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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美·中 판매 부진에 구조조정 돌입, 트럼프 관세도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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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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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美 판매 부진에 가동률 30% 수준
中 주도 전기차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 실패
트럼프 당선인, 멕시코 관세 정책도 리스크

닛산자동차 대표 브랜드 인피니티의 미국 판매가 급감하면서 닛산과 메르세데스-벤츠 멕시코 합작공장의 생산량이 급감했다. 이 합작공장은 현재 감산의 여파로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미국과 함께 중국 시장에서도 부진이 이어지자 제조 용량의 20%를 축소하고 9,000명을 감원하는 긴축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 직후 멕시코를 우회하는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닛산을 비롯한 일본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닛산, 멕시코 공장 포함 9,000명 감원 계획

15일(현지 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는 닛산과 메르세데스-벤츠의 멕시코 합작공장의 생산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멕시코 아과스칼리엔테스주에 위치한 이 공장의 올해 생산량은 당초 계획한 13만 대에서 7만 대로 대폭 감소했다. 내년 생산량도 연간 7만 대로 감산이 이어질 전망이다. 연간 생산 능력이 23만 대임을 감안하면 가동률이 30%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2교대 근무를 1교대로 축소하고 일부 직원을 일시 해고하는 인력 구조조정도 이뤄졌다.

지난 2018년 닛산은 멕시코를 신흥시장 수출 기지로 정하고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를 투자해 벤츠와의 합작공장을 설립했다. 하지만 3년 만인 2021년 메르세데스-벤츠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이듬해 공동개발 프로젝트도 종료했다. 아직 양사의 합작투자 구조에 변동은 없으나 가동률 하락이 지속할 경우,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닛산은 현재 멕시코 공장뿐 아니라 전사적으로 글로벌 생산 능력을 20%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북미 시장에서는 인수 제안과 함께 수백 개의 일자리를 줄였고 전 세계적으로 9,000명 규모의 감원을 계획하고 있다.

닛산·메르세데스-벤츠 멕시코 공장/사진=닛산 유튜브

전기차 없는 인피니티, 美 시장 경쟁력 잃어

전문가들은 닛산 멕시코 공장의 위기를 두고 럭셔리 브랜드 인피니티의 미국 판매 부진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인피니티의 판매량은 6만5,000대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7년(15만 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럭셔리카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8%에서 3% 미만으로 하락했다. 판매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라인업이다. 현재 인피니티는 1종의 전기차 모델도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할 하이브리드 모델도 없다. 한때 Q50과 Q70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놨지만 2019년 사라졌다. 

주요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도 큰 타격을 줬다. 전문가들은 닛산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지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하지 못하면서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평가한다. 정부의 지원을 받은 중국 자동차 기업이 저렴하고 혁신적인 전기차 모델을 잇달아 출시하며 시장을 선점하는 동안에도 닛산은 내연기관차에 대한 의존도를 쉽게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더해지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는 중국 시장의 수요 부진으로 이어졌고 닛산 역시 이러한 영향을 피해 가지 못했다.

르노와의 관계 악화도 닛산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1999년 출범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오랜 기간 불평등한 지분 구조 속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여왔는데,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의 체포와 탈옥 사건을 계기로 갈등이 심화하면서 닛산의 경영에 큰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요인이 됐다. 시장에서는 르노가 닛산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지분을 매각할 경우 닛산의 자금난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양사 간 협력 약화로 기술 개발이나 신모델 출시 등에 있어서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멕시코 우회하는 중국산 제품에도 관세 부과

최근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이 새로운 리스크로 떠올랐다. 지난달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취임 직후 거의 모든 중국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물리고,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서도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며 "이는 주변국을 우회하는 수입을 포함해 중국 제품의 유입을 전면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는 중국·멕시코·캐나다를 제외하면 일본의 자동차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일본무역진흥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멕시코로 직접 투자한 자금의 80% 이상이 자동차 분야에 쏠려 있다. 일본 기업들이 멕시코에서 완성차를 생산하려면 결국 부품과 반제품, 완제품이 미국과 멕시코를 오가야 하는데, 이때마다 이전보다 훨씬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기업이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닛산은 일본의 자동차 제조사 중 멕시코에서 가장 많은 차량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미국 수입 물량의 30%를 멕시코 공장 네 곳으로부터 들여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닛산은 미국과 중국에서의 부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올해 3월 혼다와 함께 전기차 주요 부품과 소프트웨어 공동 개발을 위한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연합'을 출범시켰다. 이어 8월에는 양사의 동맹에 미쓰비시자동차가 합류하면서 협력 범위를 확대했다. 자국 시장 1위 토요타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의 전기차 업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3사의 글로벌 판매량이 800만 대 수준에 불과해 글로벌 경쟁 구조에 큰 파급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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