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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MO 법인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 공식 출범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 줄줄이 CDMO 시장 뛰어들어 글로벌 시장 급성장 전망, 지속 가능성은 의문
셀트리온그룹이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 법인을 세우고 관련 사업을 본격화한다. 지금까지의 CMO(위탁생산) 경험을 살려 CDMO 사업을 궤도에 올리고, 차후 CDMO에서 한 단계 나아간 위탁연구개발생산(CRDMO)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셀트리온을 비롯한 다수의 국내 바이오 기업이 속속 CDMO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CDMO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셀트리온, CDMO 사업 '도전장'
17일 셀트리온그룹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출범했다고 밝혔다. 법인 대표는 이혁재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이 맡았으며 초기 자본금은 100억원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는 신약 후보 물질 선별부터 세포주·공정 개발, 임상시험 계획, 허가 서류 작성, 상업 생산까지 의약품 개발 전주기 종합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원가 경쟁력과 고객 친화 정책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겠다”고 말했다.
CDMO는 고객사의 주문을 받아 바이오 의약품을 대신 개발하고 생산하는 사업이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생산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고 연구·개발(R&D) 효율을 높이기 위해 CDMO 기업과 계약을 맺는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은 2002년 아시아 최초로 의약품 CMO 사업을 시작했던 기업”이라며 “2000년대 초만 해도 스위스 론자와 버금가는 CMO 회사였고 현재까지도 사업을 이어가고 있어, CDMO 사업을 궤도에 올리는 데 필요한 역량과 경험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그룹은 차후 CDMO를 한 단계 발전시킨 위탁연구개발생산(CRDMO)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방침이다. CRDMO는 CDMO에 연구 기능을 추가한 개념이다.
그룹은 내년 착공에 돌입하는 신규 생산 시설에 대·소형 배양기를 배치하고,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다중항체치료제, 세포·유전자 치료제, 펩타이드 신약 등 차세대 모달리티(치료 접근법)에 따라 유연한 생산 능력을 구현할 방침이다. 서 회장은 “초기 설비 구축과 CDO 서비스 개시를 위해 최대 1조5,000억원 규모의 셀트리온그룹 자체 투자금을 투입할 것”이라며 “차세대 모달리티 설비 증설을 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최대 1조5,000억원 수준의 투자금을 추가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바이오 업계 'CDMO 열풍'
시장은 셀트리온을 비롯한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이 줄줄이 CDMO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생산공장을 인수하며 CDMO 사업 출사표를 던졌고, 4조6,000억원을 투자해 송도 바이오 캠퍼스 신설에 착수하며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예고했다. 인천 송도 바이오 캠퍼스는 연면적 6만1,191평(20만2,285.2㎡) 규모의 부지에 건립되며, 차후 총 3개 생산 공장과 부속 건물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SK그룹 역시 SK팜테코와 SK바이오사이언스를 앞세워 CDMO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들 기업은 최근 글로벌 CDMO 기업을 각각 인수하며 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CDMO 전문 기업 SK팜테코는 지난해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업계 선두인 미국 CBM을 인수했고, SK바이오사이언스 또한 지난달 독일 CDMO 기업 IDT 바이오로지카를 인수하며 항암 바이러스, 세포유전자치료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그동안 신약 개발에 집중하던 전통 제약사들도 CDMO 분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미약품의 경우 이미 다수의 국내외 수주회에 참가해 CDMO 사업 진출을 알리고 파트너를 물색해 왔다. 한미약품은 2020년 사노피의 기술 반환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됐던 평택 2공장을 CDMO 사업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웅제약도 지난 9월 경기도 화성시 향남 소재 바이오 공장을 준공하며 CMO 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CDMO 사업의 명암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줄줄이 CDMO 사업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CDMO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 규모는 지난해 191억 달러(약 27조7,000억원)에서 연평균 12.2%씩 성장해 올해 214억 달러(약 31조원), 2026년 270억 달러(약 39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약 개발 사업 대비 리스크가 적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 시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10년 이상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허가 후 시장 경쟁을 이겨내야 수익을 낼 수 있다"며 "CDMO 사업은 신약 개발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CDMO 사업이 유의미한 성장 기회가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수주한 업체와 발주한 업체가 '잠재적 경쟁사'라는 이유에서다. 한 시장 관계자는 "고객사는 CDMO 업체에 불가피하게 개발과 생산에 대한 기업 비밀을 제공하게 되고, CDMO는 필수적으로 고객사의 약점을 접하게 된다"며 "특히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이 CDMO 사업을 병행한다면 기업 기밀을 두고 고객사와 이해관계가 충돌하게 된다"고 짚었다.
실제 글로벌에서 CDMO 기업으로 이름을 알리는 론자,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우시 바이오로직스, 캐털란드 등은 애초부터 CMO 사업을 영위하던 기업으로, 현시점 신약을 개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신약을 개발하는 글로벌 제약사 중 CDMO 사업을 운영하는 화이자, 베링거인겔하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화이자는 잉여 공장 설비를 활용하기 위해 CMO를 운영하고 있으며, 고객사 중 빅파마(제약∙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하면서 연간 매출액이 150억 달러 이상인 기업)는 한 곳도 없다. 베링거인겔하임도 항체의약품을 개발하지 않는 조건으로 항체의약품 CMO를 수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