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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기차 시장 점유율 60%에서 51%로 하락 실적 부진 해소하기 위해 연말 재고 밀어내기 미국·중국·유럽도 판매량 감소로 '점유율 하락'
테슬라가 연말 실적 마감을 앞두고 재고 해소를 위해 자사의 충전소를 평생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제공하기로 했다. 지난 10월부터 3년 연속 연말 재고 할인에 나서는 등 '재고 밀어내기'에 전사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것으로 모양새다. 최근 전기차 시장의 경쟁 심화로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4분기 물량을 최대한 소진해 올해 실적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연말 구매 고객에게 슈퍼차저 무료 이용권 제공
16일(현지 시각) 일렉트렉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연말까지 모델S를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슈퍼차저 평생 무료 이용권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테슬라가 슈퍼차저 평생 무료 이용권을 구매 고객들에게 제공한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모델S는 고급형인 모델X와 함께 테슬라 전기차 가운데 판매량이 저조한 모델로 두 차종의 판매 비중은 전체 판매량에서 10%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4분기가 시작하는 10월부터는 재고 물량에 대한 가격 할인에도 나섰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블로그에 따르면 현재 차종과 트림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테슬라의 모든 전기차 라인업에서 연말 수요를 겨냥한 가격 할인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다. 테슬라 홈페이지에 게재된 재고 현황을 보면 주력 판매 차종인 모델Y의 경우 현재 적게는 3,000달러(약 420만원)에서 많게는 4,000달러(약 560만원)까지 기존 할인 외에 추가 할인이 적용된다.
모델3의 경우 모든 트림에 할인이 적용되지는 않지만, 일부 트림의 경우 4,000달러에 육박하는 연말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모델S도 최소 5,000달러(약 700만원)에서 최대 8,000달러(약 1,100만원)까지 큰 폭의 할인 혜택을 주어진다. 모델X의 경우 최대 7,000달러(약 970만원)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주문을 받고 있다. 다만 가장 최근 출시돼 신규 수요가 많은 사이버트럭의 경우 아직은 할인 프로그램이 가동되지 않고 있다.
2022년부터 3년간 '재고 할인 프로그램' 운영
테슬라의 연말 할인 프로그램 시행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테슬라는 수년간 할인 금지 정책을 고수해 왔지만 지난 2022년부터 매년 연말 재고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2022년 당시 테슬라는 설립 이후 최초로 미국 시장에서 모델3와 모델Y를 최대 7,500달러(약 963만원) 할인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는 가격 인하와 함께 중국 현지 TV 쇼핑 채널에서 광고도 시작했다. 그간 광고비 지출에 반대해 온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지론과 달리 재고 물량이 쌓이자 기존 입장을 바꿔 태세를 전환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소비자 인도량 목표치인 180만 대를 채우기 위해 전 모델에 걸쳐 연말 재고 할인에 돌입했다. 특히 당시 재고가 가장 많았던 모델 Y는 별도의 재고 물량 판매 코너를 마련해 트림과 관계없이 할인 판매했는데 할인 폭은 2,400~3,000달러(약 310만~390만원) 수준이었다. 아울러 모델 X는 최대 6,300달러(약 822만원), 모델S는 최대 6,000달러(약 783만원) 내린 가격에 각각 판매했다. 다만 모델3의 경우 당시 판매가 순조로워 재고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일주일 만에 할인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올해 들어서는 아예 1분기부터 재고 처분 할인에 돌입했다. 지난 4월 테슬라는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Y RWD를 4,600달러(약 620만원) 할인하고 롱레인지 모델의 경우 최소 5,000달러 저렴하게 판매했다. 당시 테슬라가 X(옛 트위터)에 공유한 게시물에 따르면 7,500달러(약 1,015만원) 세액공제와 할인을 합치면 모델Y RWD는 3만3,890달러(약 4,600만원), 모델Y 롱레인지 3만7,490달러(약 5,074만원), 모델Y 퍼포먼스 4만690달러(약 5,507만원)에 판매됐다.
올해도 생산량이 인도량 넘어서며 '재고 누적'
특히 올해 테슬라는 연말뿐 아니라 매 분기 할인과 인센티브를 도입해 '재고 밀어내기'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인도량(38만6,810대)보다 4만6,561대를 더 생산했다. 2분기와 3분기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10개 분기 중 9분기가 생산량이 인도량을 넘어서며 재고가 쌓였다. 테슬라는 재고 물량과 관련해 "모델3 부분 변경 모델을 생산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공장을 이전하고 독일 공장을 폐쇄하면서 글로벌 판매량이 감소한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구매 수요를 과대평가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 전기차 매체 인사이드EV는 자동차 데이터 회사 자토 다이내믹스(JATO Dynamics)가 수집한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 테슬라의 미국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8%, 유럽은 13%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상반기 유럽의 전기차 시장에서 전체 등록 대수가 1.7% 증가했지만, 테슬라의 판매량은 16만1,300대로 지난해 상반기(18만5,200대)와 비교해 2만4,000대가량 감소했다. 유럽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기존 19.8%에서 17.2%로 하락했다.
미국 시장의 상황도 비슷하다. 테슬라의 판매량은 2023년 상반기 32만4,900대에서 올해 상반기 29만9,200대로 줄었다. 이에 따라 테슬라의 미국 시장 점유율도 59.8%에서 2024년 51.2%로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정책이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다른 자동차 브랜드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전기차를 출시하며 공급과 선택의 폭이 넓어진 지금과는 맞지 않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