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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끝나고 XR 수요 감소에 영업손실 누적 시가총액 8,000억원대에서 400억원대로 하락 주가 하락 속 유상증자는 주주가치 희석 논란
2021년 7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확장현실(XR) 테크기업 맥스트의 최대주주가 경영권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 당시 국내 공모주 사상 최고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상장에 성공한 맥스트는 3년이 지난 지금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게임 사업에 진출하는 등 지속적으로 외형 확장을 시도했지만 연달아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2021년 11월 8,000억원이 넘던 시가총액은 400억원대까지 급감했다.
맥스트, 경영권 지분 매각 착수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맥스트는 잠재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투자 안내문을 배포하며 경영권 지분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맥스트는 최근 국내 한 IT 중견기업과 매각 협상을 진행했지만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 박재완 대표이사가 보유 중인 맥스트 지분 400만주로 지분율 13.2%에 해당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22년 1월 지분율이 17.1%에서 26.24%로 증가했고 올해 10월 이 중 20만주를 매도해 지분율이 1%가량 감소했다.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박 대표의 지분률은 13%수준으로 줄어든다.
다만 박 대표 측은 맥스트가 올해 초 인수한 자회사 니즈게임즈는 이번 매각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 2월 맥스트는 핵앤슬래시 액션 RPG '언디셈버'의 개발사인 니즈게임즈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게임 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니즈게임즈의 모회사인 라인게임즈가 보유한 주식 7만2,927주를 60억원에 인수하며 지분율 70.77%를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박 대표가 니즈게임즈를 60억원에 직접 인수하고, 맥스트는 이 대금을 사채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로써 맥스트는 게임 사업을 모회사로부터 분리하는 자산구조 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XR 산업 침체기에 주가 내리막길
2010년 설립된 맥스트는 지난 2016년 현대차 제네시스에 증강현실(AR) 매뉴얼 솔루션을 공급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현대차와 만도가 시리즈A·B 라운드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고 L&S벤처캐피탈, 인터베스트,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와이지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벤처캐피털(VC)도 재무적 투자자(FI)로 합류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확장현실(XR)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맥스트 역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 시기 AR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인 'AR SDK' 등 핵심 제품이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외형 성장을 이뤘다.
이후 맥스트는 2021년 7월 역대 최고 공모주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코스닥 시장에 데뷔했다. 공모가는 1만5,000원으로 상장 첫날 이른바 '따상(상한가로 직행)'으로 시작해 종가 3만9,000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도 급증했다. 상장 첫날 시총은 3,300억원으로 한 달 후인 8월에는 주가 80,000원, 시총 7,000억원을 넘어섰다. 이후 11월 17일에는 주가가 9만2,900원까지 오르며 시총 8,000억원을 돌파했다. 공모가 기준으로 520% 가까이 급등한 수준이다. 실제로 상장 90일 뒤인 11월 25일 기준 평균 수익률은 296.7%에 달했다.
하지만 맥스트에 위기가 찾아왔다. 팬데믹 당시 전 세계적인 이동 제한 정책으로 XR 시장 확장세가 이어지다가 팬데믹 종식 이후 수요가 감소하면서 침체기에 접어든 것이다. XR 확산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지고 실적도 하락세를 겪으며 2022년부터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최근에는 2021년 대비 90% 이상 하락한 2,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실적도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2022년 매출 29억원, 영업손실 108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매출 18억원, 영업손실 165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도 140억원에 달한다.
실적 급락하며 자금 조달 어려워져
최근에는 전환사채 발행과 유상증자를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지난 2022년 11월 맥스트는 메타버스 서비스 개발 등 운영자금 마련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21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0%으로 하고 만기일은 오는 2027년 11월10일로 설정했다. 전환 가액은 1만1,044주로 전환에 따라 발행할 주식 수는 190만1,484주, 주식 총수 대비 8.86%다. 전환청구기간은 오는 2023년 11월 10일부터 2027년 10월 10일까지였다.
이와 관련해 올해 8월 맥스트는 2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맥스트 측은 유증으로 확보한 자금 중 160억원을 2022년 발행한 전환사채 상환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력인 메타버스 사업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지속적인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부채 상환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당시 주가가 급락했다. 대규모 주주가치 희석이 예상되는 데다 그 부담이 온전히 개인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구조여서 악화된 투심이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주가와 실적 모두 곤두박질치면서 재무 구조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당초 250억원 조달을 목표했던 유증이 주가 하락의 여파로 167억원까지 줄었고 해당 자금 대부분이 전환사채 상환에 사용하면서 운영자금에 투입할 돈이 모자란 상황이다. 독립리서치 밸류파인더는 “이번 유상증자 규모로는 전환사채 풋옵션만 상환할 수 있고, 직원 급여나 자금 수수료 등 다른 비용을 해결할 수 없다”며 “전환사채 발행이나 유증 등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주가에 부정적인 리스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