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그랜드백화점 일산점, 내년 2월 28일 영업 종료 1등 신세계 강남은 연 매출 3조, 비대칭 심화 하위 점포 영업 철수, 지방 백화점도 구조조정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온라인 유통시장이 급성장하고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백화점업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연 매출 3조원을 조기 달성하는 등 고공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실적 부진에 매각을 추진하는 등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베뉴지의 백화점 마지막 점포도 '사업 종료'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그랜드백화점은 일산점 고객들에게 내년 2월 28일자로 백화점 영업을 종료한다고 통보했다. 그랜드백화점은 창업자인 김만진 베뉴지 회장이 1971년 설립한 유통업체다. 1986년 그랜드백화점 강남점을 시작으로 백화점과 마트, 슈퍼, 아울렛 등을 운영했다.
그랜드백화점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현대백화점, 삼풍백화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특히 백화점 사업이 호황기를 맞았을 때는 그랜드백화점 강남점과 영통점 2개점, 패션 전문 아울렛 화곡점, 그랜드마트 계양점, 강서점 2개점, SSM(기업형슈퍼마켓) 신촌점, 신당점 등을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후 실적이 추락하면서 1999년 강남점을 롯데쇼핑에 매각했다. 이후 마트와 슈퍼도 롯데쇼핑과 이랜드 등에 넘겨주며 그랜드백화점 일산점 한 곳만 운영해 왔지만, 결국 지속적인 매출 감소에 따른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했다. 베뉴지에 따르면 작년 기준 백화점 매출은 약 18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가량 감소했다. 이는 최근 롯데쇼핑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폐점한 롯데백화점 마산점 작년 매출(740억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일산점 폐점은 현 경영진의 결정으로 확정됐다. 베뉴지는 내달 15일 주주총회에서 그랜드백화점 일산점 폐점을 승인하고, 해당 점포를 웨딩홀로 개편할 예정이다. 앞서 그랜드백화점은 올해 6월 말 온라인 쇼핑몰의 운영을 종료하고, 8월 해당 사업부를 해체하기도 했다.
상위 점포가 매출 주도, 하위 점포는 약세 두드러져
업계에선 상권 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대형 백화점 위주로 시장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올해 상반기 국내 5대 백화점(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AK) 70개 점포의 매출은 19조7,9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는데, 특히 주요 점포의 선전이 돋보였다.
올해 상반기 매출 순위 1위 점포인 신세계 강남점은 전년 동기 대비 13% 매출이 신장한 1조6,59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백화점 점포 최초로 연매출 '3조 클럽'에 입성했던 신세계 강남점은 올해 지난해보다 한 달여 앞당겨 기록을 깰 전망이다. 신세계 강남점의 뒤를 이어 전년 동기 대비 12% 매출이 증가해 1조4,795억원을 기록한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2위, 2.6% 증가해 매출 1조 96억원을 올린 롯데백화점 본점이 3위에 올랐다. 매출이 6% 올라 1조77억원 매출을 기록한 신세계 부산 센텀시티점까지 1조원 매출을 기록한 점포는 총 4개다.
상반기 매출 ‘1조 점포’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지만, 현대백화점도 매출 선방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대백화점의 더현대 서울은 상반기 매출 6,01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5.2%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 신장률 기준 1위다. 더현대 서울은 전체 점포 매출 순위에서도 지난해 12위에서 올해 상반기 9위까지 올랐다. 이외 현대백화점 판교점도 매출 8,525억원으로 전체 점포 매출 순위 5위에 위치했다.
다만 각사별로 나눠 살펴보면 양극화가 눈에 띈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이른바 ‘3대 백화점’은 모두 매출이 상승한 반면, 갤러리아와 AK는 전 지점에서 매출이 하락했다. 갤러리아는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한 3,968억원, AK몰은 4.4% 줄어든 5,76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갤러리아 명품관은 백화점 점포 순위에서 12위였지만 매출은 1.1% 줄었고, 갤러리아 광교점은 13.8% 감소했다.
3대 백화점 역시 주요 점포 외 매출도 제자리거나 감소해 비대칭을 보였다. 롯데백화점은 32개 점포 중 12개 점포, 신세계백화점은 13개 중 9개 점포, 현대백화점은 16개 중 5개 점포만 매출이 증가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은 명실상부 국내 톱3 백화점이지만, 이들이 운영 중인 모든 점포의 매출이 순항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지방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양극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이에 지방 백화점 중 일부는 수익성 악화로 폐점을 선택하고 있다. 32개 롯데백화점 중 매출 꼴찌를 기록한 롯데백화점 마산점은 지난 6월 결국 폐점 수순을 밟았다. 센텀시티점 매각도 추진 중이다. 뿐만 아니라 관악점과 상인점, 분당점, 일산점, 대구점 등 매출 하위원 10여 개 점포에 대한 구조조정 검토에도 착수했다. 실적이 낮은 점포를 매각하거나 폐점해 자산 재조정(리밸런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도 부산점 영업을 종료한 뒤 ‘커넥트 현대’로 리뉴얼하기로 결정했으며 내년 6월에는 디큐브시티점을 폐점할 예정이다.
규모가 작은 지방 백화점도 구조조정이 가속화하고 있다. 대전 세이백화점은 자산관리회사인 투게더투자운용에 매각된 후 지난 5월 영업을 종료했다. 같은 달 NC백화점 부산서면점 역시 건물주인 대우건설과의 재계약 불발로 폐점했다. 두 백화점 부지에는 주상복합건축물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구를 근거지로 하는 향토백화점인 대구백화점은 52년 만인 지난 2021년 본점을 폐점한 후 공개매각을 진행 중이다.
이커머스·백화점 엇갈린 표정
백화점의 실적 부진은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유통가는 팬데믹 기간 확산한 비대면 소비 문화가 완전히 정착하면서 온·오프라인 격차가 점차 벌어지는 형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통 시장에서 온라인 비중이 처음으로 오프라인을 추월했다. 올해도 오프라인 유통은 상반기 내내 온라인 유통 매출에 못 미치며 주도권을 내주고 있다.
온·오프라인 간 희비는 겨울 대목을 맞아 진행하고 있는 대규모 할인전에서도 엇갈렸다.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진행한 연말 정기세일에서 백화점들은 단가 높은 겨울옷 상품 판매를 통해 부진을 만회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오히려 지난해 동기간 대비 10%가량 매출이 감소했다.
이에 반해 이커머스들은 연말 할인 행사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패션 부문에 특화된 플랫폼들은 역대 거래액을 갱신하며 흥행가도를 달렸다. 무신사는 행사 오픈 6시간 만에 누적 판매액 300억원을 돌파했는데, 판매된 상품 수가 54만 개인 점을 고려하면 1초당 약 25개의 상품이 팔려나간 셈이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도 이번 할인 행사에서 일 거래액만 100억원이 넘는 흥행 기록을 썼다. 할인 행사가 진행된 지난달 18일부터 24일까지 앱 평균 DAU(일활성방문자수)는 직전 주 대비 31% 증가했고, 행사 첫날 신규 가입자 수도 전주 동요일 대비 124%, 전년도 프로모션 오픈 일과 비교하면 무려 101%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