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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만 웃는다" 인구 감소·명문대 쏠림에 무너지는 美 대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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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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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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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美 대학은 '생존 전쟁'
학력인구 감소·재정 압박 겹쳐
교직원 해고·학교 폐쇄 불가피
미국 일리노이주 머콤에 위치한 웨스턴일리노이대학교의 커뮤니티센터/사진=웨스턴일리노이대학교 홈페이지

최근 미국 내에서 '신(新)러스트벨트'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주인공은 지역 경제를 떠받쳐 왔던 대학들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명문대 쏠림으로 폐교가 잇따르고, 그 여파로 주변 상권까지 무너지면서 또 다른 러스트벨트를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출산과 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가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학교 폐쇄와 교직원 해고 등 교육계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41년까지 고교 졸업생 50만 명 감소, 저출생·고물가에 도시 인구 뚝

25일 미국 교육계와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서부 주간 고등교육 위원회(Western Interstate Commission for Higher Education, WICHE)가 올해 초 발표한 '2024년 고등학교 졸업생 전망'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의 고등학교 졸업자 수는 올해 39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41년까지 340만 명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추세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도시 공립학교의 등록 학생 수는 5% 이상(약 8만4,000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68개의 도시 학교가 폐쇄 0.3%의 감소율을 보였다.

학생 수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는 저출생과 함께 경제적 요인이 지목되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로 인해 주민들이 더 저렴한 생활을 찾아 도시를 떠나면서 도시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부모들은 보다 경제적인 학교 옵션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WICHE의 정책 분석 및 연구 부문 부사장인 패트릭 레인은 "고등교육 분야의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될 것"이라며 "초등학교는 이미 그러한 상황을 겪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캠퍼스 문 닫히자 상권도 사라져

전문가들은 특히 출생률 감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북동부(Northeast)와 중서부(Midwest) 지역에서 더 심각한 감소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일리노이주 시골 도시인 머콤의 웨스턴일리노이대학교 캠퍼스는 이 같은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과거 약 800명의 학생들이 살던 기숙사는 지금 경찰 훈련장으로 변모했다. 근처 다른 기숙사들도 허물어져 잡초밭으로 변했고, 올여름에는 두 개 동이 추가로 문을 닫을 예정이다.

1960~70년대 미국 베이비붐 세대가 대학에 몰리던 시절, 웨스턴일리노이대는 전성기를 누렸다. 1973년 재학생만 1만5,469명에 달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재학생 수는 반토막 났다. 2010년 1만377명이던 학생 수는 지난해 5,511명으로 줄었고, 교직원 수는 같은 기간 38% 쪼그라들었다.

대학이 흔들리자 이를 기반으로 성장했던 도시도 함께 쇠락했다. 머콤 인구는 같은 기간 23% 줄어 1만4,765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머콤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교육전문매체 헤칭거리포트(Hechinger Report)'에 따르면 2011~2023년 사이 대학 의존도가 높은 도시의 4분의 3은 미국 평균보다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들 지역은 미국 평균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지만, 상황이 반전됐다.

재정난에 폐교 결정하는 대학 증가

이 같은 변화의 또 다른 원인은 대학 간 격차 심화다. 최근 미국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비싼 등록금에 더해 학업으로 잃게 되는 근로 기간의 기회비용까지 따져봤을 때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그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반면 높은 연봉을 기대할 수 있는 명문대 쏠림 현상은 한층 더 심화되는 추세다. 리처드 베더 오하이오대 경제학 교수는 "대학에 진학하기로 선택한 학생들 가운데 더 많은 이들이 명문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그런 졸업장이 더 나은 일자리를 보장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워싱턴포스트(WSJ)가 50개 주의 748개 4년제 공립대를 분석한 결과, 2015년 대비 지난해 명문 주립대의 등록자 수는 평균 9% 늘어난 반면, 그 외 주립대는 오히려 2% 감소했다. 예컨대 테네시주의 경우 테네시대 등록자 수는 같은 기간 30% 증가했지만, 나머지 주립대 10곳의 총 등록자 수는 3% 줄었다. 위스콘신주 역시 위스콘신대가 16% 증가한 데 반해, 다른 캠퍼스들의 등록자 수는 9% 감소했다.

재정난을 이기지 못해 폐교를 결정하는 대학도 증가하고 있다. 웨버국제대학교의 분교인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는 지난 5월 폐교한다고 발표했다. 웨버국제대학교의 총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넬슨 마르케스는 "모든 가능한 방안을 모색했지만, 세인트앤드루스가 직면한 재정 및 등록 문제는 내부적인 해결책만으로는 더 이상 극복할 수 없었다"며 "고통스러운 결정이었지만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전미교육통계센터(National Center for Education)에 따르면 2023년 가을 기준 세인트앤드루스에는 학부생이 806명, 대학원생이 26명으로 총 832명이 재학 중이었다.

세인트앤드루스가 폐교 결정을 발표한 지 불과 며칠 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개프니에 위치한 라임스톤대학교(Limestone Universitiy)도 폐교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학교는 18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라임스톤대학교 이사회 의장인 랜달 리처드슨은 학교 웹사이트에 게시한 성명에서 "운영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대학이 운영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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