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업계 2위 롯데시네마·3위 메가박스, 합병 위해 MOU 체결 업황 부진 이겨내기 위한 '강수' "합병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비관적 전망도 제기돼

국내 영화관 2위 업체 롯데시네마와 3위 메가박스가 합병을 추진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급성장으로 인해 멀티플렉스 업계가 설 자리를 잃은 가운데, 합병을 통해 극장·영화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국내 영화 산업 자체가 붕괴하고 있는 만큼, 양 사 합병이 유의미한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롯데시네마·메가박스 힘 합친다
8일 중앙홀딩스는 중앙그룹과 롯데그룹이 영화 관련 계열사인 메가박스중앙과 롯데컬처웍스의 합병을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합작 법인은 양 사가 공동 경영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는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구체적 합병안은 추후 논의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중앙그룹의 콘텐트리중앙이 메가박스중앙의 지분 95.98%를, 롯데그룹의 롯데쇼핑이 롯데컬처웍스의 지분 86.37%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컬처웍스의 주요 사업은 롯데시네마(영화관)·롯데엔터테인먼트(투자배급사)·샤롯데씨어터(극장)로, 메가박스중앙의 주요 사업은 메가박스(영화관)·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투자배급사)·플레이타임중앙(실내 키즈 테마파크)으로 구성돼 있다. 주력 사업은 영화관과 투자배급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극장 업계 1위 CGV와 양 사 합작 법인의 '대결 구도'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 따르면 지난해 CGV의 전국 스크린 수는 1,346개로 멀티플렉스 중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집계된 롯데시네마의 스크린 수는 915개, 메가박스는 767개다. 양 사 스크린 수의 합계치는 총 1,682개다. 양 사 합작 법인이 사업 규모 측면에서 CGV를 능가하게 되는 셈이다.

멀티플렉스 산업의 침체
경쟁 관계였던 두 회사가 과감한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멀티플렉스 업계가 부진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박스오피스 매출과 광고 수익이 포함된 국내 극장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5.5% 줄었다. 지난 1분기 극장 전체 매출도 1년 전보다 33.6% 감소했다. 1분기 전체 극장 관객은 2,082만 명으로 같은 기간 32.6%(1,009만 명) 줄었다.
극장가에 찬바람이 부는 반면, 국내 OTT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연도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2017년 36.2%에 불과했던 한국의 OTT 이용률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66.3%로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엔 국민 10명 중 8명이 OTT로 콘텐츠를 본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 게 당연하지 않은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시장 흐름이 변화하자 극장용 영화 작업을 고집하던 창작자들은 줄줄이 OTT 시장으로 향했다. 박찬욱, 연상호, 이준익, 박훈정, 황동혁 등 흥행작을 만들어 온 감독들이 OTT 영화나 시리즈물 제작에 힘을 쏟기 시작한 것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시나리오 자체가 줄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유명 감독들의 OTT 작품 참여가 늘면서 극장용 영화 기획이 감소했다”며 “극장에 걸 영화가 급감하면서 고객 이탈이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황 부진 이겨낼 수 있을까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합병은 이 같은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양 사가 마련한 '강수'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합병을 통해 운영 노하우, 마케팅 역량 등을 통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중복 투자나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적극적인 신규 투자 유치를 통해 재무 건전성도 높인다. 투자 유치를 통해 확보한 재원은 OTT와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특별관 확대에 투입할 예정이다.
양 사는 기존 투자배급 사업 역량을 발판 삼아 콘텐츠 투자 영역에서도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지금까지 각 사에서 확보한 IP(지식재산권)와 축적된 제작 노하우를 활용해 양질의 신규 콘텐츠 투자를 강화하고, 개선된 수익을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각도로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것이 목표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계획이 '이상론'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시장 관계자는 "현재 영화업계에서는 관객 수 감소로 흥행작이 줄어 영화의 투자 수익성이 점점 낮아지고, 이로 인해 새로운 작품의 투자와 제작이 위축돼 영화 콘텐츠의 공급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영화 산업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인데,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합병만으로 뚜렷한 활로가 보일 것 같진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