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인터넷은행 출범 7년, '대안 신용평가모델' 차별화 실패 "연체율 시증은행 3배"

인터넷은행 출범 7년, '대안 신용평가모델' 차별화 실패 "연체율 시증은행 3배"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인뱅 3사, 금융 혁신·포용 금융 노력했지만 경쟁 촉진은 미완
주담대, 대환대출 등으로 쏠린 영업행태 관련 지적도 잇따라
자체 개발 신용평가모델 차별화 실패로 부실 대출 급속 증가
InternetBank_FE_001_20240614

정부가 금융 혁신의 첨병으로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킨 지 7년이 지났지만 제 역할이 미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자와 씬파일러(금융거래이력부족자·thin filer)를 포용하고 은행 산업 경쟁을 촉진할 메기가 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성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앱 혁신은 성과, 경쟁 유발 효과는 미미

한국금융연구원은 13일 은행회관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를 열고 각계의 전문가를 초청해 그간의 성과와 향후 제도 운영에 있어 고려해야 할 주요 이슈에 대해 점검했다. 제4 인터넷은행의 시장 진입 허용을 앞둔 상황에서 실효성있고 효과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금융위원회 역시 하반기 중 발표할 제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기준 마련에 이 자리에서의 다양한 평가를 참고할 예정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소비자 이용 행태 변화 및 혁신을 이뤄냈다는 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금융 확산과 새로운 상품 출시 등을 통해 기존 은행권의 영업 방식까지도 바꿔냈다는 평가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은 편리한 서비스 제공을 통해 은행 산업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며 “소비자 조사 결과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앱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더 높으며 대형 시중은행이 이를 뒤따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은행 앱은 컨슈머인사이트 등 소비자 만족 부분에서 기존 은행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 역시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많은 노력을 해준 덕에 기존 전통 은행권에도 많은 자극이 됐다”며 “시중은행 앱의 편의성이 높아진 것은 인터넷은행이 불러일으킨 효과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금리 경감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영업 초기인 2017년에서 2019년경에는 시중은행 대비 평균 예금 금리가 높았으나, 2023년 기준 인터넷은행 예금 금리는 2.1%로 시중은행 평균(2.6%) 대비 0.5%p 낮고, 대출 금리는 6.0%로 시중은행보다 1.0%p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터넷은행 도입 목적 중 하나였던 산업 경쟁 유발 효과도 미미했다. 전체 예금시장에서 시장 집중도를 판단하는 허핀달-허쉬만 지수(Herfindal-Hirschman Index, HHI)는 2015년 이후 줄곧 1,200대 선에서 횡보하고 있는 데다, CR3(시장점유율 상위 3대 은행의 점유율 합) 역시 47%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출 시장에서는 시장 집중도가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1,200~1,300대에 머물고 있으며, CR3는 44%대 수준을 나타냈다. 씬파일러에 대한 신용공급 개선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InternetBank_FE_002_20240614

1분기 깡통대출 54.7% 증가, 연체율도 비상등

인터넷은행 도입 당시 금융당국이 가장 주안점을 뒀던 대안 신용평가모델(CSS) 개발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공급 및 신용평가시스템 고도화는 2021년 5월 금융당국의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계획' 발표 이후 이행 실적에 대한 관리·감독이 시행되면서 본격화됐는데, 결과적으로 시중은행의 기존 신용평가모형과 큰 차별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은행들은 당초 설립 취지인 ‘포용 금융 확대’에 맞춰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렸지만 이자도 받지 못하는 깡통대출(무수익여신)이 증가하면서 건전성 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는 올해 1분기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목표치인 30%를 모두 넘겼으나, 부실채권 규모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3사의 1분기 부실채권 규모는 4,784억원으로, 전년(3,339억원)보다 43.3%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카카오뱅크가 1,84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토스뱅크 1,651억원, 케이뱅크 1,284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 비중도 0.20%p 높아져 0.68%를 기록했다. 올 1분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평균 고정이하여신 비율(0.28%)의 2배가 훌쩍 넘는 수치다.

부실채권이 늘면서 무수익여신 규모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 3사의 총 무수익여신 규모는 5,326억원으로, 전년 동기(3,441억원) 대비 54.7% 급증했다. 은행별로는 카카오뱅크 1,835억원, 토스뱅크 1,389억원, 케이뱅크 2,102억원 순이다. 무수익여신 비율도 시중은행을 크게 웃돈다. 3사의 1분기 무수익여신 비율은 케이뱅크 1.42%, 카카오뱅크 0.44%, 토스뱅크 1.00%로 5대 시중은행의 0.19%~0.26%에 비해 상당히 높다. 연체율 역시 영업 개시 이래 지속 상승세를 보이며 위태로운 모습이다. 인터넷은행 3사의 평균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은 1분기 0.92%로, 같은 기간 시중은행 평균 연체율(0.31%)의 3배를 상회한다.

부실채권 중 93%가 악성, '신용평가모델 고도화' 시급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개인 대출 시 담보대출이 아닌 신용대출이 많아 일단 부실이 시작되면 회수하기가 어렵다. 실제 인터넷은행 3사의 올 1분기 전체 부실채권 가운데 무려 93.31%가 담보가 없는 ‘회수 의문’ 채권과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추정 손실’ 채권으로 분류됐다. 담보가 있는 채권과 비교하면 부실 발생 시 회수가 더 어려워지는 악성 채권인 셈이다. 이 같은 악성 채권은 은행의 여신 건전성에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다만 인터넷은행 3사는 당분간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개인 신용대출만 중·저신용자 대출로 취급했지만 금융 당국이 앞으로는 소호(SOHO) 신용 평점 4등급 이하 개인사업자의 신용대출과 서민금융대출 중 보증 한도를 초과한 대출 잔액도 인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갈아타기 효과로 올 1분기에만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5조원 가까이 늘어남에 따라 중·저신용대출을 확대할 필요도 있는 상황이다.

또한 3사는 신용평가모형 고도화 작업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먼저 자체 대안 신용평가모형을 활용 중인 카카오뱅크는 업종별 특화 모형을 적용해 평가에 정교함을 더하고 있다. 현재 음식점 사업자 등에 특화 모형을 적용 중인 가운데 올 1분기에는 e커머스 셀러 특화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 적용할 계획이다. 또 서울대와 공동 연구를 통해 인공지능(AI) 기술로 개발한 신용평가모형에 특화한 해석 가능 방법론을 개발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최초로 네이버페이와 협업해 올 3월 ‘네이버페이 스코어’를 도입한 케이뱅크도 이동통신 3사의 신용평가 합작사인 '통신대안평가준비법인'이 출시할 통신 데이터 기반 모형 ‘텔코CB’를 연내 도입해 신용평가 고도화에 나설 예정이다. 토스뱅크는 간편 송금 시절부터 축적해 온 자체 데이터에 기존 은행·카드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도화된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할 방침이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공급망 재편 가능성 열렸나" 한국, 카자흐스탄 리튬 광구 '단독 탐사' 나선다

"공급망 재편 가능성 열렸나" 한국, 카자흐스탄 리튬 광구 '단독 탐사' 나선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지자연·SK에코플랜트, 카자흐스탄 리튬 광구 탐사권 따내
내년 상반기 중 시추탐사 실시, 본격 경제성 확인 착수
中 의존도 높았던 리튬 공급망, 지각변동 발생할까
Kazakhstan_korea_li_20240614-1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자연)과 SK에코플랜트가 카자흐스탄의 리튬(Li) 광구 4곳을 탐사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뤄진 한국-카자흐스탄 정상회담을 계기로 카자흐스탄 산업건설부와 리튬 광산 탐사‧개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결과다. 국내 배터리 업계 등은 이번 MOU 체결을 기점으로 중국 중심이었던 핵심 광물 공급망이 재편될 수 있다는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카자흐스탄 정상회담 성료

지난 12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은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 내 대통령궁에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후 정부는 “리튬을 포함한 주요 광물의 탐사, 채굴, 제련 등 전 주기에 걸친 파트너십을 발전시키기로 했다”며 “경제성이 확인되는 광물에 대한 한국 기업의 우선적 개발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2일 현지 브리핑에서 “토카예프 대통령은 비즈니스 포럼에서 우라늄 등 이미 드러난 중요 광물자원 외에도 스스로 탐사에 들어가지 못한 수천 가지 광물 자원이 있다고 소개했다"며 "(토카예프 대통령이) ‘실질적인 인프라를 만들어가며 함께 확인하고 전 주기에 걸쳐 파트너십을 이끌어갈 경제 강국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지자연, SK에코플랜트는 카자흐스탄 산업건설부와 리튬 광산 탐사‧개발 협력 MOU를 체결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카타르 국가기술예측센터는 희소금속 상용화 기술 협력 MOU를 맺었다. 이외로도 정상 임석하 체결된 11건, 비즈니스 포럼을 계기로 체결된 24건을 포함하면 양국 정부와 경제계 간에 체결된 MOU는 35건에 달한다. 이를 포함해 합의문 1건, 합의의사록 1건 등 총 37건 문서가 채택됐다.

현지 리튬 광구 탐사권 확보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소득으로 지자연과 SK에코플랜트가 따낸 '리튬 광구 탐사권'을 지목하고 있다. 지자연과 SK에코플랜트가 현지 산업건설부와 체결한 MOU는 카자흐스탄 바케노 리튬 광구 4개의 하층토를 탐사할 수 있는 권리를 지자연과 SK에코플랜트에 독점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자연은 “카자흐스탄 정부가 광물자원 탐색과 개발·활용 기술을 갖춘 지자연과 기술 협력을 본격, 공식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MOU 체결을 통해 지자연과 SK에코플랜트는 해당 지역의 '시추탐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기존 매장량 평가의 정확성, 경제성, 매장된 리튬의 품질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현재 이 지역에는 약 2만 5,000t의 리튬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기차 약 330만 대에 쓰일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지자연과 SK에코플랜트는 내년 상반기 중 시추탐사를 진행해 채굴 경제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경제성이 확인되면 생산 플랜트를 구축해 이르면 4~5년 내 리튬 생산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아직 현지 생산 플랜트 구축 권한, 생산될 리튬에 대한 권리 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Li_20240614
카자흐스탄 현장 탐사를 실시하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연구원들/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대중 리튬 의존도 낮출 수 있을까

한편 배터리 업계는 MOU 체결에 대한 환영의 뜻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시추탐사가 리튬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출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2022년 기준 한국의 리튬 수입 비중은 95%에 달하며, 이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에 육박한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 배터리 업계 전반이 공급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위태로운 구조인 셈이다. 리튬은 배터리 양극재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광물이다.

이미 업계 곳곳에서는 리튬을 비롯한 핵심 광물의 대중 의존도를 조절하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수산화리튬 중 중국산 비중은 79.6%로 2022년(87.9%) 대비 8.3%p 낮아졌다. 같은 기간 한국의 수산화리튬 수입액은 61억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69% 증가했다.

'리튬 탈중국' 움직임을 주도하는 것은 다름아닌 관련 분야 기업들이다. 일례로 포스코그룹은 작년 11월 전남 율촌산업단지에 연산 2만1,500톤 규모의 수산화리튬 공장을 준공, 수입에 100% 의존하던 수산화리튬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원료 리튬은 정련된 광석 형태로 중국이 아닌 호주에서 수입했다. 국내 최대 배터리사인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올 상반기 호주 리튬 업체인 웨스CEF로부터 리튬 정광 8만5,000톤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 본격적인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다. 차후 정부가 카자흐스탄 내에서 생산된 리튬에 대한 권리를 확보할 경우, 이들 기업의 '탈중국' 움직임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美·G7 '중·러 동맹' 제재 선언, 3국 통한 우회로까지 규제 강화

美·G7 '중·러 동맹' 제재 선언, 3국 통한 우회로까지 규제 강화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수정

G7 정상들, 중·러 동반규제안 곧 발표 예정
러시아 우회 지원하는 中 소규모 은행 포함
HBM·GAA 규제, 반도체·방산 교류도 추가
china_20240613

미국과 주요 7개국(G7)이 중국과 러시아 간 동맹을 견제하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수적인 고성능 반도체를 비롯해 방산업체의 전쟁 물자와 이를 지원하는 금융 거래까지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중국 내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의 강제 노동 의혹이 제기된 신발, 철강, 식품회사까지 전방위적 압박에 들어가기로 했다.

美, G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에 새로운 제재 논의 예정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현지시각) G7 정상회의(이달 13~15일 개최)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우리는 강력하고 새로운 대(對)러시아 제재와 수출 통제 세트를 발표할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가 전쟁에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는 것을 돕는 단체와 네트워크를 겨냥하는 것으로 G7을 비롯한 파트너들과 협력해 중국의 반(反)시장 정책에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G7은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증가한 중·러 교역이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방위산업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군수물자를 지원하는 중국의 방산업체를 포함해 핵확산 금지 제재를 받는 이란과 러시아산 원유 결제를 지원하는 중국 금융사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등 G7이 제재 대상으로 주목하는 중국 소규모 은행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중국 기업들의 대러시아 이중용도 품목 등 수출 과정에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 은행들을 의미한다.

'중·러교역 결제통로'인 中 소규모 은행들에 경고

중국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대러시아 무기 수출은 자제하되 반도체 등 각종 물자 수출은 활발하게 해왔다. 이 과정에서 중국 대형 시중은행들은 미국의 2차 제재(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자 제재)를 우려하며 중·러 거래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러 국경 지역에 기반을 둔 중국의 소규모 은행들이 '지하 금융' 채널이나 금지된 가상화폐 결제 등의 방식을 활용해 중·러 교역에 관여해 온 것으로 서방은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조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 국방과 관련된 1,200개 기관을 위해 활동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재무부가 2차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는데, 이번 G7 정상회의 결과에 따라 제재 대상이 4,500여 개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달 가진 기자 브리핑에서 "2차 제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곳은 러시아를 지원하는 데 체계적 방식으로 관여한 중국 기업들"이라며 "금융기관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중국 은행을 둘러싼 문제는 공식 성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중국 은행에 경고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G7 정상회의 개최 중에 중국 은행에 대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 시스템에 접근을 제한하거나 달러 획득 통로를 차단하는 등의 제재를 바로 조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美, G7 정상회담서 '글로벌 반도체 그룹' 창설 추진

한편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인프라스트럭처 연계 사업인 '일대일로'를 겨냥해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PGI)'을 소개하는 행사를 주최할 예정이다. 블룸버그가 확인한 성명서 초안에 따르면, G7은 반도체 공급망 조정과 전 세계에 걸친 접근성 확보를 위해 반도체 그룹을 설립할 계획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AI 반도체 기술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G7을 중심으로 한 서방이 중국의 AI 기술 추격을 막는 데 협력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해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경제회복력과 경제안보'에 관한 별도 성명을 발표하고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한 공동 대응과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에 합의한 바 있다. 즉 바이든의 이번 반도체 그룹 설립 계획은 지난해 성명의 후속 조치로, 올해는 반도체 분야 협력을 위한 협력체 구성을 논의하는 것이다.

반도체 등 중요 물자 공급에 대한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는 데도 합의할 예정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G7은 반도체, 전기차 등에서 저가 공세를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겨냥해 공공부문 조달에서 가격 외 데이터 보호와 사이버 안전, 노동자 권리 등을 평가해 결정하자는 원칙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usa_china_20240610

AI 반도체 비롯해 '위구르 강제 노동' 中 기업 제재도

미국은 이와 별도로 중국의 AI 반도체 기술 접근을 막기 위한 추가 규제 카드도 준비하고 있다. 1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AI 기술 개발에 활용되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최신 기술의 중국 수출을 차단할 방침이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목표는 중국이 AI 모델을 구축·운영하는 데 필요한 정교한 컴퓨팅 시스템 개발을 어렵게 만드는 한편, 초기 단계 기술이 상용화되기 전에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수민족 강제 노동 의혹을 받는 중국 기업들도 제재 대상이다. 지난 11일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신발 제조업체 '둥관 오아시스 슈즈', 전해 알루미늄 생산업체 '신장 선훠 석탄전기', 식품 가공업체 '산둥 메이자그룹'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DHS는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신장 지역의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산물, 알루미늄, 신발 등 강제 노동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2022년 제정된 '위구르 강제 노동 방지법'에 따라 중국 신장 지역의 무슬림 소수민족 자치구인 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된 제품 등을 강제 노동의 산물로 간주해 수입 금지 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지난 2년여간 중국 섬유업체 등 수십 곳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 다만 중국은 미국의 소수민족 강제 노동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깡통금고 현실화 하나" 새마을금고 연체율 경고등, 행안부는 뒷북 진화

"깡통금고 현실화 하나" 새마을금고 연체율 경고등, 행안부는 뒷북 진화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3월 말 기준 연체율 8% 육박, 새마을금고 건전성 '비상'
행안부, 손실 보더라도 부실채권 매각해 연체율 낮춰라
애초 부실 키운 건 행안부, 근본 문제 방치로 사태 악화
MG_NPL_001_FE_20240612

건전성에 비상이 걸린 새마을금고에 행정안전부가 부실채권 매각과 관련해 특별 지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당시 정부가 나서 위기를 봉합했음에도 최근 연체율이 다시 치솟자 황급히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동안 근본적인 문제를 방치한 채 사태를 악화시킨 행안부가 늑장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 새마을금고 NPL 관련 특별지시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행안부는 경영개선조치를 받은 일부 금고를 대상으로 부실채권(NPL)을 매각하고 건전대출을 늘려 연체율을 낮추라는 내용의 특별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연체율을 관리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취지로 읽힌다. 이에 대해 행안부 고위 관계자는 “지금 같은 정리 속도로는 올해 말 적자 금고가 많이 생길 수 있다”며 “당장은 손실을 보겠지만 건전성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총 12조6,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안고 있는 새마을금고는 앞서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와 올해 상반기 내로 2,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 매각을 합의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새마을금고는 1조원 수준의 부실채권 매각을 희망했지만 캠코 역시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인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적정 규모를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능한 여력 범위 내에서 새마을금고 부실채권을 매입하기로 했고 현재 양사 간 매각방식과 구체적인 매각시점을 놓고 논의가 진행 중이다.

새마을금고 자체적인 여력을 통한 정상화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새마을금고 부실채권 입찰에서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각 풀에서 최고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원금에 해당하는 OPB(미상환 원금잔액) 기준 약 2,900억원 규모 부실채권이 대상으로 22개 단위금고와 3개 공동대출의 부실여신이다.

또한 손자회사인 MCI대부에 이번 2분기에만 부실채권 1조원을 더 매각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한 해에 걸쳐 모두 2조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했는데, 올해는 반년 만에 1조5,000억원가량을 매각한 것이다. 개별 새마을금고 차원의 부실채권 매각이 이뤄지면 전체 자산에서 부실자산이 줄어드는 만큼 자산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

MG_NPL_002_FE_20240612

새마을금고 연체율 8% 임박, 뱅크런 이후 다시 악화

새마을금고가 부실채권 매각을 서두르는 이유는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 여파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공동대출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의 부실화가 연체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5.07%였던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올해 들어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 지난 1월 6%대로 오른 데 이어 2월 7%대에 진입하더니 3월에는 7% 중반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뱅크런 사태 이후 8개월 만에 연체율이 다시 악화한 것이다.

아울러 부실채권 매각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수익성 개선을 위한 조치기도 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국 새마을금고 1,288곳 가운데 적자 상태에 빠진 금고는 1년 만에 10배가량 증가했고, 지난해 경영 공시를 보면 연간 당기순손실을 낸 금고는 431곳에 달한다. 금고 3곳 중 1곳이 적자를 냈다는 의미다.

사실상 독립된 법인인 새마을금고의 각 지점은 특정 금고에서 부실이 발생해도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여러 금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부실이 터져 나올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업계에서 ‘깡통 금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연체율이 높은 금고는 기업 대출의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부동산 관련 대출로 파악됐다. 연체율이 22.27%에 달하는 A금고는 전체 대출에서 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87.56%였다. 해당 금고의 고정여신비율은 무려 24.37%로 금융당국 권고치(8% 이하)의 세 배가 넘는다.

사채업자와 짜고 1,500억원 불법대출, 행안부는 "몰랐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 PF 부실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새마을금고에 연일 경고등이 울리고 있다. 지난해 뱅크런 사태를 겪은 이후 정부 차원에서 건전성 개선에 나섰음에도 이번에 파악된 개별 금고 실태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느슨한 관리·감독, 기준 없는 무리한 대출, 허술한 내부통제, 경영진의 비전문성 등으로 빚어진 총체적 난국이란 평이다.

새마을금고의 병폐는 무엇보다 이사장 중심의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깜깜이 대출'에 있다.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이자를 탕감하는 식으로 억눌러왔던 것이다. 새마을금고의 불법 또는 편법 대출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 자녀를 대상으로 한 편법 대출과 부동산 PF 부실 대출, 사모펀드(PEF) 출자 분야까지 새마을금고는 비리 종합세트라는 오명을 쓴 지 오래다. 또한 각 지역 금고가 경영진의 지인이라는 이유로 무리하게 대출해 주는 관행으로 지적 받는가 하면 임직원의 횡령·배임 사건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6월에는 서울 중구 청구동금고에서 1,500억원대 부당 대출이 적발됐는데 조사 결과, 2022년 조직폭력배 출신의 사채업자 지시에 따라 새마을금고 임원과 신탁회사 직원 등이 결탁, 7억원 건물을 12억5,000만원으로 고평가해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행안부는 이러한 사실을 1년 넘게 모르다가 지난해 5월경에야 해당 직원을 파면하는 등 조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만의 '배당 잔치', 도덕적 해이 논란

업계에서는 유사 사고가 빈발하고 있음에도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새마을금고 시스템에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새마을금고의 주업무는 금융이지만 금융위원회나 금감원이 아닌 행안부의 감독을 받는다. 상호금융권에 속해 있음에도 유일하게 금융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1983년 새마을금고법을 제정할 당시 재무부에서 내무부(현 행안부)로 권한이 넘어간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것인데, 이제는 수신 규모만 260조원에 달하는 거대 금융기관으로 거듭난 만큼 전문성 있는 금융당국에 감독을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비판의 배경에는 행안부가 방치한 새마을금고의 '배당잔치'가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새마을금고의 평균 출자 배당률은 4.4%로 나타났다. 새마을금고의 출자금 총액은 10조9,000억원으로, 이번에 약 4,800억원이 배당금으로 지급됐다.

지난해 뱅크런 사태로 막대한 정부 자금을 수혈받고, 또 부실채권을 팔고 있는 상황에서, 작년 당기순이익(860억원)의 5배에 달하는 배당금을 출자자들에게 뿌린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임의적립금이 한 푼도 없거나 적자를 낸 금고에까지 '퍼주기 배당'을 단행했다. 이에 업계에선 모럴해저드 비판이 제기됐지만 행안부는 그간 쌓아 놓은 임의적립금을 사용한 것이라 문제없다며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행안부의 해명을 두고 모순이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배당으로 무려 5,000억원이 빠져나가면서 새마을금고의 자기자본도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당초 배당 수준을 조정해 충분한 체력을 확보했더라면 이번과 같은 '특별 지시'가 불필요할 정도로 부실채권 매각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인도서 IPO 출사표 던진 현대차, 韓-日 현지 경쟁 승기 잡을까

인도서 IPO 출사표 던진 현대차, 韓-日 현지 경쟁 승기 잡을까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현대차 인도 법인, 9~10월 중 현지 상장 예정
현대차·기아 인도 매출 급성장, 순이익도 꾸준히 개선
"스즈키·도요타 꺾어라" 인도서 벌어진 韓日 각축전
india_hyndai_20240612

현대자동차가 인도 법인 기업공개(IPO) 절차에 착수한다. 현지 매출과 이익률이 급성장한 가운데,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인도 시장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격화하는 인도 자동차 시장 경쟁 속 현대차가 보여줄 활약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 인도 현지 IPO 도전장

11일(현지시간) 인도 경제일간지 더이코노믹타임스(ET)에 따르면, 현대차 인도 법인은 2주 내로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IPO 예비서류인 DRHP(Draft Red Herring Prospectus)를 제출할 예정이다. IPO 주관사로는 씨티그룹, HSBC, JP모건, 코탁 마힌드라 은행,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이 다수 참여한다.

DRHP 심사에는 통상 2~3개월이 소요된다. 심사 기간, 청약 및 배정 등에 소요되는 기간 등을 고려하면 현대차 인도 법인의 상장은 올해 9~10월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번 IPO를 통해 지분 15~20%를 매각하고 280억 달러(약 38조4,000억원)의 자금을 모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인도 시장 내 생산 시설 확충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 △판매 네트워크 확대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자동차 시장 중 하나"라며 "현대차가 인도 시장에서 IPO에 성공할 경우 확보한 자금을 발판 삼아 글로벌 자동차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seltos_20240612
기아 셀토스/사진=기아

현대차의 새로운 아시아 거점

업계에서는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현대차·기아의 아시아 주요 거점으로 등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 1998년부터 인도 남부에 위치한 칸치푸람(Kancheepuram District)에서 현지 공장을 기동해 왔고, 기아는 지난 2019년 현지 안드라프라데시(Anantapur District)에 생산 공장을 신설, 당해 7월부터 현지 생산에 본격 착수했다. 

이후 현대차·기아는 현지 시장 상황에 적합한 전략 모델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현대차는 2020년 인도 시장에 크레타와 i20를 본격 출시했으며 뒤이어 △i20 N라인(2021년) △투싼·베뉴(2022년) △아이오닉5·베르나(2023년) 등을 양산하고 있다. 기아 역시 △셀토스(2019년) △카니발·쏘넷(2020년) △카렌스(2022년) 등을 현지 생산하며 시장 입지를 다졌다.

제품 라인업 확장은 유의미한 성장으로 이어졌다. 인도 시장 내 현대차·기아의 합산 매출은 △2020년 8조7,354억원 △2021년 11조303억원 △2022년 15조1,138억원 △2023년 16조5,094억원 등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순이익률도 △2020년 3.38% △2021년 5.65% △2022년 6.54% △2023년 7.50% 등 매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20년 2,949억원에 그쳤던 인도 법인의 합산 순이익은 지난해 1조2,384억원까지 치솟았다.

인도 시장 내에서 벌어진 '한일전'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인도 시장 내에서 치열한 '한일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자동차공업회(SIAM)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현대차·기아의 인도 현지 차량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2% 증가했다(8만4,371대). 이는 인도 시장 내 부동의 1위인 마루티 스즈키(일본 스즈키와 인도 현지 업체 합작)의 판매 증가율(10%)을 소폭 웃도는 수치다.

다만 시장 1위를 꺾었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일본 유력 완성차 기업인 도요타의 추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인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기아는 불과 1년 만에 도요타를 제치고 점유율 5위 자리를 꿰찬 바 있다. 이후 도요타는 현대차·기아를 겨냥한 전략 모델을 대거 출시하며 시장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지난해 9월 현대차의 '크레타'를 겨냥한 모델인 '어반 크루즈 하이라이더(SUV)'를 크레타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놓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달에는 인도와 아세안 지역에서 현대차 견제 모델인 '야리스 크로스' 등을 잇따라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 스즈키와 도요타가 '연합군'을 결성했다는 점 역시 우려 요인이다. 현재 도요타는 스즈키의 SUV인 그랜드 비타라(도요타명 어반 크루저 하이라이더)를 자사 인도 공장에서 제작하고 있다. 2025년엔 양사가 함께 제작한 첫 인도 현지 생산 전기차가 시장에 공개된다. 이들 기업은 2030년까지 총 6종의 전기차를 인도 시장에 내놓으며 시장 점유율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공매도 전산화시스템(NSDS) 마련에 10개월 소요 전망, 선제적 규제 강화 필요하단 목소리도

공매도 전산화시스템(NSDS) 마련에 10개월 소요 전망, 선제적 규제 강화 필요하단 목소리도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NSDS 마련 기간 최소 10개월, 업계선 "내년 2분기는 돼야 출범 가능할 듯"
미국도 못 이룬 공매도 잔고 관리시스템, 선례 없는 조치에 시장서도 "기다려 보자"
일각선 '선제적 규제 강화' 의견도, "규제 강화로 NSDS 디딤돌 마련해야"
shortselling_FE_001_20240611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하기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에 못해도 10개월은 소요될 거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시장 일각에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전반적으론 이해한다는 분위기가 짙다. 애초 한국이 구축하려는 수준의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갖춘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 "NSDS, 내년 3월 구축이 목표"

10일 금융감독원은 서울 여의도동 한국거래소에서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와 함께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토론 3차'를 열고 "한국거래소의 공매도 중앙점검 시스템은 내년 3월까지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언급했다. 새로운 시스템과 불법 공매도 적발을 위한 알고리즘 개발에 상당한 기간이 필요함을 전한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구축될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NSDS)은 지난 4월 발표된 무차입 공매도 차단 방안의 일환으로, 개별 증권사 전산에서 집계한 잔고를 한국거래소가 다시 한번 검증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금감원은 중앙점검 시스템을 구축하기 이전 기관 투자자의 자체 잔고관리 시스템 구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달 중 내부통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제도 개선 최종안을 조만간 발표할 방침이다.

금감원이 공개한 가이드라인 초안에 따르면 앞으로 기관 투자자는 자체 잔고관리 시스템을 통해 매도 가능잔고를 실시간으로 산출하고, 잔고 초과 주문에 대해선 실시간 차단을 이뤄야 한다. 수기 거래 시엔 추가 확인 절차를 마련해 잔고 반영 오류를 방지하고 NSDS와의 환류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또 기관투자자는 무차입공매도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대차 거래정보와 매도 가능 잔고를 내부통제 기준에 따라 관리해야 한다. 잔고 초과 매도 주문에 대해선 차단 절차를 마련하고 공매도 거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별도의 관리 부서도 지정해야 한다.

shortselling_system_FE_20240611

업계는 내년 2분기 시스템 본격 출범 전망

금감원의 추산과 달리 업계에선 내년 2분기는 돼야 본격적인 시스템 출범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시스템이 먼저 완비돼야 산하 기관들이 그에 맞춰 개별 시스템을 보완·수정하고 연동할 수 있단 게 근거다. 이와 관련해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가 각자 시스템을 미리 개발해 놓는다고 해도 NSDS가 나오면 안정적인 연동을 위해 일부 수정을 거치고 전체 연동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며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시장 일각에선 "시스템 구축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지만, 일반적으론 "기다려 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공매도 전산시스템의 효용이 그만큼 뛰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업틱룰 우회거래를 적발할 수 있단 게 대표적이다. 업틱룰은 공매도 거래 시 직전 거래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는 호가를 내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다. 이전까지는 기관투자자가 공매도 주문을 일반 매도주문으로 표기하면 업틱룰을 회피할 수 있었지만, NSDS 도입 이후엔 잔고 정보를 자동 대조하는 등 방식으로 간편하게 제재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구축하려는 수준의 공매도 시스템을 갖춘 선례가 없다는 점도 평가를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김영규 금융투자협회 부장은 "미국에서도 2008년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도드 프랭크법'을 만들고 실시간 공매도 잔고 관리시스템을 검토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당시 미국 증권거래소(SEC)도 공매도 잔고 변동 내역을 투자자가 실시간 보고하도록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시스템 정비-규제 강화 '투트랙 전략' 구사 견해도

다만 시스템 평가와 별개로 "NSDS 도입 이전 관련 규제를 선제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시스템 완비에 10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그사이 공백 기간을 채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전에 공매도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함으로써 향후 전산시스템 및 관련 규제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게 대표적인 의견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유동성 공급자의 공매도 관련 불법행위와 미국처럼 징역 200년까지는 아니더라도 불법공매도 처벌수위를 좀 더 높이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목 소액주주플랫폼 액트 대표는 "액트 플랫폼에서 3일간 개인투자자 설문조사를 받아 보니 공매도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공시강화)와 제도 개선 이전에는 공매도 재개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아울러 불법행위가 있다면 근원적 차단이 가능할 정도의 강력한 처벌 조치가 나왔으면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공매도 정상화를 위해선 시스템 재정비와 더불어 규제 강화를 함께 시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해야 한단 설명이다.

의무적인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어길 시 과태료 처분 등 처벌을 감행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촘촘한 규제를 마련해 잔고관리시스템을 뒷받침해야 한단 것이다. 이와 비슷한 기조로 "공매도 개선안 마련 이후 이를 피해 가려는 움직임에 대해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인구 유튜브 채널 '전인구 경제연구소' 운영자는 "공매도 개선안 만들더라도 이걸 피해 가는 방법, 가령 단타 등을 활용할 것"이라며 "이번 한 번 개선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문제점이 또 나오면 수시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액트지오 고문, 히딩크 닮은 관상으로 사기꾼 아니'라는 증권가 애널리스트

'액트지오 고문, 히딩크 닮은 관상으로 사기꾼 아니'라는 증권가 애널리스트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이효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식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입니다.

수정

아브레우 고문, 히딩크 닮아 사기꾼 아니라는 증권사 보고서
MZ세대 스타일의 해프닝이라는 증권가 관계자들
투자자들은 "전문성 의심된다" 냉혹한 반응 일색
actgeo_abreu_FE_20240611
한 증권사가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대표가 방한했던 지난 5일 발간한 ‘영일만 친구’라는 제목의 보고서 원본(왼쪽)과 논란 후 삭제하고 다시 올린 보고서(오른쪽) /출처=A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

“히딩크를 닮은 관상으로 사기꾼이 아닐 확률 상승”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증권사는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 고문이 방한한 지난 5일 ‘영일만 친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포항 영일만 일대의 원유·가스전 개발 탐사 자료를 정밀 분석한 지질학 전문가다. 이 증권사는 보고서에서 아브레우 고문을 언급하면서 영일만 가스전 테마 관련 기업들을 나열했다. 이 중 “한국인이 좋아하는 빠른 속도의 피드백”이라며 “히딩크를 닮은 관상으로 사기꾼이 아닐 확률 상승”이라는 문구를 삽입한 부분에서 애널리스트 자질 논란 사태가 벌어졌다.

애널리스트는 관상 전문가?

논란이 된 부분은 아브레우 고문이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을 외적으로 닮았기 때문에 믿을 만하다는 의미로 쓴 대목이다. 이 보고서가 증권사 공식 홈페이지와 공식 텔레그램 등을 통해 시장에 전파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정부 추진 사업에 대한 전망을 금융투자 전문가가 관상으로 평가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도 뒤따랐다.

이에 해당 증권사 관계자는 “논란이 된 자료는 매일 장 마감 후 나오는 마감 시황 자료로, 기업 분석이나 종목 추천하는 정식 보고서가 아니다”라며 “애널리스트도 반성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의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수준의 충격적인 보고서라는 평들을 내놓는다. 종목토론방 누리꾼 중 한 사람은 “보고서 끝부분에는 컴플라이언스(내부통제) 규정을 준수했다고 돼 있는데, 이런 내용도 못 거르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올리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무리해서 인터넷 밈(Meme)이나 드라마 대사, 노래 가사 등을 이용하던 행동 양식의 일환이라는 관점에서 가볍게 보는 경우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급격하게 수준 미달로 전락한 애널리스트들의 실태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따가운 비판도 나온다. 수천억원의 비용을 들이는 정부 추진 사업에 대한 자료 조사 및 사실 관계 확인 등의 중요한 정보를 제쳐놓고, 한 장의 압축 보고서에 엉뚱한 내용을 담을 만큼 자료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는 비판도 있다.

MZ세대 화법 vs. 전문성 결여 사례

일부 증권가 관계자들은 최근 MZ세대가 리서치 팀의 중심 인력이 되면서 리포트의 트렌드가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올해 초 하나증권의 김승준 연구원은 ‘1월: 끝난 것이 아닌 PF 문제’라는 제목의 건설 업종 리포트를 냈다가 몇 시간 만에 제목과 핵심 내용을 수정했다. 최초 보고서에는 태영건설 다음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는 건설사로 롯데건설을 꼽고, 이를 조목조목 짚은 내용이 담겨 있었으나, 해당 건설사의 항의를 받고 내용이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롯데건설의 미착공·우발채무 PF 규모 등이 모두 빠졌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하나증권의 김홍식 연구원이 KT에 대해 '이걸 굳이 왜 사요?'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증권가에서 매수 보고서는 있어도 매도 보고서는 없다는 관례를 깨고 “하루라도 빨리 처분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담은 사실상의 매도 리포트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MZ세대들의 이른바 '튀는' 보고서라는 평가와 달리, 실력파 애널리스트들이 사기업으로 둥지를 옮기거나, 유튜버로 전향하고 있는 최근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도 나온다. 애널리스트의 주 업무는 기업분석 리포트 작성인데, 실제 현장에서는 유튜브 채널 진행까지 맡고 있다. 글보단 영상 콘텐츠를 선호하는 시대의 흐름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유튜브용 문법에 맞춘 보고서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전문성 보다 '어그로'(과장된 표현을 이용해 관심을 모으는 행동)에 집중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이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이효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식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입니다.

격화하는 하나투어 인수전, 해외서도 실적 개선세 '주목'

격화하는 하나투어 인수전, 해외서도 실적 개선세 '주목'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매각 절차 본격화한 하나투어, 해외 여행사·PEF 등 '눈독'
나날이 개선되는 실적, 주가 목표치 상향 조정하는 증권가
"고용 안정 보장하라" 이어지는 노사 갈등은 변수
hana_tour_20240529

하나투어 인수전에 글로벌 여행 업체,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이 눈길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하나투어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지자, 인수전에 대한 시장 관심 역시 고조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매각가 상승 가능성, 노사 갈등 등이 인수전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의 관심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최근 매각 주관사로 씨티글로벌증권을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매각 대상 지분은 △국내 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 지분 16.68%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 지분 6.53% △권희석 부회장 지분 4.48% 등 총 27.7%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하나투어 인수 의사를 드러내는 글로벌 기업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 업체 한 곳이 인수 의향을 드러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며 "여행사와 같은 SI(전략적 투자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는 거래"라고 귀띔했다. 글로벌 SI가 하나투어를 품에 안을 경우 숙박, 교통, 관광 등 자국의 여행 상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대형 플랫폼을 순식간에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

FI(재무적 투자자)의 러브콜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실제 인수전에 뛰어들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도 하나투어 인수 의향을 밝혔다”며 "(사모펀드 운용사가) 하나투어의 최근 실적 개선세를 눈여겨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뚜렷한 실적 개선세, 매각가 상승 가능성

하나투어는 2019년 말 IMM PE의 품에 안긴 이후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2020년부터 3년간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3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적자를 털어내는 데 성공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하나투어 매출은 1,833억원으로 전년 대비 1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85% 증가한 216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최대치까지 뛰어올랐다. 당기순이익은 157% 늘어난 242억원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는 하나투어 매각가의 추가 상승 여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하나투어의 몸값은 1조2,000억원 수준이다. 최근 시가총액(약 9,200억원)에 20~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가치다. 단 매각 성사 이전 실적이 추가적으로 개선될 경우 몸값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여행 수요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 하나투어가 올해 '역대급' 실적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hana_up_20240611

일부 증권사는 하나투어의 목표주가를 올려 잡기도 했다. 대신증권은 하나투어 주가가 1년 내 8만5,000원에 다다를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하나증권과 현대차증권, 부국증권도 8만원의 목표가를 제시했다. 대신증권이 제시한 목표가에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더할 경우 하나투어의 몸값은 1조7,000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호적 시장 상황이 조성된 만큼, 하나투어가 매각을 서두를 가능성은 낮다"며 "실제 매각이 성사되기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짚었다.

하나투어의 내부 잡음

다만 하나투어 내부에서 발생한 '잡음'은 차후 변수가 될 수도 있다. 현재 하나투어 직원들 사이에서는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지난 2020년 하나투어의 최대주주가 IMM PE로 변경된 이후 약 1년 만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됐던 '전례'가 있어서다. 당시 하나투어 직원 수는 2020년 2,406명에서 2021년 상반기 1,174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매각설이 불거진 이후 하나투어 노동조합(위원장 박순용)는 사측에 고용 안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올해 1분기 기준 하나투어의 전체 직원 수는 1,288명이며, 이 중 약 10%가량이 노조에 가입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11일 사측은 노조와 단체 교섭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 이후 약 3년 만이다. 하나투어 노조는 재매각 이후 사업 안정화까지 직원 고용을 유지하라는 주장을 담은 고용보장합의서를 작성해 사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성과급 등 처우 개선에 대한 입장도 전달할 계획이다. 올해 1분기 하나투어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성과급은 목표 달성률(100~110% 달성 시 50만원, 110~120% 달성 시 100만원 등)에 따라 지급되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해 노조 측은 “목표 달성률과 금액이 사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정해진 것은 물론, 올해 연간 성과급 제도에 대해서는 아직도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다”며 “근로 조건에 대해서도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기자수첩] 2020년대 아베-기시다 정권의 엔저와 2008년 이명박 정권의 원화 평가 절하

[기자수첩] 2020년대 아베-기시다 정권의 엔저와 2008년 이명박 정권의 원화 평가 절하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이시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아베-기시다 정권의 엔저 정책, 이명박 정권의 원화 평가 절하 정책과 판박이
2008년 금융위기 극복 방안, 실제론 국민 주머니 털어 수출기업만 배불렸다 비판
일본 상황도 유사, 향후 사회 갈등 극복할 재분배 정책에 고민 쏟아야 할 시점

일본의 2023년 1인당 국민소득(GNI)이 자료 조사 이래 처음으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보다 낮게 나타났다. 지난 5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36,194달러(약 4,989만원), 일본은 35,793달러(약 4,934만원)로 집계됐다.

국민소득 역전의 원인을 한국의 꾸준한 성장과 일본의 장기 침체에서 찾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일본의 지나친 엔저 정책이라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현재 1달러 150엔대를 넘어 160엔대를 넘나드는 상황이 일본 정부의 의도적인 엔저 정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정상 환율 기준으로 일본의 국민 소득은 여전히 1990년대에 도달했던 4만 달러 중반으로 보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강하다.

그러나 국민들은 장기 환율보다 단기 환율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달러 환산 기준 실질소득이 감소한 일본 사회의 모습은 빠르게 바뀌는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명박 대통령도 비슷한 정책을 취했었다는 것이다.

YEN_FE_20240328

2008년 이명박 정권의 원화 평가 절하

지난 2007년 당시 미국 월가의 4대 투자은행이었던 베어스턴스가 무너지고, 이어 2008년에 리만 브라더스마저 도산하면서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에 휘몰아쳤다. 이때 엔화는 안전 자산으로 분류돼 빠르게 절상되는 반면, 원화는 위험 자산으로 분류돼 평가 절하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이명박 정권은 선거 공약이었던 △연 평균 7%씩 고속 성장 △10년 내 1인당 국민소득 4불 시대 △세계 7위권 선진대국 진입 등 이른바 '7·4·7 공약'을 시행하기 위해 원화를 추가로 평가 절하했다.

이로 인해 2009년과 2010년에 유학생들의 해외 체류비는 순식간에 2배로 뛰어 올랐고, 원유 수입 가격을 비롯한 대부분의 해외 수입품들의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갑작스러운 생활 물가 상승으로 국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던 당시, 정부는 수출 기업들이 저가 수출을 통해 얻은 이익을 국내에 돌려주는 '낙수 효과(Trickle down effect)'를 주장하며 수출 기업들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 줬다. 원화 평가 절하를 통한 금융위기 대응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수출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준 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출 기업들을 통한 낙수 효과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2010년대를 기점으로 수출 중심의 대기업들과 중소기업들의 연봉 격차가 크게 벌어져 이제 청년들이 대기업이 아니면 취직하지 않으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대기업 근로자의 월 평균소득은 중소기업의 2.1배였다. 20대에서는 1.6배의 차이를 보였지만 50대로 올라갈 경우 무려 2.4배로 격차가 커진다.

더욱이 우리나라 대기업의 평균 초봉은 경쟁국인 일본의 1.5배, 대만의 2배가 넘는다. 한국 대기업 평균 임금이 20년 새 157%나 상승했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의 대기업 임금은 되레 6% 감소했다. 이명박 정권 5년간 국민 주머니를 털어 만들어 준 수출 보조금으로 대기업과 대기업 직원들만 일본, 대만을 앞서게 된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문재인 정권 시절에는 중소기업 채용 지원을 위한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일자리사업 등에 재정 지출이 이뤄지기도 했다.

YEN_FE_20240611_NEW_003

2020년대 아베-기시다 정권의 엔저

한편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이후 지속된 제로 금리와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10년대에 한 차례 양적 완화 정책을 시도한 바 있다. 이에 2분기 연속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기도 했으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고, 오히려 시장 불균형을 야기했다는 이유로 정권을 잃었다. 그러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과 더불어 다시 한번 도전 중인 엔저 정책은 일단의 목표는 달성한 상황이다. 드디어 제로 금리를 탈출 했고, 물가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이는 2008년 이명박 정권 때 많은 부분 닮아 있다.

실제로 수출 기업들은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는 역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2022년부터 매년 갱신하고 있고, 일본 닛케이지수는 34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본 국민들의 주머니는 훨씬 더 빡빡해졌다. 달러당 엔화 가치가 1달러당 100~110엔 박스권을 형성했던 2021년까지 대비 160엔대를 넘나드는 상황은 수입 물가가 60% 이상 뛰었음을 의미한다. 일본도 국민 주머니를 털어서 수출 기업들에 보조금을 주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된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국민 반발과 국제 시장 변화 등의 이유로 엔저를 장기간 유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닛케이 지수가 39,000을 웃도는 상황에서 2026년까지 55,000을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엔저가 종료되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아둔 상태다. 엔저가 끝난 이후에는 한국의 2015년 이후가 그랬듯이, 수출 기업들 일부에만 막대한 이익잉여금이 쌓인 상태가 될 것이다.

한국은 사실상 중소기업들이 폐업하고 반도체나 자동차를 비롯한 일부 산업만 살아남은 국가가 됐다. 일본도 엔저의 후폭풍으로 수출지향적인 기업들 일부를 제외하고는 폐업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엔저가 끝나면 국민소득은 다시 1인당 4만 달러 중반으로 돌아가겠지만, 국가의 부는 소수에게만 쏠리게 된다.

한국의 재분배 정책은 거센 저항을 받고 있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일본은 엔저의 후폭풍을 어떤 재분배 정책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이시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기자수첩] 물가 목표 2%는 그린스펀 시대의 유산

[기자수첩] 물가 목표 2%는 그린스펀 시대의 유산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이시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연간 인플레이션 목표를 2%에서 4%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 꾸준히 제기돼
물가 목표 2%는 80년대 확립된 정책 목표, 당시엔 팽창 재정 심하지 않았기에 가능
코로나19 거치며 각국 정부마다 재정 확대 중, 당장 물가 목표 2% 회귀 쉽지 않은 상황
다만 이번에 4%로 조정할 경우 수십년간 고인플레이션 각오해야 할 수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인들이 인플레이션을 매우 싫어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평균 물가 상승 목표치인 2%를 상향 조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경제학계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더 이상 연평균 2%의 인플레이션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경제학자 올리비에 블랑샤르(Olivier Blanchard)는 연준이 향후 제로금리 하한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연 4%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이미 금리를 크게 낮췄던 상황에서 팬데믹이 터지자 더 이상 금리를 낮출 수 없었던 문제를 말하는 것이다. 통화정책이 효과를 잃게되면 중앙은행의 경제 시스템 관리가 어려워지고, 자칫 일본처럼 중앙은행의 역할이 무의미해지는 장기 불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지난 10여 년간 경제학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물가상승_20240402-1

물가 목표 2%는 그린스펀 시대의 유산

연평균 물가 상승 목표치가 2%로 정리된 것은 1980년대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전 연준 의장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면서부터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률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통화량 공급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시경제학계에 널리 퍼져 있었고, 그 밑바닥에는 금본위 통화제가 깔려 있었다. 금태환이 가능한 수준의 통화 공급량을 유지하면 물가는 자동으로 관리가 된다는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두 차례의 중동발 오일 위기를 겪으면서 금과 통화량 간의 비율 유지만으로는 물가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경제학계에 널리 받아들여졌다. 기름도 중요 소비 상품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며 물가를 크게 좌우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 '볼커 룰(Volker rule)' 등의 다양한 거시 경제 모델들과 기준치가 등장했고, 거시경제학계는 '손실함수(Loss function)'의 개념을 갖고 와 물가 상승이 지나칠 경우 미래 손실, 경제 성장 속도에 적합한 통화량 공급에 실패할 경우 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양쪽 손실 개념을 정립했다.

안정적인 경제 성장과 물가 관리를 위해서는 거시 경제의 평균 성장 속도, 혹은 잠재성장률에 맞춰 통화량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이론이다. 물가 상승에 따른 약간의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디플레이션이라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연평균 물가 상승률 목표 2%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된 역사적 배경이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부터 10여 년간 지속됐던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이 더뎠던 와중에 2020년 들어 팬데믹이 확산되자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고민에 빠졌다. 금리를 추가로 인하해야 경기 위축을 방지할 수 있는 상황인데, 이미 금리가 0%에 가깝게 내려간 상태였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이 힘을 못 쓰는 사이에 각국 정부는 재정정책을 통해 코로나19로 무너지는 가계를 지원해 줬다. 정부 지원금이 시장에 대규모로 공급되자 물가는 강한 상승 압력을 받았고,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시화된 것이 최근 상황이다.

오일에 이어 정부 지출 규모라는 또 다른 변수를 고려할 시점이 됐다?

경제학자들은 지난 1980년대에 오일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거시 경제 모델이 등장했듯이, 제로 금리 시대에 정부 지출 규모 확대에 맞춰 거시 경제 모델을 다시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중앙은행의 역할론을 강조했던 로렌스 볼(Laurence M. Ball) 존스홉킨스대 경제학 교수,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컬럼비아대 석좌교수 등은 이미 2022년부터 연준이 물가 목표치를 4%대로 변경하지 않을 경우 경제가 극심한 충격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들의 주장은 정부 지출 규모가 늘어난 상태에서 과거와 같은 통화정책을 고집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규모 중 정부의 이전 지출 비중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재정정책 기반 통화량 증대 정책 탓에 물가 수준이 과거보다 더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함축된다. 이전에는 정부의 간헐적인 재정정책이 통화량 조절 정책과 맞물려 물가 상승률 2% 범위를 유지할 수 있었으나, 지난 2020년 이후 정부가 코로나19 피해 가계에 전폭적인 이전 지출을 감행했던 것, 최근 복지 사회에 대한 시장 요구 증가로 복지 예산이 증가한 것 등을 들어 중앙은행이 과거와 같은 정책을 취해도 시장에 공급되는 통화량이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런 현상은 위기 대응을 위한 일시적인 상황인 만큼, 물가 목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강하다. 스테파니 스탠체바(Stefanie Stantcheva)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미국인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정리한 논문에서 물가 상승에 대해 1980년대 기준 통화정책 모델에서 정리된 '손실함수' 개념을 또다시 제시했다. 일시적으로 기준을 완화할 경우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되고, 결국 향후 물가 상승률 수준 자체가 높아진 상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제의 원인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실패가 아니라 무리한 재정정책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 4년간의 기준 물가상승률 논의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실패 관점에서 해석하기보다, 정부의 무리한 재정정책을 지적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주요 서방 정부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국방력을 강화하거나 무기를 구입하는 데 활용했고, 코로나19로 신음하는 가계에 지원금을 크게 늘렸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4월 발표된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 주요 내용'에 따르면 GDP에 견준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지원 정책 탓에 통화 긴축이 부동산 가격 하락을 이끌지 못한다는 불만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지난 1980년대에 고착화된 물가 상승률 목표 2%도 사실은 0%를 목표로 해야 하지만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와 경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완만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필요가 시장에서 공감대를 얻었기 때문에 등장한 값이다. 그러나 최근처럼 재정정책이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게되면 물가 상승률 목표를 지키기 위해 또 다른 비용을 희생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아파트 같은 주거 부동산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소상공인들이 더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은 금융권, 상업용 부동산, IT업계가 부진을 겪는 가운데 보조금이 가장 많이 투입된 제조업계와 가계 지원금이 투입된 덕분에 주거용 부동산 월세 시장은 오히려 활황세다.

당장이라도 물가 상승을 막고 싶으면, 금리를 내리고 싶으면 정부가 긴축 재정에 들어가면 된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와 있는 상황에 그 어떤 정부도 선뜻 긴축 재정이라는 선택지를 고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경제 정책이라는 것이 한 국가의 단독 결정으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하룻밤 사이에 바꾼다고 바뀌지도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한 팽창 재정의 문제를 시장이 천천히 떠안는 동안 긴축 통화정책으로 시장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조정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인플레이션 목표를 바꾸면 스탠체바 하버드대 교수의 주장대로 앞으로 오랫동안 매년 더 비싼 손실을 경제 시스템 전체가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1 week
Real name
이시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