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 ‘3,000억원 횡령 사건’ 타격에 임직원 성과급 환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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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은행, 횡령 손실액 재무제표 반영과정서 이익 감소
은행 측 "부당이득 반환의무에 따른 환수 불가피" 입장
매년 발생하는 금융권 횡령사고, 환수율은 고작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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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은행 본점 전경/사진=경남은행

수천억대의 횡령 사고가 발생한 BNK경남은행이 임직원 성과급을 환수하기로 했다. 횡령액이 제무재표에 반영되면서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만큼 순이익에 비례해 지급한 성과급도 반환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경남은행, 횡령 사고 ‘성과급 환수’로 수습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은행은 지난 1일 이사회를 열고 2021년∼2023년 지급된 성과급 중 일부 항목(이익배분제·조직성과급·IB조직성과급)에 대해 환수하기로 결정했다. 경남은행 이사회는 지난 3월 횡령에 따른 손실액 441억원을 반영하기 위해 2021년∼2023년 재무제표를 수정 의결했다. 지난해 발생한 경남은행 횡령 사건은 경남은행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담당 A씨(부장급)가 2007년부터 2022년까지 자신이 관리하던 PF 대출 관련 자금 등 총 3,000억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이다. 해당 사건 횡령 규모는 당초 560억원 상당으로 알려졌다가 추가 수사가 진행되면서 3천억원대로 늘어났다.

경남은행 이사회는 당기순이익 등 성과급 책정의 기준이 되는 수치에 변동이 발생했을 때 민법상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성과급 환수 대상은 경남은행 임직원 2,200여 명이며, 환수 예정액은 1인당 100만∼200만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별로 차이는 있지만 2021년∼2023년 평균 성과급은 480만원 안팎으로 전해졌다. 경남은행은 금융감독원에서 진행 중인 재무제표 감리가 끝나는 대로 환수에 착수할 방침이다.

다만 경남은행 노조 측이 성과급 환수 방침이 알려지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노조는 “노조와의 합의 없이 공제(환수)는 불가피하다”며 “노조가 직원의 권한을 위임받아 법률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실제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성과급 환수 여부와 그 시기도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대해 경남은행 관계자는 “모든 절차는 회계 기준을 준수하고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아 진행 중”이라며 “금감원의 재무제표 감리가 끝나는 대로 환급액을 확정해 환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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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횡령액 환수율 10%도 안 돼, 우리은행은 1.7%

경남은행이 임직원의 성과급 환수를 결정한 배경에는 회사가 초과 지급된 성과급을 회수하지 않으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횡령액이 그만큼 회수되지 못했으니 임직원이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로 금융권 횡령사고의 매년 발생하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횡령액만 수천억원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환수율은 고작 9.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횡령금액이 가장 큰 우리은행의 경우 최근 10년간 약 772억7,780만원의 횡령사고에 회수액은 1.7%(13억1,370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횡령에 가담한 B씨 형제가 빼돌린 700억원 중 검찰이 추징한 80억원 안팎을 제외하면 나머지 횡령금은 거의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해당 횡령사고를 제외한 횡령금 환수율도 13.3%에 그쳐, 5대 은행 중에서 환수율이 가장 낮았다. 두 번째로 횡령금액이 큰 경남은행의 환수율도 0.1%에 그쳤다.

현행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르면 피해자(은행)가 범죄 피해재산에 관해 재산반환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등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한 경우 몰수·추징할 수 있다. 우리은행 횡령 사건의 경우도 은행 측에서 수사기관에 몰수보전을 요청했다. 하지만 횡령 금액의 상당 부분이 여러 계좌로 나눠 이체되거나 주변 사람에게 지급된 데다, 자금이 해외로 반출되는 등 은닉된 것으로 전해져 추징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3,000억원대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경남은행 A씨에 대해서도 약 187억원의 범죄피해자산만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추징 명령 나와도 ‘환수’ 불투명

더 큰 문제는 대형사고 이후 내부통제 체계를 쇄신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횡령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은행에서는 지난해 총 25억8,700만원 규모의 횡령사고 2건이 추가로 발생한 데 이어, 올해도 대리급 직원 C씨가 100억원 상당의 고객 대출금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쇄신은 전혀 없었던 셈이다. 특히 C씨가 횡령한 금액 중 60억원가량은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사실상 증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환수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법원 관계자는 “피고인들이 범죄 행위로 형성한 재산뿐 아니라 일반 재산에도 추징을 집행할 수 있지만 재산이 확인되지 않으면 집행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1997년 2,205억원 추징명령을 확정받은 전두환의 재산도 결국 1,337억원만 국고로 환수됐다. 또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벌금을 내지 않으면 노역장에 유치돼 형을 채워야 하는 것과 달리 추징금은 고의로 연체해도 노역 의무가 없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3월부터 우리은행 현장 검사에 착수, 검사 인원을 늘려 사고 발생 지점뿐 아니라 본점의 업무 절차 전반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에서 유난히 대규모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만큼 당초 예정됐던 검사 기간을 더 늘려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월 은행장 간담회를 개최해 “영업점뿐 아니라 본점 단계의 관리 실패까지 점검해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