20년 만에 재인수
당국 승인 받아야 마무리, 美 검찰 기소 의견 난관 봉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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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주 에버렛의 747 조립 공장/사진=보잉(BOEING)

미국 보잉(BOEING)이 세계 최대의 항공기 구조물 제조사인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스(Spirit Aerosystems)를 인수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 분사한 지 20년 만이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안전사고로 인한 사상 최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생산 공정을 강화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보잉, 핵심 부품 제조사 ‘스피릿’ 다시 품는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보잉은 스피릿을 47억 달러(약 6조5,000억원)에 다시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보잉과 스피릿은 스피릿 주식을 1주당 37.25달러로 평가해 현금 대신 주식으로 지불하는 거래 조건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팻 샤나한(Pat Shanahan) 스피릿 최고경영자(CEO)는 “스피릿과 보잉의 통합으로 안전 및 품질 시스템을 포함한 양사의 제조 및 엔지니어링 역량을 더욱 통합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인수는 스피릿의 분할을 전제로 한다. 스피릿은 그동안 보잉에 동체를, 보잉 최대 경쟁사인 에어버스에 날개를 각각 공급해 왔다. 이번 협상에는 보잉의 최대 경쟁 업체인 에어버스(AIRBUS)도 개입됐다. 에어버스는 스피릿의 유럽 사업 부문 일부를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는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으면 최종적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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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 외곽에 있는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즈 공장/사진=스피릿 에어로시스템스

1월 ‘알래스카 사고’ 이후 품질문제 해결 위한 결정

스피릿이 보잉의 품으로 되돌아가는 건 20년 만이다. 스피릿은 당초 보잉의 계열사였지만 2005년 보잉의 비용 절감 움직임에 분사됐다. 그러다 보잉은 올해 초 사고 직후 스피릿 인수를 타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보잉 737맥스9 기종인 알래스카항공 여객기의 도어플러그(비상구 덮개)가 이륙 직후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기체의 도어플러그는 스피릿이 생산했다. 해당 사고는 도어플러그 조립 시 볼트가 누락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피릿은 보잉에서 분사한 후 비용 절감을 위해 일부 부품 설계를 바꿨는데 사고의 원인이 된 도어플러그는 그중 하나였다.

그 후에도 여객기 사고가 이어지며 보잉은 사상 최대 위기를 맞았다. 특히 지난 1월 사고 이후 미국 당국이 보잉의 맥스 항공기 생산량을 제한하면서 일부 항공사에 항공기 인도가 지연되는 등 전 세계 항공업계가 타격을 입었다. 사고로 이후 손실 규모도 막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잉에 따르면 올 1분기 매출은 165억6,900만 달러(약 22조8,320억원)로 지난해 1분기(179억2,100만 달러)보다 7.5% 감소했다. 순손실은 3억5,500만 달러(약 4,892억원), 조정 후 주당순손실은 1.13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보잉은 스피릿을 인수해 생산 공정을 강화함과 동시에 실적 회복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데이비드 칼훈(David Calhoun) 보잉 CEO는 “이번 거래가 항공사 고객, 스피릿과 보잉 직원, 주주, 국가에 더 큰 이익이 될 것으로 믿으며, 또 보잉에 대한 규제 당국과 의회의 조사 증가 속에 비행기 품질과 안전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보잉과 스피릿의 다시 합침으로써 안전 및 품질 관리 시스템을 포함한 상업용 생산 시스템과 인력을 동일한 우선 순위, 인센티브 및 결과에 완전히 맞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형사 기소 난관 극복해야

다만 위기 극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검찰은 보잉이 2021년 합의를 위반했으므로 형사 기소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법무부는 이달 7일까지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법무부 내부 심의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법무부가 보잉을 기소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면서도 “보잉을 기소하는 대신 2021년 체결한 합의를 1년 더 연장하거나 조건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조건 강화에는 금융 처벌을 비롯해 규정 준수를 살피는 감독관을 파견하거나, 보잉에 유죄 인정을 요구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5월 보잉이 규제 당국인 연방항공국(FAA)을 속이고 2021년 합의를 어겼다고 판단했다. 지난 1월 알래스카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조사를 벌이면서다. 사고 시점은 2021년 합의에 따른 3년 기소유예 만료를 이틀 앞둔 때였다. 법무부는 2021년에 보잉 737맥스 항공기 사고 두 건과 관련해 보잉과 25억 달러(약 3조4,800억원)에 합의했다. 보잉을 기소하지 않는 대신 규정 준수 관행을 점검하고 정기 보고서를 제출한다는 내용이었다. 보잉은 앞서도 2018년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2019년 에티오피아 항공에서 운항하던 보잉 737 맥스8은 추락 사고로 총 346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냈다.

이런 가운데 보잉이 형사 기소될 경우 재무적인 여파 확대 및 정부 감독 강화 등 위기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유죄로 판정될 경우에는 보잉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군과의 계약 등 정부 계약 체결도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