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독주 체제 굳어진 이커머스 시장, 중소형 업체 줄도산·네이버 등은 '협력'에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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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문 닫는 중하위 이커머스 업체들 '압도적 1위' 쿠팡과 경쟁사 네이버만 유의미한 성장세 유지 네이버·롯데·컬리, 신세계·알리 등 협력 구도 가시화

중하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의 위기가 가속화하는 추세다. 쿠팡과 네이버 등 대형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시장 전반이 재편되는 가운데, 설 자리를 잃은 중소형 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거나 기업회생 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이다. 생존 위협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기업들은 업계 1위 쿠팡을 뒤쫓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줄줄이 '합종연횡' 전략을 택하고 있다.
브랜디, 기업회생 절차 개시 신청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패션 플랫폼 브랜디와 하이버를 운영하는 뉴넥스는 지난 16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뉴넥스는 임직원 명의 판매자 공지를 통해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며 “회사를 정리하거나 멈추려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관리·감독 아래 재무 구조를 바로잡고 경영을 정상화하려는 조치”라고 밝혔다.
2014년 설립된 뉴넥스는 여성 의류 쇼핑몰 브랜디로 시작해 동대문 패션 도매상의 온라인 판로를 개척하는 풀필먼트(물류 종합 대행) 사업을 영위해 왔다. 한때는 8,0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으며 1,500억원에 달하는 누적 투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뉴넥스는 이를 발판 삼아 집꾸미기, 서울스토어 등 플랫폼 지분을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그러나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격화하고, 시장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며 상황이 뒤집혔다. 자금줄이 끊기며 재무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뉴넥스의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306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매출은 195억원으로 전년보다 66% 줄었고, 영업손실은 5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뉴넥스의 감사를 진행한 삼덕회계법인은 “유동성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며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의문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사실상 쿠팡·네이버만 살아남았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최근 수년간 뉴넥스 외에도 수많은 이커머스 플랫폼이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는 점이다. 올해만 서울스토어(패션), 펀샵(장난감), 발란(명품), 집꾸미기(리빙), 정육각(축산) 등이 문을 닫거나 기업회생 절차를 밟았다. 작년까지 범주를 넓히면 종합몰인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쇼핑을 비롯해 캐치패션(명품), 한스타일(명품) 등 사업을 접거나 기업회생에 돌입한 이커머스 플랫폼은 20개까지 늘어난다.
이처럼 중하위 이커머스 업체들이 줄줄이 생사의 기로에 내몰린 것은 시장 경쟁 구도가 쿠팡, 네이버와 같은 상위 종합몰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수많은 이커머스 기업들이 문을 닫는 동안 쿠팡과 네이버의 실적은 꾸준히 개선되는 추세다. 쿠팡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3조4,6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네이버 커머스 부문의 매출도 1조6,490억원을 기록하며 16% 성장했다.
쿠팡이 시장 전반을 장악하고, 네이버가 쿠팡을 쫓는 '양강 구도'가 고착화하며 이커머스 시장 전반의 성장세는 둔화하는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1조8,9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증가율이 7.8%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부진한 수치다. 이마저도 대부분의 증가분은 상반기 눈에 띄는 매출 성장세를 기록한 쿠팡과 네이버가 사실상 독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속속 등장하는 '반쿠팡 연합군'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여타 이커머스 쇼핑몰들이 쿠팡의 아성에 맞서기 위해 '연합 전선'을 구축하는 사례도 급증하는 추세다. 쿠팡의 대표 경쟁사인 네이버는 지난 2020년 CJ대한통운과 6,000억원 규모 지분 교환을 통해 물류 협력을 시작했다. 지난 4일에는 컬리와 손잡고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컬리N마트’를 출범하기도 했다. 컬리N마트 카테고리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상단에 고정 배치하고, 밤 11시까지 들어온 주문 건을 컬리의 자체 물류 시스템 '샛별배송'으로 배송하는 식이다.
네이버는 지난 5일 롯데 유통군과도 전략적 업무 제휴를 체결했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하이마트 등 롯데 오프라인 매장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시 포인트 추가 적립 혜택을 제공하고, 세븐일레븐 상품을 네이버 퀵커머스 서비스 ‘지금배달’과 연결해 소비자가 더욱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네이버 플랫폼에서 성장한 우수 셀러들의 오프라인 판로 확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롯데 유통군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하는 방안 등도 고려되는 중이다. 네이버의 온라인 영향력과 롯데의 오프라인 강점을 결합하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C커머스와 손을 잡기도 했다. 신세계그룹의 G마켓과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가 합작 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설립하는 식이다. 알리는 이를 통해 국내 우수 판매자를 확보해 국내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고, G마켓은 알리가 보유한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수출 활성화 및 상품군 확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공정위의 명령에 따라 알리와 G마켓의 국내 소비자 데이터는 분리 운영되며, 해외직구 거래에서 데이터 공유는 금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