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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웨어러블 기기 개발 본격화 시사 AI 서버·신형 맥북까지 라인업 강화 쿡 CEO, 애플의 전략적 전환점으로 인식

애플이 스마트 안경과 AI 서버, 차세대 맥북 등 미래형 디바이스를 겨냥한 자체 칩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스마트 안경용 칩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웨어러블 AI 하드웨어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팀 쿡 CEO가 아이폰 이후 핵심 디바이스로 점찍은 스마트 안경은, 메타 등 경쟁사 제품과의 정면 승부를 예고하며 애플의 전략적 전환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다.
2027년 양산 목표로 자체 칩 개발
8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이 최초의 스마트 안경과 인공지능(AI) 서버, 신형 맥북 등 미래형 기기에 핵심 두뇌 역할을 할 차세대 칩을 개발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의 실리콘 설계팀이 스마트 안경용 칩 개발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며 "메타 플랫폼의 인기 제품인 레이밴 스마트 안경과 경쟁할 애플의 자체 웨어러블 기기 개발이 본 궤도에 올랐다"고 전했다. 실리콘 설계팀은 2020년 이후 애플의 제품 개발 체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애플의 이번 칩 개발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애플은 올해 2월 아이폰을 무선 데이터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첫 자체 설계 모뎀 칩을 공개한 바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스마트 안경용 프로세서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북보다 전력 소비가 적은 애플워치의 저전력 칩을 기반으로 설계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해당 칩이 저전력 설계와 동시에 안경에 탑재될 다수의 카메라를 제어할 수 있도록 맞춤화돼 있으며, 내년 말 또는 2027년 중 양산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웨어러블 하드웨어 확장의 전초전"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애플은 이번 프로젝트를 단발성 제품이 아니라, 웨어러블 AI 하드웨어 확장의 전초전으로 해석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현재 메타를 비롯한 일부 기업이 증강현실(AR) 기능이 없는 스마트 안경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상황에서 애플이 사진 촬영, 오디오 재생, 통화, 음성 비서 호출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스마트 안경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애플은 이 칩 외에도 카메라가 내장된 애플워치용 네비스(Nevis), 카메라 탑재 에어팟용 글레니(Glennie) 칩도 함께 개발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모두 스마트 안경이 양산되는 2027년 전후로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애플은 아이폰 16e에 자체 설계한 C1 모뎀을 탑재한 데 이어, 내년에는 고급형 C2, 그 다음 해에는 초고급형 C3 모뎀까지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애플은 차세대 맥을 위한 신형 칩 개발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아이패드용 차세대 M6(코모도)와 M7(보르네오) 칩이 포함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AI 서버용 칩 발트라(Baltra) 역시 2027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애플은 현재 해당 프로젝트를 코드명 N401로 진행 중이며, 이는 기존 내부 명칭이었던 N50에서 변경된 것이다.
애플의 공격적인 투자에는 팀 국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쿡 CEO가 애플 글라스를 아이폰 이후의 핵심 디바이스로 보고 있으며,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이 스마트 안경에에 통합되는 것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며 "스마트 안경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도가 집착에 가까울 정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애플은 애플 비전 프로(Apple Vision Pro)로 대표되는 고가 혼합현실(MR) 기기를 넘어, 더 저렴하고 일상적인 얼굴 착용형 기기로 진입하려는 전략적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아마존도 스마트 안경 스타트업에 투자
현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메타도 기능 고도화에 나섰다. 8일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메타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두 종류의 차세대 스마트 안경을 개발 중에 있으며 여기에 AI 안경이 이용자 주변에 있는 사람 얼굴을 스캔해 이름 등 신원을 식별하는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얼굴 인식 기능의 경우 '슈퍼 센싱(Super Sensing)'이라고 불리는 메타가 개발 중인 라이브 AI(Live AI) 기능 중 하나로, 현재 메타 스마트 안경에서 약 30분만 실행할 수 있는 라이브 AI 기능이 여러 시간 동안 지속해 작동하는 기능이다.
최근에는 메타와 애플이 양분한 스마트 안경 시장에 아마존이 참전했다. 세계 최초로 오토포커스 안경을 개발하고 있는 핀란드 스타트업 이그지는 최근 3220만유로(약 51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라운드에는 유럽 최대 규모의 벤처캐피털(VC) 유라제오와 핀란드 국영 벤처 투자사 테시, 아마존 산하의 벤처투자펀드인 아마존 알렉사 펀드 등이 참여했다. 지난 2021년 설립된 이그지는 자동 초점 조절이 가능한 스마트 안경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이다. 노안을 비롯해 초점 조절 능력이 저하된 사용자에게 기존 다초점 안경의 한계를 넘어서는 혁신적인 시력 교정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지 자본시장에서는 이번 라운드에 아마존이 참여한 것을 두고 ‘단순 재무적 투자를 넘어선 전략적 투자’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음성 비서 알렉사와 스마트 스피커 에코를 앞세워 스마트 홈 시장을 선도해온 아마존이 IXI의 차세대 안경 기술을 자사 플랫폼과 연동 가능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보고 선제적으로 투자한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실제 이그지의 기술이 알렉사에 연동될 경우 사용자는 단순 음성 명령만으로 안경 초점을 조절하거나 렌즈를 통해 일정을 비롯한 개인정보를 조회하는 등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아마존 입장에서는 노안이나 시력에 불편함이 있는 사람들에게 훨씬 더 편리하고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