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 전환 좌절 속 자금 압박 커진 오픈AI, 상장 ‘안 하거나 못 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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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무산 흐름 속 투자 유입 규모 축소
영리 전환 위해 본사 이전 카드까지 거론
MS와 파트너십 재구축, 새로운 국면

비영리 구조에 묶인 오픈AI의 상장 추진 계획이 막히면서 투자금 유입 또한 축소·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오픈AI는 구주 매각 등으로 단기 자금 조달에 나섰지만, 대규모 투자 유치는 조건부 축소 조항이 발동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불확실성을 키우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오픈AI가 영리화 전환을 재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했고, 오픈AI 역시 본사 이전 카드까지 거론하며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수개월간 이어져 온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갈등도 일단락되면서 오픈AI의 상장 재추진 역시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사실상 ‘상장 무산’ 수순, 내부·투자자 혼란 가중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구주 매각(세컨더리 거래)을 추진 중이다. 이는 올 상반기 수익기업으로의 전환 계획을 철회한 데 이은 후속 조치로, 지난 5월 오픈AI 이사회는 “앞으로도 비영리 단체가 오픈AI의 경영권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구주 매각은 기존 주주나 직원이 보유한 지분을 외부 투자자에게 되팔아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이번 거래에서 책정된 오픈AI 기업 가치는 약 5,000억 달러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오픈AI가 겉으로 “주식시장 자금이 필요 없다”는 듯한 메시지를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 실패하며 불가피하게 임시방편을 택했단 해석이 지배적이다. 오픈AI는 2019년 영리 자회사를 설립하며 적극적인 투자 유치 활동을 펼쳐 왔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프트뱅크 컨소시엄 등 소위 ‘큰손’들을 투자자로 확보하며 빠른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영리화 전환에 반대하는 외부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업공개(IPO) 계획 또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특히 소프트뱅크 투자 계약에는 연내 영리법인 전환 실패 시 투자금이 애초 약정 금액(400억 달러)의 절반인 200억 달러로 축소된다는 조건이 포함되기도 했다. 이는 회사의 영리화 실패가 곧 자금난으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오픈AI가 챗GPT와 같은 초거대 모델을 고도화하고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상장이 가로막힌 상황에서 외부 대규모 투자가 줄어든다면 연구와 서비스 확대 속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다. 세컨더리 거래는 직원과 초기 투자자에게 유동성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신규 자금 유치나 대규모 연구개발(R&D) 비용 충당에는 뚜렷한 한계를 지닌다. 내부 보유 지분을 외부 자금이 사들이며 유동성을 나누는 구조인 탓에 회사 금고로 직접 현금이 흘러들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작금의 흐름은 오픈AI가 영구 사기업(Forever Private) 모델을 택했다는 외형적 명분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결국 오픈AI 상장 무산 흐름 속 세컨더리 거래 추진은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제도적 제약과 투자 조건에 떠밀린 불가피한 후퇴라는 진단이 설득력을 얻는다. 회사는 비상장 유지가 장기적 전략 투자와 경영 유연성을 보장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투자금 축소로 인한 자금난과 내부 반발 등 각종 현실적 제약이 그 명문마저 흔들면서다. 이러한 이유로 시장에선 오픈AI가 향후 영리 전환과 상장을 재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영리화 전환 요구 확산에도 단기 변화 제한적
오픈AI가 불과 일주일 전까지 영리법인 전환에 열을 올렸다는 사실 또한 상장 재추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영리화 추진에 제동이 걸린 오픈AI가 본사 이전을 검토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오픈AI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가까운 인사를 고문으로 영입하고, 지역 시민단체에 5,000만 달러 기부를 약속하는 등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려는 시도도 병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는 곧 오픈AI 제도적 장애물을 넘어가기 위해 다각도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에 앞서 오픈AI는 “상장을 하더라도 비영리 모체가 여전히 신설 영리회사를 통제하도록 하겠다”며 투자자 유치와 규제 당국 설득을 동시에 겨냥한 절충안을 내놨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는 “오픈AI가 비영리 지위를 사익 추구에 이용한다”며 강하게 비판했고, 델라웨어주 법무부 역시 관련 조사에 나섰다. 이후 위법성이 확인될 경우 소송이나 합의금 청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뒤따르면서 오픈 AI의 상장 계획은 단기간 내 현실화되기 어려운 국면에 놓였다.
그럼에도 상장 추진의 불씨는 꺼지지 않은 모양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IPO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있다”면서도 “언젠가 상장한다면 여전히 회사 앞에는 엄청난 성장 여지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상장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지 않음으로써 투자자들의 기대를 관리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그는 “지금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상장이 어렵다”고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 이러한 이중적 태도는 오픈AI가 단기적으로는 비영리 구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장을 위한 정치·제도적 장치를 계속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는다.

MS와 손잡고 다시 발판 모색
이런 가운데 오픈AI는 지난 12일 MS와 파트너십 재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번 합의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양측이 수개월간의 협상을 거쳐 불확실성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간 오픈AI는 비영리 모체의 통제를 유지한 채 영리법인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MS와 이해관계가 충돌했고, 계약 파기설까지 흘러나왔다. 수개월의 논의 끝에 결국 양측은 기존 계약을 재구성하는 데 합의했고, “안전한 AI 개발과 모두를 위한 도구 제공”이라는 공동 성명을 내며 갈등을 봉합했다.
협상의 핵심 쟁점은 ‘범용 인공지능(AGI) 달성 시 MS의 기술 접근권 제한’ 조항이었다. 문제는 AGI 달성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곧 오픈AI가 스스로 “AGI에 도달했다”고 선언하기만 하면 MS의 사용권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지금까지 1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MS 입장에선 거대한 불안 요소로 작용했다. 양사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재협상 과정에서 공익법인(PBC) 전환과 지분 구조를 동시에 논의했다. 오픈AI는 비영리 모체가 최소 1,000억 달러 규모 지분을 보유하도록 하면서 통제권 유지 원칙을 명문화했고, MS는 그 틀 안에서 안정적인 지분 참여를 인정받았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양사의 이번 재협상은 단순히 관계 정상화에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먼저 MS는 오픈AI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의 애저(Azure) 독점 제공권, 수익 분배 구조, 지식재산권(IP) 접근권을 조정하며 전략적 이익을 확보했다. 오픈AI 입장에서도 비영리 체제 아래 자금 조달 유연성을 확보할 길이 열렸다. 이는 세컨더리 거래만으로는 충족하기 어려운 대규모 자금 문제에 직면한 오픈AI에 단비와도 같은 돌파구로 평가된다. 이번 합의를 두고 오픈AI 영리 전환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뒤따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