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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 인수 최대 변수는 ‘몸값’
얽히고설킨 내부 이해충돌 논란
센트로이드 독자 매각 사실상 불가

국내 패션 기업 F&F가 글로벌 골프용품 업체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위해 골드만삭스를 매수 주관사로 선정하며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했다. 최대 5조원대로 추산되는 테일러메이드 몸값을 지불하기 위한 F&F의 자금조달 능력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가운데, 김창수 F&F 회장의 이해상충 논란까지 불거지며 매각 주체인 사모펀드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가 법적 대응을 시사하고 나섰다. 다만 양측 모두 매각 자체에는 공감대를 드러내고 있어 본격적인 실무 협의가 멀지 않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자금조달 과제에도 강한 인수 의지 표현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F&F는 최근 글로벌 IB 골드만삭스와 테일러메이드 우선매수권 행사를 위한 주관 계약을 맺었다. 앞서 F&F는 지난 2021년 센트로이드PE가 테일러메이드를 사들이기 위해 펀드를 조성할 때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해 5,500억원 이상을 투입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테일러메이드를 사겠다는 제삼자가 나타났을 때 F&F가 일정 기간 안에 같은 조건을 내놓으면 경영권을 먼저 인수할 수 있도록 한 우선매수권을 확보했다.
시장에서는 F&F가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한 만큼 테일러메이드 매수 의지를 확고히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F&F 관계자 역시 “당초 투자 목적인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적기에 실효적으로 이를 행사하고 인수를 완료하는 데 필요한 준비작업 또한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F&F는 이번 인수를 통해 글로벌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골프웨어 시장 내 테일러메이드의 브랜드 가치와 자사의 글로벌 유통망을 고려하면, 장기적 시너지 효과가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F&F는 스트릿 패션 브랜드 MLB와 MLB키즈,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 화장품 브랜드 바닐라코 등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테일러메이드 인수가 성사될 경우, F&F는 패션에서 스포츠용품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할 기회를 얻게 된다.
관건은 인수 금액이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테일러메이드의 기업가치는 4조~5조원 수준이다. 만약 테일러메이드가 5조원에 매각된다면, F&F는 일단 기존 출자자로서 투자금을 회수해 경영권 인수 자금에 보탤 수 있다. 5조원 가운데 1조4,000억원의 인수금융을 상환하면 3조6,000억원이 남는데, 그 중 F&F의 몫은 약 1조3,000억원이다.
인수금융 한도는 최대 2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통상 IB업계에서는 인수 대상 기업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6배 수준을 인수금융 한도로 본다. 테일러메이드의 지난해 EBITDA는 3,100억원으로, 이를 바탕으로 F&F가 활용할 수 있는 인수금융 한도는 1조8,600억원이다. 따라서 F&F가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하기 위해선 엑시트를 통해 정산받을 1조3,000억원과 인수금융 1조8,600억원, 최대 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진 현금성 자산 외에도 1조원대 중반에 달하는 자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F&F 회장이 테일러메이드 매각 진행 차단” 지적
또 하나의 변수는 김창수 F&F 회장을 둘러싼 법적 리스크다. 김 회장은 센트로이드PE의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SI로 참여하고 약 1년이 지난 시점에 테일러메이드 이사로 등재됐다. 테일러메이드의 이사들은 의무적으로 이사회 참여에 앞서 회사와 관련해 사익추구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요지의 ‘이해상충방지 서약서’를 썼고, 김창수 회장도 해당 서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F&F가 테일러메이드의 매각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김 회장이 이해상충방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미 센트로이드PE 내부에서는 김 회장의 법적 의무 위반을 근거로 한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F&F가 주장하는 법률상 우선매수권은 제삼자와의 계약 체결 이후 동일 조건으로 거래에 응할 기회를 보장받는 권리로, 사전 협상 단계에서 매각을 차단하거나 제동을 걸 수 있는 권리는 아니란 지적이다. 매각 진행을 차단하고, 우선적으로 매수 협상을 진행할 권리가 있으려면 우선협상권(ROFN)이 있어야 한다는 게 센트로이드PE의 주장이다.
반면 F&F 측은 이 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회장이 테일러메이드 이사회에 참여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F&F가 투자 계약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이사직 수행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설명이다. F&F 관계자는 “적법하게 확보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면서 “센트로이드PE 측이 계약상 권리를 위반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인수 공식화에 협상 단계 초읽기
다만 이 같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매각 논의는 실질적인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해진 기한 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센트로이드PE 측이 매각 자체를 무기한 미룰 수는 없을 것이란 게 시장 참여자들의 분석이다. 센트로이드PE가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위해 조성한 펀드 ‘센트로이드 제7호 바이아웃 사모투자합자회사’에는 F&F 외에도 새마을금고중앙회, 농협중앙회 등이 출자금을 댔다.
센트로이드PE는 “업무집행사원(GP)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경영 전반에 대한 사항과 매각 등의 결정권은 모두 자사에 있다” 면서도 “투자회수에 있어 모든 투자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방안을 최우선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F&F를 매수 대상자에서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도 센트로이드PE가 직접 매각을 진행할 권리는 있지만, F&F의 계약상 권리를 무시한 일방적 처리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F&F 역시 모든 역량을 동원해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다. F&F는 전날 공식 성명을 통해 “테일러메이드의 최대 출자자로서 처음부터 인수를 전제로 한 전략적 투자를 했으며, 이러한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처럼 양사가 겉으로는 갈등 국면을 이어가는 가운데서도 매각 자체에 대한 공감대를 나타낸 만큼, 시장의 관전 포인트는 향후 양측이 어느 지점에서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아낼지로 모아지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