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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손보 매각에 'P&A 방식' 거론한 예보, "고용승계 등 의무 없어 인수자에 유리해"
매각 수순에 대주주 JC파트너스는 난색, "자칫하다간 지분 가치 소멸할 수도"
건전성 지표 악화 등 악재도 겹겹이, MG손보 K-ICS 비율 80% 수준
MG손해보험 매각 작업이 진행될수록 대주주 JC파트너스의 낯빛이 어두워진다. 부실금융기관 지정 등 각종 악재가 여전히 산재해 있는 데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원매자도 안정적인 금융지주보단 단기 이익에 집중하는 사모펀드뿐이었기 때문이다. JC파트너스 입장에선 오히려 매각이 더 손해란 시선도 있다.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추진 중인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매각이 성사되면 향후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JC파트너스의 지분 가치가 사실상 소멸할 수 있단 이유에서다.
MG손보, 7월 5일 본입찰 진행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MG손보의 매각 작업을 주도 중인 예보는 내달 5일 본입찰을 진행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예보가 MG손보 매각을 추진하는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이전까진 매각 실패가 거듭됐지만, 이번엔 업계에서도 매각 성공에 기대감이 포착된다. 예보가 거래 구조로 인수합병(M&A)뿐 아니라 P&A 방식도 열어뒀기 때문이다.
M&A와 P&A의 차이점은 통째로 판매하느냐 부분만 판매하느냐다. P&A 방식은 예보에 부담이 크지만 반대로 인수자에게는 유리하다. P&A 방식으로 진행되면 예보는 일단 부실자산을 떠안아야 하고 자산보다 부채가 많으면 즉시 기금도 투입해야 한다. 인수자 입장에선 고용승계 의무 등이 없단 점도 좋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두 곳의 사모펀드 모두 P&A 방식으로 인수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주주 JC파트너스는 P&A 방식 매각 흐름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지난 2022년 부실금융기관으로 낙인찍힌 MG손보가 그대로 매각될 경우 향후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투자금을 온전히 회수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단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MG손보 매각이 성사되면 P&A 방식이 유력하다"며 "이러면 MG손보는 껍데기만 남은 회사가 되고 대주주 JC파트너스의 지분 가치도 0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MG손보 부실금융기관 지정, JC파트너스 발목 잡았다
JC파트너스는 앞서 펀드 자금과 인수금융으로 조달한 자금 등 총 2,000억원을 MG손보에 투입했다. 펀드엔 마을금고, 우리은행, 리치앤코, 애큐온캐피탈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MG손보를 인수한 지 1년여 만에 KDB생명과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 리치앤코 인수를 추진하면서 보험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GA를 모두 아우르는 기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겠단 취지였다.
그러나 MG손보가 JC파트너스의 발목을 잡았다. 2022년 4월 MG손보의 부실금융기관 지정 이후 산업은행으로부터 주식매매계약(SPA) 해제를 통보받으면서 KDB생명 인수가 불발된 것이다. MG손보의 부실 문제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2013년부터 2023년까지 MG손보는 흑자보다 적자를 낸 적이 더 많다. 2020년 JC파트너스가 대주주에 오르기 이전 자베즈파트너스가 MG손보 경영 개선에 나섰으나 실패했고, 인수 이후 JC파트너스 역시 MG손보의 경영 정상화에 실패했다. JC파트너스가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은 2020년을 기점으론 줄곧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배기업소유지분 기준 MG손보의 순손실 규모는 2020년 1,008억원, 2021년 626억원, 2022년 616억원, 2023년 831억원 등이다.
이렇다 보니 공개매각 예비입찰에 금융지주나 대형 보험사가 아닌 사모펀드만 뛰어든 데도 불안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저렴하게 사서 값을 올린 뒤 다시 매각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결국 사모펀드가 MG손보를 건네받게 되면 안정적인 운영보단 단기적인 이익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운영되다 재차 매각될 가능성이 크단 의미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인수전에 참여하게 되면 고용불안과 단기이익 치중 등 우려가 나오곤 한다"며 "가치를 올리는 과정에서 영업이익 등 실적을 단기간에 올리기 위한 채찍질이 거듭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전성 지표 악화 등 걸림돌 여전하지만, "가성비는 장점"
JC파트너스 측은 금융지주나 대형 보험사의 입찰을 기다려 봐야 한단 입장이지만, 예보의 금융지원이 있다 해도 이들이 MG손보에 관심을 둘 일은 거의 없으리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금융 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상태인 데다, JC파트너스가 부실금융기관 판단을 내린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적 분쟁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예보의 매각 절차를 중단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 결과도 나오지 않아 사법리스크가 큰 상황이다. 이 같은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MG손보를 인수하진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고 있단 점도 걸림돌이다. 예보가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MG손보의 지급여력비율(K-ICS 비율)은 80%대로 3분기(64.5%) 대비 15%가량 상승했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건정성 지표다. 금융 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으며, 100% 미만까지 여력이 떨어질 경우 관리·감독 대상이 된다. 결국 MG손보의 건전성 수치는 다소 상승한 이후에도 금융 당국의 권고치를 크게 밑돌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악재가 겹친 MG손보지만, 일각에선 긍정적인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손해보험업에 진출할 수 있는 '가성비 매물'이란 점에선 좋은 평가가 나올 법하단 것이다. 특히 예보가 공적자금 투입 및 P&A를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가격적 이점은 더욱 커졌다. 원매자가 예보와의 협상을 통해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MG손보가 갚아야 할 채권 등을 제외한 자산만 인수한다면 매입 가격이 더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예비입찰에 참여한 PEF들 역시 예보의 자금 지원 카드에 대한 인센티브를 크게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MG손보 매각의 골든타임을 더 늦출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예보의 지원이 있다면 PEF를 중심으로 향후 충분한 개선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곳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