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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라마4’ 도입으로 기술 혁신 꿈꾸는 삼성전자, 검색 도구로 연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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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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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설계 및 제조에 라마4 활용
자체 개발→외부 솔루션 수혈 전환
경쟁력 강화 ‘만능 키’ 기대, 현실은?

삼성전자가 메타의 최신 언어모델 라마4(Llama4)를 반도체 개발 전 부문에 도입하고 나섰다. 그러나 라마4와 같은 언어모델은 본질적으로 고급 검색엔진에 불과해 반도체 개발과 같은 고난도 연구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팽배하다. 삼성전자가 작년 자체 개발한 가우스의 실패를 인정한 후 급하게 외부 솔루션 도입으로 방향을 틀며 근본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된 견해다.

공정 개발 가속·업무 효율 고도화 노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 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최근 메타의 AI 라마4(Llama4)를 직원 활용 어시스턴트 프로그램에 추가했다. 지난달 말 출시된 메타의 라마4는 텍스트와 이미지, 음성, 동영상 등을 동시에 이해하는 멀티모달 인공지능(AI)이다. 삼성전자는 기본 모델인 매버릭과 경량 모델 스카우트를 동시에 도입했으며, 직원들은 단순 서류 업무는 물론 반도체 설계 및 제조에 이르는 모든 업무 과정에 라마4를 사용할 수 있다.

그간 삼성전자는 보안성을 이유로 자체 개발한 초거대언어모델(LLM)만을 활용해 왔다. 이를 두고 내부에서는 부족한 학습 데이터와 개발 인력으로 성능 발전이 더디다는 부정적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에 공정 개발 가속과 업무 효율 고도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경영진은 오픈소스 AI 모델을 신규 도입하는 데 뜻을 모았고, 그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온 메타의 모델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칩셋 개발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차세대 2nm(나노미터, 1nm=10억 분의 1m)공정 연구까지 전 부문에 LLM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해부터 모바일 프로세서용 3nm 공정의 수율을 안정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곧 올 초 갤럭시 S25 시리즈에 엑시노스2500 탑재가 무산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 양산을 앞둔 2nm 공정 수율은 30%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차세대 AP 엑시노스 2600(가칭)의 상용화 여부와도 직결되는 만큼 삼성전자는 2nm 수율 제고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가우스 실패 이후 급한 선택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가우스(Gauss)를 전사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 리서치센터가 2023년 11월 최초 공개한 생성형 AI 가우스는 자연어처리(NLP)와 코드생성 가능한 언어모델과 이미지 생성 모델을 모두 수행하는 멀티모달이다. 삼성전자는 가우스 기반으로 AI 코딩 어시스턴트 ‘코드아이(code.i)’를 개발하는 등 내부 생산성 향상에 LLM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어 작년 12월에는 새로운 알고리즘으로 한 단계 발전한 가우스2가 나왔다. 가우스2는 딥시크 V3 모델이 사용한 전문가혼합(MoE) 알고리즘을 적용한 게 특징으로, 추론 연산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데 중점을 뒀다. 가우스2는 용도에 따라 △콤팩트 △밸런스드 △슈프림 3종류 모델로 구성됐다. 온디바이스 AI 전용 소형화 모델부터 클라우드 용도까지 세분화해 사용자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게 리서치센터의 구상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가우스는 현장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는 성능 부족과 편의성 미흡 등이 문제로 지적됐고, 일부 직원은 구글이나 오픈AI의 솔루션을 몰래 사용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올해 초 가우스 사용을 사실상 포기하고 외부 솔루션을 적극 도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내부 개발만으로는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가우스 도입 실패는 삼성전자의 AI 전략이 근본적으로 다시 짜여야 함을 시사한다. ‘직접 개발한 AI로 일한다’는 상징성에서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실제 가우스는 외부 상용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 품질 격차가 너무 컸고, 이를 무시한 채 업무 적용을 강제하려다 도리어 효율성을 저해하는 역효과만 낳았다. 결과적으로 가우스는 사내에서도 외면받으며 사실상 방치 상태에 빠졌고, 이는 삼성전자가 외부 솔루션 수혈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

연구 역량 제자리, 도구 바꾼다고 혁신?

메모리 시장이 HBM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의 움직임을 분주하게 만든 요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의하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42.4%로 SK하이닉스(52.5%)에 뒤진 2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3위를 차지한 마이크론(5.1%)은 최근 엔비디아 차세대 AI 칩 ‘GB300’용 HBM3E 12단 제품의 품질 검증에 성공하면서 삼성전자의 뒤를 매섭게 추격하고 있다. 또 한 번 점유율을 잃을 위기에 놓인 삼성전자로서는 인적·기술적 쇄신을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서 전해진 라마4 도입 소식을 두고 업계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위기다. LLM은 본질적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요약하고 질문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찾아주는 고급 검색엔진에 가깝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업무 생산성 향상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반도체처럼 극한의 물리적·화학적 난제를 풀어야 하는 분야에서 핵심 연구를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적 맥락을 이해하고 창의적 해석을 요구하는 연구와 문서 검색은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시각이다.

나아가 이런 방향 전환이 일종의 ‘근본 회피’에 가깝다는 비판의 목소리 또한 제기된다. 연구개발 조직의 역량 강화를 위한 고민이나 실질적 투자 없이 외부 솔루션 도입으로 당장의 문제를 덮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겉만 번지르르한 해결책으로 언론이나 주주의 기대감을 달랠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더 큰 실망을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으며 “진정한 반도체 강자로 복귀하고 싶다면, AI 도입에 환상을 거는 대신 연구 현장의 기본기를 다시 세우는 데 에너지를 쏟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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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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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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