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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재도전 나선 케이뱅크, 상장 예비 심사 청구 예정
뚜렷하게 개선된 수익성, 비교 기업 낮은 PBR은 변수
"아직 상장할 때 아냐" 몸 웅크리는 경쟁사 토스뱅크
인터넷 은행 케이뱅크가 이달 중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한다. 올해 들어 본격화한 실적 개선 흐름에 힘입어 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주요 비교 기업으로 꼽히는 카카오뱅크의 낮은 PBR(주가순자산비율)을 고려, 케이뱅크의 밸류에이션 역시 시장 기대를 밑돌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케이뱅크, IPO 움직임 본격화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조만간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고 기업공개(IPO) 재도전 움직임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6월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해 같은 해 9월 심사를 통과했으나,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며 사실상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상장을 앞두고 시장의 투자 심리가 눈에 띄게 위축되며 기대 시가총액이 약 8조원에서 4조원까지 미끄러진 결과다.
증권업계는 올해를 케이뱅크의 '상장 적기'로 보고 있다. 최근 기록한 호실적이 IPO 흥행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케이뱅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507억원으로 전년 동기(104억원) 대비 다섯 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지난해 말 953만 명이던 고객 수는 1,033만 명으로 늘었고, 여신 잔액은 14조7,6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6.6% 성장했다. 같은 기간 수신 잔액 역시 23조9,700억원으로 25.7% 늘었다.
케이뱅크는 IPO를 통해 확충한 자본으로 중장기적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자기자본 증대를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자기자본비율,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을 안정화, 본격적인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기준 케이뱅크의 BIS 비율은 13.18%로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최소치(10%)를 간신히 충족하는 수준이다.
기업가치 기대 밑돌 가능성↑
케이뱅크가 상장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가운데, 시장의 이목은 케이뱅크의 '기업가치'에 집중되고 있다. 현재 케이뱅크의 유력 비교 기업으로는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브라질 누뱅크, 일본 SBI, 라쿠텐 등이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케이뱅크에 있어 가장 직접적인 비교 대상은 카카오뱅크"라며 "(양사는) 국내에서 인터넷 은행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무시할 수 없는 공통점이 있다. 결국 카카오뱅크 밸류에이션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주요 비교 기업으로 꼽히는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1년 상장 직후 9만4,400원까지 뛰었던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최근 2만1,000원대 박스권에서 등락하고 있다. 부진한 주가 흐름 속 밸류에이션도 상장 이래 최저점에 근접했다. 지난해 순자산(6조1,176억원)을 토대로 계산한 카카오뱅크의 PBR은 1.68배에 불과하다. 증권가에서 올해 실적 전망치를 토대로 추산한 PBR은 1.9배 수준이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당시 순자산 2조8,500억원에 PBR 7.3배를 곱해 몸값을 책정한 바 있다. 만약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의 상장 시 PBR을 적용했다면 기업가치가 10조원 이상까지 뛰어오를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케이뱅크의 작년 말 순자산(1조8,668억원)에 현재 카카오뱅크의 PBR 추산치(1.9배)를 적용했을 때 케이뱅크 기업가치는 3조5,469억원에 그친다.
케이뱅크가 저평가 리스크를 떠안으면서까지 상장을 강행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현금 활용'이 지목된다. 현재 케이뱅크가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투자받은 1조2,500억원 중 7,250억원에는 콜앤드래그(call-and-drag·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대주주 지분까지 끌어와 강제 매각할 수 있는 조건)가 걸려 있다. 대규모 현금이 금융당국에 의해 BIS 기준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추후 상장을 완료할 경우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되며 묶여 있던 자금을 성장을 위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경쟁사 토스는 'IPO 관망세'
한편 케이뱅크 대표적인 경쟁 주자로 꼽히는 토스는 주관사 선정 이후 상장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토스 측은 지난해 말 "IPO는 최적의 타이밍을 고려해 추진할 계획"이라면서도 "상장 시점은 정해진 게 없다"며 성급하게 IPO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이에 시장에서는 토스의 불안정한 실적이 IPO 흥행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스는 지난 2013년 출범한 이후 △은행 △증권 △보험 △PG 등 다각도로 사업을 확장, 16개 계열사를 지닌 '공룡 기업'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급격한 외형 성장에도 불구, 수익성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토스는 △2018년 445억원 △2019년 1,244억원 △2020년 894억원 △2021년 2,160억원 △2022년 3,709억원 △2023년 2,166억원 등 매년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매출액이 2018년 548억원에서 2023년 약 1조3,707억원으로 눈에 띄게 성장한 것과는 대비되는 흐름이다.
증권가에서는 토스의 IPO 흥행을 위해서는 △송금 △중개 △결제 △인증 △PG 등 계열사 전반의 성장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토스는 핵심 계열사인 토스증권, 토스뱅크 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는 계열사가 없는 상황"이라며 "각 계열사의 수익성을 제고해 매년 따라붙는 수천억원의 적자를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